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절단: 무접촉의 세계쿠우웅—!코엑스의 거대한 강화 유리문이 완전히 닫히는 순간, 등 뒤를 감싸던 지독하고 눅눅한 장밋빛 세계는 칼로 벤 듯 차단되었다.2026년 3월 29일의 서울. 밤공기는 날카로웠고, 건조했으며, 무엇보다 ‘비어 있었다’. 아무것도 스며들지 않았고, 아무것도 뇌를 간질이지 않았다. 그 지독한 정적 앞에 한 대위는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하…… 하아……!”폐부 깊숙이 차가운 산소가 들이쳐 왔다. 시스템의 나노 입자가 섞이지 않은, 불순물 없는 순수한 공기. 하지만 그 정화된 공기는 한 대위에게 축복이 아닌 고문이었다.[System Link: Severed][Feedback Loop: Disabled][Pain Signal: 100% Restored]지금까지 시스템의 보상(Pleasure) 신호에 가로막혀 있던 모든 감각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찢겨 나간 근육의 비명, 터진 혈관의 박동, 그리고 과부하로 타버린 신경 마디마디의 통증이 해일처럼 그를 덮쳤다.“아저씨!”소년이 다급하게 그를 붙잡았다. 하지만 이번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황홀한 쾌락도, 쏟아지는 데이터도, 뇌를 녹이는 공명도 없었다. 그저 작고 가냘픈 손의 투박한 온기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한 대위는 그 생소한 ‘진짜 온기’에 몸을 떨며 중얼거렸다.“……살아있네…… 지독하게도.”[2] 진실: 열적 금단 현상 (Thermal Withdrawal)거리는 조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역 내부보다 더 처참한 비명이 사방에서 들려오고 있었다.“아…… 아아…… 안 돼……!”골목 끝에서 한 남자가 벽을 손톱이 빠지도록 긁으며 몸을 비틀고 있었다. 그의 피부는 이미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입술은 수분이 다 빠져나간 논바닥처럼 갈라졌다. 체온은 이미 인간의 한계선을 넘어 급격히 하강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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