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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비밀번호의 존재

مؤلف: 데이지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6-11 11:39:46

화면 속, 수민의 얼굴은 선명하지 않았다.

마치 어두운 방의 한쪽 구석,

라디오 불빛 하나에 의지해 녹음을 남기는 사람처럼

그녀의 윤곽은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흔들렸고,

목소리만이 이 공간의 모든 진실을 대신해 말해주고 있었다.

“…혹시 이 기록을 듣는 사람이…”

수민의 호흡이 살짝 흔들렸다.

“…혁 씨라면… 미안하다고, 꼭 전해줘요.”

강혁의 손등이 미세하게 떨렸다.

흐르는 시간은 현재였지만, 그의 표정은 완전히 과거에 갇힌 사람처럼

그때와 지금 사이에서 억누르던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 경직되어 있었다.

수진은 숨을 참은 채 화면만 바라봤다.

언니의 목소리는 너무 익숙하면서도, 너무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녀는 손을 허벅지 위로 올려놓았다.

겨우 흔들리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수민의 목소리가 조금 더 또렷해졌다.

“그리고… 멍멍이.”

수진의 눈동자가 번쩍 흔들렸다.

그건 한 번도 외부에서 부르지 않던,

오직 둘만이 있을 때만 쓰던 은어였다.

‘멍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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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여친은 린자오밍!   237. LZM KEY

    밤이 깊어질수록 바깥의 공기는 차가워졌지만, 지하실 내부는 오히려 숨이 막힐 만큼 뜨거웠다. 긴장 때문이 아니라, 마침내 모든 실이 하나의 매듭으로 모이는 것을 서로의 몸이 먼저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혁, 수진, 백사, 그리고 흑거미. 서로 다른 복수와 책임과 죄책감을 안은 네 사람이, 같은 좌표를 바라보는 순간이었다.좌표가 표시된 패널은 오래된 장치처럼 묵직하게 깜빡거렸다.“LZM KEY ACCESS - PENDING”그 기계적인 문장 하나가 지금 이 자리의 감정들을 모두 가로지르고 있었다. 마치 인간의 고통이나 상처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어떤 문을 열기 위해 필요한 숫자나 이름을 요구하는 차가운 시스템처럼. 그러나 그 속에 걸린 ‘LZM’이란 세 글자는 너무도 인간적인 의미로, 너무도 개인적인 무게로 수진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수진은 그런 화면을 한참 동안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아무도 그녀를 재촉하지 않았다.그녀가 움직이기 전까진, 이 방 안에서 다음으로 흘러갈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강혁은 그녀가 서 있는 위치까지 걸어와 머뭇거리는 대신,조심스레 그녀 옆에 섰다. 그의 손등이 아주 가볍게 그녀의 손등을 스쳤다. 잡으려는 의도도 붙잡아두려는 의도도 없이. 단지 여기 있다는 걸 알려주는 가장 인간적이고 담백한 접촉이었다.“네 탓이 아니야.”그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수진은 그 말에 고개를 흔들지도, 동의하지도 않았다.“그건 지금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그녀의 목소리는 낮되 단단했다.“언니가 왜 죽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지금 알았으니까. 이제 더는 흔들리지 않아.”흑거미가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그녀는 수진에게서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그것이 오히려 그녀를 오래 침묵하게 만들었다.“네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게 있을 거야.”흑거미가 낮게 말했다.수진은 그 말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더 많아도 좋아. 지금은 이 문을 열어야 하니까.”백사는 패널 쪽

  • 내 여친은 린자오밍!   236. 비밀번호의 존재

    화면 속, 수민의 얼굴은 선명하지 않았다.마치 어두운 방의 한쪽 구석, 라디오 불빛 하나에 의지해 녹음을 남기는 사람처럼그녀의 윤곽은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흔들렸고,목소리만이 이 공간의 모든 진실을 대신해 말해주고 있었다.“…혹시 이 기록을 듣는 사람이…”수민의 호흡이 살짝 흔들렸다.“…혁 씨라면… 미안하다고, 꼭 전해줘요.”강혁의 손등이 미세하게 떨렸다.흐르는 시간은 현재였지만, 그의 표정은 완전히 과거에 갇힌 사람처럼그때와 지금 사이에서 억누르던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 경직되어 있었다.수진은 숨을 참은 채 화면만 바라봤다.언니의 목소리는 너무 익숙하면서도, 너무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그녀는 손을 허벅지 위로 올려놓았다.겨우 흔들리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수민의 목소리가 조금 더 또렷해졌다.“그리고… 멍멍이.”수진의 눈동자가 번쩍 흔들렸다.그건 한 번도 외부에서 부르지 않던,오직 둘만이 있을 때만 쓰던 은어였다.‘멍멍이.’연변 골목에서 놀던 어린 자매가 멍멍이 경찰놀이를 할 때 만들었던 암호.“우리 둘만 아는, 위험할 때 쓰는 표시.”수민은 그 단어를 꺼내는 순간, 아주 작은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 미소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절벽이 서 있었다.“멍멍이… 듣고 있지? 네가 나 대신 살아야 해.”수진은 입술을 깨물었다.피 맛이 살짝 올라왔다.그녀는 승복을 강요당하던 어린 시절처럼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기 위해,지금 내면을 토해내지 않기 위해 모든 얼굴근육을 고정했다.수민이 말을 이었다.“내가 지금… 누구한테 들켰어. 근데… 너까지 가져가게 할 수는 없어.”그 말이 끝날 때 화면이 잠시 흔들렸다.누군가 수민의 팔을 잡아끌거나, 전화기를 들고 있던 손이 부딪힌 듯한 움직임.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낮고 무거운 남자의 숨소리.백사가 들이쉰 숨을 삼켰다.수진의 시선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다음 순간, 수민이 마지막으로 입술을 떼는 모습이 화면에 가까스로 잡혔다.“멍멍이… 절대,

  • 내 여친은 린자오밍!   235. 격리실의 문이 열릴 때

    지하로 내려가는 첫 계단을 밟을 때, 수진은 발끝 아래에서 전달되는 금속의 울림을 들었다.무게가 실릴 때마다 계단 전체가 낮고 묵직한 진동을 냈고, 그 진동은 바닥을 통해 그녀의 종아리를 타고 올라와 심장 언저리에까지 잔상처럼 남았다.그 울림은 두렵다기보다, 오래 숨겨졌던 어떤 곳으로 끌려가는 촉감에 가까웠다.그녀가 지금 내려가고 있는 위치는 ‘함정’이면서도 동시에 ‘진실’이 묻혀 있는 장소였다.강혁은 한 계단 아래에서 손전등을 비추며 조심스레 움직였다.그는 수진보다 먼저 한 발짝 내려가며, 혹시라도 그녀 발밑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그가 걱정하는 방향이 늘 그녀를 향해 있었다는 사실을 수진은 느꼈다.그 느껴지는 마음 때문에 숨이 순간적으로 서늘해지고, 동시에 아릿해졌다.그녀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누군가의 걱정’을 느끼는 존재가 된 적이 있었나 생각했다.연변의 밤에도, 사기의 훈련장에서도, 진짜 가족이 사라진 뒤에도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저렇게 조심스레 손을 내미는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지하의 공기에는 먼지가 많았지만, 오래된 먼지 냄새가 아니라전원이 막 들어온 장소에서 풍기는 금속 냄새와 기계의 발열이 섞인 냄새였다.수진은 그 냄새가 불길했지만, 동시에 확신을 주는 무언가처럼 느껴졌다.누군가가 남긴 ‘흔적’은 반드시 이 냄새와 함께 존재한다.그 사실을 그녀는 오래전에 배웠다.계단을 다 내려왔을 때, 지하 공간 전체가 모습을 드러냈다.기계의 축이 천천히 돌아가며, 마치 살아 있는 심장처럼 일정한 박자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었고,벽면을 따라 설치된 패널들은 오래된 장치 같으면서도 치밀하게 손질된 흔적이 남아 있었다.배신구가 이곳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집착을 들였는지,그 집착이 얼마나 일관된 악의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는지 단번에 느껴졌다.수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중앙의 격리실로 향했다.손바닥만 한 칩이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고,그 불빛은 언뜻 보면 단순한 전원 표시처럼 보였지만 그녀에게는 전혀 다르게 느껴

  • 내 여친은 린자오밍!   234. 마지막 조각

    형체의 가면이 벗겨지고, 금속성 얼굴이 드러난 그 순간부터 폐가의 공기는 완전히 달라졌다.마치 누군가가 지하에서 오래 숨죽이고 있다가 결계가 풀리자마자 숨을 내뱉는 것처럼,바닥 아래에서 올라오는 바람에는 차갑고 기계적인 냄새가 섞여 있었다.수진은 이제야 온전히 그 냄새가 낯설고, 불길하고, 인간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했다.그러나 그녀는 그 냄새보다 더 오래 익숙했던 향기를 떠올렸다.눈을 감으면 수민의 체취가 떠올랐고,그 체취와 눈앞의 기계 냄새가 얼마나 다르다는 사실이 그녀를 오히려 차분하게 만들었다.“저건… 언니가 아니야.”그녀는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말했다.그 말은 자신에게 주는 주문이었고, 빠져들지 않기 위한 매듭이었다.형체의 금속성 입이 또다시 움직이며 녹음된 음성을 반복했다.“…멩… 메이… 가지… 마…….”그러나 이제 그 소리는 더 이상 그녀를 끌어당기지 않았다.그 소리는 그저 누군가의 악의가 조각 내어 만든 잔해였고,지난 시간을 잔혹하게 흉내 낸 비열한 모조품에 불과했다.강혁이 수진의 앞에 서며 형체를 밀어냈다.금속 몸체는 인간의 무게와 비슷했지만, 움직임은 생명 없는 각도였다.그것은 공격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고,그저 정해진 궤도 안에서 움직이는 장치의 일부였다.하지만 문제는 그 장치의 ‘전체’가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지하에서 낮고 묵직한 진동이 다시 한번 울렸다.이번엔 금속판 전체가 내려앉는 듯한 소리였고, 그 소리와 함께 공기가 다시 바뀌었다.지하로부터 올라오는 바람이 더 강해졌고,바람 속에는 전선이 타며 서서히 열을 띠는 냄새와기계 장치가 작동 준비에 들어간 특유의 발열 냄새가 섞여 있었다.백사가 낮게 말했다.“모터가 돌아가고 있다. 지하실 본체가 열릴 준비를 하는 중이야.”흑거미는 지하 구멍 가장자리로 다가가 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폐가 아래의 구조는 오래된 건물이 가진 단순한 구조가 아니었다.배신구가 과거 여러 임무지에 설치하던 방식과 매우 흡사했다.

  • 내 여친은 린자오밍!   233. 수민의 얼굴을 벗기는 손

    지하에서 올라온 형체의 움직임은 ‘사람’의 걸음과 닮아 있었지만, 아주 미묘한 지점에서 인간과 어긋났다.발목이 조금 더 꺾여 있고, 어깨의 움직임이 틀렸으며, 고개가 저절로 기울어지는 각도가 살아있는 자가 내는 불균형이 아니라 따라 하려다 어긋난 흉내였다.그러나 그 어긋남 속에서도, 얼굴만큼은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더 참혹했다.수진은 숨을 고르며 형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눈앞의 형체는 피 묻은 셔츠를 축 늘어진 채 끌고 있었고,어둠 속에서 깜빡이는 조명이 형체의 얼굴을 비출 때마다,그 얼굴의 미세한 떨림까지 ‘그날의 언니’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그 얼굴이 말을 했다.“…멩… 메이…… 언니… 여기 있어…”그 목소리에는 살려달라는 기척도, 미련도, 고통도 없었다.오직 ‘기억을 흔들기 위한 흉내’만이 있었다.수진의 입술이 떨렸다.그 떨림이 공포 때문인지, 그리움 때문인지, 죄책감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도망치지 않았다.지금만큼은 이 상처를 외면하면 안 된다는 걸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강혁은 수진을 보호하려는 듯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수진. 보지 마. 저건 네 언니가 아니야. 절대.”그러나 수진은 강혁의 손을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놓았다.놓는 손의 감촉이 너무 부드러워서, 강혁은 저항하지도 못했다.수진은 형체를 향해 걸었다.그 발걸음은 흔들렸지만, 그 흔들림 속에 단단한 의지가 있었다.“언니…”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았지만, 폐가 안에서 울리는 금속음보다 선명했다.“…그날… 마지막으로 뭐라고 말하려고 했었어?”형체는 수진이 가까워지는 만큼 팔을 더 뻗었다.그러나 그 팔은 ‘잡아주기 위한 손길’이 아니라,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이는 장치의 팔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얼굴이 너무나 익숙했다.너무나 사랑했고,너무나 지키고 싶었고,너무나 미안했던 사람의 마지막 얼굴.수진은 마침내 형체의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형체가 말한다.

  • 내 여친은 린자오밍!   232. 마지막 경계선

    강혁의 손이 수진의 손목을 움켜쥐고 위로 강하게 당겼다.순간, 그녀의 몸은 흔들리며 위쪽 세계로 끌어올려졌고, 아래로 꺼져 내려가는 바닥판은 마지막 ‘철컥’ 소리를 내며 완전히 사라졌다.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구멍이 있었던 것처럼 어둠만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수진은 강혁의 팔에 붙들린 채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지만, 심장은 여전히 지하로 떨어지는 것처럼 요동쳤다. 숨을 내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바닥이 사라진 그 공간에서 위로 올라오는 냉기가 폐가 전체를 감싸며 퍼졌다.그 냉기에는 오래된 장소만이 품을 수 있는 곰팡내와, 인간의 흔적이 사라진 뒤 남는 묘한 공허가 섞여 있었다.그러나 그 무기질한 공기 속에서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그 어둠 아래엔 ‘무엇인가’가 있었다.수진은 강혁의 손에 이끌려 뒤로 물러나면서도 지하 구멍을 바라보았다.여진의 얼굴을 한 그림자는 구멍 쪽으로 움직이지 않았고, 오히려 꺼진 바닥 앞에서 멈춰 섰다.그 움직임이 마치 ‘여기가 마지막 경계선’이라고 말하는 듯했다.백사가 조용히 말했다.“…저 아래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흑거미가 천천히 걸음을 내딛으며 바닥의 경계를 살폈다.“도피용 공간이거나, 인력 회수 구역. 배신구가 예전부터 만들어 두던 시스템일 가능성이 크네.”강혁은 수진을 살피며 낮게 중얼거렸다.“…너 잡으려고 만든 트랩이라는 건 확실해졌다.”수진은 떨리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근데… 왜 나야? 왜 굳이 언니의 얼굴을 하고… 나를 끌어가려 하는 거야.”흑거미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멩메이, 네가 아직도 모르겠구나. 배신구는 네가 가진 가장 깊은 상처를 알고 있어.그리고 상처는 곧, 누군가를 움직이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지.”수진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내 상처를… 이용하려고 했다고?”“그래. 강혁도 마찬가지고.그 사람은 네 두 사람을 ‘서로의 약점으로’ 엮어둔 거야. 뗄 수 없게, 벗어날 수 없게.”강혁은 그 말에 입술을 꽉 다물었다.그의 눈빛은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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