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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Author: 구취
한서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병실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문이 막 닫히는 순간, 가정부가 강율희가 탄 휠체어를 밀고 복도 모퉁이에 나타났다.

그녀는 숫자가 바뀌는 엘리베이터 표시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병원을 나온 뒤, 한서윤은 목적 없이 차를 몰았다.

사실 해외 파견 건은 꼭 박경수에게 부탁할 필요는 없었다.

신씨 가문이나 주씨 가문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청운시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많은 분야에서 이 두 가문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김혜정이 나서면 이 일은 금방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김혜정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알게 되면 분명히 말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혼 이야기도 아직 어떻게 꺼낼지 모르고 있었다.

주선율도 안 될 것 같았다.

그녀 역시 절대 찬성하지 않을 것이고, 심하면 또 절교하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주선율은 툭하면 그런 식이었다.

이제는 그런 자극을 감당할 나이도 아니었다.

그들에게만 숨기고, 시간이 지나면 누구도 자신을 붙잡지 못할 것이다.

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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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승우 씨, 아웃   제30화

    한서윤은 이미 사람을 시켜 확인해봤다.그 집은 그녀와 신승우가 결혼하기 전에 신승우가 사들인 것이었다.즉, 부부 공동 재산이 아니었다.이혼 시 재산 분할 대상도 아니었다.그래서 그녀는 반드시 이혼을 ‘협상 카드’로 삼아 신승우와 맞바꿔야 했다.묵원을 나온 한서윤은 차에 올라탔다.신승우가 어디로 출장을 갔는지, 그곳과 한국의 시차가 얼마나 되는지도 몰랐다.하지만 단 1초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강율희가 그 집에 하루라도 더 사는 것은 그녀에게 하루하루 살을 도려내는 고통과 같았다.그녀는 곧바로 신승우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몇 번의 신호음 끝에 자동으로 끊기며 아무도 받지 않았다.이번에는 윤진혁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찬가지로 연결되지 않았다.차 밖에는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어둠에 잠긴 차 안에서 한서윤은 이를 악물고 차갑게 웃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신승우가 다시 전화한 줄 알았지만 화면에 뜬 것은 낯선 번호였다.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로 낮게 깔린 비웃음이 먼저 흘러나왔다.“한서윤.”그 소리를 듣는 순간,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하듯 뼛속이 시려오며 귀가 울렸다.강하준이었다.“내 목소리 알아들었네. 내가 요 며칠 병원에 있으면서 매일 무슨 생각 했는지 알아? 그날 밤 왜 그렇게 실수했는지 생각했어. 왜 너를 안 죽였을까. 네가 그렇게 질긴 목숨일 줄 알았으면, 그때 돌려가며 건드리게 할 게 아니라 그냥 칼로 찔러 죽였어야 했는데. 안 그래?”“너희 집안 다 망했는데 너 혼자 살아서 뭐 해? 아, 들으니까 우리 누나가 네 옛날 집에 산다며? 그것도 신승우가 사줬다던데. 너 진짜 한심하다. 나라면 그냥 죽었을 거야. 한서윤, 기다려. 나 퇴원하면 제일 먼저 너부터 죽일 거야.”한서윤의 손끝이 멈추지 않고 떨렸고, 충혈된 눈에 눈물이 맺혔다.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고 그 번호를 차단했다.아크로 집으로 돌아온 뒤 씻고 침대에 누웠다.눈을 감자마자 신승우가 그녀의 집을 사서 강율희를 들인

  • 신승우 씨, 아웃   제29화

    “그런데 왜 하필 여기냐고!”한서윤이 한 걸음 다가섰다.발아래에는 그녀가 돌 때 남긴 작은 발자국이 있었다.부모님이 안고 찍어준 흔적이었다.집에 돌아왔는데...그녀는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여긴 내 집이야.”강율희가 여기 사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신승우가 이 집을 사줘서 살게 하는 식이어선 안 된다.그건 신승우가 직접 칼로 그녀의 가슴을 찌르는 것보다 더 아프니까.강율희는 잘 접은 손수건을 꺼내 한서윤에게 건넸다.“눈물 닦아. 추워.”한서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서윤아, 집착하지 마. 여긴 이미 네 집이 아니야. 네 아버지가 팔던 순간부터 다른 사람 거였어. 다른 사람이 살 수 있는데 나는 왜 안 돼?”익숙한 그 말은 날카롭게 그녀의 심장에 꽂혔다.강율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네가 그랬잖아. 나는 장애가 있어서 결혼 못 하는 거니 넌 상관없는 거 아니냐고. 그 논리는 이해하면서 왜 지금은 따져?”“이제 본색을 드러내네?”한서윤이 손수건을 치워서 떨어뜨렸다.경호원은 한서윤이 손을 쓰는 순간 즉시 그녀를 제지했다.“지금 바로 나가십시오.”“비켜.”한서윤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경호원은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대표님의 지시입니다. 서원에 무단 침입하는 사람은 모두 쫓아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아가씨의 친구라서 예의 지킨 겁니다. 계속 이러시면 강제 조치할 겁니다.”말이 끝나자 주변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이 일제히 나타나 한서윤을 둘러쌌다.그녀는 몇몇 얼굴을 알아봤다.신승우의 사람들이었다.“다들 물러나요.”강율희가 조용히 말했다. 사람을 훈계하는 어조는 부드럽지만 힘이 실려 있었다.그들은 강율희의 말을 잘 듣는 것 같았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강율희는 부드럽게 말했다.“서윤아, 난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아. 늦었어. 오늘은 돌아가.”가정부가 휠체어를 밀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한서윤이 한 발짝 움직이자 경호원들도 동시에 다가왔다.그녀는

  • 신승우 씨, 아웃   제28화

    휠체어에 앉은 사람은 강율희였다.강율희는 목에 두른 머플러를 여미며 말했다.“내일 아침에 국 좀 끓여줘요. 외삼촌께 가져다드리게.”“네, 아가씨.”가정부가 휠체어를 밀며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강율희!”그때 공기를 찢는 듯한, 다급하고 분노 섞인 목소리가 뒤에서 울려 퍼졌다.운전하던 남자는 경호원이었는데, 발소리를 듣자마자 몸을 돌려 경계하며 휠체어 뒤를 막아섰다.그래서 강율희는 돌아보는 순간 바로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다.하지만 이 목소리는...“비켜요. 제 친구예요.”그녀가 담담하게 말했다.경호원이 물러섰다.강율희는 바람맞으며 서 있는, 눈이 붉어진 한서윤을 단번에 알아봤다.그녀는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한때는 한서윤을 안쓰러워했다.그녀가 울면 마음이 아팠고, 힘들어하면 견디지 못했다.누가 한서윤을 건드리면 절대 가만두지 않았다.하지만...한서윤이 신승우를 좋아하게 된 순간부터,모든 것이 달라졌다.신승우를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싫었다.특히 한서윤은 더더욱 그랬다.“서윤아, 여기 어떻게 왔어?”강율희는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그녀는 손짓으로 휠체어 방향을 돌리라고 했다.찬 바람이 한서윤의 긴 머리를 휘감았다.그녀는 차갑게 굳은 손을 움켜쥔 채, 믿기지 않는 눈으로 강율희를 바라봤다.다리는 납덩이처럼 무거워 움직일 수 없었다.“왜... 여기 살아?”이 집에 사는 사람이 강율희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그래서 신남훈이 그녀를 보고 ‘대단하다’고 했던 거였다.신승우가 강율희를 ‘그곳’ 에 들여보내도 참고 넘긴다고.지금 보니 자신이야말로 모든 걸 알고 있는 사람들 눈에 웃음거리가 되어 있었다.그의 의도를 알고 있는 그녀는 원래 신남훈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일부러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고, 틈을 타 들어오려 했다.그녀는 남편의 사생활을 캐고 집착하는 사람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어차피 신승우가 좋아하는 건 강율희였으니 그녀를 위해 무엇을 하든 이상하지 않았고, 굳이 따질 필요도 없었다.

  • 신승우 씨, 아웃   제27화

    한서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병실을 나섰다.엘리베이터 문이 막 닫히는 순간, 가정부가 강율희가 탄 휠체어를 밀고 복도 모퉁이에 나타났다.그녀는 숫자가 바뀌는 엘리베이터 표시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병원을 나온 뒤, 한서윤은 목적 없이 차를 몰았다.사실 해외 파견 건은 꼭 박경수에게 부탁할 필요는 없었다.신씨 가문이나 주씨 가문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청운시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많은 분야에서 이 두 가문의 영향력은 막강했다.김혜정이 나서면 이 일은 금방 해결될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김혜정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알게 되면 분명히 말릴 것이기 때문이다.이혼 이야기도 아직 어떻게 꺼낼지 모르고 있었다.주선율도 안 될 것 같았다.그녀 역시 절대 찬성하지 않을 것이고, 심하면 또 절교하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주선율은 툭하면 그런 식이었다.이제는 그런 자극을 감당할 나이도 아니었다.그들에게만 숨기고, 시간이 지나면 누구도 자신을 붙잡지 못할 것이다.두 달, 그 사이 신승우가 언제 답을 줄지도 모른다.이혼 절차를 위해 가정 법원에 가야 하고, 이혼 숙려기간도 필요할 것이다.하지만 신승우는 그녀보다 더 빨리 이혼을 원할 것이니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그렇게 생각하며, 한서윤은 계속해서 목적 없이 도시를 달렸다.익숙한 거리와 건물들을 바라보다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청운시에서 태어나 청운시에서 자란 그녀였다.20년 넘게 살아온 이곳을 떠나 3년, 어쩌면 그 이상을 떠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어느새 한서윤은 차를 몰아 서원으로 들어왔다.예전에 부모님과 함께 살던 곳이지만 그해 한씨 가문 회사가 파산하면서 아버지는 집을 팔아버렸다.몇 년 전 그녀가 이곳에 와봤을 때는 집이 빈 채 아무도 살지 않았다.그 집에는 부모님과 함께했던 소중한 기억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벽에는 그녀가 어릴 적 그린 낙서와 작은 손자국, 그리고 스티커들이 남아 있었다.아버지는 그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직접 마당에 나무

  • 신승우 씨, 아웃   제26화

    박경수는 국내 언론계의 거물이었다. 누구나 그의 체면을 봐야 했다.통신사 쪽에도 그의 제자들이 요직에 있었기에 그가 한마디만 하면 한서윤의 문제는 쉽게 해결될 일이었다.그녀는 희끗희끗해진 그의 관자놀이를 보며 죄책감을 느꼈다.“선생님, 저 정말 반성하고 있어요.”제자들은 모두 그를 ‘박 교수님’이라고 불렀지만, 한서윤만은 ‘선생님’이라고 불렀다.선배들조차 그가 가장 아끼는 제자가 한서윤이라고 말했었다.오랜만에 듣는 그 호칭에 박경수의 표정이 흔들렸다.그는 안경을 고쳐 쓰며 한숨을 쉬었다.“한 번 나가면 3년이야. 신승우랑 3년 떨어져 있어도 괜찮겠어? 율희가 돌아온 게 너희 관계에 영향 준 거 아니야?”‘관계?’한서윤은 그 단어가 비웃음처럼 느껴졌다.그녀와 신승우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형제 같은 감정조차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선생님, 오늘은 일 얘기만 하고 싶어요.”선은 분명히 지켰다.아무리 박경수가 자신을 아낀다더라도 강율희는 그의 친조카이니 중간에서 곤란해질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배려를 느끼며, 박경수의 마음도 복잡해졌다.결국 그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지금 E 국은 전쟁 중이야. 위험투성이지. 지원자들이 다 경력 쌓으려고 가는 줄 알아? 다들 각오하고 가는 거야. 넌 내 제자야. 그런 데로 보내고 싶지 않아.”그제야 처음에 거절했던 이유를 알게 됐다.한서윤은 자신이 괜히 예전 일로 아직 화가 나 있다고 오해했던 것을 부끄러워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선생님, 처음 수업 때 하신 말씀 기억하세요? 우리는 세상이 알아야 할 진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들어가는 거라고 하셨잖아요.”그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저, 죽는 거 안 무서워요.”박경수의 표정이 굳었다.“기억력이 좋긴 해. 그 말만 기억하는 거야? 그때 내가 그렇게 말렸던 건 하나도 안 들었잖아.”한서윤은 고개를 숙인 채 꾸중을 들었지만 물러설 생각은 전혀 없었다.그는 그녀의 고집을 잘 알고 있었

  • 신승우 씨, 아웃   제25화

    “하지만 나 거짓말 안 했어. 청운시에 온 건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승우 오빠가 원해서야.”한서윤은 발걸음을 멈췄다.그녀는 문이 닫히지 않게 손으로 버튼을 눌렀다. 이내 문이 다시 열렸다.한서윤은 손가락을 세게 움켜쥐며 겨우 돌아보지 않고 참아냈다.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혔다.한서윤은 엘리베이터 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얼굴이 너무 창백했다. 주먹을 풀자 손바닥에는 어젯밤 넘어지며 긁힌 자국 위로 피가 배어나고 있었다.한서윤은 자신이 매우 담담하게 강율희를 마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아무리 계산해도, 신승우가 강율희를 귀국시키라고 했다는 사실만큼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신승우는 이렇게까지 서두르고 있었다.이혼도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강율희를 데려오려 할 정도로.그는 이 결혼을 전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하서윤이라는 아내도 전혀 안중에 없었다.이 결혼은 단순히 남보다 못한 관계가 아니라, 아예 존재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이었다.신승우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관계였다.그렇게 생각하자, 한서윤의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왔다.병원을 나온 뒤, 한서윤은 방송국으로 돌아가 일에 몰두했다.하지만 잠깐이라도 쉬는 시간이 생기면 머릿속에서는 자꾸만 점심에 강율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퇴근할 때까지 그렇게 버티다가, 그녀는 다시 박경수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번에는 박경수가 직접 전화를 받았다.한서윤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박경수는 약을 먹고 있었다.그는 노크 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서윤이 왔구나, 들어와.”한서윤은 병상 곁으로 다가갔다.“교수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에이, 감기일 뿐이야. 많이 나아졌어. 앉아.”한서윤은 소파에 앉아 그가 약을 다 먹기를 기다렸다.박경수는 몇 번 기침하고 나서 말했다.“너, 강하준을 병원에 실려 오게 했다면서?”한서윤의 숨이 잠깐 멈췄다.강하준은 강율희의 동생이자, 동시에 박경수의 외조카였다.그가 먼저 사람을 시켜 자신을 때렸지만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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