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1081 - Capítulo 1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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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1화

더는 김씨 어멈을 더는 곤란하게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미 충분히 가엾은 사람이었다. 강유영은 팔에 대충 걸쳤던 혼례복을 벗어놓고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곳이 없습니다."김씨 어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다만 아씨께서 상자 이야기를 하시니 한 가지 짚이는 일이 있기는 합니다. 예전부터 진씨 가문은 진승엽의 영혼 혼례를 치를 때마다 늘 수많은 상자를 무덤 안으로 들여갔습니다. 허나 그 안에는 부장품이 들어있을 터인데, 설마 그것이 관은이겠습니까…….""무덤이요?"강유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을 번쩍 빛냈다. 심장이 거세게 쿵쾅거렸다.진원은 빼돌린 관은을 무덤 안에 숨긴 것이다!어쩐지 죽은 아들을 위해 그토록 여러 번 혼례를 치른다 했다. 무덤을 열어 관은을 밀어 넣을 구실이 필요했던 것이다! 제정신 박힌 인간이라면 누가 이런 끔찍한 수법을 떠올리겠는가. 조원철조차 지금껏 관은의 행방을 찾지 못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드디어 실마리를 잡은 것이다."아씨, 진원은 관아의 무리들과도 단단히 얽혀 있습니다. 그자가 누구와 만났는지 제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 남김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김씨 어멈이 다급히 덧붙였다.지난 이 년 동안 진씨 저택에 머물며 그녀 역시 가만히 숨죽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진원이 저지른 악행의 흔적을 샅샅이 모아두었다. 언젠가 쓸모가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었으나, 오직 딸의 복수를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려 온 것이다."어멈, 그것은 굳이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오라버니가 다 알아낼 터이니까요."강유영은 위로하듯 어멈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관아와 상인이 결탁한 정황쯤은 조원철의 수하들이 알아서 낱낱이 파헤칠 테니 그녀가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아씨의 오라버니라 하심은……."김씨 어멈은 의아함과 기대가 섞인 눈으로 강유영을 바라보았다."제 오라버니는 경성에서 내려온 고위 관원입니다. 이번에 진씨 가문의 비리를 캐고자 친히 내려왔지요. 그러니 아무에게도 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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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관은의 행방을 알아낸 강유영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덕분에 눈앞의 시녀를 골려줄 여유도 생겼다."너, 너!"동희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 역시 강유영이 진심으로 그렇게 청한다면 진 대감이 흔쾌히 수락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강유영의 말대로, 대감은 잔혹하고 무자비한 자였다. 시녀 몇 명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으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도 남을 위인이었다.하지만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기가 꺾이면 완전히 강유영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될 것이 뻔했다.강유영은 동희의 안색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 그녀가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있음을 간파했다.그녀는 손을 들어 나머지 시녀들을 가리켰다."그리고 너희들. 며칠 내내 숨통이 막힐 정도로 나를 감시해 댔지. 이왕 이렇게 된 거 대감께 너희 모두를 내 순장감으로 묻어달라고 청해야겠다. 저승에 가서도 내 수발을 들어야 할 테니까."그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뒤에 서 있던 시녀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다들 고개를 푹 숙인 채 감히 강유영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보아하니 저들도 죽기는 두려운 모양이었다.강유영은 속으로 헛웃음이 났다.며칠 동안 관은의 행방을 알아내느라 조급해하기만 했지, 시녀들의 기를 꺾어놓을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진작 이렇게 겁을 주었더라면 저리 바짝 감시하지도 않았을 테고, 김씨 어멈이 준 단서도 훨씬 일찍 알아냈을지 몰랐다. 역시 무슨 일이든 이성을 찾아야 길이 보이는 법이었다."이따가 신방으로 돌아가면, 내 시녀와 유모를 만나야겠다."강유영은 뒷짐을 진 채 시녀들 앞을 어슬렁거리며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누구 불만 있는 자가 있으면 지금 나와서 말해 보거라."이 순간, 그녀와 시녀들의 처지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시녀들이 강유영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유영이 그들의 상전이 된 듯했다.열 명의 시녀 중 감히 입을 떼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나같이 서로 힐끔거리며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아무도 불만이 없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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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그깟 이야기 좀 나누게 둔들 어떠하단 말인가. 동희는 융통성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동희는 춘래에게 이끌려 뒤로 한 발짝 물러나며 묵묵히 강유영을 쏘아보았다.그녀 역시 이번 기싸움에서 자신이 졌음을 알고 있었다. 강유영은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고, 자신은 죽고 싶지 않았으니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강유영은 문을 밀고 방 안으로 들어서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동희의 속을 긁었다."정말 들어오지 않을 테냐? 그럼 문을 닫으마."동희는 분통이 터져 주먹을 꽉 쥐고 숨을 들이켰다. 당장이라도 저 얄미운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강유영은 그녀를 향해 가볍게 비웃음을 흘리고는 쾅 소리가 나게 문을 닫아버렸다."요망한 것. 영혼 혼례로 생매장 당하는 것도 싸지!"동희는 기세등등한 강유영의 모습을 보자 분을 삭이지 못하고 이를 갈았다."화내지 마. 일부러 속을 긁는 거잖아. 네가 화를 낼수록 저쪽은 더 신이 날 텐데, 어차피 곧 죽을 사람하고 핏대 세울 일이 뭐 있어?"춘래는 동희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달랬다.동희는 홱 돌아선 채 곁채 기둥에 기대어 씩씩거렸다."아씨!"강유영이 방 안으로 들어서자, 서유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황급히 일어나 다가와 그녀를 에워쌌다."아씨, 살이 많이 빠지셨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오씨 어멈은 강유영의 손을 맞잡으며 금세라도 눈물을 쏟을 듯했다.어멈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짙은 근심이 서려 있었으나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다. 머지않아 다가올 영혼 혼례에서 어찌해야 빠져나갈 수 있을까?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이 대신 산 채로 묻히고 싶었다. 허나 진씨 가문이 그렇게 하도록 놔둘 리 만무했다."어멈, 너무 염려 마세요. 오라버니가 다녀가셨습니다."강유영은 유모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알기에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정말이십니까?"그 말을 들은 오씨 어멈의 탁한 두 눈이 번쩍 빛났다. 얼굴에 가득하던 수심이 순식간에 가시고 환희가 피어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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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게다가 옆의 신방은 워낙 음산하여 진 부인이 곁에 있어도 도통 잠을 이룰 수 없었다.이제 어느 정도 일이 마무리되니 팽팽했던 긴장은 스르르 풀렸다. 강유영은 오씨 어멈에게 기대자마자 졸음이 밀려왔다. 그녀는 반쯤 눈을 감은 채 어멈에게 어리광을 부렸다."그럼 눈 좀 붙이십시오. 여기 누우세요."오씨 어멈은 강유영을 침상으로 이끌었다."침상이 누추하고 딱딱하여 주무시기 불편할까 걱정입니다.""상관없어요."강유영은 어멈의 소매를 끌어당기며 자리에 누웠다."어멈, 곁에 있어 주세요."지금은 등 붙일 곳만 있으면 바로 곯아떨어질 판인데 편하고 자시고를 따질 겨를이 없었다.오씨 어멈은 강유영의 곁에 앉아 한 손으로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익숙한 이의 품에 기댄 강유영은 금세 잠이 들었다.그녀는 그렇게 날이 저물 때까지 단잠을 잤다.강유영이 잠에서 깨어나자 서유가 다가와 아뢰었다."아씨, 소식은 이미 전했습니다. 지금쯤이면 세자께서도 받아보셨을 겁니다.""다행이구나."강유영은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이제 남은 일은 그녀가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조원철은 알아서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다.영혼 혼례일이 성큼 다가왔다.해가 저물 무렵, 굳게 닫힌 신방 안은 희미한 빛만 스며들 뿐 매캐한 연기와 향 냄새로 가득했다.강유영은 경대 앞에 앉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응시했다. 김씨 어멈은 그녀의 등 뒤에 서서 조심스레 머리를 빗겨주었다.진 부인은 방 한구석에 주저앉아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었다.강유영의 수하가 구원병을 데려오리라 철석같이 믿었건만, 당장 무덤으로 끌려갈 시간이 코앞에 닥치도록 청란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 꼼짝없이 이곳에서 죽어야 할 것 같았다."밖에서는 온종일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김씨 어멈은 입을 열며 거울 속의 강유영을 바라보았다.강유영은 어멈의 얼굴에 무언가 할 말이 맺혀 있음을 단박에 알아챘다. 그녀는 진 부인이 우는 것을 애써 말리지 않았다. 부인의 울음소리가 두 사람의 속삭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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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화

"아씨, 확실한 방도가 있으신 겁니까."김씨 어멈은 강유영을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다. 흥분과 긴장이 뒤섞여 덜덜 떨리는 어멈의 손이 강유영의 팔을 꽉 움켜쥐었다.이제 어멈은 강유영을 부축하고 진씨 가문의 선산으로 떠나야 했다.강유영은 팔이 아파 슬그머니 뒤로 빼며 작은 소리로 어멈을 안심시켰다."염려 마세요."사실 그녀 역시 내심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조원철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세상에 그가 해내지 못할 일은 없었고, 오늘 밤 역시 그럴 것이다.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으스스한 광경을 마주하니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기괴한 신방 안은 촛불이 일렁였고, 사방에는 섬뜩한 붉은 천이 걸려 있었다. 김씨 어멈이 틀어 올린 머리 모양도 필시 영혼 혼례와 관련된 기괴한 의미가 담긴 듯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게다가 진 부인이 구석에 앉아 계속해서 훌쩍이며 울고 있으니 분위기가 한층 더 음산하게 느껴졌다."그만 좀 우십시오."강유영은 울음소리에 신경이 거슬려 고개를 돌리며 쏘아붙였다.요 며칠 그녀는 진 부인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울음소리가 들려서야 이 방에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죽을 날이 코앞인데 울지도 못하게 하느냐……."진 부인은 굵은 눈물을 더 뚝뚝 흘렸다."너는 죽는 게 두렵지도 않아?"그녀는 꼼짝없이 죽게 된 마당에 태연히 화장대 앞에 앉아 늙은 어멈에게 머리를 맡기는 강유영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 죽는 게 무섭지도 않은 걸까?"두려워 떤다고 피할 수 있습니까."강유영은 퉁명스럽게 반문했다.진 부인은 그 말을 듣자 얼굴을 가린 채 더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그녀도 우는 것이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달리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입 다무세요. 더 울면 정말 죽을 겁니다."강유영은 부인 앞으로 다가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진 부인은 훌쩍이다가 문득 그 말뜻을 깨닫고는 황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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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붉은색과 흰색, 혼례와 상례가 뒤섞인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강유영은 그들을 따라 마당을 나서 진씨 가문의 사당 앞으로 향했다.사당 문틀에는 붉은 대련이 붙어 있고 붉은 비단과 붉은 꽃이 걸려 있었다. 허나 문 안쪽 제단 위에는 흰 명정이 걸려 있고 흰 촛불이 타오르고 있었다.그 광경을 본 강유영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들어와 향을 올리거라."사당 안에 섰던 진원이 고개를 돌려 지시했다.진씨 문중의 원로들도 그의 곁에 도열해 있었다.강유영이 사당 문을 넘어서자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녀는 평온한 기색으로 향을 올리고, 절차에 따라 진승엽의 위패를 받들면서도 울거나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무리들은 내심 놀라며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담력이 제법인 계집이로군.""이전에는 울지 않는 년이 없었는데 말이야.""울지 않으니 길조요……."문중 원로들은 낮게 수군거리면서도 일부러 진원에게 들리도록 아첨을 떨었다.진원은 현재 진씨 가문의 우두머리였고 권세가 막강했으니, 자리에 앉은 자들 중 뉘라 그의 비위를 맞추지 않겠는가."신부는 가마에 오르시오!"주례자가 크게 소리쳤다.강유영은 진승엽의 위패를 품에 안고 문 밖의 가마에 올랐다.가마의 휘장이 내려지자마자, 그녀는 질색하며 손에 든 위패를 옆으로 내던졌다.붉은 꽃장식을 단 위패가 나뒹구는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기괴했다.잠시 그것을 노려보던 강유영은 손을 뻗어 위패를 뒤집어 엎었다. 글자가 보이지 않게 되자 그제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가마는 칠흑 같은 밤길을 흔들림 없이 나아갔다.강유영은 앞의 발을 살짝 걷어내고 몰래 밖을 살폈다.진씨 가문은 과연 가세가 대단했다. 상여를 따르는 무리의 등불이 굽이굽이 수 리에 걸쳐 이어졌고, 어둠 속에서 흰 명정이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마침내 가마가 멈춰 섰다.강유영은 다시 위패를 받쳐 들고 김씨 어멈의 부축을 받으며 가마에서 내렸다.고개를 돌려보니 서유가 오씨 어멈과 단비를 데리고 가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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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하지만 그는 속으로 아쉬워할 뿐, 고작 아리따운 여인 하나 때문에 진원의 심기를 거스를 생각은 없었다.세상에 미색을 갖춘 여인은 널렸으니 굳이 이 처자에게 마음을 쓸 이유가 없었다. 진원이 챙겨주는 뇌물이면 평생 매일같이 새로운 미인을 안고도 남았다."내 아들놈이 복이 좀 많습니다."진원 역시 수염을 쓰다듬으며 강유영을 바라보았다. 퍽 만족스러운 기색이었다."그럼…… 시작하지."석개산이 그를 보며 물었다."무덤을 열어라!"진원은 곧장 명을 내렸다.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건장한 사내 여럿이 앞으로 나서서 육중한 석재 무덤 문을 열었다.무덤 문 멀지 않은 곳에 선 강유영은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하고 음침한 기운을 느꼈다. 그 속에는 옅은 쇳내 같은 것이 섞여 있어 말로 형용하기 어려웠다.이것이 필시 김씨 어멈이 말한 무슨 냄새라 하기 어렵다던 그 냄새일 것이다. 은을 녹일 때 나는 냄새인지는 그녀도 확신할 수 없었다.어찌 되었든 이곳은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이 단서를 조원철에게 전할 기회는 오지 않았다.이따가 직접 찬찬히 살펴보다 보면 무언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우선 부장품부터 안으로 들여라."진원이 다시 지시했다.건장한 사내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나무 상자를 하나씩 메고 무덤 안으로 들어갔다.강유영은 조용히 그들을 살폈다.부장품이라면 안에는 대개 종이로 만든 것들이 들어있어 무게가 나가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상자를 나르는 자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달아오르고 이마에 땀이 맺힌 데다 발걸음도 무거웠다.상자 안의 물건이 상당한 무게가 나간다는 뜻이었다.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 저 상자 안에 든 것이 바로 조원철이 쫓고 있는 그 관은일 것이다.그녀는 그들의 뒷모습을 따라 무덤 안을 들여다보았다.무덤 안은 무엇으로 밝혔는지 대낮처럼 눈부시게 환하여 내부가 훤히 보였다.내부는 무척이나 호화로웠고, 중앙에는 거대한 조각이 새겨진 관이 놓여 있어 묘실 전체가 커다란 전각 같았다.안으로 들인 나무 상자들은 관 주위를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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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강유영은 억지로 무덤 안으로 끌려 들어가며, 사방에 박힌 야명주를 발견했다.무덤 안을 밝히고 있던 것은 바로 야명주였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조원철은 아직도 오지 않은 것일까. 이러다간 정말 이곳에서 목숨을 잃고 말 것이다."관을 열어라! 신부와 합장하시오!"또다시 주례자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사내들이 관을 열기 시작했다. 강유영을 그 안에 던져 넣고 관을 덮으면 모든 의식이 끝날 것이다.강유영은 마침내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양옆에서 자신을 짓누르는 자들을 밀쳐내려 발버둥을 쳤다.하지만 그녀의 가냘픈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발버둥 칠수록 팔을 쥔 악력만 강해져 고통에 절로 헛숨이 들이켜졌다."가만히 있어. 죽는 게 두렵지 않다더니 왜 발악하고 난리야!"동희가 참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비아냥거렸다."아무래도 너희들, 나와 같이 순장 당하고 싶은 모양이구나."속이 타들어가던 강유영은 그 말에 화가 치밀어 당장 진원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멈추어라!"바로 그때, 서늘한 외침이 주변에 울려퍼졌다.조원철이었다.강유영은 그의 목소리를 듣자 긴장을 풀고 고개를 돌려 밖을 보았다.조원철은 묘실 밖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짙은 푸른색 무복 차림이 훤칠한 체구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야명주의 빛이 무심한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서늘하고 위압적인 그의 시선은 곧장 석개산에게로 향했다.그와 동시에 선산 주위의 어둠이 일렁이더니, 순식간에 무장한 호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날랜 몸놀림과 침착한 기백을 뿜어내고 있어, 척 보아도 예사 솜씨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어떤 놈이냐! 감히 방자하게 진씨 가문의 선산에 함부로 들어와 내 아들의 혼례를 망치려 들다니! 여봐라, 저놈을 몽둥이로 때려 내쫓아라! 쳐죽여도 내가 책임질 것이다!"진원은 단박에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챘다. 그는 조원철이 입을 열기도 전에 즉각 명을 내렸다.적을 잡으려면 우두머리부터 쳐야 하는 법. 저들의 수하들은 하나같이 만만한 무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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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석 대인을 찾느라 참으로 힘들었소."조원철은 진원을 무시한 채 석개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대인." 석개산이 굽신거리며 웃음을 지었다. "이쪽 진 대감은 병주에서 제일가는 선인이십니다. 아들이 일찍 세상을 떠나자, 정혼자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기꺼이 영혼 혼례를 올리겠다 나섰지요. 오늘이 바로 그 혼례일이라, 진 대감께서 제게 주례를 부탁하셨습니다. 본래 가슴 아픈 일인지라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이리……."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져 흠잡을 데가 없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강유영은 진승엽의 정혼자가 되었고, 심지어 자원해서 영혼 혼례를 치르는 것이 되었다.무덤 안에서 그 소리를 듣던 강유영은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났다. 석개산은 숨 쉬듯 뻔뻔하게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었다.병주 지부라는 벼슬자리도 세 치 혀로 얻어낸 것이 틀림없었다."그토록 정과 의리가 깊은 여인이라니, 참으로 감동적이군."조원철의 시선이 무덤 안에 있는 강유영을 향했다.지금 그녀는 등만 보인 채 두 시녀에게 양팔을 붙잡혀 있어, 한층 더 안쓰럽게 보였다.그는 발걸음을 떼어 천천히 무덤 안으로 향했다."조 대인……."그 모습을 본 진원의 안색이 변했다. 그는 황급히 앞으로 나서며 조원철의 앞을 막아섰다.이 무덤 안은 아무나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대인, 대인……."석개산이 다급히 진원을 끌어당기고는 자신이 조원철 앞으로 나섰다.조원철은 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쳐다보았다."대인께서는 이곳 사람이 아니시라 잘 모르실 겁니다." 석개산이 웃으며 변명했다. "병주의 영혼 혼례는 금기가 많습니다. 산 사람이 무덤에 들이닥치면 불길하고 대인께도 해가 될 터이니, 그만 들어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무덤 안에는 조원철이 보아서는 안 될 것들이 너무 많았다.이렇게 말해두면 조원철도 억지로 밀고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누가 이런 께름칙한 일을 꺼리지 않겠는가."상관없소."하지만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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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화

진원은 더는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 지금 영웅 행세라도 하며 이 여인을 데려가겠다는 걸까?그는 속으로 분통이 터졌으나,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허나 끓어오르는 분노에 조원철을 노려보는 것까지는 참지 못했다.진국공 세자가 하필 이 시점에 사람들을 끌고 들이닥친 것은 필시 일을 망치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자신이 어디서 조원철의 심기를 거슬렀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조원철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만 하면 될 일이었다. 은자라면 그에게도 차고 넘쳤다."내 누이 강유영이 대체 언제 네놈 자식의 정혼자가 되었단 말이냐. 또 어떻게 자원하여 영혼 혼례를 치르게 되었다는 것이냐."조원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서늘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진원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한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지금 뭐라고 한 거지?이 여인이 그의 누이라고?여인의 이름이 강유영이긴 했다. 허나 성이 다른데 어찌 남매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조원철이 이 계집을 구하려고 지어낸 거짓말이 틀림없었다."대인께서도 참,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이 처자는 성이 강씨고 대인께서는 조씨이신데, 어찌 남매지간이겠습니까."석개산이 나서서 분위기를 수습하려 들었다."이 처자는 스스로 원해서 온 것이니, 대인께서도 좋은 일을 망치지 마시고……."그 역시 조원철이 꾸며낸 말이라 여겼다."당신들은 은자를 주고 나를 사들일 때, 내가 진국공부의 양녀인 줄도 몰랐단 말입니까?"강유영이 맑은 목소리로 석개산의 말을 끊었다."믿지 못하겠거든 밖에 있는 진 부인에게 물어보시지요."그녀는 무덤 밖을 가리켰다.서유의 등 뒤에 숨어 있던 진 부인은 강유영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황급히 큰 소리로 대답했다."저 아이는 진국공부의 양녀이자 세자의 누이가 맞소! 저 아이를 당신들에게 판 것은 진국공 부인이었소!"그녀는 대답이 늦어지면 무덤 안으로 끌려가 영영 나오지 못할까 봐 겁에 질려 다급히 대답했다.진원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그는 고개를 돌려 왕청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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