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판타지 / 붉빛미르 / Chapter 81 - Chapter 90

All Chapters of 붉빛미르: Chapter 81 - Chapter 90

94 Chapters

동행 (2)

천우가 돌아보았다. “자네가 말인가?”“그래. 아무래도 포청은 내 전문이고, 마용이라는 이름도 알고 있는 이상 금방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네. 게다가 어리님 말씀을 들어보니……” 이포교가 흘끗 어리를 쳐다보고선 말을 이었다. “나는 반촌에서 함부로 이것저것 캐고 다닐 수는 없을 것 같아서 말일세. 아무래도 얼굴이 덜 팔린 천우 자네가 가는 것이 낫지 않겠나?”“그건 그렇네만……”“물론 나도 옆에서 어리님과 햇병아리 포교 자네를 돕고는 싶은 마음이 굴뚝같네. 하지만 말이야.” 이포교가 문득 목소리를 죽였다. “포장 영감 방에서 목걸이가 불타 없어지지 않았나? 나도 살면서 그런 광경은 처음 보았지. 뭐라고 말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사람의 이해를 넘어서는 고차원적인 뭔가가 뒤에 있는 것 같네.”“자네. 정녕 그리 생각하는가?”“지운 영감에게서 얘기를 들은 이후로 나도 세상 보는 눈이 좀 바뀌었다네. 기우사라는 조직이 있지를 않나, 또 실제로 마른하늘에서 비도 내리지 않았던가? 앞으로 또 어떤 기상천외한 사건이 발생할지 모를 일이지. 암. 그렇고말고.” 이포교는 자기 자신이 꺼낸 말에 납득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얼른 둘로 나뉘어 그 노비를 찾고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네. 이상한 직감이 든단 말이지. 서둘러 그 노비를 찾아 목걸이에 얽힌 사연을 파헤쳐야 할 것 같은……”“왠지 모르게 자네 오늘 정말 포교다운 모습을 보이는군.”“어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1
Read more

동행 (5)

“……”어떻게 더 덧붙일 말도 떠오르질 않았다.그저 손맵시를 타고 흐르는 심장박동을 온몸으로 느끼며 반촌 안쪽으로 가는 길을 말없이 따를 뿐이었다.길을 걷는 것인지, 아니면 이 여인을 호위하는 것인지 목적의식 자체가 불분명해졌다.언제부턴가 눈앞을 살피기보다, 옆의 어리가 발 디딜 곳을 잘 찾고 있나 먼저 신경쓰는 것이 여간 괴이한 일이 아니었다.철벅-철벅-그렇게 진흙 밟는 소리를 내던 두 사람이 반촌 안쪽에까지 들어왔다.초가집에 마루, 디딤돌과 담벼락이 마방진(魔方陣)처럼 널려있어 어디서 들어오고 어디로 나가는 것인지 짐작이 어려웠다.방금 그들이 어떤 입구에서 진입해온 것인지도 헷갈릴 정도니 그야말로 거미줄 속에 갇힌 벌레 꼴이었다. 실외에서도 답답하게 숨이 막힌다는 것을 잘 알려주는 곳이었다.그러나 천우를 더 숨 막히게 만드는 원인은 따로 있었다.다름 아닌, 골목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험상궂은 사내들이었다.하나같이 건장한 장정들인데다, 무거운 것을 짊어지거나 나르는 사이에 거적 떼기 같은 옷가지가 휘날리는데, 그 사이로 내비치는 몸집이 단단하고 거칠었다.어느 푸줏간에서는 단상 위에 뜨끈한 피륙을 한 덩어리 올려놓고 팔뚝만한 무쇠칼로 갈비짝을 슥슥- 끊어내는데, 고기 잘라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수틀리면 단번에 목줄기를 갈라버릴 것 같다고 할까.고기를 나르거나, 곡식창고를 정리하거나 등등 생업에 바쁜 반인들도 보였지만, 대개는 반촌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천우와 어리 둘을 흘깃거리며 관심을 보였다.‘여기까지 뭐 하러 왔느냐’ 경계하는 표정은 기본이었다.게다가 젊은 두 남녀가 손까지 잡고 거닐고 있으니,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더욱 당연지사였다.“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천우가 소리죽여 말했다.“한 번씩은 저희를 다 쳐다보고 가시는군요.”“반촌 사람들이 보통 그러하답니다.”어리가 가쁜 숨을 내쉬며 대답했다.방금 커다란 돌을 발판 삼아 진흙 세례를 피한 후였다.“외지인이 여기까지 들어오는 경우가 흔치 않으니까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3
Read more

여우의 굴 (1)

“얼굴이 좋아 보이십니다.” 어리가 조금의 동요도 없이 그저 안부만을 물어왔다.이미 정맹차의 희롱에는 익숙하다는 듯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뭐, 덕분이외다.” 정맹차가 악의 없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갓을 살짝 잡아 내리고 인사했다. “요즘은 반촌 밖도 태평성대라, 딱히 먹고 사는데 어려울 것이 없기에.”“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허허, 그렇다고 낭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아무 일도 없는 것은 아니지. 높으신 분의 애첩께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일을 나는 피부를 통해 몸소 겪고 있기에.”“정맹차님의 사업에 어찌 저 따위가 말을 얹겠습니까? 그저 하루하루 무탈하시기를 바랄뿐입니다.”“이러니 내가 낭자를 탐을 내는 것이외다. 그대처럼 내 앞에서도 당당하고 콧대 높게 서 있을 수 있는 계집은 천하에 몇 없기에.” 정맹차가 담백하게 중얼거렸다.말투가 상당히 묘한 남자였다. 꼭 저잣거리 강창사(講唱師)들이 이야기 들려주듯 말을 끝맺는 버릇이 있었다. “흠.” 정맹차의 눈이 천우에게로 향했다.반쯤 감은 실눈 속에서도 꿰뚫어보는 듯한 구석이 있었다. “이쪽은 또 뉘신지?”“정맹차님께 긴히 문의할 일이 있어 동행한 제 일행입니다.” 어리가 대답했다. “이 몸에게 문의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5
Read more
PREV
1
...
567891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