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서 올라온 형체의 움직임은 ‘사람’의 걸음과 닮아 있었지만, 아주 미묘한 지점에서 인간과 어긋났다.발목이 조금 더 꺾여 있고, 어깨의 움직임이 틀렸으며, 고개가 저절로 기울어지는 각도가 살아있는 자가 내는 불균형이 아니라 따라 하려다 어긋난 흉내였다.그러나 그 어긋남 속에서도, 얼굴만큼은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더 참혹했다.수진은 숨을 고르며 형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눈앞의 형체는 피 묻은 셔츠를 축 늘어진 채 끌고 있었고,어둠 속에서 깜빡이는 조명이 형체의 얼굴을 비출 때마다,그 얼굴의 미세한 떨림까지 ‘그날의 언니’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그 얼굴이 말을 했다.“…멩… 메이…… 언니… 여기 있어…”그 목소리에는 살려달라는 기척도, 미련도, 고통도 없었다.오직 ‘기억을 흔들기 위한 흉내’만이 있었다.수진의 입술이 떨렸다.그 떨림이 공포 때문인지, 그리움 때문인지, 죄책감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도망치지 않았다.지금만큼은 이 상처를 외면하면 안 된다는 걸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강혁은 수진을 보호하려는 듯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수진. 보지 마. 저건 네 언니가 아니야. 절대.”그러나 수진은 강혁의 손을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놓았다.놓는 손의 감촉이 너무 부드러워서, 강혁은 저항하지도 못했다.수진은 형체를 향해 걸었다.그 발걸음은 흔들렸지만, 그 흔들림 속에 단단한 의지가 있었다.“언니…”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았지만, 폐가 안에서 울리는 금속음보다 선명했다.“…그날… 마지막으로 뭐라고 말하려고 했었어?”형체는 수진이 가까워지는 만큼 팔을 더 뻗었다.그러나 그 팔은 ‘잡아주기 위한 손길’이 아니라,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이는 장치의 팔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얼굴이 너무나 익숙했다.너무나 사랑했고,너무나 지키고 싶었고,너무나 미안했던 사람의 마지막 얼굴.수진은 마침내 형체의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형체가 말한다.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6-10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