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Capítulo 201 - Capítulo 210

225 Capítulos

#199. 정적 속에서 그 이름을 부르게 하소서

현신은 팽팽하게 조여 있던 긴장이 풀린 탓인지 다음 날부터 몸 상태는 가파르게 나빠졌다.며칠 내내 혹독한 몸살과 열감기를 앓았고, 계영은 가슴을 졸이며 주치의를 펜트하우스로 불러 직접 치료받게 했다. 계영은 한시도 현신의 곁에서 멀어지지 않은 채 그녀를 돌보았고, 필요한 업무는 서재에서 화상 회의로만 소화했다.오늘은 거실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펼쳐두고 상황을 점검 중이었다.“마 실장, 여렌은?”-네. 하루가 다르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용의자도 특정해 냈습니다.“다행이군! 그래서?”계영은 드디어 흩어졌던 사건의 조각들이 하나로 맞물려 간다는 생각에 마동현 실장의 이어질 보고를 기다렸다.경찰청 내부까지 유유히 침투해 여렌을 습격하고 달아난 자가 누구인지, 이제 잡아들이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네. 그 최주현이라는 자가 직접 경찰서로 찾아와 여렌을 찌르고 도주했다고 합니다.“이런, 빌어먹을!”인간의 탈을 쓰고 금수만도 못한 짓을 저지르다니.최주현의 악행은 도대체 어디가 끝인지 화가 치밀어 올라, 계영의 입에서는 참았던 욕설이 터져 나왔다.“목격자인 최 경감은?”-한규련 사장님 측 김 비서 일행이 밀착하여 증인 보호 중입니다.“이제 김민철과 최주현을 법정에 세울 일만 남았군.”-물론입니다. 그동안 수집한 증거와 증인 확보까지 완벽히 끝났습니다.계영은 마 실장에게 외부 활동을 일임하고, 자신은 현신을 보호하기 위해 외출을 철저히 삼갔다.통화를 마친 계영은 침실로 향해 여전히 누워 있는 현신의 안색을 살폈다. 기척을 느낀 현신이 천천히 눈을 뜨더니, 제 손등에 꽂힌 링거 바늘을 확인하고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현신, 몸은 좀 어때?” “······계영 님 덕분에 오늘은 한결 가뿐해요.”힘없이 웃고는 있지만 탈진 외에 큰 부상이 없는 것은 다행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몸의 통증보다 가슴을 짓누르는 마음의 고통일 터였다.“갈비찜 먹고 싶다고 했지? 준비해 놨어.” “······말하는 대로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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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어둠 속에서 결단을 내리게 하소서

계영이 표정이 이렇게 어둡다니.“아직 연락이 없어.”그리고 그가 건네는 말도 결코 밝은 내용은 아니었다.강무가 혹시 위험에 처한 것은 아닐까 걱정이 밀려오는 현신이었다.그날 그가 계영을 배신하지 않은 덕분에 자신이 탈출할 수 있었지만, 강무의 현재 상황이 전혀 파악되지 않으니 현신의 마음은 여전히 돌덩이를 얹은 듯 무거웠다.“이탈리아 쪽 동향은 어떤가요? 한동안 잊고 있었어요.” “헤르만이 워낙 능력이 뛰어나서 모든 넘버들을 한국으로 집결시켜 놓았더라. 그쪽에서도 추가 범행을 저지르긴 힘들 거야. 나도 약간의 지원을 보탰고.”자신의 앞가림조차 바쁠 텐데 엘에프 측까지 세심히 신경 써주다니, 계영에게는 그저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었다.진심으로 든든한 아군인 계영을 바라보던 현신은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그러나 과연 이것으로 다 끝난 것일까.슬프게도 현신 자신의 나쁜 예감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아직 강무도, 최주현도, 그리고 자신이 죽은 줄로만 알고 있을 김민철도 마주해야 했다.기운을 차리고 깨어났음에도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고 개운치 않은 것은, 앞으로 다가올 더 큰 폭풍우를 암시하는 듯했다. *** 그날 늦은 오후, 계영의 초대로 무휼과 시온이 펜트하우스를 방문했다. 시온은 목발을 벗고 조금 절뚝거리면서도 제법 안정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무휼아! 시온아!” “흑, 현신아!” “오랜만이다.”시온은 곧장 다가와 현신을 꼭 안아주었고, 무휼은 현신의 어깨를 무뚝뚝하게 툭 치며 다정한 인사를 건넸다.그리고 가계영을 향해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인 뒤 가져온 과일 바구니를 놓았다.“감사합니다, 계영 님.” “와주어서 내가 고맙군. 출출할 텐데 뭐라도 좀 들게.”계영은 친구들이 편히 머물다 갈 수 있도록 거실 탁자가 부러질 만큼 풍성한 다과를 차려놓아 주었다.“너무 진수성찬이네요.” “현신이랑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 실컷 나눠.” “네, 그럴게요.”모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현신은 제일 먼저 무휼을 향해 깊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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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그대 손을 잡고 마주하게 하소서

보육원 도우미였던 최주현에게서 온 문자는 현신에게 거대한 충격이었다.심장이 배신감으로 온통 문드러지는 고통이 밀려왔다. 역시 효진의 말이 맞았다. 평생을 가족이라 믿었던 할멈의 존재가 부정당하면서 제 인생 전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말았다.어찌 사람이 이토록 사악할 수 있단 말인가.[현신 아가씨. 저 할멈이에요. 주 회장 저택 화재 때 아가씨가 정말 불에 타 엉망이 된 게 맞나요? 확실히 죽은 걸 내 눈으로 확인했어야 했는데. 이상하네요.]떨리는 손으로 문자를 읽고 또 읽었다. 심장이 찢겨나가는 통증 속에서 현신은 자신이 제대로 읽은 게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할멈! 이토록 내가 죽기를 바란 거였어?’김민철의 말대로 최주현은 인간의 탈을 쓴 악마에 불과했다.[아가씨 이름을 빌려주던 소년 ‘이신’을 기억하시죠? 희귀 혈액형이라 수혈이 필요할 때 쓰려고 내가 데리고 있답니다. 아가씨가 오시면 병원에 보내주고, 안 오면 그냥 죽일까 하고요.]그 불쌍한 아이는 현신 자신이 한때 그토록 아끼고 돌보았던 소년이었다. 최주현은 그 아이를 인질로 잡았다는 사실을 악랄하게 털어놓고 있었다.[우리 보육원의 그 불타버린 2층. 거기로 아가씨 혼자 오세요. 2월 28일 오후 5시.]최주현은 철저히 ‘악(惡)’ 그 자체였다. 마지막까지 자신이 최악의 인간임을 입증하듯 쐐기를 박는 문자를 이었다.[절대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되는 거 알죠? 안 그러면 이신이라는 아이는 아깝지만 처리할게요. 죽도록 보고 싶은 현신 아가씨, 우리 꼭 만나요.]최주현이 남긴 메시지는 저주나 다름없었다.잠든 계영을 침실에 둔 채 나온 현신은 밤새도록 거실에서 차마 입 밖으로 소리 내지 못한 채 손으로 입을 막고 울었다.어쩐지 불길하다 했더니. 현신은 제 인생이 왜 이리도 꼬여버린 건지,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모든 것이 허망하기만 했다.세상은 현신을 또다시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겨우 찾은 안락과 행복으로부터 도망치라며 낭떠러지로 몰아넣고 있었다.낮에 이 문자를 받기 전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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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다가올 봄에 웃게 하소서

“계영 님. 저······ 협박받았어요.” “한비단? 아니면······ 최주현?”현신은 가슴을 누르는 무거운 무게를 대신하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둘 다라고 봐야겠네요.”계영은 현신을 품에 안고 거세게 힘을 주어 끌어안아 주었다.지금 그녀가 얼마나 떨고 있었는지, 지난밤 홀로 얼마나 지독한 고통을 견뎌내야 했는지 전부 알고 있다고 다독여주는 듯, 닿아오는 손길은 눈물겹게 다정했다.“누군가를 인질로 잡고 너를 협박했겠지.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혼자 나오라고.” “네, 맞아요. 계영 님은 정말 다 아시네요.” “악당들 수법이야 매번 똑같으니까. 그리고 네가 혼자 나가면 그자들은 널 망설임 없이 죽일 테고.”역시 계영을 당해낼 수가 없다고 현신은 생각했다. 그가 덤덤하게 말해주니, 그토록 밤새 괴롭히던 거대한 절망조차 별것 아닌 것처럼 무색해지는 기분이었다.현신은 손을 올려 계영의 뺨을 살포시 쓰다듬었다. 아침 햇살을 가득 머금은 이 남자의 빼어난 얼굴을 눈과 마음에 담아두려는 듯, 제 쪽을 바라보게 한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계영 님, 저 좀 도와주세요.”시련과 고통을 거쳐야 사람이 성장하고, 눈물을 쏟아본 뒤에야 웃음의 가치를 비로소 깨닫는다고 했던가. 차오르던 눈물 사이로, 현신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계영은 별일 아니라는 듯 현신을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그녀의 가슴을 짓누르던 짐을 가볍게 덜어주듯 속삭였다.“그래, 전부 다 도와줄게.” “전 또 계영 님한테 거짓말을 하려고 했어요.” “그래도 결국엔 진실을 말해줬잖아.” “절······ 믿으세요?” “당연하지. 예쁜 거짓말쟁이는 그래도 약속은 아주 잘 지키거든.” “저한테 또 휘둘리실 거예요.”계영은 든든하고 포근한 품 가득 현신을 품어 안으며 나직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얼마든지 휘둘려 줄게. 네가 원하는 건 다 해줄 테니 말만 해. 구하고 싶은 사람 전부 구하고, 이루고 싶은 거 다 이루게 해줄 테니까.”현신의 눈에서 다시금 참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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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이제는 악마를 마주하게 하소서

오후 4시가 다다르자, 계영의 저택은 묵직한 정적 속에서 서서히 숨을 죄어오기 시작했다.“이제 마지막입니다.” “마 실장. 헬기 허가는 떨어졌나?” “예. 그리고 포섭할 수 있는 한비단 인력은 전부 회유하여 우리 쪽 편대로 돌려놓았습니다.”마 실장과 계영은 현신이 사지로 발을 내딛기 전, 마지막으로 모든 변수를 점검하고 있었다.“현신, 네 몸에 차고 있는 통신 장치, 그리고 대인 방어 무기와 비상용 소형 폭탄까지 다 너를 지켜주는 것들이니 잊지 마.” “네, 그럴게요.”현신은 혹시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투복 안에 모기장처럼 얇은 체인메일(Chainmail) 형태의 특수 섬유 전신 방탄복을 조용히 받아 입었다. 혼자라면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할 작전이었다. 그러나 제 몸을 미끼로 악의 뿌리를 통째로 뽑아내려는 이 사냥은 어지간한 테러 조직을 궤멸시킬 법한 거대한 작전으로 번져 있었다.“계영 님. 무사히 잘 다녀올 테니 너무 염려 마세요. 약속할게요.” “너는 내가 아는 가장 유능한 요원이야. 그러니 그 약속, 반드시 지켜.”계영의 거대하고 따스한 손이 현신의 여린 손가락에 조용히 고리를 걸어왔다.단지 이것만으로 온전할 수 있을까. 밀려드는 불안감이 현신의 가슴을 할퀴었지만, 적어도 지금만큼은 단 한 뼘의 나약함도 표정에 내비칠 수 없었다.저택 문을 나서는 순간에도, 다시 이 안식의 공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아득한 두려움이 먹구름처럼 밀려왔다. 그러나 현신은 턱을 치켜들었다. 이제 마주해야 할 악의 근원, 최주현만을 눈에 담은 채 직진할 때였다. *** 최주현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현신은 택시에 홀로 몸을 실은 채 폐허가 된 보육원으로 향했다.홀로 나서는 길. 하지만 결코 혼자가 아닌 길.현신을 태운 택시는 이내 좁다란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이미 계영의 요원들과 최주현 측이 끌고 온 검은 승합차들이 핏줄처럼 엉킨 골목 안을 그득히 메우고 있었다.골목 끝자락, 기괴한 흉물처럼 서 있는 잿빛의 2층 폐허가 모습을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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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진실 앞에서 심장이 멈추지 않게 하소서

“할멈······ 한비단은 본래 사람을 살리고 지키기 위한 숭고한 곳이었어.”“그런 훌륭한 곳을 너희 같은 것들이 부수려 들잖아!”최주현의 반박에 억눌러왔던 울분이 현신의 가슴속에서 검붉게 타올랐다. “그리고 난 그저 그 남자가 이 나라의 꼭대기에 오르길 바랐을 뿐이야! 그가 우두머리가 되어야 이 썩어빠진 세상이 바로 서는 거니까!”최주현은 주먹을 움켜쥔 채 비명에 가까운 광기를 토해냈다.“아니! 그건 세상을 위한 게 아니라, 그저 할멈 당신의 이기적인 탐욕일 뿐이야! 꼴좋네! 평생을 바쳐 믿었던 남자에게 버려지다니!”현신의 눈동자에도 붉은 광기가 일렁였다.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최주현은 발악하며 주변을 에워싼 요원들을 향해 소리쳤다.“안 되겠어! 저년을 당장 포박해! 가계영을 죽이려면 저년을 미끼로 써야 해!”죽어도 홀로 죽겠다는 서늘한 각오를 품은 현신이 요원들과 눈을 맞추었다. 이미 마음이 돌아선 요원들은 주춤거리며 현신에게 감히 손을 대지 못한 채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최주현은 제 부모를 죽이고,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도 모자라 우리가 피 흘려 얻은 대가를 갈취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죄를 짓지 말고 도망치세요!” “당장 에스를 포박하지 않으면 너희부터 총으로 쏴 버릴 거야!”그러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누구도 악마의 명령에 굴복하지 않았다. 바로 그 찰나.현신의 손가락이 주머니 속 작은 스위치를 눌렀다.콰앙—!막막한 굉음과 함께 둔탁한 진동이 2층 바닥을 흔들었다. 최주현이 무기를 꺼내려는 순간, 지척에서 터진 소형 폭탄의 여파로 전신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 시야를 가린 연기 속에서, 모두가 숨을 죽인 채 현신을 바라보았다.현신은 손에 쥔 스위치를 천천히 들어 올리며, 차갑게 식어버린 목소리를 내뱉었다.“할멈. 난 이곳에 오는 동안 폭탄 수십 개를 여기저기 뿌려 놓았어. 할멈 품 안엔 온갖 위험한 무기가 가득하지? 나 역시 마찬가지야. 이 스위치를 다 누르면 여긴 한 뼘의 형체도 남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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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벼랑 끝에서 그대를 구원하게 하소서

할멈이 자신에게 총을 쏘았다.복부를 차내던 발길질에는 연약한 노인의 흔적 따위는 없었다. 무자비하고 단단한 살의만이 실려 있었을 뿐.지독한 변명이라도, 어쩔 수 없었던 사고라는 일말의 거짓말이라도 해 주길 바랐건만.허벅지를 타고 피가 뚝뚝 흘러내렸지만, 그보다 심장 깊은 곳이 피비린내 나게 찢겨 나가는 통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콰앙—!현신은 절뚝이는 다리를 끌며 최주현이 도망친 문을 걷어차 열고 소형 폭탄 하나를 터뜨렸다.“할멈! 난 지금 내 손으로 운명의 문을 열었어!”이미 각오한 길이었다. 현신은 최주현을 향해, 그리고 제 자신을 향해 나직하게 읊조렸다.이것이 생의 마지막 임무가 되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다. 최주현의 모든 자백은 이미 가계영에게 전송되었고, 요원들과 이신 소년까지 무사히 탈출시켰으니 가슴 한구석은 차라리 홀가분했다.이제 남은 것은 자신의 생사와, 최주현의 완전한 처단뿐이었다.“오지 마! 에스, 당장 서지 못해?! 한 걸음만 더 오면 네놈 머리통을 날려버리겠다!”2층 뒷산과 바로 연결된 창틀에 걸터앉아 뛰어내리려던 최주현이, 표독스러운 살기를 뿜어내며 고함을 질렀다.현신은 가차 없이 스위치를 눌렀다.콰앙—!“할멈, 그만 자수해. 순순히 법의 심판대를 밟아. 그리고 사죄하며 새 삶을 살아.” “네 목적은 이미 달성했잖아! 그러니 날 풀어줘! 너도 이쯤에서 도망쳐! 그러면 더는 널 죽이려 들지 않을 테니까!”가당찮은 소리.목숨 하나 보전하겠다고 마지막 임무를 내팽개치고 도망칠 사람으로 본 것인가.“할멈, 날 몰라도 한참 잘못 봤어. 임무를 목전에 두고 살겠다고 도망칠 내가 아니잖아?”현신의 눈빛엔 단 한 찰나의 흔들림도 없었다. 이 임무의 종장에 최주현을 살려 보낸다는 선택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그녀를 여기서 놓친다면, 필시 빅토리아와 다시 손을 잡고 가계영과 엘에프를 사지로 몰아넣을 것이다. 이 나라의 근간을 흔들며 수많은 무고한 피를 흘리게 만들 괴물이 될 것이 분명했기에, 현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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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당신을 품에 안고 벌하게 하소서

현신은 최주현의 뒤를 따라 칠흑 같은 숲속 좁은 흙길을 차갑게 가르며 달렸다. 어린 시절 시온, 무휼과 함께 숨바꼭질을 하며 뛰놀던 곳이자, 밤이 되면 할멈이 우리를 찾으러 산등성이를 헤매던 바로 그 길이었다.“오지 마! 내 품엔 수류탄도 있어!”그때—공기를 찢는 둔탁한 로터음이 머리 위를 가득 메웠다.두- 두- 두- 두- 두—!어느새 야산은 기괴할 만큼 검은 밤에 삼켜져 있었고, 먹구름을 뚫고 내려온 헬리콥터에서는 검은 형체의 누군가가 패스트 로프(fast rope)를 타고 하강을 시도하고 있었다.아니길 바랐지만, 본능이 한 남자의 이름을 가리키고 있었다.‘계영 님!’이 밤중에 좌표를 추적해 제 목숨을 던지러 올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현신은 목이 찢어져라 하늘을 향해 외쳤다.“최주현은 제가 직접 생포합니다! 타깃은 총과 수류탄을 소지하고 있으니 아무도 접근하지 마십시오!”하지만, 그 순간탕! 탕!최주현은 이미 이성을 잃고 허공을 향해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절대 오지 마! 조금만 가까이 내려오면! 에스의 심장을 뚫어 버릴 테다!”살려달라는 비명이었다면 저 사내는 주저 없이 내려왔을 것이다. 그러나 현신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하강하던 헬기에서 일순 찰나의 주춤거림이 느껴졌다.탕! 탕!야산 전체를 찢발기는 총성과 함께 헬기가 고도를 조금 올리며 뒤로 물러섰다.“추적하지 마십시오! ”단방향 음성 채널로 기기를 변경한 현신은 헬기를 돌려보내라는 지시를 남겼다. 마침내 최주현의 몇 걸음 뒤까지 바짝 다가선 현신이 나직하게, 그러나 뼈를 깎는 목소리로 외쳤다.“할멈. 이제 우리 그만하자.” “그냥 날 포기해! 사실은 죽기 싫잖아? 그게 인간의 본능이니까!”달콤하고 간사한 유혹.살고 싶다는 열망, 이 지옥을 끝내고 편해지고 싶다는 욕망.그러나 여기서 포기해 버린다면 임무 실패가 된다. 최주현을 놓친 대가로 가계영과 엘에프는 또다시 핏빛 사지로 내몰리는 선택지 따위, 현신에겐 존재하지 않았다.“할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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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종결, 피비린내를 끝내게 하소서

현신의 참았던 눈물이 최주현의 어깨를 적시던 바로 그 순간.털컹.최주현은 방아쇠조차 당기지 못한 채, 손에 쥐고 있던 총을 바닥으로 맥없이 떨어뜨렸다. 지독한 무력감과 절망이 뒤섞인 비명이 그녀의 목구멍을 찢고 터져 나왔다.“날 좀 그냥 둬, 그럼 나도 널 진작 놔줬을 거 아니야.”드디어 다 포기한 것일까. 미쳐버린 광기 끝에서 마침내 아무도 해치지 않은 채 이 비극을 끝맺으려는 걸까.“······할멈. 내가 제일 잘하는 게······ 지키는 거야.” “이제 질색이라고!”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는 악에 받친 음성이 현신의 귓전을 때렸다. 현신이 감상에 잠겨들던 바로 그 찰나—“에잇!”최주현이 갑자기 현신의 품을 거세게 뿌리치더니, 두 손으로 현신의 어깨를 강하게 밀쳐 버렸다.현신의 몸이 낭떠러지 옆으로 크게 쏠림과 동시에, 최주현의 몸이 망설임 없이 허공을 향해 던져졌다.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이대로 최주현을 그냥 놓쳐 버릴 수는 없었다!“안 돼!”현신은 필사적으로 손을 내뻗었다. 최주현은 잡히지 않으려 팔을 마구 흔들며 발버둥 쳤지만, 현신은 최주현의 재킷 자락을 가까스로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반동으로 현신의 몸마저 어둠이 집어삼킨 벼랑 아래로 추락해 버렸다. *** “마 실장! 혹시 둘이 낭떠러지로 떨어진 건가?!”현신이 타깃을 이 정도 궁지까지 밀어붙였을 줄이야. 로프를 타고 헬기에서 야산으로 하강을 시도하던 가계영은 걷잡을 수 없는 절망감에 혀를 내둘렀다.“상황으로 보아 추락한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당장 119에 연락해! 위치 추적해!”이토록 험준한 산악 지대에서 굴러 떨어졌다면 무사할 리 없었다.당장 내려가 피투성이가 되었을 현신을 구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계영의 마음은 타들어 갔다. 그때, 조종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돌풍이 심하게 불어 위험합니다! 고도를 높이겠습니다!” “뭐? 그럼 보육원 앞마당에라도 강하해!” “저공비행은 자살행위입니다! 게다가 보육원 앞마당조차 최주현 측 조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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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희망의 끈을 움켜 잡게 하소서

수색 구역을 몇 번이고 훑었지만 현신은 흔적조차 잡히지 않았다. 헬기 안, 계영의 심장은 피가 바짝 타들어가다 못해 잿더미가 되어가고 있었다.바람이 조금이라도 잦아들기만을 기다리는 시선. 계영은 기괴할 만큼 침착한 태도로 헬기 창밖을 내려다보며 산 전체를 부감했다.마 실장은 제 무릎 위에 노트북 두 대를 펴놓고, 연신 새로고침을 누르며 초조하게 GPS를 추적했다.“이 여자가······또 거짓말을 했어.” “현신 님의 거짓말에는······ 늘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저 벼랑 밑 어디엔가 현신이 피투성이가 된 채 버려져 있을 거라 생각하자, 계영의 분노와 절망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현신은 사람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재주가 있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언제나 죽음을 삶의 옆자리에 두고 살아가던 여자. 그럼에도 제 삶의 마지막을 맡길 수 있을 만큼 자신을 믿어주었다는 사실에 계영은 처절한 허무함을 느꼈다.“늘 지켜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마 실장은 바쁘게 손을 움직이면서도, 무너지기 직전인 계영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차분하게 기다렸다.그때, 마 실장의 눈동자에 거센 이채가 돌았다. 그는 숨을 크게 집어삼키더니, 계영을 향해 외쳤다.“정확한 좌표를 잡았습니다! 친구분들께 연락하겠습니다!” “바람이 잦아들었습니다! 고도 낮추겠습니다!”마 실장에 이어 조종사의 다급한 목소리도 계영의 귓전을 파고들었다.“좋아! 이번에는 무조건 찾아내겠어!”로프를 쥔 계영의 턱근육이 불끈 솟아올랐다. 헬기 문이 열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지옥을 찢발길 듯한 선명한 살기가 감돌고 있었다. *** 이제 곧 죽게 되겠지.현신의 고단했던 삶이 드디어 피비린내 나는 비참한 종장을 향해 치달아가고 있었다.벼랑 아래로 몸이 내던져지던 찰나.사실 최주현을 쫓아 잡목 우거진 숲길을 달릴 때부터, 현신은 자신의 마지막이 이러하리라 예감하고 있었다.한비단에게 가장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가계영.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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