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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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1화

"어머니……."강유영은 그제야 곁에 어머니를 두고 무의식적으로 오씨 어멈을 불렀음을 깨달았다.분명 서운하셨을 것이다.그녀는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진 부인을 살폈다.진 부인은 제법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주종 간의 정이 이리도 깊으니 모녀 사이보다 낫구나. 오씨 어멈, 오랜 세월 나를 대신해 유영이를 보살펴 주어 진심으로 고맙네.""부인,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제 본분인걸요."오씨 어멈은 강유영의 등을 가볍게 다독이며 고개를 숙였다.어쩐지 진 부인의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어멈, 방에 돌아가 주무세요. 어머니가 계시니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강유영은 몸을 바로 세우고 오씨 어멈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진 부인이 불쾌해할까 염려스러우면서도, 오씨 어멈이 상처받을까 걱정되었다."예. 부르실 일이 있으면 언제든 부르십시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오씨 어멈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올리고 밖으로 나갔다.아씨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서운한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저 또 천둥이 쳐서 놀라지 않을까 걱정일 뿐이었다."어미가 여기 있을 테니 두려워할 것 없다."진 부인은 오씨 어멈이 방금 앉았던 자리에 걸터앉아 강유영의 손을 다독였다.때마침 번개가 번쩍이더니 다시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강유영은 깜짝 놀라 심장이 쿵쾅거렸으나, 진 부인에게는 오씨 어멈만큼 마음을 열지는 못했다. 그녀는 이불만 꽉 쥔 채 억지로 평정을 유지했다.진 부인은 곁에서 그녀를 한참을 다독였다.잔뜩 겁을 먹은 강유영은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혹여 거리를 둔다고 오해할까 신경이 쓰여 일순간 어색한 공기가 맴돌았다.다행히 천둥은 몇 번 더 울리다 멎었다. "어머니도 침상에 누워 쉬세요. 전 이제 괜찮습니다."강유영은 먼저 입을 열었다.진 부인은 침상에 올라 반대편에 몸을 기댄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어머니, 뭐가 언짢으십니까?"강유영이 걱정스레 물었다."아니다."진 부인은 고개를 저으며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그저 회한이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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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보아하니 오씨 어멈을 내치기는 쉽지 않을 듯했다.병주, 여의 객잔.조원철은 창가에 앉아 무심한 얼굴로 밖을 지나는 행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청운은 그의 곁에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잠시 후, 청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청운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창가의 조원철은 조각상처럼 미동조차 없었다.청류는 그의 안색을 살피더니 마른침을 삼키고는 고개를 숙인 채 작은 소리로 보고했다."세자, 아씨께서 길을 떠나신 지 며칠 되었습니다."소식을 알아보러 갔다가 이제야 알게 된 참이었다.조원철이 길을 나선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강유영 역시 움직였다."이곳으로 오고 있느냐?"조원철은 마침내 고개를 돌려 청류를 바라보며 물었다.짙은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차갑고 무심할 뿐이었다."예. 진 부인과 함께 오고 계십니다."청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대로 답했다."청란도 따라오고 있느냐?"조원철이 다시 물었다.청류는 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답했다."예, 안 보이는 곳에서 아씨를 호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아씨의 사람이 되기로 작정했는지 이쪽으로는 아무런 소식도 전하지 않았습니다.""청란은 아씨 수하로 들어갔으니 굳이 우리에게 소식을 전할 필요가 없지."곁에 있던 청운이 거들자, 청류는 그를 힐끗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또 누가 있느냐?"이어지는 물음에 청류는 전해 들은 소식을 빠짐없이 보고했다."오씨 어멈과 단비, 서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진 부인의 시녀가 한 명 있는데 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보고를 들은 조원철은 아무 말 없이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청류는 끝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세자, 혹시 아씨께서 오실 줄 미리 알고 계셨습니까?"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딱 들어맞게 일을 안배할 리 없었다.청란을 내어준 것도 먼 길을 떠나는 강유영을 안전하게 호위하기 위함이었다.지난번 호주로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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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청류는 세자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제는 청운이 나설 차례였다. 청운은 그냥 세워만 두고 혼자 떠들 수는 없었다.청운 역시 말주변이 없기는 마찬가지라,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세자, 수하들을 풀어 알아보니 병주 사람들 모두 진씨 가문이 덕망 높은 집안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한참을 고민한 끝에 정무 이야기로 화제를 돌린 것이다."맞습니다."그 말을 들은 청류는 얼른 맞장구를 쳤다."진씨 가문은 조상 대대로 지부를 세 명이나 배출했고, 현재 가주인 진원 역시 과거를 통과한 후 돈을 내고 원외랑 벼슬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웃들도 그가 선행을 베풀기 좋아하여 다리와 길을 놓고, 빈민에게 죽을 나누어주며 가난한 선비들을 후원한다고 칭찬이 자자합니다. 현임 지부도 인자하고 후한 분이라 칭찬이 자자하고, 현지 백성 중에는 그를 살아있는 보살님이라 부르는 자도 있습니다. 세자, 혹시 저희가 찾은 단서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요?"듣자 하니 진씨 가문은 평판도 좋고 은자도 부족하지 않아 보였다. 공부에서 빼돌려진 하천 공사 대금 수십만 냥을 탐했다기엔 앞뒤가 맞지 않았다.조원철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그것 말고 다른 이상한 점은 없더냐?"그는 자신이 찾아낸 단서가 틀렸을 리 없다고 확신했다."있습니다."청운이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홍수가 날 때마다 진씨 가문에서는 선행을 베푸는데, 수재가 지나고 나면 제사를 올린다고 합니다. 현지 백성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습니다."이는 공부에서 사라진 은자와 분명 관련이 있었다. 그 은자는 제방을 수리하고 인부들의 품삯을 치르는 데 쓰일 돈이었다."더 자세히 조사하거라."조원철이 지시했다."진씨 가문에서 오래 일한 하인들을 찾아서 알아보거라."그들의 입에서 새로운 단서를 캐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예."청운과 청류는 곧바로 명을 받들었다.마차가 푸른 돌이 깔린 길을 지나, 붉은 칠을 한 대문이 달린 웅장한 저택 앞에 멈춰 섰다.휘장 틈새로 위풍당당하게 쓰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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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양반가의 하인들이 이렇게 무례할 리는 없었다.게다가 문을 지키는 하인의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았다.일행을 완전히 포위한 대형이었다.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진 부인이 한 말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 진 부인은 이 집안의 딸이 아니었다.심장이 쿵쾅거렸다.강유영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손을 뒤로 뺐다."왜 안 가고? 어서 들어가야지."진 부인은 강유영의 손을 꽉 쥐고 억지로 안으로 끌어당겼다.강유영은 힘껏 그 손을 뿌리치고 몸을 돌려 밖으로 달렸다."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해!"그녀는 뒤로 도망치면서 오씨 어멈 일행을 불렀다.일행은 영문도 모른 채 곧바로 몸을 돌려 강유영의 뒤를 따랐다."잡아라!"부관이 굳은 표정으로 크게 소리쳤다.양옆에 대기하던 하인들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일행을 에워쌌다.그와 동시에 대문 양쪽에서 누군가 문을 힘껏 밀었다. 대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강유영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양옆에서 하인들이 강유영의 팔을 낚아채더니 꼼짝도 못하게 만들었다.단비와 오씨 어멈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녀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 뛰어들었다."그거 놓지 못해!"서유는 싸늘한 얼굴로 강유영의 팔을 붙든 하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건방진 것들! 감히 누구 몸에 손을 대느냐!"그녀는 날랜 몸놀림으로 단숨에 하인들을 쳐냈다.꼿꼿하게 강유영의 앞을 가로막은 서유는 싸늘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꼿꼿하게 선 그녀가 목소리를 높였다."청란!"어둠 속에 숨어 있던 청란도 마당으로 뛰어들었다.그는 장검을 뽑아들고 강유영의 앞을 막아서며 차갑게 읊조렸다.그 부름이 끝나기도 전에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청란이 마당으로 뛰어들었다."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는군."그 광경을 본 진 부인은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강유영의 곁에 저런 무공 고수가 숨어 있을 줄은 몰랐다. 감쪽같이 기척을 숨기다니!강유영에게 저런 깊은 속내가 있었을 줄이야.병주까지 오는 십여 일 동안 진 부인은 저 사내를 단 한 번도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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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전부 잡아라. 반항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베어도 좋다!"그 순간, 무겁고 서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강유영은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 중년 사내가 빠른 걸음으로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마흔 남짓 되어 보이는 나이에 각진 얼굴을 가진 사내는 뿜어내는 기세부터가 달랐다. 오랜 세월 윗사람으로 군림해 온 자 특유의 위압감이 묻어났다.이 자가 바로 진씨 가문의 가주, 진원인 듯했다.강유영은 상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원은 음흉한 얼굴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항간에 떠돌던 선량하고 인자한 가주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진원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당 안쪽에서 십여 명의 하인이 또 쏟아져 나왔다.그들은 하나같이 서슬 퍼런 무기를 들고 서유와 청란을 겹겹이 에워쌌다.두 사람이 무예가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공격을 버텨내기는 버거웠다.서유와 청란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지기 시작했다.강유영은 속이 타들어갔다. 무예도 할 줄 모르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대체 무엇을 하려는 겁니까?"그녀는 진원을 향해 물었다.진원은 그녀를 힐끗 바라만 볼 뿐,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처음부터 강유영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였다.강유영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압도적인 인원 차이를 확인하자 절망감이 밀려왔다.우두머리를 잡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거리가 조금만 더 가까웠다면 서유와 청란이 진원을 인질로 삼아 하인들을 물렸을 것이다.하지만 진원은 노련했다. 멀찍이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이 이런 짓을 벌이는 게 한두 번이 아닌 듯했다."청란, 가!"서유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어깨로 날아드는 몽둥이를 피하지 않은 채, 손에 든 연검을 매섭게 상대의 가슴으로 찔러 넣었다. 치명적인 반격에 하인들이 주춤하며 포위망이 넓어졌다.어떻게든 청란이 빠져나갈 틈을 만들어주어야 했다.둘 중 하나라도 살아서 빠져나가 세자에게 소식을 전해야만 했다. 세자가 이 사실을 알고 구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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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조원철은 위기의 순간일수록 냉정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었다.당황하면 실수만 낳을 뿐, 침착함을 유지해야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강유영은 연거푸 숨을 들이마시며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진 부인 같은 사람 때문에 마음이 흔들릴 가치조차 없었다."그래. 난 네게 원한이 없다. 이 모든 것은 한씨의 뜻이니, 훗날 나를 원망하지 마라."진 부인은 시선을 돌려 강유영을 외면한 채 매몰차게 말했다.여기까지 온 이상 강유영은 죽은 목숨이었다. 진 부인은 강유영이 죽기 전에 자신을 원망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이 모든 일은 한씨의 계획이라는 것을 강조하여 말했다."방금 도망친 놈을 계속 쫓아라. 아무도 모르게 처리해야 한다."진원이 하인들에게 지시했다.강유영은 진원을 바라보았다. 청란의 안위는 걱정되지 않았다.청란이 작정하고 도망친다면 진원의 수하들이 그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가주님."진 부인은 굽실거리는 미소를 띠며 진원에게 인사를 올렸다."이번에 급히 오느라 선물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마차에 짐이 좀 있는데……."오는 길에 강유영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뵙는다는 기쁨에 선물을 잔뜩 샀다.진 부인은 그것들을 넘겨 진원의 환심을 사고, 약속한 포상금을 두둑이 받아 진짜 친정에 들렀다가 경성으로 돌아갈 속셈이었다.진 부인의 친정 역시 병주에 있었다. 그저 이곳이 아니었을 뿐이다."잡아라."뜻밖에도 진원은 진 부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인들에게 지시했다.이 여인은 아는 것이 너무 많았다. 살려두면 화근이 될 테니 일이 끝난 뒤 없애는 편이 나았다.진원은 결코 후환을 남기지 않는 성격이었고, 그것이 진씨 가문이 병주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였다.명령을 들은 진 부인은 어리둥절하여 주변을 둘러보았다.그녀는 진원이 누구를 잡으라고 한 것인지 전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설마 나를?'곧이어 사내 두 명이 양쪽에서 달려들어 그녀의 팔을 거칠게 꺾어 결박했다.그제야 진 부인은 상황을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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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등 뒤에서 쿵 하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 강유영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밖에서 문을 굳게 닫아버렸다.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나머지 일행은 옆 방에 갇힌 듯했다.강유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침착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마음이 조금 진정되자 그녀는 방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이곳은 화려하게 꾸며진 신방이었다.탁자 위에는 용과 봉황 무늬가 새겨진 촛대가 놓여 있었고, 먹음직스러운 다과도 모두 짝수를 맞춰 차려져 있었다. 방 안 가득 붉은 천이 걸려 있었고, 곳곳에 혼례를 축하하는 글자가 반듯하게 붙어 있었다.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진 부인은 그녀를 속여 이곳으로 데려와 누군가와 강제로 혼인시키려는 걸까?하지만 이렇게 강제로 혼례를 치른다 한들, 나중에 도망칠까 봐 걱정되지도 않는 걸까. 일이 그렇게 단순할 리 없었다.강유영은 신방 안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왠지 모르게 방 안에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답답한 기운이 맴돌았다. 가슴에 돌덩이를 얹은 것처럼 숨이 막혀왔다."아씨, 무사하십니까?"옆방에서 서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난 괜찮다. 너희는 어떠냐?"강유영은 동쪽 곁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서유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저희는 모두 무사합니다. 아씨,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청란이 밖으로 나갔으니 별일 없을 것입니다."서유는 서둘러 강유영을 안심시켰다."알아. 어멈을 잘 보살펴다오."강유영이 당부했다.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겁을 먹어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날 내보내 줘! 왜 내게 이러는 것이냐! 사람을 잘못 봤어…… 이건 뭔가 잘못됐어……!"서쪽 방에서 진 부인의 외침이 들려왔다.강유영은 그 소리를 듣고도 나서서 말리지 않고 의자로 다가가 털썩 주저앉았다.진 부인이 이토록 치밀하게 그녀를 해치려 한 것은 한씨의 사주 때문이라지만, 진 부인 역시 억울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실컷 울고불고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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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강유영의 말을 들은 진 부인은 곧바로 상황을 깨달았다. 전에는 왜 미처 생각지 못했을까."진 가주는 왜 부인에게 저를 이곳까지 데려오라고 한 겁니까?"강유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차분한 어조를 유지했다.그녀는 진 부인과 계속 실랑이를 벌일 인내심이 남아 있지 않았다.그동안 강유영은 진 부인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잘해 주었다. 진 부인은 참으로 모진 사람이었다. 오랜 시간 정을 나눴는데 이런 모진 짓을 할 줄은 몰랐다."그건…… 영혼 혼례를 치르기 위해서다……."진 부인은 어두운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진원이 작정하고 입을 막으려 한다면 도망칠 방도가 없었다. 이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두려움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던 진 부인은 강유영의 물음에 앞뒤를 잴 여력도 없어 사실을 털어놓았다."이 짐승만도 못한 인간! 우리 아씨가 얼마나 잘해 주셨는데! 너 같은 건 그냥 가둬두는 게 아니라 갈가리 찢어버려야 해!"성미가 급한 서유는 진 부인의 말을 듣자마자 욕설을 퍼부었다."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 전부 한씨 짓이야, 그 여자가 억지로 시킨 일이라고……."진 부인이 울며 변명했다."누구와 영혼 혼례를 치른다는 겁니까?"강유영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물었다.영혼 혼례.강유영도 예전에 책에서 그런 풍습을 본 적이 있었다.이미 세상을 떠난, 생전에 혼인하지 못한 남녀를 합장하고 혼례를 올려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산 사람을 상대로 영혼결혼식을 치른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애초에 한씨가 수고를 들여 병주까지 사람을 보내 혼처를 구해주었을 리는 없었다.알고 보니 이런 함정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진 가주의 아들, 진승엽이다."진 부인이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네 머리에 꽂힌 장신구들이 바로 그 집안에서 보낸 예물이야. 네가 열 번째다……."말을 꺼낸 진 부인은 온몸을 떨었다. 알 수 없는 공포가 밀려왔다."열 번째라니요?"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강유영은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듯했다. 그녀는 머리를 거칠게 흔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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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가긴 그른 것 같았다."그만 우십시오!"강유영은 울음소리에 짜증이 치밀어 버럭 소리를 질렀다.'어리석게도 어머니를 향한 갈망에 눈이 멀어 계략에 놀아났구나.'하지만 그녀보다 더 어리석은 건 진 부인이었다.한씨가 진작에 자신을 팔아넘긴 줄도 모르고 그 여자의 일을 도운 셈이었다.어릴 적부터 한씨에게 쥐어 살았다더니 과연 그럴 만했다.진 부인은 갑작스런 호통에 놀라 울음을 삼켰다. 그녀는 감히 소리 내어 울지 못하고 강유영이 있는 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하지만 꽉 막힌 벽이 시선을 가로막고 있었다."나…… 나 좀 살려줄 수 없겠니…… 제발 부탁하마.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어. 여기서 빠져나가면 평생 속죄하며 살 테니……."진 부인은 울며 강유영에게 애원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두 눈에는 기대가 잔뜩 서려 있었다."나조차도 영혼 혼례에 팔려 온 처지에 어떻게 부인을 구합니까?"강유영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저 여자가 정신이 나간 게 분명했다.방도가 있었다면 그녀는 진작 도망쳤을 것이다. 제 한 목숨 건지기도 벅찬 마당에 자신을 사지로 내몬 사람을 구할 여력이 어디 있겠는가."네 수하 한명이 도망치지 않았니? 지원병을 부르러 간 것 아니야?"진 부인의 목소리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그녀는 우는 것조차 잊고 재촉하듯 물었다.강유영의 수하들은 무예가 출중하니 분명 방도를 찾을 것이라 믿었다.강유영은 눈을 질끈 감으며 헛웃음을 쳤다."말은 참 쉽습니다."청란은 무사히 빠져나가면 자연히 조원철을 찾아갈 것이다.하지만 조원철은 먼 길을 떠나 부재중이었다.강유영은 경성을 떠날 생각에만 빠져 그가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았다. 조원철 역시 떠나기 전 목적지를 말해주지 않았다.그가 곁에 있었다면 이곳을 빠져나가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그러나 먼 곳에 있는 그가 당장 달려와서 그녀를 구해줄 리는 없었다.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했다."그럼 어쩌면 좋단 말이냐! 나는 죽고 싶지 않아……."진 부인은 다시 땅을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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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강유영은 배가 고팠다. 도망을 치려 해도 체력이 필요했기에 어멈이 떠먹여 주는 대로 밥을 삼켰다."저들에게도 밥을 줍니까?"그녀는 오씨 어멈 일행이 갇힌 방 쪽으로 턱을 까딱였다."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뭘 그런 걸 다 신경 씁니까?"시녀는 귀찮다는 듯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다시 밥을 한 숟갈 떠먹였다.강유영은 입안의 밥을 삼키고는 어멈을 바라보며 담담히 웃었다."다르지요. 죽더라도 배부른 귀신이 낫지 않겠습니까."속으로는 전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 기댈 곳은 아무도 없었다. 누구 보라고 울겠는가. 어리석게 남의 말만 덥석 믿은 대가였다. 전부 자업자득이었다.예전에 조원철은 진 부인을 자세히 조사해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말을 무시하고 무작정 진 부인을 따라 이곳까지 와서 이런 끔찍한 일을 당했다."제법 재밌는 분이네. 전에 왔던 것들보다 배짱이 훨씬 두둑해."밥을 먹여주던 시녀가 웃음을 터뜨렸다."걱정 마세요. 저들도 밥은 줄 테니. 나중에 산 채로 마님과 함께 묻혀서 저승에서도 마님을 모시게 될 겁니다.""그럼 다행이군요."강유영은 짧게 대답하고 계속 밥을 받아먹으며 머릿속으로는 빠르게 생각을 굴렸다.'전에 왔던 사람들보다 배짱이 두둑하다고?'진 부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녀 이전에 이미 희생된 여인들이 있었다.게다가 서유 일행을 산 채로 순장시키겠다고 한 것은, 강유영 역시 반드시 죽는다는 뜻이었다.항간의 소문은 전부 가짜였다. 진씨 가문이 선행을 베푼다는 명성은 거짓이었고, 뒤로는 천인공노할 짓을 벌이고 있었다.진승엽 한 사람을 위해서만 이럴 리 없었다. 진씨 가문은 겉으로는 장례 사업으로 부를 일궜다지만, 뒤에서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렀을지 모를 일이었다.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사이, 강유영은 어느새 밥 한 그릇을 다 비웠다."쉬세요. 여긴 온종일 사람들이 교대로 지키고 있으니 헛수고 말고 얌전히 있는 게 고생을 덜하는 길입니다."시녀는 빈 그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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