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고상윤은 심해린이 차려준 밥상을 제대로 먹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퇴근 시간에 맞춰 정성껏 죽을 끓여놓아도 돌아오는 건 고상윤의 차가운 문자뿐이었다.[야근.][술자리 있어.][오늘 못 들어가.]그렇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을 몇 번이나 버렸는지 모른다. 나중에는 그녀도 포기하고 끓이지 않았다.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명서아를 위해 다시 죽을 끓이게 될 줄은 몰랐다.심해린이 국자를 들고 죽을 젓다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그때 현관문에서 잠금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순간 멈칫했다. 고상윤이 명서아와 함께 들어온 것이었다.두 사람의 발소리가 거실을 지나 식당 쪽으로 다가왔다. 잠시 후 명서아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와, 냄새 정말 좋다. 언니, 냄새 너무 좋아요.”심해린과 아주 친한 사이인 척했다.심해린이 두 사람을 돌아봤다. 고상윤의 시선이 명서아의 웃는 얼굴에 머물렀는데 그의 입가에도 덩달아 미소가 새어 나왔다.“서아한테 한 그릇 떠줘.”고상윤이 심해린에게 덤덤하게 말했다.심해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선을 늘어뜨린 채 깨끗한 흰 사기그릇에 뜨거운 죽을 조심스레 떴다. 그러고는 죽을 들고 식탁으로 걸어갔다.명서아가 식탁 의자에 앉아 기대에 찬 얼굴로 심해린을 쳐다보고 있었다.“고마워요, 언니.”그녀가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두 사람의 손이 맞닿으려던 찰나 명서아가 갑자기 손목이 비틀었다. 그 바람에 뜨거운 해물죽이 정확하게 심해린의 팔과 아랫배 쪽으로 쏟아졌다.“으악.”명서아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걸쭉하고 뜨거운 죽이 순식간에 피부에 닿았다. 밀려오는 통증에 심해린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몸을 움츠렸고 팔이 저절로 안으로 오므라들었다.“어머, 미안해요. 미안해요, 언니.”명서아가 황급히 일어서서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잘 잡지 못했어요. 괜찮아요?”입으로는 미안하다고 했지만 심해린을 쳐다보는 눈빛에는 노골적인 도발과 의기양양함이 섞여 있었다.“얼음 좀 가져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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