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완전히 어둠 속으로 가라앉기 직전 심해린의 뒤에서 귀를 찢는 듯한 급브레이크 소리가 들려왔다....고씨 가문 별장.고상윤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거실에 벽 조명 하나만 희미하게 켜져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그를 따라 들어온 명서아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오빠, 언니 오늘 집에 없어? 언니가 만든 닭백숙 먹고 싶었는데.”고상윤이 양복 재킷을 벗다가 갑자기 멈칫했다. 머릿속이 윙 한 동시에 오늘 심해린과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본가로 데리러 가겠다고 했었지? 어떻게 그걸 다 까먹냐...’“오빠, 왜 그래?”명서아가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는 걸 보고 물었다.고상윤은 대답하지 않고 현관 옆에 놓인 차 키를 집어 들어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가면서 이렇게 말했다.“나 잠깐 본가 다녀올게. 집에서 먼저 쉬고 있어.”오후에 명서아에게서 전화가 왔다. 협력 업체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며 울먹이자 고상윤은 망설임 없이 달려갔다.일을 처리해준 뒤에는 명서아와 함께 저녁까지 먹었다. 그러다 보니 심해린과의 약속은 완전히 까맣게 잊어버렸다.고상윤은 차에 시동을 걸고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 본가에 도착했을 때 최명희 혼자만 있었다.“그 사람은요?”고상윤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물었다.“누구?”최명희가 얼굴에 팩을 붙인 채 눈꺼풀만 살짝 들어 올리며 못마땅하게 말했다.“왜 이렇게 소란이야, 버릇없이.”“심해린이요.”“아, 걔?”최명희가 느릿느릿 팩을 떼어내며 말했다.“나간 지 꽤 됐어. 오늘은 그래도 말 잘 듣더라. 무릎 꿇고 하루 종일 바닥 닦으라 했는데 한마디도 안 하더라고.”고상윤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하루 종일 무릎을 꿇었다고?’마음속에서 죄책감이 갑자기 커지기 시작했다.할머니가 심해린을 싫어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녀를 본가에 혼자 내버려 뒀다.고상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돌아섰다. 일단 집에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별장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도 거실은 아까와 똑같이 조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