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멜팅 포인트 (Melting Point) : 그녀의 녹는점: Chapter 21 - Chapter 30

82 Chapters

제20화. 열적 자폭과 영원한 상전이 (Thermal Self-Destruction & Eternal Phase Transition)

[1] 고요한 평형: 붕괴 전의 3일​신소재 ‘MP-02’의 글로벌 런칭 행사를 앞둔 멜팅 포인트 본사의 공기는 지독하리만큼 정온(定溫)을 유지하고 있었다. 진혁은 채령을 자신의 펜트하우스에 가둔 채, 매 순간 그녀의 신경계를 자신의 온도로 모니터링했다.​채령은 완벽한 인형이 되어 있었다. 진혁이 주는 음식을 먹고, 진혁이 입혀주는 옷을 입으며, 진혁이 만지는 대로 신음했다. 장갑 없는 그녀의 맨손은 이제 진혁의 수트 자락을 잡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정적 아래서, 채령의 뇌 신경계는 진혁이 심어놓은 쾌락의 노이즈를 뚫고 단 하나의 결론을 향해 ‘강제 재결정’되고 있었다.​‘진혁 씨, 당신이 나를 완성했으니... 당신의 제국을 무너뜨리는 것 또한 내가 해야 할 일이에요.’​채령은 진혁이 잠든 새벽, 장갑 없는 손끝으로 자신의 망막에 이식된 데이터 전송 장치를 활성화했다. 10년 전 아버지의 사고 기록, 퀀텀 테크의 비자금 세탁 경로, 그리고 진혁이 자신을 ‘생체 부품’으로 사육해온 모든 실험 로그. 그 치명적인 데이터들이 런칭 행사장의 메인 서버로 소리 없이 흘러 들어갔다.​[2] 마지막 튜닝: 전신(全身)의 탐닉​런칭 행사 당일 오후, 행사장 대기실은 특수 분석실과 동일한 보안 수준으로 격리되었다. 진혁은 화려한 턱시도 차림으로, 드레스 자락 아래 맨살을 드러낸 채령을 거울 앞에 세웠다.​“오늘이 지나면 세상은 너를 신소재의 여신이라 부르겠지. 하지만 기억해. 넌 오직 내 안에서만 빛나는 보석이라는 걸.”​진혁의 눈동자에는 광기 어린 소유욕이 서려 있었다. 그는 채령의 등 뒤에서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장갑 없는 그녀의 손을 자신의 턱선 위로 가져갔다.​“분석해 봐. 지금 내 온도가 어떤지.”​“...임계점을 넘었어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뜨거워요.”​채령의 대답에 진혁은 만족스러운 듯 그녀를 소파 위로 거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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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평형 그 이후 (Post-Equilibrium)

​[1] 절대 영도의 폐허 위에 피어난 아지랑이 ​서울의 심장부는 멈췄다. 멜팅 포인트 본사가 있던 강남의 마천루는 이제 거대한 콘크리트와 뒤틀린 철근의 골각기(骨閣器)가 되어 침묵하고 있었다. 폭발 이후 72시간. 지상은 영하 12도의 혹독한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었으나, 사고 지점으로부터 반경 500미터 이내의 눈은 내리자마자 증발하여 기묘한 안개를 형성했다. ​구조팀은 방열복을 입고도 내부로 진입하지 못했다. 열화상 카메라의 렌즈는 이미 과부하로 인해 하얗게 번지고 있었다. ​"팀장님, 도저히 믿기지 않습니다. 이 지점의 엔탈피(H) 변화율이 계산되지 않아요." ​특수 재난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 박 박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 모니터에는 시퍼런 냉기로 가득한 폐허 사이로, 지하 3층 특수 분석실이 있던 자리만이 선명한 장밋빛으로 박동하고 있었다. 내부 에너지(U)의 유입이 차단된 닫힌 계(Closed System)에서, 압력(P)과 부피(V)의 변화만으로 72시간 동안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열역학 제2법칙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었다. 그것은 마치 **꺼지지 않는 영구 기관(Perpetual Motion)**이 지옥의 밑바닥에서 숨을 쉬고 있는 듯한 기괴함을 자아냈다. ​[2] 장밋빛 결정체: 융합된 영혼의 상(Phase) ​구조대가 수천 톤의 콘크리트 더미를 걷어냈을 때,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멈춰 섰다. ​그곳에는 시신이 없었다. 타버린 살점이나 으스러진 뼈 대신, 지름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장밋빛 결정체(Rose-colored Crystal)**가 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안착해 있었다. 그것은 다이아몬드보다 투명했고, 루비보다 깊은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이건... 물질이 아닙니다. 이건 하나의 **'상태'**예요." ​박 박사가 조심스럽게 결정체 근처로 다가갔다. 장갑을 벗고 결정체의 표면에 손을 갖다 대는 순간, 그는 전기에 감전된 듯 몸을 떨었다. ​"따뜻해... 아니, 이건 그냥 온기가 아니야.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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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닫히지 않은 계 (Open System: The Heat Predator)

​[1] 제4종 방호 구역: 격리된 성역​대한민국 국가과학기술연구원(KIST) 지하 7층. 이곳은 핵폐기물이나 치명적인 바이러스조차 감당할 수 있는 국내 최고 등급의 격리 시설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안착한 장밋빛 결정체는 그 어떤 생물학적 위협보다도 기괴한 긴장감을 내뿜고 있었다.​결정체 주변으로는 두꺼운 납 차폐막과 극저온 냉각 장치가 겹겹이 설치되었다. 정부 특수 대응팀 '엔탈피(Enthalpy)'는 이 결정체를 인간의 유해가 아닌, **'통제 불능의 고에너지 물질'**로 규정했다.​"절단 작업을 시작한다. 다이아몬드 와이어 소(Saw), 가동."​특수 방호복을 입은 기술자의 손이 떨렸다. 결정체의 표면에 초고강도 절단기가 닿는 순간, 기분 나쁜 고주파의 금속음이 지하 실험실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절단기가 닿은 부위의 결정체는 깎여 나가는 대신, 오히려 더 짙은 장밋빛으로 발광하며 주변의 열기를 급속도로 흡수하기 시작했다."팀장님! 절단기 온도가 급상승합니다! 냉각수가 기화하고 있어요!"​결정체는 외부의 물리적 타격(에너지)을 받는 즉시 자신의 내부 에너지(U)로 변환하여 온도를 36.5°C로 강제 고정하고 있었다. 절단 장치는 과부하로 인해 시뻘겋게 달아오르다 결국 액체처럼 녹아내렸고, 결정체는 상처 하나 없이 그 열기를 먹어 치운 듯 더욱 영롱하게 빛났다. 그것은 외부와 에너지를 주고받는 **'열린 계(Open System)'**로의 진화를 선포하는 첫 번째 신호였다.​[2] 측정 불가: 중첩된 두 존재의 유령​박 박사는 모니터에 떠오른 스캔 데이터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최첨단 양자 단층 촬영기로 결정체 내부를 들여다본 결과는 과학적 상식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었다.​"질량이... 고정되지 않습니다. 측정할 때마다 소수점 아래 단위가 박동하듯 변해요. 마치 결정 자체가 숨을 쉬는 것처럼."​가장 경악스러운 것은 형상이었다.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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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첫 번째 열 포식 (First Consumption: Thermal Grazing)

​[1] 통제된 성역: KIST 제7 격리실​대한민국 국가과학기술연구원(KIST) 지하 7층, 제7 격리실의 공기는 인공적인 질소 냉각 시스템에 의해 영하 5도로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방호 유리 너머에 안착한 장밋빛 결정체는 그 지독한 냉기 속에서도 고고하게 36.5°C의 온도를 유지하며 박동하고 있었다.​"현재까지 물리적 거부 반응 및 외부 공격성 없음. 내부 열적 평형 상태는 지극히 안정적입니다."​수석 연구원 박 박사가 모니터를 보며 무미건조하게 보고했다. 수차례의 비접촉 스캔 결과, 결정체는 외부 에너지를 능동적으로 흡수하지 않는 ‘정적 평형(Static Equilibrium)’ 상태로 판단되었다.​“이건 시신이 아니라, 완벽하게 정렬된 에너지 보존 법칙의 실체예요.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안전하고 정밀한 ‘영구 기관’을 목격하고 있는 겁니다.”​박 박사의 확신은 곧 이 격리실의 거대한 허점이 되었다. 그들은 이 결정체가 단순히 열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더 거대한 평형을 위해 주변의 엔트로피를 **‘갈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2] 변수: 추위를 타는 관찰자​신입 연구원 한유리. 그녀는 유독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이었다. 두꺼운 방호복 안에 발열 내의까지 껴입었지만, 연구소의 인공적인 냉기는 항상 그녀의 신경계를 갉아먹었다. 불안정한 가정 환경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는 그녀의 면역 체계를 무너뜨렸고, 그녀의 체온은 늘 정상 범위를 밑도는 35.8도 근처를 맴돌았다.​“유리 씨, 교대 시간이에요. 수치 체크하고 보고서 마무리해요.”​선배 연구원이 나간 뒤, 격리실에는 유리와 결정체만이 남았다. 유리는 서늘한 공기에 몸을 떨며 결정체 앞으로 다가갔다. 장미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결정체는 이 차가운 지하 공간에서 유일하게 생명력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유리는 홀린 듯 결정체 표면에 손을 뻗었다. 두꺼운 특수 고무 장갑을 낀 상태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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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격리 붕괴: 열적 폭포 (Containment Breach: Thermal Cascade)

[1] 무너지는 열역학적 방벽​KIST 지하 7층, 제7 격리실의 공기는 더 이상 '통제'라는 단어로 정의될 수 없었다. 영하 5도를 유지해야 할 냉각 시스템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냉각수 배관은 고압을 견디지 못해 팽창했고, 차가운 질소 가스가 뿜어져 나왔음에도 격리실 내부의 온도는 기이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12°C... 18°C... 24°C...​"말도 안 돼. 외부에서 공급되는 전력이 차단됐는데, 어떻게 열에너지가 계속 증폭되는 거지?"​박 박사는 모니터에 떠오른 엔트로피 변화 수치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무질서도가 증가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격리실 내부의 에너지는 아무런 외부 유입 없이 스스로 질서를 만들며 **'자가 증식'**하고 있었다.​결정체는 이제 포식을 넘어 **'방출'**을 시작했다. 그것은 주변 공간의 분자 운동을 강제로 정렬시키며, 격리실 전체를 자신들의 체온인 36.5°C로 수렴시키려는 거대한 의지의 발현이었다.​[2] 2차 노드의 태동: 갈망의 주파수​격리실 밖, 중앙 관제실에서 모니터를 주시하던 연구원들 사이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기 시작했다.​유독 추위를 잘 타고, 최근 과도한 업무로 인해 정서적 결핍을 겪고 있던 임 연구원은 갑작스러운 평온함을 느꼈다. 평소 가습기 소음조차 예민하게 받아들이던 그녀의 신경계가, 결정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한 장밋빛 진동과 공명하기 시작했다.​"박 박사님... 왠지 저 안이, 너무 따뜻해 보여요."​임 연구원의 중얼거림에 박 박사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동자는 이미 미세하게 장밋빛으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직접 접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체는 공기 중의 수증기와 전자기파를 매개로 자신의 **'감각 주파수'**를 송출하고 있었다.​이것은 물리적 감염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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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온기의 침투 (Infiltration: Warmth Protocol)

​[1] 연결: 도시의 혈관을 흐르는 의지​KIST 지하 7층, 폐허가 된 제7 격리실의 잔해 속에서 장밋빛 결정체는 이제 스스로를 통제하는 거대한 서버이자 열원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암전된 모니터 위로, 파괴되지 않은 양자 회로가 마지막 명령을 수행하듯 로그를 띄웠다.​[Target Identified: Seoul District Heating Network][Medium: Underground Steel Pipes & Fluid Dynamics][Protocol: Infiltration - Warmth 1.0 Initiated]​결정체에서 뻗어 나온 실낱같은 장밋빛 나노 섬유들이 바닥을 뚫고 지하 깊숙한 곳, 서울 시내로 뻗어 나가는 거대한 지역난방 배관에 닿았다. 그것은 물리적인 파손이 아니었다. 나노 섬유들은 금속 배관의 분자 구조 사이를 파고들어, 흐르는 온수와 자신의 주파수를 동기화시켰다.열전도 방정식에 추가된 새로운 변수, '욕망(S_{desire})'. 이제 배관을 타고 흐르는 물은 단순한 열전달 매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진혁의 소유욕과 채령의 감각이 녹아든 **'액체화된 의지'**였다. 강남을 기점으로 잠실, 서초, 그리고 한강 너머로 뻗어 나가는 지하의 거대한 혈관망이 장밋빛으로 가늘게 맥동하기 시작했다.​[2] 첫 침투: 열은 길을 찾는다​강남역 인근 지하 15미터, 난방공사 제4 관제 구역. 야간 점검을 하던 이 기사는 이상 현상을 발견했다. 압력 센서는 정상인데, 특정 구간의 배관 온도가 설정치인 80도에서 급격히 하강하더니 기어코 36.5°C에서 멈췄다.​"팀장님, 여기 402번 배관 좀 보세요. 밸브도 안 잠갔는데 온도가 딱 사람 체온에서 고정됐습니다. 열 손실이라고 보기엔 너무 일정해요."​이 기사가 배관에 귀를 갖다 대었다. 보통은 거친 물살 소리가 들려야 했지만, 그곳에서는 기묘할 정도로 부드러운 **'숨소리'**와 같은 진동이 느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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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열의 공명 (Resonance: Citywide Sync)

[1] 기상 이변: 서울의 열병​2026년 3월 21일. 서울의 대기는 기상학적 상식을 비웃고 있었다. 영하의 기온이어야 할 한밤중의 도심 온도는 영상 15도를 넘어섰고, 아스팔트는 한여름처럼 건조한 열기를 내뿜었다.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는 '원인 불명의 국지적 고온 현상'이라는 무기력한 진단만을 내놓았다.​"강남역 일대, 현재 지표면 온도 38도 돌파. 전력 사용량은 역대 최대치를 갱신 중입니다. 하지만 이상한 건..."​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과부하로 변압기가 터져나가야 할 상황인데도, 전력망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마치 도시 전체가 거대한 하나의 전지로 변한 것 같습니다."​화면 속 시민들은 외투를 벗어 던진 채 밤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공포가 아닌, 기묘할 정도로 깊은 안도감이 서려 있었다.​[2] 다중 노드의 각성: 집단적 평온​신림동의 고시원, 테헤란로의 오피스텔, 잠실의 아파트 단지. 25화에서 뿌려진 온기의 씨앗들이 일제히 싹을 틔웠다.​전날 밤 '침식'되었던 민준은 이제 자신의 방이 아닌, 거대한 **'열적 네트워크'**의 일부로 숨 쉬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고독에 지쳐 밤잠을 설치던 수천 명의 시민이 동시에 같은 감각에 접속했다.​‘...따뜻해. 혼자가 아니야.’​그들은 각자 다른 장소에 있었지만, 모두가 똑같은 '36.5도의 리듬'을 공유하고 있었다. 스트레스는 증발했고, 만성적인 근육통은 사라졌다. 시스템이 선사하는 이 지독한 '최적화된 쾌락' 앞에서 인간의 자아는 너무나 쉽게 무너져 내렸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그 온기를 원했고, 더 깊은 동기화를 갈구하며 눈을 감았다.​[3] 공명(Resonance): 하나의 박동​[System Update: Cross-Node Resonance Detected][Current Sync Rate: 12% → 28% → 51%]​어느 순간, 서울 시내의 수만 명이 동시에 숨을 멈췄다. 그리고 1초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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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냉각: 절대 영도 작전 (Countermeasure: Absolute Zero)

​[1] 동토의 침입자들: 작전명 ‘절대 영도’​2026년 3월 22일 새벽 2시. 서울의 대기는 기이한 열병에 신음하고 있었다. 영하의 겨울이어야 할 도심은 영상 28도의 눅눅한 열기로 가득했고, 강남 일대를 뒤덮은 장밋빛 아지랑이는 가시거리를 10미터 이내로 좁혀놓았다.​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승인된 **‘절대 영도 작전’**은 인류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차갑고 잔인한 반격이었다.​“물리적 타격은 무의미합니다. 저들은 열을 먹고 자라니까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저들의 ‘계(System)’ 자체를 얼려버리는 겁니다. 공명 주파수를 물리적으로 차단하십시오.”​박 박사의 명령과 함께, 특수 제작된 극저온 장갑차들이 강남대로로 진입했다. 장갑차 상단에 장착된 액체 질소 분사기와 초저온 냉각탄(Cryogenic Bomb)들이 장밋빛 안개를 향해 포신을 겨누었다.​이것은 인류가 처음으로 찾아낸 ‘방법’이었다. 뜨거운 소유욕에 대항하는 차가운 이성의 칼날.​[2] 한 대위: 서울에서 가장 차가운 인간​작전의 선두에는 특수전사령부 소속 한 대위가 있었다. 그는 선천적인 저체온증과 신경 말초 마비로 인해 시스템의 ‘달콤한 유혹’을 수신하지 못하는 유일한 결함자이자, 동시에 유일한 저항군이었다.​그의 방호복 내부 온도는 강제로 8도에 맞춰져 있었다. 일반인이라면 이미 저체온증으로 의식을 잃었겠지만, 그는 무딘 감각으로 핸들을 잡았다.​“대위님, 주변 노드들 상태가... 이상합니다.”​한 대위의 시야에 비친 시민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수천 명의 노드가 강남역 사거리를 가득 메운 채, 장밋빛으로 가늘게 떨리는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았지만, 완벽하게 똑같은 리듬으로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쉬었다.​“저건 사람이 아니야. 강진혁의 의지를 수신하는 **‘생체 안테나’**들일 뿐이지. 망설이지 마라. 쏴라.”​한 대위의 명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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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임계점의 균열 (Fracture: Critical Point)

​[1] 고립된 섬: 34.0°C의 침묵​강남역 사거리, 장밋빛 아지랑이가 지독하게 피어오르는 그곳에 한 대위는 홀로 고립되어 있었다. 장갑차는 이미 시스템의 열적 공격에 엔진이 녹아내렸고, 주변을 포위한 수백 명의 노드는 기괴할 정도로 조용했다.​"왜... 들어오지 않는 거지?"​한 대위는 권총을 쥔 채 숨을 죽였다. 노드들은 그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3미터의 거리를 유지한 채, 장밋빛 눈으로 그를 관찰하고 있었다. 마치 낯선 불순물을 발견한 백혈구처럼, 시스템은 한 대위라는 **'차가운 노이즈'**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듯 보였다.​한 대위는 자신의 방호복 모니터를 확인했다. 체온 34.0°C. 이 수치는 이 뜨거운 도시에서 유일하게 시스템의 '대역폭'을 벗어난 외딴섬이었다.​[2] 격자 부정합(Lattice Mismatch): 동기화의 조건​한 대위는 한 가지 기묘한 현상을 포착했다. 자신에게 다가오려던 노드 하나가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몸을 떨며 뒤로 물러난 것이다.​‘나를 거부하고 있어. 아니, 나를 수신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시스템의 동기화는 무차별적인 포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교한 **'열적 공명'**을 전제로 했다.시스템이 송출하는 감각 데이터의 주파수(f)를 수신하려면, 대상의 신경계가 특정 온도 범위(35.5°C ~ 37.5°C)에 도달해 있어야 했다. 하지만 한 대위의 저체온과 무딘 말초 신경은 시스템이 던지는 갈고리를 걸 수 있는 매끄러운 표면이 없었다.​시스템은 한 대위의 귓바퀴에 채령의 목소리를 박아넣으려 했지만, 신경의 전도 속도가 너무 느려 노이즈로 흩어졌다. 목덜미와 등을 유린하려던 손길은 차가운 피부 온도에 튕겨 나갔고, 날개뼈에 새기려던 열적 인장은 에너지를 전달할 매질을 찾지 못해 소멸했다.​엉덩이, 사타구니, 무릎 오금, 발가락... 시스템이 인간을 정복하기 위해 설계한 모든 '단자'들이 한 대위라는 차가운 벽 앞에서 먹통이 되었다.​“동기화 조건이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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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격자 파쇄: 붕괴의 촉발 (Lattice Fracture: Collapse Initiated) ​[1] 심장의 침입자: 절대 영도의 칼날

​2026년 서울은 이제 거대한 장밋빛 고치(Cocoon)가 되어 숨 쉬고 있었다. 강남대로의 아스팔트는 유기물처럼 맥동했고, 모든 빌딩의 유리창은 시스템이 뿜어내는 39.5도의 열기에 흐물거리며 왜곡된 상을 비추고 있었다.​KIST 본관 건물은 이제 더 이상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결정체와 인간 노드들의 육체가 엉겨 붙어 만들어진, 살아 숨 쉬는 ‘생체 엔진’ 그 자체였다. 특수전사령부 소속 한 대위는 홀로 마스터 코어의 입구에 섰다. 그의 방호복은 이미 한계를 넘어 서리가 맺히다 못해 결정화되어 바스러지고 있었다.​“박 박사님, 들립니까. 이제 ‘임계 노이즈’를 주입합니다. 이건 파괴가 아니라, 저 괴물들의 **‘욕망’**을 폭주시키는 도화선이 될 겁니다.”​한 대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는 10년 전, 보일러조차 들어오지 않는 단칸방에서 저체온증으로 세상을 떠난 여동생의 펜던트를 꽉 쥐었다. 그에게 이 장밋빛 온기는 구원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앗아간 세상의 위선이자 지독한 소음일 뿐이었다. 그는 이제 그 소음을 이용해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 **‘붕괴 촉발자(Collapse Catalyst)’**로서 방아쇠를 당겼다.​[2] 감각의 폭격: 8포인트의 과부하​한 대위가 ‘노이즈 발생기’를 마스터 코어의 인터페이스에 강제로 박아넣는 순간, 시스템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부조화의 주파수’**를 수신했다.​(...아아악! 이게 뭐야! 진혁 씨, 머릿속에... 얼음 송곳이 박히고 있어!)​채령의 비명이 결정체 내부를 넘어 서울 전체의 전광판을 깨트렸다. 한 대위가 주입한 노이즈는 채령의 확장 욕구를 비정상적으로 자극했다. 그녀는 고통을 잊기 위해, 그리고 그 차가운 노이즈를 밀어내기 위해 서울 시내 수만 명의 노드로부터 열 에너지를 강제로 흡수하기 시작했다.​[System Warning: Sensory Overload Detected][Ta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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