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1071 - Capítulo 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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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1화

진 부인은 강유영이 자신이 죽거나 말거나 모른 척할까 봐 두려웠다."피를 흘릴지 목숨을 잃을지, 둘 중 하나를 고르십시오."어스름한 촛불이 비춘 강유영의 고운 얼굴은 눈부시게 아름다웠으나, 입 밖으로 내뱉는 말은 지독히 차가웠다.그녀는 속마음마저 꿰뚫어 볼 듯한 맑은 눈으로 고요히 진 부인을 응시했다."내, 내가……."진 부인은 시선을 피하며 머뭇거렸다.목숨을 잃을 수는 없었지만, 피를 흘리는 것도 아플 테니 싫었다. 두 가지 다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제가 구해주기만을 바라는 건 아니겠지요?"강유영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를 주시했다.진 부인의 마음이 이미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그저 아플까 봐 겁을 먹고 버티는 것뿐이었다.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금세 고개를 끄덕일 터였다."피를 써서 어떻게 시간을 번다는 말이냐?"진 부인은 마른침을 삼키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거기까진 아실 것 없습니다. 그저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십시오. 정 싫으시다면 관두시지요. 방금 한 말은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강유영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지금 진 부인과 길게 실랑이를 벌일 때가 아니었다. 말이 길어질수록 상대는 겁을 먹고 뒷걸음질 칠 것이 뻔했다.달리 피를 구할 곳이 없었다. 오씨 어멈 일행을 다치게 할 수는 없었고, 제 몸에 상처를 내는 것도 싫었다.남은 사람은 진 부인뿐이었다. 어차피 진 부인이 자초한 일이니 손을 쓰는 데 죄책감을 느낄 이유도 없었다."피를 조금 뽑는 것쯤이야 괜찮다만…… 대체 무엇으로 피가 나게 만든단 말이냐? 여긴 날카로운 물건 하나 없지 않니."궁지에 몰린 진 부인은 마지못해 수긍하다가, 곧바로 그럴싸한 명분이라도 찾은 듯,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부인께서 허락만 하신다면, 방법은 다 있습니다."강유영은 물러서지 않고 까만 눈동자로 상대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알겠다."진 부인은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음을 깨닫고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승낙하셨으니 잘 협조하십시오.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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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2화

상처에 피가 고이자, 강유영은 진 부인의 손을 끌어내려 자신의 치맛자락에 피를 묻혔다."너 지금……."진 부인은 그제야 강유영의 의도를 알아차렸다.달거리가 시작된 척하여 시간을 끌 생각이었던 것이다.산 사람의 혼례도 여인이 달거리하는 날을 피하는 법인데, 영혼 혼례는 말할 것도 없이 더욱 금기시했다.확실히 훌륭한 묘안이나, 자신만 꼼짝없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억울했다.그런 생각이 머리를 쳐들자, 진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남을 해치려 했던 죗값이니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경성으로 돌아가면, 한씨가 저를 해치라고 사주했다는 사실을 증언해 주시겠습니까?"강유영은 상처에서 피를 짜내며 평온한 어조로 물었다."그… 그 여자를 단번에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리하마."진 부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한 승산이 없다면 나서지도 않습니다."강유영은 손을 놓고 고개를 숙여 피 묻은 자국을 살폈다.사실 그녀는 진 부인이 승낙할 것을 알고 있었다.살아남기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 기세였다.굳이 질문을 던진 것은 계속 상처만 쳐다보고 있으면 고통이 더 심하게 느껴질 테니까 주의를 돌리기 위함이었다."아직 부족하다."진 부인은 상처를 꽉 잡고 피를 더 짜주었다."이만하면 진짜 같구나."그녀는 치맛자락에 피를 조금 더 묻히고 세심히 살핀 뒤에야 손을 내렸다."상처를 싸매드리겠습니다."강유영은 진 부인의 겉옷을 걷고 속옷 끝자락을 찢어 상처를 감싸주었다."내가 몹쓸 짓을 했는데도 이렇게 챙겨주니 고맙구나. 그리고 정말 미안하다……."진 부인은 지혈에 집중하는 강유영을 보며 뭉클함과 죄책감이 몰려왔다."부인이 가여워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강유영은 시선을 돌리고 싸늘하게 말했다."이따가 문이 열렸을 때 상처를 들키면 곤란해지니까 가려두는 것뿐입니다."진 부인이 불쌍한 척해봤자 아무 소용 없었다.경성에서 병주까지 오는 내내 그토록 살뜰히 챙겼건만, 상대는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그녀를 함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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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3화

성곽 밖 외진 곳에 자리한 별원. 현판 없는 대문에 높은 담장이 둘러싸고 있는 은밀한 곳이었다."대체 누구기에 이러시오! 당장 이거 놓지 못할까!"회청색 장포를 입은 왕청원이 험악한 얼굴의 두 사내에게 양팔을 붙들린 채 대문 안으로 끌려 들어왔다. 길쭉한 얼굴에 팔자수염을 기른 그는 이리저리 발버둥을 치느라 머리가 헝클어져 몰골이 엉망이었다.진원은 영혼 혼례 제물로 쓸 여자에게 달거리가 왔다며 그를 불러 혼례 날짜를 미루고는 수고비로 두둑한 은자를 챙겨주었다. 횡재를 한 그는 곧장 거리로 나가 술이나 한잔하며 기분을 낼 참이었다.그런데 진씨 저택을 나서자마자 누군가 뒤에서 그를 덮쳤다. 그러더니 상대의 얼굴을 확인할 새도 없이 입을 틀어 막힌 채 마차로 처박혔다. 이곳에 도착해 입에 물린 천을 빼내 주자, 그는 다급히 고함을 지르며 발악했다."입 다물고 들어가."등 뒤의 사내가 가차 없이 등을 떠밀자, 왕청원은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오, 형님. 일처리가 참 빠르십니다."회랑을 지키던 청류가 청운 일행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세자께 알리거라."청운이 지시했다.청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는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손짓했다."들어오시랍니다.""가자."청운이 왕청원의 뒷덜미를 거머쥐며 말했다.수하들은 조용히 옆으로 비켜섰다.왕청원은 눈치를 살피다 장검을 쥔 청운을 보고는 저항을 포기한 채 얌전히 끌려 들어갔다.단촐하고 평범한 방 안은 탁자와 의자 몇 개가 전부였다.상석에는 젊은 사내가 꼿꼿이 앉아 있었다. 무심하고 서늘한 이목구비에 범접할 수 없이 고고한 위압감이 흘렀다.왕청원은 그의 신분을 알지 못했으나, 풍기는 분위기만으로도 예사 인물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 허름한 방이 화려한 궁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왕청원은 마른침을 삼키며 숨을 죽였다. 그는 자신이 언제 저런 거물에게 밉보인 적이 있었는지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꿇어라."청운이 거칠게 왕청원의 등을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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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4화

"대인, 사람을 잘못 잡으신 거 아닙니까? 소인은 그저 제사나 올리는 일개 술사일 뿐입니다요. 진씨 가문이 뭘 했는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왕청원은 바닥에 냅다 이마를 찧으며 속으로 잔머리를 굴렸다.며칠 전, 그는 경성에서 내려온 자들이 빼돌린 관은의 행방을 쫓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관아에서 진원에게 서신을 보내 몸을 사리라 경고했는데, 왕청원이 우연히 그 이야기를 엿들은 것이다.그는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 여겼다. 그런데 불과 이틀 만에 정체 모를 대인 앞에 끌려와 엎드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진씨 가문이 저지른 짓은 하나같이 음지에서 벌인 악행이었다. 어떻게든 그들과 선을 긋고 빠져나가는 것이 상책이었다.그는 입으로는 살려달라 빌면서도, 당장 풀려나면 진씨 저택으로 돌아가 짐부터 챙겨 달아날 궁리를 하고 있었다. 자칫 잘못 엮였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좋은 말로 할 때 털어놓는 게 좋을 거다."조원철의 곁에 선 청류가 왕청원을 내려다보며 경고했다."네놈의 눈앞에 있는 분은 어전지휘사이자 진국대장군이시며, 진국공 세자이시다. 조정에서 폐하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분이시지. 세자께서 네놈에게 친히 하문하시는 것만으로도 과분한 영광이다. 네가 술사라 하니 어디 한번 점을 쳐보거라. 오늘 네가 살아서 나갈 상인지, 아니면 이곳에서 목숨을 잃을 상인지 말이다."왕청원은 겁 많은 인간이었다.눈을 굴리는 모양새나 인중의 팔자수염이 꽤 교활한 인상을 주었지만 위협이 될 만한 자는 아니었다.청류는 조원철의 신분을 밝혀 압박을 가하면 진실을 실토할 것이라 판단했다."대인! 소인이 눈이 멀어 귀하신 분을 몰라뵈었습니다……."청류의 말을 들은 왕청원은 사색이 되어 연신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눈앞의 사내가 그 유명한 진국공 세자 조원철일 줄이야.그의 명성은 예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병주는 고사하고 경성 전체를 통틀어 조원철에게 맞설 자는 손에 꼽았다. 그가 얼마나 막강한 권세를 쥐고 있으며, 적을 처단할 때 얼마나 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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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5화

조원철의 압도적인 기세에 왕청원은 감히 거짓을 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그 여인들은 어디서 데려온 것이냐."조원철이 다시 물었다."그게…… 모두 인근 마을의 처녀들입니다. 진원은 저희에게 떠돌이 도사 행세를 하게 하여, 무료로 사주를 봐주는 척 처녀들의 사주팔자를 알아내라 지시했습니다. 알맞은 사주를 찾아 보고하면 그가 알아서 처리했습니다."왕청원은 기 죽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알아서 처리하다니, 똑바로 말하지 못할까!"청류가 호통 쳤다."그러니까…… 우선 은자를 주고 샀습니다. 딸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부모들은 기꺼이 돈을 받고 팔아넘겼습니다. 만약 은자로 해결이 안 되면 억지로 빼앗았습니다. 어차피 진원은 지부 대인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라, 힘없는 백성들이 관아에 억울함을 호소해봤자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흐지부지 덮이고 말았지요."왕청원은 조원철의 눈치를 살피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눈앞의 세자가 심기가 틀어져 당장 목을 치라 명할까 봐 두려웠다. 천인공노할 짓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직접 한 일은 아니었다. 전부 진원이 벌인 짓이지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다."수재를 막기 위한 제방 공사에서 진원이 공부에서 내려온 은자를 빼돌렸다지. 그 일에 대해서도 짐작 가는 바가 있을 텐데."조원철은 싸늘한 눈으로 그를 응시하며 심문을 이어갔다."그건…… 소인도 소문만 들었을 뿐, 자세한 내막은 모릅니다. 관아에서 진원에게 그 일을 맡겼다지요."왕청원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내막을 모르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진원이 챙겨주는 두둑한 은자를 탐내어 편하게 지내려고 저택에 머물던 일개 술사일 뿐이었다. 진원이 그런 중대한 기밀을 그에게 털어놓을 리 만무했다."그 관은의 행방을 알고 있느냐."조원철은 계속해서 캐물었다."그건 모릅니다."왕청원은 고개를 저었다."바른대로 고하지 못해!"청류가 목소리를 높이며 다시 호통을 쳤다.왕청원은 화들짝 놀라며 식은땀을 닦았다. 그는 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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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6화

"그 금은보화가 누구에게 가는 것인지 아느냐."조원철은 왕청원을 주시하며 물었다."그건 소인도 정말 모릅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갔으니, 소인이 건지고 싶어도 건질 수 없지 않습니까."왕청원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조원철은 더 이상 그를 다그치지 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대인, 그 실려 나간 재물이 혹시 공부의 은자가 아니겠습니까?"왕청원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이 단서를 제공했으니 죄를 씻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아니다."조원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공부의 은자는 관은이다."관은에는 관아의 표식이 찍혀 있다. 진원이 그 은자를 차지했다 한들 밖으로 함부로 꺼내 쓸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한다면 금방 눈에 띌 것이다."그렇다면 다른 곳에서 긁어모은 은자일 겁니다. 진원은 병주의 수원과 수로를 독점하고 있으니……."왕청원은 어떻게든 진원과 선을 긋고 공을 세우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아는 진원의 악행을 모조리 털어놓았다.조원철은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왕청원은 입이 닳도록 떠들다가 마침내 입을 다물었다."다 털어놓았느냐."청류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아는 것은 모조리 고했습니다."왕청원은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충성심을 보였다."네가 심부름 좀 해줘야겠다."조원철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분부만 내리십시오! 소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해내겠습니다!"왕청원은 흔쾌히 대답하며 넙죽 엎드렸다."말장난은 집어치워라. 너 같은 놈은 배신이나 안 하면 다행이지."청류가 코웃음을 쳤다. 말만 번지르르한 이 녀석이 가장 믿음직스럽지 못했다."당치도 않습니다! 소인은 그저 공을 세워 죗값을 치르고 목숨을 부지하고 싶을 뿐입니다."왕청원은 다시금 바닥에 이마를 찧었다.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조원철이 그를 살려주기만 한다면, 일이 끝나는 즉시 짐을 싸서 병주를 뜰 생각이었다. 두 번 다시 이 진흙탕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진원에게 가서 일러라. 이번에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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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7화

"이 일은 아마 강왕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조원철은 잠시 생각하더니 결론을 내렸다."예."청류는 고개를 끄덕였다."도경진의 혼례 날, 강왕이 한 말은 분명 찔리는 게 있어서 하는 소리였습니다. 우리가 꼬리를 밟을까 두려웠던 거지요. 강왕은 그동안 본색을 아주 깊이 숨기고 있었습니다."경화 공주가 강왕과 정면으로 맞서기를 꺼리던 모습을 보고 조원철은 강왕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만만한 인물이 아님을 눈치챘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들 역시 지금껏 겉으로 드러난 멍청하고 능글맞은 허울에 속았을 것이다.건정제는 과연 강왕의 진짜 얼굴을 알고 있을까?아마 모를 것이다. 의심 많은 건정제가 강왕이 깊이 숨겨둔 속내를 알았다면 진작에 그를 제거했을 것이다."우리 사람들은 어디쯤 왔느냐."조원철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앞으로 닷새 후면 병주에 당도할 듯합니다.""성 안으로 들어올 때 관아의 시선을 끌지 않도록 흩어져 움직이라 하거라."조원철이 지시했다."예."청류는 명을 받들며 고개를 숙였다.*조원철이 왕청원을 사주한 덕에, 강유영은 소름 끼치던 신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며칠 동안 그녀는 진씨 저택 곳곳을 돌아다니며 진원의 부인과 어머니, 그리고 가문의 여인들을 마주쳤다.여인들은 하나같이 물건을 품평하듯 강유영을 훑어보았다. 일말의 동정심이나 연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이런 상황이 아주 익숙한 듯했다.진씨 가문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악업을 쌓아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진씨 가문의 사당은 엄숙하고 정갈했다. 강유영에게는 차라리 그 끔찍한 신방보다 사당이 훨씬 편안했다. 그녀는 그곳에서 진승엽의 위패를 보았다.저택을 거닐며 적잖은 사람을 마주친 김에 이런저런 소문을 엿들을 참이었으나, 춘래와 동희를 비롯한 십여 명의 시녀들이 등 뒤에 바짝 붙어 따라다녔다.뒷간에 갈 때조차 시녀들은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주변을 지켰다.강유영은 정보는커녕 입을 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어느새 닷새가 훌쩍 지났다.저택을 거닐던 강유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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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8화

"예쁘면 너도 한 벌 지어 입든가."강유영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남의 불행을 두고 조롱하는 상대의 모습에 치가 떨렸다.동희는 괜히 입을 열었다가 재수 없는 소리만 듣자 단박에 얼굴을 굳혔다."내게는 그런 복이 없어요. 이건 대감께서 김씨 어멈을 불러 특별히 아씨를 위해 지은 옷이거든요. 이 혼례복에 수놓인 명지 문양은 오직 김씨 어멈만 만들 수 있지요. 게다가 혼례 날 틀어 올릴 머리도 김씨 어멈이 해주실 겁니다. 곱게 단장하고 떠나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김씨 어멈의 비위를 맞춰두는 게 좋을 겁니다."원래도 말 많은 동희는 강유영이 감히 자신에게 불길한 소리를 하자 쉬지 않고 비아냥거렸다."문양이 제법 독특하구나."강유영은 그녀와 더 말싸움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빨랫줄에 걸린 혼례복을 찬찬히 살폈다.저승을 상징하는 문양은 고요하고 음산했다. 계속 보고 있으니 사람의 온기라고는 없이 죽음의 기운만 감돌았다.하지만 김씨 어멈의 솜씨만큼은 훌륭했다. 바느질은 촘촘했고 마름질은 정교했다. 저고리와 치마, 속옷까지 빠짐없이 갖춰진 데다 구김 하나 없이 반듯하게 다려져 있었다.진씨 가문은 이 일에 꽤나 정성을 쏟은 듯했다. 억울하게 죽은 여인들이 가문을 굽어살펴 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눈치였다.원한을 품고 죽은 이들이 해를 끼치지 않으면 다행일 텐데, 복을 내려줄 리 만무했다."무섭지 않으십니까?"그때 김씨 어멈이 몸을 돌리며 물었다.그녀는 마흔쯤 되어 보이는 얼굴로 나이가 아주 많지는 않았으나 생기가 하나도 없었다. 강유영을 바라보는 두 눈에는 기쁨도 슬픔도 없었다. 그저 모든 것에 체념하여 순종하는 사람 같았다."무서워한다고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강유영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선 동희 일행을 곁눈질하고는 내심 실망했다.어멈과 시녀들은 너무 가까이 있었다. 김씨 어멈과 무슨 말을 나누든 고스란히 들릴 거리였다.그들만 아니었다면 김씨 어멈에게서 유용한 정보를 얻어낼 수도 있었다. 영혼 혼례복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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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9화

"아씨는 평범한 분이 아니시군요."김씨 어멈은 방으로 따라 들어오며 입을 열었다. 강유영을 빤히 응시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방금 전까지의 무기력한 기색이 싹 가셔 있었다.강유영은 의외라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어째서 그리 생각하십니까?"그녀는 마침 김씨 어멈의 입을 열어 단서를 캐내려던 참이었다. 김씨 어멈이 대뜸 저런 소리를 하는 것을 보니, 무언가 숨겨둔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싶었다."아무리 보아도 평범한 분이 아닙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자기가 입고 관에 들어갈 수의를 보고 벌써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을 겁니다. 그런데 입어보겠다고 나서다니요. 필시 다른 목적이 있으신 게지요?"김씨 어멈은 짐작 가는 바가 있는 듯 조심스레 물었다.강유영은 섣불리 입을 열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그녀는 눈앞의 어멈을 믿어도 될지 확신할 수 없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하는 것은 상관없으나, 자신의 속내가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만은 철저히 막아야 했다.만약 속내를 떠보았다가 김씨 어멈이 곧장 저들에게 밀고라도 한다면 큰 낭패였다."아씨, 제발 저 좀 도와주십시오."김씨 어멈은 강유영이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돌연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체념한 듯 무감각했던 어멈의 얼굴은 순식간에 비통함으로 일그러졌다. 죽은 듯 고요하던 두 눈에는 짙은 원한이 차올라 눈시울을 붉게 물들였다."일어나서 말씀하세요."강유영은 황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문 쪽을 힐끗거렸다."저 시녀들은 저를 감시하는 자들입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니 우선 옷을 갈아입히는 척하십시오."시간이 촉박했다. 어쩌면 이번이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밖의 시녀들에게 절대 들켜서는 안 되었다.강유영이 보기에 김씨 어멈은 간악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우선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김씨 어멈은 몸을 일으켜 강유영의 손에서 혼례복을 건네받았다. 그녀는 옷을 입혀주려 했으나 긴장과 흥분이 뒤섞인 탓에 사시나무처럼 손을 떨었고, 몇 번이나 소매를 헛짚었다."제가 입을 테니 마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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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0화

이야기를 다 들은 강유영은 큰 충격을 받았다.천자가 굽어보는 이 땅에 어찌 이리 비참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김씨 어멈의 지아비도 구제 불능이었지만, 진씨 가문의 행태는 그야말로 무법천지였다."여기서 영혼 혼례를 몇 번이나 치른 것입니까."그녀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지금껏 아홉 번이었습니다. 아씨가 열 번째입니다."김씨 어멈은 눈물을 훔치며 대답했다."이전의 여인들도 모두 그런 식으로 끌려온 것입니까."강유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진씨 가문은 죽은 아들을 위해 아홉 번이나 무고한 인명을 해쳤다.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다니, 참으로 천인공노할 노릇이었다."은자로 사거나, 아니면 억지로 빼앗았습니다."김씨 어멈은 방금 닦아낸 눈물을 다시 쏟으며 분통을 터뜨렸다."바깥 사람들은 진씨 저택에서 내어주는 죽 한 그릇에 속아 사방에 진 대감을 대선인이라 칭송하고 다닙니다. 진씨 가문이야말로 사람 잡아먹는 소굴인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아홉 번이면 무고한 여인 아홉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뜻 아닙니까. 병주에는 이를 제지할 이가 아무도 없단 말입니까."강유영은 듣고 있기도 힘들어 계속해서 물었다."관아마저 한통속인데 뉘라 나서겠습니까. 게다가 이곳의 풍습도 한몫을 합니다."김씨 어멈은 가슴을 부여잡고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장가들지 못하고 죽은 사내는 하관한 뒤에 반드시 영혼 혼례를 치러야 집안이 평안하다고 믿지요. 허나 다른 집은 모두 이미 죽은 여인으로 짝을 지어줄 뿐, 산 사람을 함께 묻는 천인공노할 짓은 오직 진씨 가문뿐입니다."서로 의지하며 살던 딸아이를 생각하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쉿, 소리 낮추세요."강유영은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눈짓을 보냈다.밖의 시녀들이 듣고 살피러 온다면, 더는 대화를 나눌 기회조차 사라질 것이다.사람이 죽었는데 혼례라니. 사람 잡는 이런 악습은 참으로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혹시 진씨 가문이 은자를 어디에 숨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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