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은 더 이상 침묵이 아니었다. USB가 노출한 ‘P1’의 기록은 세 사람을 무너뜨릴 만큼 잔인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잔인함이 세 사람을 더 세게 묶어주는 느낌까지 함께 남겼다. 수진은 노트북 화면이 뿜어내는 미약한 빛 아래에서, 손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손끝에 닿는 것은 단순한 열이었지만, 마음은 이미 차갑게 굳어 있었다. 그녀는 언니와 강혁에게 시선을 옮기며 한 번 숨을 들이켰다. 깊고 길게, 자신의 폐 속까지 내려가도록. 그 숨이 몸 안으로 고요하게 들어오는 동안, 그녀의 눈은 이전보다 더 단단한 빛을 띠기 시작했다.수민은 그런 동생을 찬찬히 바라보다가 입술을 굳게 닫았다. 동생의 마음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그 흐름이 다시 독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누구보다 동생이 어떤 결심을 했을 때 그 마음을 꺾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다. 대신, 언니의 손길 특유의 느린 움직임으로 동생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 손길은 오래전 연변에서, 사납게 내리던 눈보라 속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버티던 시절과 이상할 정도로 닮아 있었다. 차갑고, 따뜻했고, 누구의 말보다 강했다.강혁은 두 사람의 손끝의 미세한 떨림까지 눈으로 확인하며, 자신에게 남겨진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다. 그는 수진의 어깨가 언니의 손 아래에서 아주 천천히 긴장을 풀어가는 것을 보고, 그제야 조심스럽게 책상 뒤로 돌아 USB 안에 남은 또 다른 파일을 클릭했다. 폴더 목록 아래에는 하나의 문서가 더 있었다. ‘P2’. 어떤 암호도 없었고, 이미 누군가 여러 번 열었던 흔적이 있었다. 수민이었다. 그녀는 그 파일을 처음 열었을 때 몸이 떨렸고, 두 번째 열었을 때 손끝이 얼어갔고, 세 번째 열었을 때에는 그 문서를 영영 닫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고 했다.파일을 여는 순간, 화면이 잠시 하얗게 번졌다. 폰트도, 문장 구성도 P1보다 훨씬 간단해 보였지만, 그 단순함이
Última atualização : 2026-05-29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