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더 덧붙일 말도 떠오르질 않았다.그저 손맵시를 타고 흐르는 심장박동을 온몸으로 느끼며 반촌 안쪽으로 가는 길을 말없이 따를 뿐이었다.길을 걷는 것인지, 아니면 이 여인을 호위하는 것인지 목적의식 자체가 불분명해졌다.언제부턴가 눈앞을 살피기보다, 옆의 어리가 발 디딜 곳을 잘 찾고 있나 먼저 신경쓰는 것이 여간 괴이한 일이 아니었다.철벅-철벅-그렇게 진흙 밟는 소리를 내던 두 사람이 반촌 안쪽에까지 들어왔다.초가집에 마루, 디딤돌과 담벼락이 마방진(魔方陣)처럼 널려있어 어디서 들어오고 어디로 나가는 것인지 짐작이 어려웠다.방금 그들이 어떤 입구에서 진입해온 것인지도 헷갈릴 정도니 그야말로 거미줄 속에 갇힌 벌레 꼴이었다. 실외에서도 답답하게 숨이 막힌다는 것을 잘 알려주는 곳이었다.그러나 천우를 더 숨 막히게 만드는 원인은 따로 있었다.다름 아닌, 골목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험상궂은 사내들이었다.하나같이 건장한 장정들인데다, 무거운 것을 짊어지거나 나르는 사이에 거적 떼기 같은 옷가지가 휘날리는데, 그 사이로 내비치는 몸집이 단단하고 거칠었다.어느 푸줏간에서는 단상 위에 뜨끈한 피륙을 한 덩어리 올려놓고 팔뚝만한 무쇠칼로 갈비짝을 슥슥- 끊어내는데, 고기 잘라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수틀리면 단번에 목줄기를 갈라버릴 것 같다고 할까.고기를 나르거나, 곡식창고를 정리하거나 등등 생업에 바쁜 반인들도 보였지만, 대개는 반촌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천우와 어리 둘을 흘깃거리며 관심을 보였다.‘여기까지 뭐 하러 왔느냐’ 경계하는 표정은 기본이었다.게다가 젊은 두 남녀가 손까지 잡고 거닐고 있으니,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더욱 당연지사였다.“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천우가 소리죽여 말했다.“한 번씩은 저희를 다 쳐다보고 가시는군요.”“반촌 사람들이 보통 그러하답니다.”어리가 가쁜 숨을 내쉬며 대답했다.방금 커다란 돌을 발판 삼아 진흙 세례를 피한 후였다.“외지인이 여기까지 들어오는 경우가 흔치 않으니까요.”
Last Updated : 2026-04-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