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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붉빛미르: Chapter 61 - Chapter 70

94 Chapters

불의 조종 (2)

  과연 무엇에 홀렸다는 말인가? 수상하다면 수상하다고 할 수 있는 사건의 연속이었으나, 붉빛미르나 기우사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정확히 알아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아니, 애초에 불과 물을 다루는 기이한 존재들을 사람의 눈으로 탐구한다는 것이 허황된 일일지도 몰랐다. 대화재, 검은 연기, 짐승의 울음소리, 홀린 방화범들. 그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기이한 파편들.일견 관련없어 보이는 이 파편들을 하나로 꿰어낼 만한 연결고리가 필요했다. ‘차라리.’ 천우가 침을 꿀꺽 삼켰다. ‘대화재에서 살아남았던 생존자를 찾아 도움을 구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군.’ 그게 최선일 성싶었다.무엇보다, 2년 전의 대화재를 직접 몸으로 겪었던 장본인의 증언이 필요할 듯했다. ‘내가 하릴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들 중에, 2년 전 대화재를 겪었던 사람이라면…….’ 주상전하? 아니었다.지운 영감? 기우사의 수장이지만 친구 만나듯 뵐 수 있는 분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포교뿐이군.’ 그러다 불현듯, 또 한사람이 떠올랐다. ‘어리.’ 불쑥 그 이름이 생각났다.어리 또한 그 불지옥을 겪었다고 했으니, 분명 도움이 될 것이었다.물어볼만한 사람이 한집에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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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청으로 가는 길 (1)

포청으로 향하는 길은 복잡했다.행인들을 지나 좁게 뻗은 골목을 몇 개 통과하다보니, 제법 널찍한 공터가 나왔고 그곳에서 다시 동쪽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한양의 중심부로 더욱 가까워지는 길이었다. “그 곰보놈 말일세.” 한발 앞서 걷던 이포교가 문득 입을 열었다. “아까 내가 유명한 놈이라고 말했던 것 기억하나?”“기억하네.” 천우가 대답했다.손에 익은 창포검 대신에 옷 밑에서 달랑거리는 환도가 제법 거슬렸다. “꽤나 골치 썩이는 놈이었나 본데.”“그래. 놈은 이름난 범죄자야.” 이포교가 중얼거렸다. “천우 자네는 모르겠지만, 자네가 처음 곰보에게서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솔직히 조금 기뻤다네.”“기뻤다고?”“곰보 놈이 나타났다는 것 때문에 말일세. 이 바닥에서 자질구레하게 악명을 떨치면서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놈이었거든.” 이포교는 그리 말하면서도 혹시 골목 어귀에서 곰보 비슷한 놈이 나타나지를 않나 살피는 눈치였다.말마따나, 한양의 수사기관을 성가시게 만든 협잡꾼임은 분명해보였다. “그런데 그 곰보가 금화도감하고는 무슨 관련이 있나?” 천우가 물었다. “내가 겪은 곰보는 칼 쓰고 협박하는 강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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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청으로 가는 길 (2)

 포청 앞은 아무래도 하는 일이 하는 일이라 그런지, 분위기부터 사뭇 달랐다.높은 누각은 지나다니는 이들을 감시하는 듯했고, 두꺼운 벽과 지붕은 공기를 무겁게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뭔가 죄를 짓지 않았어도 이 앞에만 서면 식은땀이 날 것만 같았다.그만큼 포청이라는 장소가 가진 무게는 다른 관청과는 대조적이었다. “들어가세.” 천우가 머뭇거리고 서 있자, 이포교가 채근했다.천우는 조금은 가라앉은 발길로 포청 본사로 들어서는 돌계단을 올라갔다. 크고 넓은 연무장 같은 마당을 중심으로 여러 건물이 4방향으로 에워싸듯 나 있어, 바깥보다도 더 압도적인 풍경이었다.바닥을 덮고 있는 거친 모래, 기름을 발라 반질반질하게 관리되고 있는 형틀 등등에서부터 죄를 짓고 들어온 이상, 곱게 내보내지는 않겠다는 무언의 협박 같은 것이 전해져왔다.언제 추국이 끝났는지 말라붙은 핏자국 같은 것이 새끼줄과 사슬에 찐득하니 묻어 있는 풍경은 살벌하기까지 했다. “누가 장(杖)을 한 10대는 맞았나보군.” 마당을 지나치던 이포교가 흘깃 보고 하는 소리였다.때마침 한 무리 포졸들이 마당에 놓여있던 거적때기를 치우고 있어 그 신뢰감은 더했다. “저 정도면 적어도 양반집 쌀이나 피륙 정도 훔친 놈일 걸세. 일개 도둑이 아니지.”“거적때기 흔적만 봐도 그걸 아는가?”“대충 짐작할 정도지.” 이포교가 어깨를 으쓱했다. &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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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은 목걸이 (1)

“금화도감의 이영기 포교와 백천우 포교입니다.” 이포교가 공손하게 자신들을 소개했다. “압류품 관찰을 하는 날이라 방문하였습니다. 아울러 포장영감께 문안을 올릴까 합니다.”“이포교였군. 그리고 새로 왔다는 포교도 함께인건가?”“그렇습니다. 영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들어오게.” 굵은 목소리가 그리 대답했다. 이포교가 천우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조심조심 문을 열었다. 스윽- 하고 열리는 문소리가 칼 가는 소리처럼 살벌하게 울렸다.어두운 방안의 형세가 눈으로 들어오는 순간, 천우는 뜻밖에도 방안 공기가 무척 뜨겁다는 느낌을 받았다. 햇빛이 많이 들지도 않았는데 별일이었다.여름날이라 군불을 뗄 리도 없는데 희한했다. 방의 중앙, 커다란 책상이 정 가운데에 놓여있고 상석에 한 사내가 앉아있었다.주름이 깊게 팬 얼굴은 고집이 있어보였고, 꽤 왜소한 상체에 비해 관복 아래로 풍겨오는 무인(武人)의 기상은 몸집 갑절 이상은 되어 보였다. 이 사람이 바로 포도대장 정연복이었다.사실상 천우가 만나본 한양 인물 중에 주상전하 다음으로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었다. “강녕하셨습니까.” 책상 앞으로 다가간 이포교가 허리를 수그리며 인사했다. “잘 지냈는가.” 정연복도 그런 이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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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검 (2)

그리고 원형의 충격파가 터져 나와, 백사성을 옆으로 튕겨내버렸다. “…….” 백사성의 불타는 눈이 천우를 노려보았다.눈동자가 없어, 정확히 어디를 보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틀림없이 천우의 왼팔을 주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불은 물로 막는다.’ 천우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백사성을 향해 돌아섰다.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무언가를 조용히 양손으로 붙잡고 백사성에게로 겨누었다. 검세(檢勢)였다.천우의 손에도 백사성과 마찬가지로 한 자루의 검이 들려있었다. 손에 익은 창포검과 비슷한 길이에, 칼날이 더 넓은 것이 포교에게 지급된다던 환도와 비슷하였으나 칼자루나 코둥이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영롱하고 특별했다.금속이나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천우의 검 또한 푸른 기운이 불길처럼 일렁이고 있었다.그러나 백사성의 검처럼 위험하고 사악해보이지는 않았다. 물로 만들어진 검……. 바로 그것이었다.천우는 물결로 벼려진 신비한 무기를 꺼내든 것이었다. 백사성의 불의 검에 대항하여. “죄송합니다.” 천우가 검 끝을 백사성에게로 향한 채로 덤덤히 말했다. “제가 아버님께 큰 불효를 저지를 것 같습니다.”&ldq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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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연기 (1)

‘검은 연기?’천우가 뜻하지 아니한 광경에 아연하여 중얼거렸다.‘어째서 여기서 연기가 솟는단 말인가?’불과 물이 닿은 곳에서는 검은 연기가 솟을 수가 없었다.오로지 불이 붙은 나무나 짚단 따위에서나 검은 연기가 솟는 법이었다.그런데 불과 물이 맞닿은 부분에서,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흑연(黑煙)이 발생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았다.“……”백사성도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눈치 챈 듯했다.갑자기 펄쩍- 뒤로 뛰어 천우와 거리를 벌렸다.거둬들인 칼날에서 잠시 연기가 피어오르다가, 이내 아지랑이처럼 잦아들었다.“물빛……”백사성이 중얼거렸다.그러면서 칼을 머리 위로 바짝 치켜들었다.개선장군이 병사들 앞에서 독려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였다.“찾았…… 도다…… 물빛……”백사성이 치켜든 불의 칼을 원형으로 휙휙- 젓기 시작했다.칼이 한 바퀴 돌때마다, 주변 공기 전체가 그쪽으로 빨려 들어가듯 거대한 바람소리가 들려왔다.‘뭐지?’천우가 방어 자세를 취한 채로 백사성이 하는 양을 살폈다.백사성의 머리 위가 불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불이…… 모이고 있어?’백사성이 칼을 돌리면서 거대한 불덩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촛불만 하던 불똥이 모닥불처럼 커지더니, 이내 기와집을 한번에 녹여버리고도 남을 거대한 화구(火球)로 자라났다.저기 스치기만 해도 뼈가 새까맣게 타버릴 것이었다.불덩이가 금방이라도 천우를 향해 덮쳐들 것처럼 넘실거렸다.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화아아악-!!!!!백사성이 별안간 칼을 휘둘렀다.불덩이가 날아왔다.눈 깜짝할 새에 날아든 불덩이가 기이하게 요동치더니, 무언가의 형상으로 뒤바뀌기 시작했다.불덩이에서 눈이 솟고, 발톱이 솟고, 이빨이 솟았다.잡아먹을 것처럼 짓쳐드는 그것은 마치……‘붉빛미르.’용의 머리가 새빨간 혀를 날름대며 천우의 눈앞을 덮쳤다.용이 날아들고 있었다.나를 집어삼키겠다는 악의(惡意)만이 가득한 채로.‘먹히지 않겠다.’붉은 용의 눈과 마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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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불타는 (1)

“붉빛미르…… 라고요?”천우가 숨통이 조이는 와중에도 억지로 소리를 짜냈다.“그리고 뱃속…… 이라니요? 그게 무슨……”“붉빛미르가 일생의 숙적을 찾기 위해 만든 함정이다. 여기는 붉빛미르가 만들어낸 공간. 이곳에서 무슨 변고가 일어나면, 붉빛미르에게 감지가 된다. 그러니……”백사성은 그리 말하다 말고, 눈살을 찌푸렸다.이를 꽉 깨무는 것을 보니 어딘지 모르게 괴로운 듯했다.백사성이 한탄하듯 중얼거렸다.“내가 지금 네게 이걸 알려준다 해도 무슨 소용이겠느냐? 천우 너는 붉빛미르가 무엇인지도 모를 터인데……”“아, 알고 있습니다. 대충은……”천우가 마른 침을 삼키며 웅얼거렸다.백사성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붉빛미르를 안다?”“네. 태종 대왕께 깃들었던 사악한 용이라고. 그리고 그 숙적으로 물빛미르가 있다고……”“물빛미르까지? 천우 네가 어떻게……”백사성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그러나 천우가 자초지종을 채 말하기도 전에, 백사성의 손가락이 뜯어낼 듯 천우의 목줄기를 조였다.“끄윽……”“네가 두 미르에 대해 알고 있다면 되었다.”백사성이 천우를 잡아챈 채로 세게 밀어내기 시작했다.천우를 어딘가로 끌고 가려는 듯 했다.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것인지, 천우가 버둥거릴 틈조차 주질 않았다.“길게 얘기할 시간이 없다.”백사성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붉빛미르가 곧 돌아올 것이다. 그게 천우 너를 알아보면 모두 끝장이다. 어서 여기서 나가야해. 한시라도 빨리……”“아버님……”“너는 나를 찾아와서는 안 되었다. 나는 2년 전에 붉빛미르에게 붙잡혔어. 그리고 고문당했다. 나를 찾으려는 모든 이들의 소재를 밝히라면서 말이야. 버티고 또 버텼다. 불이 들어와도 끝까지 버텼다. 몸과 마음을 조종하는 불에도 굴하지 않았어.”백사성이 더욱 거칠게 천우를 밀쳐갔다.낭떠러지의 끄트머리에 이른 것처럼, 몸 한쪽이 어딘가로 쏠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런데 네가 나를 찾아왔어.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백사성의 목소리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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