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김에 내 것도 한 잔 부탁해요.”웨이브 머리 여직원이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아이스 아메리카노, 시럽 빼고. 고마워요.”“나도 한 잔 부탁해요. 라떼, 우유 많이.”“난 카푸치노요.”다들 당연하다는 듯이 심해린을 심부름꾼 취급하면서 제각각 주문을 쏟아냈다. 낙하산으로 들어온 신입이 그들 같은 고참들을 거역하지 못할 거라 확신한 모양이었다.심해린은 블랙카드를 꽉 움켜쥐고는 눈앞에서 비아냥거리는 얼굴들을 차갑게 훑었다.“한 잔 사나 여러 잔 사나 다 똑같은데 좀 사 오지 그래요?”웨이브 머리 여직원의 말에 심해린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거절했다.“마시고 싶으면 직접 가서 사세요. 다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니나요?”그녀의 얼굴에 웃음기가 확 사라졌다.“뭐라고요? 심해린 씨, 좋게좋게 말할 때 좀 듣지 그래요? 우리가 심부름시키는 것도 고맙게 생각해야죠.”심해린이 맞받아치려던 찰나 복도 끝에서 낯익은 사람이 걸어왔다. 바로 임서준이었다.그가 서류를 보면서 그들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순간 심해린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쳤다.“죄송해요. 대표님의 커피를 사러 가야 하는데 늦어질까 봐 그랬던 거예요.”심해린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고 살짝 떨리기까지 했다.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여직원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그때 옆에 서 있던 배짱 좋은 남자직원 한 명이 심해린의 가녀린 모습에 흑심이 동했는지 웃으며 다가왔다.“아이고, 우리 신입 비서님을 괴롭히면 어떡해요? 해린 씨, 커피 심부름 같은 작은 일 정도는 내가 도와줄까요?”그러고는 손을 슬그머니 뻗더니 심해린의 얼굴을 만지려 했다.“콜록.”불쾌해진 심해린이 얼굴을 찌푸린 채 피하려던 찰나 적당한 높낮이의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임서준이 어느새 그들 뒤에 서서 싸늘하게 쳐다보고 있었다.“근무 시간에 다들 여기서 뭐 하는 거죠? 한가한가 봐요?”직원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임서준을 본 그들은 고양이를 만난 쥐처럼 기세가 눈에 띄게 꺾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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