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의정 황희 대감이시라고?”천우가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산속에서 살 때도 황희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 있었다. 주상전하의 오른팔로, 비단 주상전하뿐 아니라 상왕 전하 때에도 중신으로 활약했으며 더 올라가면 태조대왕 시절부터 벼슬길을 걸었으니 가히 조선 땅 전체의 중역이라 할 수 있는 위인이었다.“그래. 우상 대감이 맞아.”이포교가 중얼거렸다.“몇 년 전에 잠깐 얼굴은 뵌 적 있었는데, 변한 것이 없으시군. 여전하셔.”“우의정께서 제례(祭禮)를 직접 보시기도 하는군.”“어쨌거나 반촌에서 행해지는 제사이니 말일세. 조정의 중신께서 계셔야 질서가 유지될 테니. 그리고 우상 대감께서 계시는 것을 보니, 이 제사가 무슨 제사인지 알 것 같네.”“뭔가?”“기우제(祈雨祭)야. 비를 바라는 제사가 틀림없네.”이포교가 옆머리를 긁적였다.의관을 정제한 것과는 다르게, 어딘지 모르게 긴장한 기색이었다.“그리고 십중팔구 그 패거리가 여기 있을 것인데……”“무슨 패거리 말인가?”이포교가 말하는 것조차 껄끄럽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풍수사라는 작자들일세.”“풍수사?”“풍수지리를 탐구하고 좋은 터를 잡아낸다는 서생들인데, 말이 풍수지리지 대부분 뜬구름 잡는 허장성세(虛張聲勢)에 불과하다네. 금화도감에도 가끔 방문하는데, 어디 땅을 파면 우물이 나오네, 거길 파헤치면 화가 미칠 것이네 쓸데없이 딴죽을 거는데, 그치들 대부분이 조정 높은 분들의 자제나 친인척이라 뭐라고 하기도 애매하다네.”풍수사라면 천우가 처음 한양에 도착했을 때, 관노들로 하여금 엉뚱한 물길을 파도록 명령했던 직종이었다.여기 와서 다시 그 이름을 듣게 될 줄이야. 예감이 좋질 않았다.“또 한 가지 알려주자면.”이포교가 첨언했다.“황희 대감이 여기 계시다면, 풍수사는 분명 저분의 사위 양반일 것이야. 성정이 거칠고 젠체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 아는 사람은 다 꺼리는 사람일세.”“그런데도 용케 우의정 대감 사위가 되었군.”“혼맥이 대단하다네. 형조판서의 장남이니. 서달이라는
Last Updated : 2026-04-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