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한 채 멈춰 있었다. 묘하게 기울어진 정적이 둘 사이를 감싸고 있었고, 그 정적은 마치 오래전부터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는 듯, 천천히, 깊게, 소리 없이 침투했다. 수진은 문틀을 잡은 채 겨우 숨을 삼켰다. 울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울어버리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울음이 터져버리면 이 감정의 결이 무너질 것 같았다.지금은 무너지면서도 이상하게 살아 있는 그런 날카롭고 연약한 감정의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문 너머에서 강혁의 숨소리가 아주 얕게 내려왔다. 그 숨은 낮고 굵어서, 한 번 들릴 때마다 마음이 묘하게 덜컥거렸다. 수진은 그 숨소리에 이상한 위로를 느끼면서도 동시에 벼랑 끝에 선 것처럼 떨렸다. 자신이 해야 할 말들이,하지 말아야 할 말들이, 서로 얽혀 어느 쪽을 택해도 아플 뿐인 결로만 남아 있었다.“…언니는 그렇게 말했어요.”수진이 겨우 입을 열었다. 목이 말라 바람이 긁히는 소리가 났다.“당신은… 적이 아니라고. 그리고… 나는 진실을 오해하고 있다고.”문밖에서, 마치 큰 파도가 잠시 멈추는 것처럼 긴 정적이 흘렀다. 강혁은 그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분명 고통스러우면서도, 이상한 안도감이 섞인 복잡한 표정일 것이다. 그는 언제나 진실을 들었을 때 그런 얼굴을 했다. 숨길 수 없는 사람이었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그 점이… 수진을 점점 무너뜨리는 중이었다.“너무 늦었어.”그가 낮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그 담담함은 표면에만 있고, 말 끝에는 미세하게 흔들리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다.“늦어도요.”수진의 목소리가 흔들렸다.“이제는… 알아야 했어요.”그녀는 손바닥을 문에 붙였다.그 차가움이 손목을 타고 팔까지 올라왔다.“나 혼자… 잘못된 세계 속에서 싸우고 있었던 것 같아요.”그 말은 고백이자, 항복이자, 자기 비난이었다.그동안 자신이 흔들어온 감정들, 잘못 향한 증오, 오래전부터
Última atualização : 2026-05-12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