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21 - Chapitre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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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알아차리기 이전에 이미 마음이 흐르고 있었던 날

민영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바깥보다 더 차갑게 가라앉아 있는 공기 속에서잠시 숨을 머금었다.회의실은 넓었지만, 그 공간의 차분함이나 밝음을 느끼기 전에먼저 다가오는 것은 자신이 자리에 앉기 전부터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조용히 머물고 있던 시선의 잔향이었다.테이블 끝에 앉아 있던 상무가 고개를 들었고,그 옆에서 자료를 정리하던 팀장이 민영을 맞이했지만민영의 시선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자연스레 한 사람을 향해 멈추게 되었다.그 사람은 회의실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어깨와 팔의 긴장과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으로방금 전까지 서 있었던 듯한 느낌을 남기고 있었다.강산.그의 눈빛은 불러서 데려온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사람의 시선처럼어딘가 오래 머물며 민영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따라들었다.그 시선 아래에서 민영은 자신이 들키고 싶지 않았던감정의 흔적이 어딘가 드러나는 것 같은 불안을 느꼈다.왜… 왜 나를 그렇게 바라보는 걸까.강산은 직접적으로 묻지 않았지만지금 이 순간의 공기만으로도그는 이미 민영이 감추려는 감정의 방향을어렴풋이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그리고 그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민영은 서둘러 자리에 앉았지만자리를 앉는 짧은 순간조차 가슴에서 천천히 올라오는 떨림을 가라앉히는 데는 부족했다.괜찮아… 그냥 업무 회의일 뿐이야.여기서는 누구도 나에게…어제의 감정을 묻지 않을 거야.하지만 그 다짐과는 달리 민영의 심장은 아주 조용하지만 확실하게자신의 의지보다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팀장이 회의를 시작하자 민영은 노트북을 열고 자료를 보며 집중하려 했지만 어딘가에서 부는 바람처럼누군가의 시선이 이따금 목덜미 가까이까지 스며드는 기분이 들었다.그 시선은 건조하지도, 무겁지도 않았지만어디선가 마음을 더 빨리 뛰게 만드는이상한 압력 같은 것이 있어서민영은 한참 동안 시선을 아래로 두고도문장의 내용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그러다가 강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정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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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마음이 길을 찾을 때

민영은 복도 한가운데서 노트북을 양팔에 조심스레 끌어안고 있었지만 팔 틈에 느껴지는 그 단단한 무게보다가슴 안쪽의 흔들림이 훨씬 더 무겁게 느껴졌다.조금 전 나연이 던졌던 말들과 그 말들이 남긴 얇고 길게 번지는 잔상이아직 가슴 속 어딘가에서 서늘하게 남아 있어숨을 들이쉬는 것조차 평소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다.흔들렸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들키는 건…내가 지금 너무 솔직한 걸까.아니면… 내 마음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훨씬 더 멀리 흘러가고 있는 걸까.그 어느 쪽이든 답을 찾을 수 없었고답을 찾지 못한 채 서 있는 것만으로도민영의 어깨에는 묵직한 피로가 얹혔다.복도의 높은 천장에서 내려오는 형광등이마치 찬 비처럼 희고 얇게 흘러내리고 있었고그 빛은 민영의 머리 위에서 조용히 부서지며그녀의 표정을 조금 더 창백하게 만들었다.그녀는 작은 숨을 들이쉬며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오늘은 마음을 너무 많이 써서인지어디로 걸어가는지도 잠시 잊은 채천천히, 정말 천천히 발을 움직이고 있었다.그러다가 복도 끝으로 향하던 발걸음이어딘가에서 부딪히듯 멈춰섰다.아주 작은 기척. 말 한마디 없는 존재감.그 기척은 민영의 몸보다 먼저마음을 먼저 붙잡아버리는 종류의 것이었다.민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을 보는 순간숨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최강.그는 복도의 한 구석, 빛이 완전히 닿지 않는 자리에서서류 가방을 들고 서 있었지만그림자 속에서도 그의 어깨는 분명히 드러나 있었다.떨어진 빛이 그의 옷깃 끝에 얇게 엉겨 있었고그 빛마저 민영이 바라보는 순간만큼은조금 더 선명해지는 듯 보였다.민영은 그를 바라보는 것이 들킬까 두려워조금 더 천천히, 아주 조심스레 시선을 내렸다.그러나 그 짧은 시선 한 번만으로도그녀의 심장은 조용히 박동을 높였다.왜… 또 이렇게 흔들리지.그 흔들림은 어제도 있었고 오늘도 있었고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었기에이제는 숨을 고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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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누군가의 마음이 깊어질 때 공기가 먼저 움직인다는 사실

민영은 잠시 벽에 기댄 채노트북을 가슴 가까이 끌어안고 숨을 골랐다.복도 끝에서 스치듯 지나간 최강의 말이아직도 귓가에 얇고 따뜻하게 남아 있었고,그 따뜻함이 지나치게 오래 머물러오히려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혼자 두고 싶지 않다…그 말은 단순한 격려도 아니고 의무에서 나온 말도 아니었다.그 말은 누군가에게 마음이 기울어지기 시작할 때만 나오는 종류의 말처럼 너무 조심스럽고, 너무 조용하게,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깊이를 가졌다.민영은 입술을 조금 깨물었다.나는… 왜 이런 말에서 벗어나지를 못할까.가슴 한가운데가 따뜻함과 불안함 사이에서 아주 천천히 흔들렸다.마치 두 감정이 서로를 밀어내지도 끌어당기지도 못한 채내내 얇은 장력을 유지한 채 떨리고 있는 듯한 느낌.그 떨림을 숨기기 위해 민영은 천천히 회의실 문을 닫고법무팀으로 향하는 복도를 조심스레 걸었다.바닥의 매끄러운 질감이 구두 끝에서 미세한 소리를 만들었고,그 소리는 공기 속으로 천천히 퍼지며민영의 비어 있는 마음을 조금씩 채워나가는 듯했다.그러나 그 소리보다 먼저 민영의 마음에 닿은 것은누군가의 시선이었다.법무팀 문 앞, 그림자가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나연.그녀는 팔짱을 낀 채 문턱에 몸을 기울이고 서 있었고,그 표정에는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잘 들여다보면 금세 드러나는 질투의 얇은 결이 비쳐 있었다.민영은 그 눈빛을 보는 순간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이미 무언가를 잘못한 듯한이유 모를 압박감이 가슴 안으로 들어왔다.“…회의 끝났어?”나연의 목소리는 밝게 들렸지만그 밝음은 억지로 올려놓은 조명 같았다.민영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응… 끝났어.”“그렇구나.”나연은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 미소 뒤에는,아까 복도에서 민영이 누구와 마주 서 있었는지너무 정확히 알고 있다는 기척이 있었다.그리고 그 기척은 민영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조용히 다음 말로 이어졌다.“근데… 정 사원님.”민영은 시선을 살짝 들었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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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엇갈리는 시선의 온도

왜 이렇게 숨이… 깊게만 내려가지.답을 알지 못한 채 그녀는 고개를 아주 천천히 들어사무실 유리창 너머의 흐린 하늘을 바라보았다.비가 올 것처럼 구름이 낮게 깔려 있었고,그 흐린 회색빛은 오늘 민영의 마음결과 닮아 있었다.어딘가 무겁고, 어딘가 따뜻하고,그리고 어딘가… 설레고 있었다.그 설렘이 부드럽지만 깊은 떨림으로 민영의 손끝을 스쳤다.그 떨림은 누구 때문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감정이라 더 조용하게 오래 남아 있었다.그 감정이 미세하게 일렁이는 사이,사무실 문이 아주 천천히 열렸다.문이 흔들리는 소리조차사무실 공기에 조용히 스며들 정도로 부드럽게 열렸고,그 안으로 들어온 사람의 발걸음도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리기에는 충분히 조용하고 조심스러웠다.그림자처럼 움직이는 그 기척에 민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강산.그는 오늘도 틀에 맞춘 듯 단정한 셔츠와 넥타이를 하고 있었지만 그 단정함 속에 감춰진 눈빛은이미 단순한 관심을 넘어선 더 깊은 층위를 갖고 있었다.그는 사무실 전체에는 들리지 않게오직 민영에게만 닿을 만큼의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정 사원님.”민영은 책상 위 노트북을 조용히 덮고 그를 바라보았다.“…네, 과장님.”강산은 그녀의 표정을 아주 천천히,그러나 의도적으로 오래 바라보았다.그 시선은 민영의 감정을 파헤치려는 것도 아니고배려하려는 것도 아니었지만,그 사이 어딘가에 머무르고 있었다.“괜찮습니까?”그 질문은 평범했지만 그 질문의 어조는 아주 비범했다.관찰자의 어조이면서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얇게 깔려 있는 듯한 어조였다.민영은 작은 숨을 들이쉬었다.“…괜찮아요. 그냥 조금 피곤해서…”강산은 고개를 아주 조용히 끄덕이며그녀의 말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아무 반응이 없는 듯 보였지만그의 눈빛에는 분명히 다른 의미가 깃들어 있었다.이 피곤함은… 업무 때문이 아니겠지.누구 때문이지.그는 그 결론을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 순간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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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가까워지는 마음은 먼저 눈빛으로 말을 걸었다

민영은 조용히 문을 나섰다.사무실 특유의 잔잔한 소음이 뒤로 물러나고문이 저절로 닫히며 남긴 얇은 미세음이복도 끝까지 길게 이어졌다.그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바깥의 공기가 한층 더 맑고,한층 더 넓고, 한층 더… 긴장된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그 긴장감의 중심에는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 사람이 있었다.최강.그는 조용했지만 그 조용함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사람이었고,그의 시선은 말로는 표현되지 않은 수많은 질문과 감정을 담고 있었다.민영은 그 시선을 받는 순간심장이 아주 조용히, 그러나 크게 흔들렸다.방금 전까지 강산과 나눈 대화가아직 목 안쪽에 작게 걸려 있었고,그 잔여 감정이 현재의 감정을 더 크게 밀어올리고 있었다.“…최강 씨, 무슨 일 있어요?”민영의 목소리는 말을 하는 순간조차 조금 떨리고 있었다.그러나 최강은 그 떨림을 지적하는 대신단지 그녀의 옆에 서서 천천히 눈높이를 맞추었다.“정 사원님… 표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그 말은 지적이라기보다 어떤 걱정이자 확인에 가까웠다.민영은 짧게 숨을 들이쉬었다.“…회의 때문에 조금…”“회의 때문은 아닙니다.”그는 조용하지만 단정하게 말했다.“정 사원님… 아까 제가 지나갈 때표정이… 많이 흔들렸습니다.”민영은 얼굴이 아주 조금 밝아졌다.아니, 밝아졌다기보다 당황의 빛이 올라온 것이었다.“…그걸… 봤어요?”“보였습니다.”그는 솔직했다.“눈을 돌릴 수 없을 만큼… 신경이 쓰였으니까요.”그 말이 끝나는 순간 민영의 심장은생각보다 훨씬 크게, 훨씬 명확하게 뛰었다.왜… 왜 이런 말들이…이렇게 가슴에 박히는 걸까.민영은 답을 찾을 수 없었지만눈을 내리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래서… 찾아온 거예요?”그 질문은 최강의 마음을 얇게 흔드는 한 줄이었다.그는 아주 잠시,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정 사원님이… 혼자 있는 게… 신경 쓰여서.”말은 짧았지만 그 짧은 말 뒤에는수많은 이유와 수많은 감정이 말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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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마음이 가까워지는 순간들은 언제나 말보다 먼저 찾아왔다

민영은 복도를 따라 걸으며손끝에서부터 천천히 피어오르는 따뜻함을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몰라작게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고 있었다.그 작은 동작조차 가슴의 떨림을 가라앉히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떨림을 더 선명하게 느끼게 할 뿐이었다.그녀의 옆에는 조용히, 그러나 확고하게 걸음을 맞추는 사람이 있었다.최강.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말을 하지 않는 그 침묵조차오늘따라 민영의 마음에는 더 많은 의미로 들렸다.말보다 더 많은 감정들이 그 침묵이라는 공간 속에서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스며들고 있었다.민영은 그 감정의 방향을 차마 인정하기 어렵다는 듯잠시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입술을 다물었다.왜 이렇게… 이 사람과 있으면… 마음이 복잡해질까.아니… 복잡하다기보다…그녀는 그 다음 생각을 이어가려 했으나이미 가슴 속에서 피어오르는 감정이생각의 결을 덮어버리고 있었다.한동안 침묵이 이어지다가 최강이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정 사원님.”민영은 고개를 들었다.“…네?”최강의 눈은 말보다 먼저 감정을 드러내는 눈이었다.그는 민영의 눈빛을 확인한 뒤 숨을 조금, 아주 조금 들이쉬었다.“아까… 강산 과장님과…무슨 이야기를 나누셨습니까.”그 질문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그 속에는 조심스럽지만 확실한 감정이 깔려 있었다.걱정. 불안. 그리고… 그 이상의 감정.민영은 그 감정을 느끼자가슴이 조용히 웅 하고 울리는 것 같았다.“…아무 이야기 아니었어요.정말로요. 그냥… 제가 오늘 좀… 흔들린 것 같아서…”그 말을 하는 순간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그리고 그 떨림에 최강의 눈빛이 아주 조용히 흔들렸다.“흔들렸다는 건…”그는 잠시 말을 고르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민영의 시선을 가만히 받아냈다.“누군가… 정 사원님을 불편하게 했다는 뜻입니까.”그 말은 마치 민영의 감정을대신 분노해주려는 사람의 말처럼 들렸다.민영은 고개를 저었다.“그런 건 아니에요…그냥… 제가 이상한 것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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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괜찮아질 때까지, 곁에 있겠습니다

민영은 두 사람 사이에 서서숨을 쉬는 방법조차 잊어버린 사람처럼가슴을 조심스레 오르내리고 있었다.그 오르내림은 억지로 감추려 하면 할수록더 또렷하게 드러나는 종류의 떨림이었다.강산은 정면에서 그 모든 떨림을 읽고 있었고,최강은 옆에서 그 떨림이 흔들리지 않도록몸짓 없이 감정을 세우고 있었다.세 사람 사이의 공기에는말로 설명할 수 없는 미세한 결이 생겼다.그 결은 어떤 말보다 어떤 표정보다감정의 방향을 더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었다.최강이 먼저 움직였다.그는 민영 쪽으로 아주 조심스레 다가와딱 한 걸음 앞에서 멈췄다.그 한 걸음은 민영을 압박하지도 않았고,소유하려 하지도 않았다.그저 그녀가 흔들리는 마음을다시 세우려는 사람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이었다.“정 사원님.”그의 목소리는 말을 풀기 전에 먼저 감정을 녹여내는 목소리였다.“지금… 여기서 더 서 있으면 힘드십니다.”그 말은 명령도, 부탁도 아니었다.그저 맞는 말이었다.민영은 그 말에 아주 작은 숨을 내쉬었다.“…네.”그러나 그 한 마디가 떨어지는 순간복도 한쪽에서 강산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바뀌었다.눈썹이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얇게 떨렸고,입술은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가곧 다시 부드러운 곡선으로 돌아왔다.그는 민영에게 향한 최강의 보호심을말 없이 모두 읽어냈다.그리고 그것이 그냥 배려가 아니라감정임도 이미 정확히 알고 있었다.“정 사원님.”강산은 천천히 민영의 이름을 불렀다.그 목소리에는 억누른 감정이 잔잔한 파도처럼 번져 있었다.“제가 방해가 된다면… 물러서겠습니다.”말은 물러남이었지만 그 말 뒤에 숨겨진 느낌은전혀 물러나지 않는 감정이었다.민영은 그 말에 또 한 번 어깨가 작게 떨렸다.“…과장님, 그런 뜻은 아닙니다.”“그렇죠.”강산은 부드럽게 웃었다.그러나 그 미소는 어떤 결의 하나를 감추고 있었다.“정 사원님은… 그럴 사람이 아니니까요.”그 말은 민영의 마음에 복잡한 감정 하나를 더 얹었다.죄책감. 불편함.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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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마음을 감추려 할수록, 감정은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창가 앞에서 최강의 목소리가 가만히 내려앉은 순간,민영은 자신이 가슴을 쥐고 있는 것처럼 숨이 막히는 걸 느꼈다.그 숨막힘은 두려움이나 혼란 때문이 아니라,당연히 그래야 할 것처럼 자연스레 그에게 의지하고 싶은묘하게 따뜻한 감정 때문에 더 가슴을 죄어왔다.민영은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하늘은 흐렸고, 복도는 고요했다.그 고요함이 오히려 마음의 떨림을 더 크게 들리게 만들었다.“…왜요.”민영의 목소리는 작았고,그 작음은 감정을 숨기기 위해 내리는 얇은 필터 같았다.“왜 그렇게… 신경 써주는데요.”최강은 대답하지 않았다.아니, 대답하려다가 멈춘 사람처럼 숨을 한번 들이쉬었다.입술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고, 그 떨림 속에는 말로 만들기 어려운 감정이 숨어 있었다.조금의 망설임,조금의 용기,그리고… 말로 꺼내지 못한 애틋함.그래서 그는 말을 고르고 골라 조심스럽게 꺼냈다.“정 사원님이… 힘들어 보이면…저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민영의 눈동자가 그 말에 흔들렸다.그 흔들림은 누군가의 말 때문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사람이 아닌,누군가의 진심을 들었을 때 가슴이 먼저 반응하는 사람의 흔들림이었다.민영은 그 반응을 숨기려고 했지만이미 손끝에서, 시선에서, 목선에서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최강은 그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를숨기지 않는 사람처럼 바라보았다.그러나 바로 그때, 멀지 않은 복도에서다른 발자국 소리가 조용히 이어졌다.웃음도 없고, 급함도 없고,그러나 지나치게 조용해서오히려 더 차가워 보이는 리듬.그걸 느낀 민영의 어깨가 다시 한번 떨렸다.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공기의 결이 먼저 말했다.강산.그는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고,걸음마다 복도에 길게 그림자를 늘이며두 사람 사이의 공기를 다시 엉켜놓았다.최강도 그 기척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몸을 조금 돌렸다.그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두 남자의 시선이 공중에서 엇갈리며 부딪혔다.민영은 그 무언의 충돌에 숨을 들이쉬었다.강산은 가까워지면서 표정을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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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엇갈린 진심, 날 선 대립

민영은 복도로부터 서둘러 벗어나법무팀 사무실 문을 밀어 들어왔다.문이 닫히는 순간, 마치 복도에 남겨진 공기와 감정을문 틈 사이로 겨우 밀어내는 것처럼가슴 안쪽이 묘하게 시큰거렸다.사무실 안은 조용했다.컴퓨터들의 낮은 팬 소리와서류를 넘기는 가벼운 종이의 마찰음만이공기 속에 얇게 흩어져 있었다.민영은 자신의 자리로 천천히 걸어가 앉았다.앉는 순간부터 몸이 조금씩 가라앉았다.그러나 그 가라앉음은 편안함이 아니라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와 몸을 무겁게 누르는복잡한 가라앉음이었다.왜 이렇게… 모든 게 한꺼번에 밀려오는 거지.내가 뭔가를 숨기려고 하는 건가…아니면 드러나고 싶은 걸 억누르는 건가…그녀는 손끝으로 키보드를 천천히 눌렀다.하지만 화면의 글자들은아무 의미 없이 나열된 검은 점처럼 보였다.작은 한 숨이 가슴 안쪽에서 길게 새어 나왔다.그 숨이 사라질 때쯤문득, 복도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가민영의 어깨를 조용히 긴장시켰다.빠르지 않은 걸음, 그러나 하나하나가 묵직한 울림을 자아내는 리듬.민영은 마치 그 기척이 어떤 사람의 것인지 이미 알고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숨을 멈췄다.사무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최강.그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문턱 쪽에 조용히 걸음을 멈추었다.말없이 민영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시선에 민영의 심장이 또다시 한 박자 크게 흔들렸지만민영은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작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 있어요?”그 질문은 아무렇지 않게 건넨 말처럼 보였지만실제로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온‘여기까지 따라오지 않아도 괜찮다’는마음과 ‘따라와 준 게 고맙다’는 마음이 겹쳐 있는 말이었다.최강은 잠시 말을 찾지 못한 듯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문턱에 기대 선 그의 모습은 마치 이 공간에 들어갈지 말지 갈등하는 사람처럼 보였다.그러나 그 갈등의 이유는 업무 때문도, 예의 때문도 아니었다.오로지 민영의 감정 때문이었다.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정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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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감정은 드러나는 순간보다 숨기려는 순간에 더 크게 흔들렸다

사무실 안의 공기는 겉보기엔 고요했다.그러나 그 고요함은 누군가 살짝만 건드려도깨질 듯 얇고 유리처럼 긴장이 서려 있었다.민영은 두 남자의 시선 사이에마치 연약한 촛불처럼 서 있었다.바람이 불지 않아도 흔들리는 불꽃처럼,감정의 미세한 떨림이 전신에서 아주 작게 흔들리고 있었고그 흔들림은 민영 스스로도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수준으로이미 두 남자의 눈에 모두 비치고 있었다.책상 위의 펜 하나가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도누군가의 숨에 밀려 움직인 듯 아주 살짝 굴렀다.그 작은 소리조차 이 공간의 공기를 더 예민하게 만들었다.민영은 숨을 들이쉬었다.가슴 안쪽이 묘하게 저려왔고그 저림은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부터조용히 존재감을 쌓아온 두 사람의 감정이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조심스레 말했다.“…두 분 다… 잠시만요.”그러나 그 작은 한마디조차공기를 갈라놓기에 충분했다.최강은 민영에게 시선을 먼저 주었고그 시선은 혼란스러운 그녀의 표정과흔들리는 동공을 애써 다독이는 사람의 눈빛이었다.반면 강산의 시선은 그보다 훨씬 내면 깊숙한 결을 드러내고 있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 속엔말보다 더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 있었다.강산이 조용히 입술을 열었다.“정 사원님.”그의 목소리는 낮았고,그 낮음은 억누른 감정이 스며 있는 듯 묵직하게 울렸다.“혹시… 제가 방금… 부담을 드린 겁니까?”민영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그런 뜻은 아니에요.”“아닙니다.”강산은 부드럽게 말을 잘랐다.그러나 그 부드러움은 현실을 인정하는 사람이 아니라감정을 숨기고 싶은 사람이 내는 억지스러운 부드러움이었다.“방금… 정 사원님 눈빛이…제게 대답하지 못한 이유를 말해 줬습니다.”민영은 숨을 멈췄다.눈빛을… 보고 있었어…?그녀가 생각할 틈도 없이최강이 조용히 한 걸음 내디뎠다.그 한 걸음에는 말을 하지 않고도‘그만’이라고 말하는 단단한 힘이 있었다.“과장님.”최강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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