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Capítulo 191 - Capítul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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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은밀하게 다가온 자의 정체를 밝히소서

가계영이 내린 임무.살아남아야 한다는 당부는 현신의 가슴을 묵직하게 짓눌렀다. 현신 역시 곁에 선 계영에게만 들리도록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계영 님도······요.”그 말을 끝으로 계영은 현신의 등을 두드려 주었고, 몸을 돌려 멀어졌다.아직 현신은 엘에프의 그림자 속에 머물러야 했다. 한비단과 빅토리아 사이에서 판을 뒤흔드는 악의 축, ‘키맨’을 밝혀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이 자리에 섰다.오늘은 이곳에 선 모두가 각자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날이었다.생각에 잠겨 헤르만이 유럽의 누군가와 긴밀하게 의논하러 잠시 멀어진 사이 현신도 손이 허전해 샴페인 잔이나 하나 들까 싶어 몸을 돌렸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소리 없이 그림자처럼 다가온 남자로 인해 온몸이 순간 얼어붙었다.“예쁘네. 알바생.”현신은 숨을 멈춘 채 고개를 돌렸다.다름 아닌 김강무였다. *** 현신은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멈춰 서서 강무를 응시했다.“눈썰미가 좋으시네요, 강무 선생님.”늘 알쏭달쏭한 인물.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누구보다 가계영에게 충성하면서도, 늘 단독으로 행동하는 남자.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눈치채고, 한규련을 구하던 임무에서도 제일 먼저 자신을 엘에프의 첩자로 의심했던 남자였다.현신은 본능적으로 그가 오늘 이 자리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존재임을 직감하고 있었다.“못 알아볼 리가 없지. 처음부터 예쁘다고 했잖아.”그 '처음'이 언제였을까. 불타버린 보육원에서 처음 마주쳤던 그 순간이 뇌리를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게다가 지금 가장 강력한 키맨 후보로 거론되는 김민철을 아버지로 둔 남자가 바로 그인데, 과연 강무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감사해요. 오늘 제가 강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잘 부탁드려요.”그 순간, 난생처음으로 강무의 눈빛이 일순 흔들리는 것이 현신의 눈에 들어왔다.“와, 놀랐네.”현신은 강무의 말을 속으로 몇 번이고 곱씹었다. 그가 놀란 지점은 과연 어디일까.효진에게 특훈받은 우아한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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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본능적인 위화감을 외면하지 마소서

지금 현신은 너무 놀라 눈만 깜빡거렸다.제 앞에 서 있는 이는 다름 아닌 송화였다. 하마터면 이 위험천만한 연회장에서 만난다며 반갑게 인사를 건넬 뻔했다.“한 잔 주세요.”송화는 현신을 알아보지 못한 채, 샴페인을 청하는 목소리에 고개를 숙여 은쟁반 위 잔을 다소곳이 내밀었다.“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혹시 위험한 일이 생기면 절대 혼자 계시지 마세요.” “······아, 감사해요.”그녀는 왜 이런 경고를 건네는 걸까.이 화려한 연회장에서 평범하게 위험한 일이 생길 리 없는데. 하지만 계영도, 헤르만도, 심지어 송화까지 주변의 모두가 염려하는 것은 오직 현신이 홀로 남겨져 위험에 빠지는 상황이었다.“에스, 역시 샴페인이 필요했는데 센스 있네! 이제 정말 근사한 상류층 숙녀가 다 되었는걸? 이럴 때 빈손이면 섭섭하지. 나도 하나 줘요.”그때 효진이 자연스럽게 다가와 잔을 들었고, 두 사람은 샴페인을 든 채 다시 걸음을 옮겼다.목적지는 오늘 이 화려한 연회의 주인, 주효진의 아버지 주정훈 회장이 서 있는 곳이었다.“아빠, 참! 아까 독일어 어떤 거 궁금하다고 하셨죠?”효진은 샴페인 잔을 든 채 아버지가 서 있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으며 현신의 자리도 챙겨주었다.“잘 왔다. 안 그래도 저쪽에 독일 바이어가 있어서 말이지. 에스, 나 좀 도와주겠습니까?” “네, 회장님.”주 회장은 자신이 사용하는 독일어가 정확한지 물었고, 현신은 우아하게 대답을 이어가며 경영인들의 무리에 자연스럽게 합류했다.유럽 바이어와 편안하게 대화가 오갔고, 현신은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처럼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유럽에서 엘에프의 위상이 상당한 만큼 사람들은 모두 현신에게 정중했고, 무엇보다 엘에프와 지독하게 닮았다는 탄성을 연신 내뱉었다.바로 그때, 김민철 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 스쳐 지나가려던 김민철은 주 회장 곁에 선 효진과 현신을 발견하더니 걸음을 멈추었다. 제 발로 현신이 서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다니.‘그가 키맨이라서일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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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사면초가에서 내 사람을 지키게 하소서

“벌써 위험해진 거야? 스릴 넘친다!”흥분한 효진과 달리 현신은 등골이 오싹해 심장이 거세게 뛰고 있었다.효진의 방에 이르자 그녀는 먼저 빠져나갔고, 현신은 위급 상황에 즉시 대비를 시작했다.엘에프가 준비해 준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가발과 렌즈도 벗어 던졌다. 현장을 녹화하던 장비들도 신발과 상의 주머니에 달린 단추로 신속히 옮겨 달았다.‘아직 키맨도 못 잡았는데 어쩌지······.’이대로 도망칠까 싶었지만, 철저히 기회를 엿보다 보면 분명 다시 증거를 확보할 순간이 오리라 믿었다.계영과 엘에프가 준비해준 장비는 상당했고, 모두 현신의 탈출을 위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현신은 다시 정원으로 향했다. 방에서 내려와 통유리 거실 커튼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자, 저택 뒤편 높은 담벼락 위로 검은 그림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쿵, 쿵! 쿵!저택의 안과 밖, 정원을 비롯한 모든 조명이 일제히 꺼져버렸다. 어둠 속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섞인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잠시 비상전력을 가동할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행사 진행 요원이 메가폰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갑자기 활기찬 음악 소리가 공간을 메우자 사람들의 신경은 순식간에 분산되었다.“자, 효진 님. 얼른 아버님께로 가세요!” “에스는 꼭 탈출해! 알겠지? 이거 우리 집이 뉴스에 대대적으로 나겠는걸?”효진은 씩씩하게 전혀 동요하지 않고 정원 행사장쪽으로 향했다.이 틈을 타 현신은 야간투시경을 착용한 채 엘에프와 가계영이 있는 곳을 확인한 뒤 어디서 적들이 침입했는지 저택 후미진 곳부터 살폈다. 그리고 기묘한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차가운 어둠을 뚫고 달려갔다.펑! 펑! 펑!굉음이 여기저기서 남발했으나, 커다란 굉음에 묻혀 손님들은 별반 신경 쓰지 않았다.오히려 밤하늘 위로는 아름답고 화려한 폭죽이 터지고 있어 장관이었다.그 순간.적들이 저택의 본관과 먼 별채 뒤편 담을 넘어 줄줄이 침투하고 있는 것이 목격되었다.‘선배!’헤르만은 이미 전투복으로 갈아 입은 뒤 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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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마침내 누가 악마인지 밝혀 주소서

가계영의 온몸이 돌처럼 굳어버렸다.저 멀리 칠흑 같은 어둠을 찢고 울려 퍼진 총성은 명백했다.대한민국 한복판, 그것도 삼엄한 제1선 경호를 자랑하는 유명 인사가 한 곳에 머무는 저택 한복판에서 총격이라니. 정전으로 인한 단순 합선일 거라 애써 현실을 부정하면서도, 가슴 깊은 곳에서 사정없이 솟구치는 불안감은 식을 줄 몰랐다.하지만 그에게는 당장 사람들을 안전하게 대피시켜야 하는 무거운 책무가 있었다.이대로 손을 놓고 무너진다면 오늘 행사는 엉망진창이 될 터였고, 기다렸다는 듯 언론은 JJ그룹을 사회적으로 매장해 버릴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오늘 모인 내빈들은 대한민국 최정상에 서 있는 정치·경제·문화계의 거물들이었기에 한 걸음 한 걸음이 살얼음판이었다.갑작스러운 정전이라는 거대한 파문 속에서도 가계영은 흔들림 없는 리더로서 의연하게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마 실장! 지금 이놈들이 총을 쏜 건가? 누가 맞은 건 아니겠지?”가계영이 나지막이, 그러나 다급하게 외쳤다. 주변 인파를 기민하게 통제하던 마 실장이 흠칫 몸을 떨더니,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빠르게 확인하고 오겠습니다!”마 실장의 목소리 끝에 팽팽한 긴장감이 묻어났다.가계영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언론의 무자비한 먹잇감이 되기 전에 이 전장을 어떻게든 수습해야 했다. 거물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미세한 소문조차 가문에 치명적인 도화선이 될 터였다.하지만 그 혼란의 한구석에는 묵직한 믿음 하나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현신은 안전하겠지?”가계영은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현신의 위치를 본능적으로 가늠하며 속으로 읊조렸다. 목숨을 건 잔혹한 책략가와 냉철한 전사가 곁에 있다면, 어떤 사선(死線)이라 해도 반드시 돌파구를 열어젖힐 터였다.“물론입니다. 엘에프 사장님과 헤르만 부사장님은 현신 님이 위험에 처한다면 목숨을 던져서라도 지켜낼 분들입니다.”가계영의 속마음을 읽어낸 듯 마 실장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마 실장의 말이라면 틀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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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절망 앞에서 무릎 꿇지 않게 하소서

‘계영 님은 또······ 거짓말쟁이에게 속으셨군요.’설마설마했는데, 그토록 찾아 헤매던 키맨이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니. 현신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몸서리를 쳤다.“이 망할 년!”효진의 경고는 단 하나도 틀린 게 없었다. 현신은 왜 이리 사람 보는 눈이 없을까. 잠깐이라도 김민철의 인자함에 속아 그를 믿었던 자신이 가슴 시리도록 멍청하게 느껴졌다.“이 아이도 참 학습력이 없어요.”“요원 실격이군, 코드명 에스.”김민철의 입에서 자신을 처참하게 비하하는 소리가 흘러나오자, 현신은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 이를 악물고 소리치고 싶었다.하지만 그들이 무심코 내뱉는 대화 하나하나가 값진 정보였다. 단 하나라도 더 들어야 했기에, 기절한 척 감정을 누르며 신음조차 삼켰다.“그런데 아버지, 아버지가 한비단 관계자였어요?” “그래. 내가 코드 타워지. 정보를 빼낸 뒤 죽이려면 시간이 부족해! 어서 깨워!”김강무도 오늘 제 아버지가 코드 타워인 것을 알게된 것 같았다. 게다가 정보를 빼낸 뒤 자신을 바로 죽이겠다니.그 순간 현신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렇게 붙잡혀 온 이상, 자신이 죽더라도 김민철이 키맨이라는 이 가공할 진실만큼은 반드시 바깥으로 전해야 했다.그때 가슴팍과 발끝에 감춰둔 기계 장치들이 떠올랐다.현신은 아랫입술이 터져 피가 날 정도로 깨물며 무너져 내리던 마음을 다잡았다.다 녹음되고 녹화되어 어디론가 전송되고 있을 터였다. 절망 속에서 희망의 불씨가 타올랐다.‘내가 죽어도 이 증거만 전송된다면······ 임무는 실패가 아니야!’목숨을 보전할 수 없는 최악의 위기 속이었지만, 마침내 진실의 핵심에 다가섰음을 직감했다. ***짝! 짝!“윽!”김민철이 현신의 양 뺨을 거세게 내리치는 매서운 마찰음이 지하 공간을 찢었다.“일어나, 에스!”이어 묶인 의자 다리를 김강무가 발로 거칠게 차버리자, 현신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이제야 겨우 의식을 찾은 것처럼, 현신은 눈을 찌푸리며 힘겹게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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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죽어도 피로 물든 거짓을 불태우소서

“······네? 최주현? ······우리 할멈이요?”현신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경련했다. 김민철의 눈가에 스친 경멸의 빛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대체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왜 할멈이 언급되는 것일까? 그 힘없고 무기력하게 누워 있던 가여운 최주현이 뭐?진실을 향한 갈증이 목숨보다 절박해진 현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도대체 다들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제대로 말씀해 주세요! 그 불쌍하고 착한 할멈이 뭘 망쳤다는 건가요!”공포감은 둘째 치고, 짓눌러오는 진실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사고가 잇따르지 않았다.“한때 날 사랑한다던 그 여자가 한비단의 일원으로 시작했지만, 욕망에 눈이 멀어 코드 원까지 살해하고 그 자리에 올랐지!”할멈과 김민철이 사랑을 운운하던 사이였고, 목적을 위해 사람까지 죽였다고? 현신은 귀를 의심했지만, 김민철의 입에서 나온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잔혹한 진실이었다.“그럼······ 우리 할멈이 한비단과 관련된 사람이라는 건가요?”김민철의 말이 끝나자마자, 김강무는 남 일 말하듯 팔짱을 낀 채 서늘하게 설명을 보탰다.“그래, 핵심 요원이지. 아주 권력에 눈이 먼 지독한 악마야.”말도 안 되었다. 매일 아파서 멍한 눈으로 병원에만 누워 있던 가여운 노인이었는데.“할멈은······ 설마······.”그때 김강무가 팔짱을 낀 채 차분하게 쐐기를 박았다.“천의 얼굴을 가진 요원이었지. 그 여자도 오늘 총을 들고 파티장에 난입했었지.”말도 안 되는 소리. 현신은 이미 온몸의 세포에서 수분이 다 터져 나오듯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그 여자가 너희 같은 보육원생들을 자꾸 라ON에 끌어다 놓고, 아이들을 사지로 몰았다.”김민철의 잔혹한 한마디에 현신의 마음은 형체도 없이 무너져 내려버렸다. 자신이 가족처럼 아끼던 할멈이 이 모든 비극의 근원이었다니.“거짓말, 그······ 그건······ 말도 안 돼요!” “멍청하긴!”김민철이 한심하다는 듯 비아냥거렸다.“아니에요······. 할멈은······ 가족인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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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내 바람이 하늘에 닿게 하소서

주 회장의 저택 지하 5층, 현신이 갇힌 공간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이곳에 침입했던 빅토리아 세력 역시 가계영의 신속한 진압으로 흔적도 없이 철수한 상태였다. 홍콩과 상하이 출신 요원들마저 헤르만의 명령으로 엘에프의 병원 경호에 투입되며 자리를 비웠다.“가계영 그놈이 왜 여기를 집요하게 찾고 있는 거냐?” “녀석의 촉이 보통이 아닌가 봅니다!”현신은 쏟아내던 울음을 멈추고 가계영이라는 이름에 순간 움찔했다. 김민철과 김강무 역시 예상치 못한 상황에 혼란스러워하며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우리도 어서 탈출해야 한다!” “어서 다른 VIP 무리에 섞여 지금 나가세요!”현신은 가계영이 이곳에 오다 혹여 위험한 일을 겪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그가 자신을 찾아내 줄지도 모른다는 미세한 기대감이 정신을 일깨웠다.그때, 김민철의 차가운 시선이 다시 현신의 머리 위로 따갑게 쏟아졌다.“강무! 네가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 “요원들을 철수시킨 뒤 불을 지르고 탈출하겠습니다!”김민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하실에 있던 한비단 요원들과 함께 빠져나갔다.김강무가 바로 불을 지르면 자신도 죽고, 증거가 녹음된 기기조차 재가 되어버릴 터였다. 현신은 터질 것 같은 머리를 굴렸다. 죽더라도 증거가 붙어 있는 신발만이라도 가계영에게 전해 달라고 애원해 볼까.김강무가 다가왔다.두 눈을 질끈 감던 그 순간.“너······ 탈출해야지. 정신 차려.”현신은 고개를 들고 놀란 눈으로 강무를 내다보았다.“살려줄게.”강무는 올곧은 눈빛으로 현신을 묶고 있던 밧줄을 단칼에 끊어내며 탈출 방법을 일러주었다.“미안, 고생했어.”그럼 그렇지. 김강무는 역시 가계영의 진정한 친구였다. “에스, 잘 들어. 여기 지하로 쭉 가면 계단이 있어. 그곳을 통해 밖으로 나가야 살 수 있어. 하지만 꽤 많이 가야 할 테니 각오해!” “강무 선생님······.”그때 김강무가 환하게 웃으며 현신의 어깨를 다시 한번 다정하게 두드렸다.“요원 에스. 내가 여기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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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드디어 어둠을 뚫고 진실을 밝히게 하소서

현신은 바닥으로 몸이 고꾸라지는 와중에도 온 감각을 귀 끝에 집중시켰다. 헛것이 들리는 걸까.분명 계영의 목소리였는데, 시간이 찰나처럼, 혹은 영원처럼 흐르고 흘렀다.[현신······! 신······!]점처럼 작지만, 분명 제 이름을 부르는 울림이었다. 꿈에서조차 갈망하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어둠과 연기 장막 너머로 소리가 또렷해지자, 참았던 아이 같은 울음이 왈칵 터져 나왔다.“······!”탈진한 목소리는 찢겨 나가 목구멍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계영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고 싶은데 입술만 뻐끔거릴 뿐이었다.현신은 손에 쥐고 있던 아미 나이프를 들어 벽을 가차 없이 내리쳤다.쿵! 쿵! 쿵!우수수 흙가루가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등 뒤에서는 매서운 열기가 피부를 바짝 죄어오며 화염이 밀려드는 공포가 뼈를 깎아냈다.[현신! 내가 갈게! 소리가 들려! 조금만 버텨!]계영이 오고 있었다. 제 비명 없는 신호에 그가 반응하고 있었다. 쓰러졌던 몸이 기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신은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해 기어갔다.쿵! 쿵!죽을힘을 다해 벽을 찍어댔다.“현신!”발소리가 거리를 단숨에 좁혀왔다. 마침내 둔탁한 구두 소리가 귓가를 때리더니,“찾았다!”꿈에서도 그리워했던 그가, 오늘 파티장의 차림 그대로 연기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계영은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와락 현신을 끌어안았다. 그에게서는 지상의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묻어나고 있었다.그 서늘하고 단단한 품에 얼굴을 파고드는 순간, 현신은 이 지옥 같은 죽음의 위기가 끝났음을 직감했다. *** “겨우 찾았다······ 다행이야.” “······!”소리를 내지 못하고 뻐끔거리는 현신의 얼굴을 확인한 계영은 지독한 안도감과 함께 그녀의 입술을 깊게 범하듯 삼켜냈다.그러나 현신의 등 뒤에서 차오르는 서늘한 열기와 매캐한 탄내를 느낀 계영은 곧바로 입술을 떼어냈다. 지옥의 불길이 그들의 턱밑까지 쫓아오고 있었다.“일단 여기부터 벗어나야겠어. 눈 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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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다시 일어서서 눈물을 거두게 하소서

놀란 계영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왔다며 해맑게 웃던 현신이었다. 자신은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최주현에게는 과일과 케이크를 사 들고 문안을 다녔던 그 세월이 계영의 뇌리를 아프게 스쳐 지나갔다.최주현은 뒤에서 빅토리아와 손잡고 요원들의 뒤통수를 치면서, 그녀의 순수한 선의를 얼마나 비웃었을지 생각할수록 치가 떨렸다.‘강무가 그렇게 사람을 믿지 말라고 경고했건만.’반대로 지금 강무의 심정은 또 어떨까. 제 아버지가 현신을 죽이려 한 키맨이자 이 모든 흑막과 연결되어 있었다니.계영은 이 충격적인 진실이 심장을 날카롭게 찔러대는 와중에도, 증거를 챙겨온 현신의 집념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고생 많았다. 힘들었지.” “강무 선생님이······ 그래도 절 탈출시켜 주셨어요. 지금 무사하실지······. 걱정이네요.”계영은 증거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두려움을 누르며 현신이 납치되어 있던 순간이 담긴 녹화 영상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 잠시, 세단 안에는 거대한 정적이 흘렀다.아무리 김민철의 덜미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해도, 현신이 실제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기에 간담이 서늘하게 내려앉았다.강무를 믿었던 계영이었다. 강무의 의도를 존중하려 애썼지만, 현신이 위험천만한 미끼로 이용된 것만큼은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게다가 영상 속에서 현신이 폭행당하고 모욕적인 말을 듣는 장면이 나오자, 계영의 심장은 칼로 베인 듯 욱신욱신 아파왔다.그러나 현재 강무의 생사 또한 확인되지 않았다. 한비단에게 끌려가 도리어 고초를 겪고 있는 건 아닌지.오늘 얻어낸 성과는 거대했지만, 현신의 가슴에 새겨진 상처가 얼마나 깊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때로는 인간이 악마보다 더한 법이지.”현신이 목숨을 걸고 가져온 증거는 한비단을 압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엘에프를 사경에 헤매게 만든 빅토리아를 단죄할 강력한 단서가 되었다.바로 그는 헤르만, 엘에프, 그리고 현신의 휴대전화로도 파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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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지옥은 질색이니 더는 울리지 않게 하소서

계영은 현신과 헤르만의 통화를 물끄러미 지켜보았다.공식적으로는 둘이 약혼한 사이였기에 속내가 그리 편치만은 않았지만, 어쨌든 현신의 울음을 거두게 만들어 주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했다.-당분간 한국에서 엘에프가 회복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자. 넌 켄즈 대표 옆에 꼭 붙어 있어라.“네.”-파일은 잘 받았다. 법적 증거로서의 효력을 떠나서라도, 빅토리아가 한비단의 의뢰를 받고 저지른 사건임은 확실하게 드러났어.“네. 제가······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모두를 고생시켜 드려······ 면목이 없어요.”-이번 일이 아니었더라도 빅토리아 놈들은 엘에프를 습격했을 거다. 게다가 그들의 추악한 면을 국제사회에 공론화시킬 수 있는 증거까지 네가 확보했잖아. 임무 성공이야.계영이 곁에서 지켜본 헤르만과 엘에프는, 생각보다 현신과의 유대감이 깊고 신뢰가 끈끈했다.엘에프가 저 지경이 된 와중에도 헤르만이 계속해서 현신을 염려하는 모습은 다소 의외였다. 어쩌면 저처럼 무미건조한 요원들을 변화시킨 주범이 바로 현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화가 끝나자 현신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계영 님. 저 좀 씻을게요. 몰골이 너무 엉망이라서요.”계영은 무거워진 분위기를 돌려볼까 싶어, 일부러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현신의 매끄러운 손목을 감싸 쥐었다.“항상 고운 이유가 있었구나, 현신.” “네? 무, 무슨······.”현신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아까운 시간이잖아. 내가 씻겨 줄게.”그제야 비로소 부끄러움 많고 평범했던 본래의 현신으로 돌아오고 있었다.“괜, 괜찮아요. 하하, 저 사지육신 멀쩡해요! 혼자서도 잘 씻을 수 있어요.” “음, 내가 안 괜찮아.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현신은 계영의 집요한 시선을 피해 슬그머니 한 걸음 물러섰다.“네?”계영은 지체 없이 현신을 품에 안아 들고 자신의 침실 욕실로 향했다. *** 겉옷과 양말을 벗으며 현신은 감탄을 연발했다.“와, 욕실이 누구네 집 거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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