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은 화면이 꺼진 휴대폰을 바라본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깊은 밤, 꽃집 뒤편의 작은 방 안은 바람조차 숨을 죽인 듯 고요했고, 어둠은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침묵만을 더 짙게 만들었다.그러나 그 침묵이 길어질수록,그녀의 가슴 안에 쌓여 있던 어떤 오래된 균열이 천천히 움직이며 울리는 듯했다.오랜 시간 봉인해 둔 돌문 같은 감정이 서서히, 아주 조금씩 벌어지는 소리.그 틈에서 튀어나오는 건 공포도, 희망도, 애증도 아닌 차마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의 혼합이었다.강혁은 그녀를 지켜보며 지금 어떤 말도 섣불리 건넬 수 없음을 느꼈다.그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아주 천천히 내려놓았다.억지로 붙들면 더 부서질 것 같은 여린 것들,그 속에 숨어 있는 어떤 결정을 그가 대신 끌어낼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수진은 숨을 들이쉬었다.하지만 공기가 폐까지 닿지 않는 느낌이었다.가슴이 막히고, 머리는 혼란 속에서 끓었다.언니의 목소리가 다시금 되살아났다.그 속삭임은 너무 선명했고, 너무 자신을 알고 있었다.-자오밍아. 도망가.그 문장이 뼈처럼 박혀 있었고, 그녀는 다시 가라앉는 심장의 무게를 느꼈다.“강혁씨.”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목소리는 힘이 빠져 있었지만, 그 안의 떨림은 오히려 더 깊어져 있었다.“언니 목소리… 조작 같은 건 아니에요.”그는 그녀 앞에 천천히 앉았다.“확신해?”“어릴 때… 내가 겁에 질리면 언니가 자주 부르던 말투였어요.”그녀는 시선을 떨구었다.“자오밍아, 라는 그 억양. 한국어로 번역하면 똑같아 보여도…그 당시의 말투는, 지금의 내가 따라 할 수도 없고… 누구에게도 들려준 적 없어요.”강혁은 그녀의 말에 집중하며 그녀의 시선이 닿지 않는 지점을 바라보았다.그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천천히 굳어갔다.그러나 그는 조심스러웠다.희망을 건드리기에도, 절망을 자극하기에도지금의 그녀는 너무 위험한 상태였다.“결정적인 건…”수진이 이어 말했다.“언니가 마지막에 쓰러질 때
Última atualização : 2026-05-14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