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에 마주하는 대한민국 하늘인지.현신은 제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폭풍의 중심에 서 있었지만, 도리어 기묘한 고요함을 느끼며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기로 했다. 인천공항을 벗어나 서울로 향하는 동안, 엘에프가 마련한 최고급 리무진 내부에는 오직 아늑한 평화로움만이 가득했다.“날씨도 좋고, 샴페인도 맛있네요.”효진의 나긋나긋한 말에 엘에프는 투명한 잔을 가볍게 흔들 뿐, 입에도 대지 않은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대는 취하지 않는 편이 좋겠어.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아 보이니까.” “어머, 이것도 임무인가요?” “그렇다고 해두지.”말도 하지 말고, 취하지도 말라니. 효진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임무라며 혼자 투덜거렸으나, 아쉬운 대로 샴페인 잔을 흔들며 나름의 풍류를 즐겼다.“오늘 꽤 잘 어울리는군.”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던 헤르만이 한마디 툭 내던졌다.현신의 착장은 완벽했다. 차분한 그레이 색상의 프랑스 명품 트위드 코트에 감각적인 검정 롱부츠, 그리고 같은 브랜드의 검정 금장 체인백이 자아내는 아우라는 독보적이었다. 곁에 앉은 헤르만 역시 그레이 톤의 맞춤 슈트에 검정 셔츠, 회색 타이를 매치하고 있어, 누가 봐도 두 사람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상류층 커플 그 자체였다.대대적으로 약혼을 공표한 사이에다가 엘에프의 여동생이라는 신분까지 덧입혀진 덕에 삼엄하기 이를 데 없는 JJ그룹 창립행사의 초대장도 무사히 발급받을 수 있었다.“모두 선배 덕분이죠. 헤르만 선배, 피곤하시겠어요.” “몸이 피곤한 게 아니라, 레드 레이디에게 시달리는 게 더 피곤해.”헤르만의 짓궂은 농담에 현신은 작게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슬며시 손으로 입을 가렸다.사실 헤르만은 지난주부터 이탈리아로 넘어가 빅토리아의 프리모들과 극비리에 회합했고, 그 세력을 엘에프 쪽으로 대거 흡수시키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독일과 영국 측 넘버들에게 빅토리아 기관의 추악한 내부 고발 기사를 터뜨리기 위해 정치적으로도 영리하게 움직인 상태였다.이 숨 막히는 와중에 헤르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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