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이른 아침.경성 진국공부의 사당 주변은 아침부터 자옥한 안개로 휩싸였다.조용한 사당 안에서는 승려가 경을 읊는 소리가 이따금씩 흘러나오고, 정원 내 청동로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당을 지키는 시녀와 하인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다.강유영은 치맛자락을 들고서 처마 길을 따라 뒤뜰을 나오고 있었다. 온몸에 퍼진 근육통 때문에 걸음걸이가 다소 어색했다.좌측 쪽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커다란 손이 뻗어 나와 가늘고 여린 그녀의 허리를 가로챘다. 상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녀를 끌고 뒤뜰에 있는 별당으로 들어갔다.강유영의 안색이 하얗게 질리며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비명이 새어 나왔다.사내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더니 귓가에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다.”익숙한 감송향이 코끝에 닿자, 강유영은 고개를 들고 자신을 안고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까맣고 동그란 눈이 순식간에 번쩍 뜨이더니 당황한 듯, 두 손을 뻗어 사내의 가슴을 밀쳤다. 분홍빛 도톰한 입술이 급하게 움찔거렸지만,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높게 솟은 날카로운 콧날과, 윤기가 도는 얇은 입술, 요염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빼어난 이목구비와 가지런하게 틀어 올린 머리, 분명히 얼굴은 귀하게 자란 귀공자인데,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강한 위압감이 풍겼다.사내의 이름은 조원철. 강유영의 큰 오라버니이자, 변방에서 5년간 나라를 지키다가 반달 전에야 개선가를 울리며 귀경한 대장군이었다.오늘 집안에서 덕망 높은 스님까지 불러 제를 지내는 이유 역시 그의 공적을 조상님들에게 알리고 넋을 위로하기 위함이었다.조원철은 그녀를 놓아주고도 바로 물러서지 않고 시선을 내려 지그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오랜 시간 전장에 몸을 담았던 사람이라, 풍기는 위압감이 숨이 막혔다. 그저 조용히 바라만 보고 있는데도 감히 눈을 마주칠 수 없게 만드는 위엄이 느껴졌다.반면 강유영의 차림새는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까만 머리에는 은비녀 하나만 꽂아 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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