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의 말이 끝나는 순간, 폐가의 공기는 빛을 잃은 것처럼 무겁게 가라앉았다.수진의 가슴 속에서 오래전 묻어두고 있던 두려움이 서서히 기어올라왔고, 강혁은 숨조차 깊이 들이쉬지 못한 채 바닥을 바라보았다. 그날의 기억은 그에게도 끝없이 반복되는 악몽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 기억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악몽보다도 더 끔찍한 파열음을 내며 마음을 갈라놓았다.백사는 시선을 한 번도 흩뜨리지 않은 채 천천히 말을 이었다.“그날 밤, 네 언니는 흑거미의 함정에 걸린 게 아니었다. 적어도… 네가 기억하는 방식의 함정은 아니었어.”수진의 손끝이 떨렸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흑거미는 마치 오래 기다렸다는 듯, 수진의 반응을 즐기기라도 하는 얼굴로 백사의 말을 이어받았다.“수민이가 죽은 건, 멩메이. 너 때문이야.”공간이 무너지는 듯한 정적이 흘렀다.수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변했다.그녀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었지만, 그 부정조차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았다.강혁이 흔들리는 시선으로 흑거미를 바라보자 그녀는 오히려 담담하게 웃었다.“네가 아직도 모른다는 게 참 신기하다. 왜 수민이가 마지막 순간까지 네 이름을 불렀는지… 네가 왜 그 장면을 똑바로 기억하지 못하는지… 그날 밤 네가 어디 있었는지조차 흐릿해진 이유 말이야.”수진이 숨을 마시며 입술을 깨물었다.“언니는… 내가 그 자리에 없었어. 난”“그래.”흑거미가 말을 끊었다.“네가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수민이가 죽었지.”강혁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무슨 말이지? 수민은 나 때문에, 내가”백사가 그 말을 잘랐다.“아니. 네 잘못만은 아니야. 너도 속았고, 우리도 속았고, 특히… 수민은 더 깊게 속아 넘어갔지.”수진은 견디지 못한 듯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백사, 그날 언니가… 나 때문에 죽었다고? 어떻게 그런 어떻게 말도 안 돼
Última atualização : 2026-06-08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