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1061 - Capítulo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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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1화

창문 쪽에서 다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강유영은 입술을 꽉 깨물고 눈을 크게 뜬 채 창문 쪽을 주시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과 혹시 구하러 온 사람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뒤섞였다.창문이 천천히 열리며 희미한 빛이 스며들었다.곧이어 흐릿한 검은 그림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사내는 날렵한 동작으로 창문을 넘어 방 안으로 들어왔다.사내는 창문 앞에 가볍게 내려섰다.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어둠에 익숙해진 강유영은 사내의 형체를 확인한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크고 곧은 체격에 넓은 어깨. 누가 보아도 조원철의 모습이었다.하지만 그는 먼 지방으로 떠난다고 했다. 어떻게 갑자기 이곳에 나타났을까?그녀는 헛것을 본 것은 아닌지 눈을 세차게 깜빡였다. 하지만 체형이나 압도적인 분위기를 보나 틀림없는 조원철이었다.강유영은 긴장한 채 마른침을 삼켰다.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가 소리 없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서늘한 밤이슬의 기운과 익숙한 감송향이 훅 끼쳤다.조원철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강유영을 내려다볼 뿐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캄캄한 어둠 속이라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가녀린 인영과 창백하게 질린 뺨만 어렴풋이 보일 뿐이었다.강유영은 조원철이 경성을 비운 틈을 타 몰래 도망쳤다. 다시는 돌아가지도, 그를 보지도 않을 작정이었다.아무리 성미가 차분한 조원철이라도 이런 기만에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녀를 마주하고도 예전처럼 다정하게 대하지 않고 가만히 내려다보기만 했다."흡……."강유영은 진작에 조원철을 알아보았다.벅찬 기쁨과 밀려드는 공포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그녀는 간신히 이성을 붙잡고 소리를 내지 않았다. 문밖의 하인들이 눈치챌까 봐 두려웠다.뒤로 묶인 채였지만 강유영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습관처럼 그의 품에 안겼다. 단단하고 따뜻한 가슴에 뺨이 닿자 익숙한 체향과 함께 차분하고 힘찬 심장 박동이 들려왔다. 옷깃 너머로 그의 체온이 전해졌다.모든 감각이 지금 벌어지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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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한참이 지나자 품에 안긴 그녀의 떨림이 점차 잦아들고 간간이 흐느끼는 소리만 들려왔다.조원철은 창밖으로 스며드는 희미한 달빛에 의지해 손을 뻗어 그녀의 뺨에 흐른 눈물을 닦아주었다. 손끝에 축축한 물기가 닿았다.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갔다. 가라앉은 목소리에 짙은 분노가 서려있었다."실컷 울었느냐? 이제 네가 왜 이곳에 있는지 말해 보거라."그 말을 들은 강유영은 온몸이 굳었다. 그녀는 그제야 조용히 그의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조원철을 마주한 순간, 온갖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기쁨과 공포, 안도감에 휩싸여 미처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경성을 도망쳐 나왔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다. 다시는 돌아가지도, 조원철을 만나지도 않을 작정으로 나온 거였다.그런데 병주까지 와서 이렇게 위험한 처지에 놓인 채 그를 다시 만나고 말았다.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정작 그가 없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참으로 민망하고 당혹스러웠다.게다가 그의 말투를 보아하니 그녀가 몰래 도망쳤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그래, 이 사람이 모르는 일이 뭐가 있겠어.'조원철의 목소리에는 서늘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는 단단한 팔로 그녀를 끌어안고도 싸늘한 냉기를 풍기며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강유영은 덜컥 겁이 났다. 본능적으로 두 손을 뻗어 그의 단단한 가슴을 밀어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조원철은 강유영의 허리를 붙잡고 몸을 돌려 의자에 앉았다. 그러고는 가볍게 그녀를 들어올려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단단히 화가 났는지 어깨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강유영은 반사적으로 그의 옷깃을 잡으며 통증에 몸을 움츠렸다. 그러자 어깨를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이 풀리더니 아프게 잡았던 곳을 부드럽게 문질러주었다."계속 도망쳐 보거라. 왜 안 도망치느냐."조원철은 손을 놓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강유영과 거리를 두었다.목소리는 아주 낮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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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강유영은 순간 흠칫하면서도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품으로 깊이 파고들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나중에 어떻게 죗값을 치르든, 당장 눈앞의 위기는 넘긴 셈이었다.이 지옥 같은 곳에 홀로 남겨지는 것보다는 조원철에게 시달리는 편이 백번 나았다. 적어도 그의 곁에서는 생명의 위협은 없었다. 진원의 죽은 아들과 영혼 혼례를 치르다 산 채로 파묻히는 말로는 피할 수 있었다.조원철은 말이 없었다.강유영은 그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다시 위기감이 몰려왔다."어쩌다 병주까지 오신 겁니까? 조사를 떠나신다더니 이곳이었습니까?"그녀는 조원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작은 소리로 물었다.어떻게든 화제를 돌리는 게 상책이었다.자신이 도망친 일에서 어떻게든 그의 시선을 돌려보려는 얄팍한 속셈이었다."지금 말을 돌리는 것이냐."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속내를 들킨 강유영은 흠칫하며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그녀는 아예 태도를 바꿔 평소 묻고 싶었던 것을 쏘아붙이듯 물었다."그럼 제가 병주로 올 거란 사실을 진작에 알고 계셨습니까?"조원철은 그녀가 병주로 향할 것을 미리 계산한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떠날 때 그녀를 데려가지 않고 먼저 병주에 당도하여, 그녀가 제 발로 그물에 걸려들기를 기다린 것이다. 참으로 빈틈없는 사내였다. 그녀는 결국 조원철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것이다."너와 진 부인이 나눈 대화가 비밀이라도 될 줄 알았더냐."조원철의 어조는 여전히 서늘했다.강유영은 불만이 솟았지만 감히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 채 옷자락만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억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또 사람을 시켜 저를 감시하셨군요.""내가 감시한 것은 그 여자다."조원철이 따뜻한 손가락으로 강유영의 턱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설령 널 감시했다 한들, 그게 억울할 일이냐."강유영은 그의 손을 밀어내고 입을 꾹 다물었다. 한씨와 진 부인을 감시했다면 결국 그녀를 감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그녀는 목을 움츠리고 입을 굳게 닫았다. 어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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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조원철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전에는 이 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새로운 단서가 떠올랐다."전부 어머니의 계략입니다. 그분은 술사를 매수하고 제 사주팔자를 속였습니다. 그리고 진 부인을 시켜 저를 이곳으로 유인한 뒤 영혼 혼례의 제물로 팔아넘긴 겁니다."강유영은 상황을 설명하며 고자질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녀는 한씨를 떠올리자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그동안 강유영은 한씨를 상대할 때마다 늘 여지를 남겨두었다. 한씨가 아무리 미워도 조원철의 친모였기에, 그를 봐서라도 심하게 내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번 일을 겪어보니 한씨는 진심으로 그녀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이제 한씨와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었다."돌아가면 어머니를 찾아가겠다."조원철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강유영은 그의 품에 얼굴을 비비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조원철의 성격을 잘 알았다. 그가 굳이 모진 말을 하지 않아도 이 일을 조용히 덮지 않을 것은 알고 있었다.그 말을 듣고 나니 속이 한결 편해졌다.하지만 조원철이 나선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어쨌든 두 사람은 모자지간이니 한씨에게 모질게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강유영은 기회가 생기면 아주 뿌리를 뽑아 한씨가 다시는 수작을 부리지 못하게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진씨 가문의 일은 조사하기가 많이 어렵습니까?"강유영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어째서 그리 생각하느냐."조원철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그녀를 조금 더 꽉 끌어안았다."오는 길에 들어보니 진씨 가문은 막강한 세력을 가진 가문이라고 했습니다. 겉으로는 장례를 업으로 부를 일궜다지만, 이렇게 대놓고 산 사람을 사들여 영혼 혼례를 올리는 데다 공부의 은자까지 빼돌릴 정도니 결코 만만한 집안이 아닙니다. 진원이란 사람도 아주 음흉해 보였습니다. 진작에 관아를 매수한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오라버니가 아무리 대단하셔도 텃세를 당해내기는 어려울 텐데, 당장 그를 잡아들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강유영은 하루 종일 갇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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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강유영은 순식간에 여러 얼굴을 떠올려 보았지만, 짐작 가는 사람이 없었다.아무런 증거가 없으니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었다. 누구 하나 만만한 사람이 없기에 모두가 의심스러웠다."아직은 알 수 없다."조원철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그럼 이제 증거를 찾으셔야겠군요. 하지만 오라버니는 진씨 저택에 들어오기 어렵지 않습니까."강유영은 눈을 깜빡이며 속으로 생각을 굴렸다."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조원철은 강유영의 몸을 바로 세우며 진지하게 말했다."진씨 저택은 경비가 삼엄하여 나도 들어오는 데 꽤 애를 먹었다. 지금쯤 청류 일행이 밖에서 마중할 준비를 마쳤을 테니, 널 데리고 나가겠다. 나가면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얌전히 객잔에 머물거라."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유영아."그는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며 그녀를 품에 더 꽉 안았다. 목소리에 지친 기색이 묻어났다."진원이 내 움직임을 눈치챘으니 앞으로 상황이 더 험악해질 것이다. 그러니 제발 얌전히 있어주어야 한다. 알겠지?"그녀가 또 도망을 치거나 위험에 처한다면, 그로서는 양쪽을 모두 챙길 여력이 없었다."지금은 따라가지 않겠습니다."강유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무슨 헛소리냐."조원철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고집부리지 말거라.""고집부리는 게 아닙니다."강유영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다가가 귓가에 속삭였다."진씨 저택의 경비가 삼엄하다고 하셨지요. 그럼 오라버니가 이곳에 숨어들어 무언가를 조사하기가 몹시 어렵다는 뜻 아닙니까?"넓은 저택 곳곳에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데, 그 안을 자유롭게 드나들려면 신통력이라도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조원철이 아무리 대단해도 결국 사람이니, 그 많은 눈을 전부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조원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이미 강유영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차린 듯했다."제가 남아서 단서를 찾는 일을 돕겠습니다."강유영은 계속해서 그에게 귓속말을 했다."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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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그 일이라면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강유영은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쿡 찌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녀는 내심 먼저 묘수를 생각해 냈다고 여겼건만, 그는 진작부터 술사를 찾을 계획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때 그녀의 머릿속에 꽤 쓸 만한 구실이 하나 떠올랐다."무슨 방법이냐."조원철이 물었다.강유영은 그에게 바짝 다가가 목소리를 한껏 낮추었다. 막상 입을 떼려니 수줍음에 얼굴이 화끈거렸다."우선 제가……."조원철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그녀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이렇게 하면 적어도 닷새나 엿새는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오라버니께서 술사를 찾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지요."조원철은 생각에 잠긴 채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괜찮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강유영은 재빨리 그를 안심시켰다."정말 위험해지면 제 곁에 서유도 있지 않습니까? 진씨 가문은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려 하니, 함부로 제 목숨을 해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저를 믿고 맡겨 주십시오."그녀는 그의 무릎에 앉은 채 가볍게 몸을 흔들며 조르듯 말했다.진심으로 이 일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 공을 세워 도망친 죗값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고 싶었다. 이 일이 무사히 끝나면 그가 더 이상 도망친 일을 추궁하지 않기만을 바랐다.물론 속마음은 여전히 그를 따라 경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볼 일이었다."알겠다."조원철은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당부했다."무슨 일이 생겨도 섣불리 나서지 말거라. 목숨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미 사람을 보내 지원을 불렀으니.""걱정 마십시오."강유영은 그의 품에 기댄 채 얌전히 대답했다."졸리냐. 좀 자두거라."그는 그녀의 정수리에 턱을 얹고는 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오라버니는 안 가십니까?"강유영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그녀는 내심 그가 곁에 남아주기를 바랐다. 진원의 죽은 아들과 영혼 혼례를 올려야 한다는 사실을 안 뒤로, 붉게 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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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얼마나 지났을까. 강유영은 비몽사몽간에 조원철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유영아, 일어나거라."그의 입술이 이마에 스치자, 간지러운 느낌에 정신이 들었다."으음……."강유영은 눈을 떠보았지만 눈앞은 여전히 캄캄했다. 잠이 덜 깨 상황 파악이 안 된 그녀는 천천히 좌우를 살피더니 무의식적으로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이제 가야겠다. 내 말 명심하고 몸조심하거라."조원철은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고 다시금 당부했다."예."강유영은 그제야 완전히 잠에서 깼다. 입으로는 대답하면서도 어느새 손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솔직히 그녀는 그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 끔찍한 신방에 다시 홀로 남겨지는 것이 두려웠다.하지만 머리로는 그가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더 지체하다간 새로운 변고가 생길지 장담할 수 없었다.조원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힘껏 안아주고는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었다."이걸 다시 묶어주십시오."강유영은 허리를 굽혀 아까 자신을 묶었던 밧줄을 더듬어 주웠다.조원철은 밧줄을 받아 그녀의 몸을 묶었다. 물론 진씨 가문의 하인들이 묶었을 때보다 훨씬 느슨했다."이 단검은 호신용으로 가지고 있거라."그는 조그만 단검 하나를 그녀의 품에 쥐여주고는, 어둠 속을 더듬어 그녀의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다듬어주었다."나가실 때 조심하십시오."강유영은 그를 따라 창가까지 가서 작게 속삭였다."그래."조원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깊게 바라본 뒤 몸을 날려 밖으로 빠져나갔다. 창문이 닫혔다.강유영은 창가에 서서 잠시 기다렸다. 밖에서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고 그가 무사히 빠져나갔다고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잠시 생각하다가 화장대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팔꿈치로 화장대 위에 놓인 목이 긴 화병을 밀어 떨어뜨렸다.화병이 바닥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고요한 한밤중이라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아씨, 무슨 일이십니까?"옆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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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중얼거리던 오씨 어멈은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일어섰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아씨의 곁을 지킬 생각이었다."어멈, 진정하세요."서유는 차분한 얼굴로 오씨 어멈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아씨가 부르는 건 어머니지 어멈이 아닙니다. 분명 무슨 뜻이 있으실 겁니다. 아씨께서 빠져나갈 방도를 찾으셨거나, 진씨 가문을 상대할 묘수를 생각해 내셨을지도 모릅니다."이는 서유의 짐작이었다.아씨가 정말 겁에 질렸다면 무의식적으로 오씨 어멈을 찾지, 진 부인을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서유가 보기에, 강유영은 이곳으로 오는 길에 진 부인과 제법 가까워지긴 했으나 가장 의지하는 사람은 여전히 오씨 어멈이었다. 비바람과 천둥이 치던 그날 밤에도 강유영은 분명 진 부인과 한 방에 있으면서도 오씨 어멈을 찾았다.게다가 진 부인은 이미 강유영을 적으로 돌렸다. 두려울 때 진 부인을 부를 이유가 없으니, 다분히 고의로 이러는 것이며 분명 어떤 목적이 있다는 뜻이었다."정말이냐?"오씨 어멈은 그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면서도 마음이 한결 가라앉았다."어멈, 조금 더 들어보시지요."서유는 오씨 어멈의 어깨를 다독이며 진정시켰다."이게 무슨 미친 짓입니까? 낮에는 배짱이 두둑한 줄 알았더니 다 거짓이었군요."저녁에 밥을 먹여주던 시녀가 조롱하듯 말했다."죽을 때가 되니 부모를 찾는 꼴이라니. 자기가 진짜 대단한 귀족 집안 아씨라도 되는 줄 아나?"다른 시녀는 말 없이 코웃음만 쳤다. 얼굴에는 경멸이 가득했다.경성에서 온 귀족 아씨는 개뿔. 진 대감은 그녀의 신분을 대단하게 여기지만 그들의 눈에 강유영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악몽을 꿨단 말이야, 빨리 어머니를 모셔와."강유영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절규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벽 쪽으로 다가가 결연한 얼굴로 소리쳤다."어머니를 모셔 오지 않으면 여기서 머리를 박고 죽어버릴 것이다! 어차피 도망치지도 못하고 이 끔찍한 곳에서 죽을 목숨, 내가 지금 죽어버리면 너희가 수습할 수는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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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악몽을 꾸었다. 귀신이 날 끌고 가려고 했단 말이다. 여기 있는 모든 게 너무 소름 끼쳐. 무서워 죽겠단 말이야. 어머니를 부르지 않으면 지금 당장 여기서 죽어버릴 것이다!"강유영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울먹였다. 그녀는 겁에 질려 완전히 이성을 잃은 모습으로 당장이라도 벽에 머리를 박을 기세였다."안 됩니다……."겁이 많은 춘래가 다급히 다가가 그녀를 말렸다.동희도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가 전 부관을 돌아보며 말했다."부관 어르신, 그냥 진 부인을 데려오시지요. 어차피 저희가 문 앞을 지키고 있고, 밖에도 순찰을 도는 사람들이 저리 많은데 날개가 달리지 않고서야 저들이 어딜 도망가겠습니까."그녀는 그저 빨리 이 소란을 수습하고 문 앞에서 마저 졸고 싶을 뿐이었다."그러지. 너희는 여길 좀 치우거라."전 부관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런 작은 일로 야밤에 대감을 놀라게 하기는 싫어 결단을 내렸다.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적선하는 셈 치기로 했다.힘없는 아녀자들끼리 뭉쳐서 진씨 저택을 빠져나갈 수도 없을 것이다."밧줄도 풀어주거라! 이래서야 어떻게 자라고! 도저히 잘 수가 없지 않느냐! 온몸이 쑤시다고...."강유영은 다시 새로운 요구를 제기했다.조원철이 밧줄을 느슨하게 묶어주긴 했지만, 계속 같은 자세로 있으니 불편했다.게다가 잠시 후면 손을 써야 했기에 대놓고 밧줄을 풀 수 있다면 더욱 편리할 것이다."그건 안 된다."전 부관은 단칼에 거절하더니 강유영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위협했다."계속 소란을 피우면 아예 침상에 묶어버릴 테다!"그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강유영이 입을 열 틈도 주지 않고 돌아서서 가버렸다.그와 동시에 진 부인이 사람들에게 떠밀려 방 안으로 들어왔다.동희와 춘래는 재빠르게 바닥의 난장판을 치웠다."이 밧줄은 절대 풀어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문을 닫은 뒤에 뭘 하시든 저희는 상관하지 않을 테니, 이 방에서 나가지만 말고 마음대로 하십시오."동희는 그 말을 남기고 밖에서 문을 닫았다.신방 안에는 꽁꽁 묶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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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자신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고서 지난 일을 잊어달라니.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진 부인은 어색하게 웃었다."내, 내가……."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얼버무렸다.원래대로라면 응당 사죄부터 하고, 강유영에게 듣기 좋은 소리를 늘어놓아야 했다.하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악랄한 짓을 저질렀는 데다, 사과도 이미 한 차례 한 터라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강유영은 싸늘하게 뒤돌아서며 말했다."우선 이 밧줄부터 풀어주십시오."그래도 진 부인에게 양심이란 게 조금은 남아 있는 듯했다. 강유영은 그녀와 길게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나도 이렇게 묶여 있는데 어떻게 푼단 말이냐."진 부인은 당황하여 고개를 들었다.꽁꽁 묶인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보았지만, 한 자세로 너무 오래 있었던 탓에 온몸이 저릿했다.춘화는 이곳에 갇힌 직후부터 구석에 웅크려 울기만 할 뿐,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입은 뒀다 무엇하십니까. 쪼그려 앉으세요."강유영이 고개를 돌려 매몰차게 쏘아붙였다.진 부인이 자초한 일이니, 그녀를 이용하는 데 조금의 미안함도 없었다.그제야 뜻을 알아차린 진 부인은 재빨리 쪼그려 앉았다. 그러고는 입을 가져가 강유영의 손목에 묶인 매듭을 물어뜯었다.애초에 조원철이 느슨하게 묶어둔 덕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매듭이 풀렸다.강유영은 가볍게 손을 털어 밧줄을 벗어던지고 뻐근한 팔다리를 풀었다."유영아, 내 것도 좀 풀어주겠니?"진 부인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녀가 아는 강유영은 평소 순하고 얌전하여 마음대로 주무르기 쉬운 아이였다.하지만 지금 보니 완전히 달랐다. 침착하고 주관이 뚜렷한 것이 그녀의 예상과 딴판이었다.진 부인은 그제야 깨달았다. 강유영이 그토록 곁에서 고분고분하고 사려 깊게 굴었던 것은, 진심으로 그녀를 친어머니라 여겼기 때문이었다.이런 끔찍한 곳에 갇혔으니 온종일 눈물만 쏟을 줄 알았건만, 강유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울지도 않고 모든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었다.정작 꼴사납게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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