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지나갈 정도로 깊은 밤.상하이의 겨울바람이 스위트룸의 통창을 세차게 두드렸지만, 현신의 졸음은 밀려오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이성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벼려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가식과 기만이 총집결할 JJ그룹의 창립 기념 행사. 효진의 본가 정원에서 베일을 벗게 될 그 핏빛 제단 위에서 현신의 미세한 실수 하나는 곧 파멸을 의미했다.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 자신은 물론, 백방으로 손을 쓴 효진과 엘에프, 헤르만까지 위신에 먹칠을 하게 될 터였다. “자자, 주목! 내 촉이 지금 상당히 좋아요. 이대로만 가면 세상 사람들은 여러분들을 사랑에 빠진 연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거예요!”현신은 우아한 사교계의 레이디로 변신하고, 헤르만은 다정한 약혼자로 환골탈태하는 시간. 효진은 본인 스스로를 거장의 손길이라 믿으며, 한 땀 한 땀 그들을 완전히 새로운 피조물로 빚어내고 있었다.클래식 선율 위로 두 사람의 신체가 은밀하게 맞물렸다. 헤르만의 커다란 손이 현신의 가녀린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았고, 지척에서 서로의 숨결이 얽혀들었다. “헤르만 씨! 눈빛 더 달콤하게!” “······대체 한국은 언제 가십니까, 미스 효진.” “안 가요, 안 가! 질문 금지!”헤르만의 턱밑까지 다가간 현신이 고개를 도도하게 치켜들었다. 짙은 속눈썹 아래로 번지는 눈빛이 효진을 그윽하게 응시했다.“효진 님, 저 이제 조금 느낌이 왔어요.” “어머, 바로 그거야!”현신이 붉은 입술로 매끄럽게 호선을 그리며 속삭였다.“일반적인 재벌가의 진상녀 같나요?” “재벌 갑질녀, 음흠! 도도하고 위험한 상류층 레이디 같아!”시시각각 변하는 현신의 발전에 효진의 기세는 더욱 등등해졌다.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지옥 같던 특훈이 막을 내렸다. 숨을 몰아쉬는 두 사람 앞에 효진이 불쑥 화려한 쇼핑백 세 개를 내밀었다. “또 무슨 임무 재료입니까.” “헤르만 씨! 잘 봐요. 보라색 쇼핑백은 엘에프 것, 황금색은 우리 알바생, 이 차가운 은색은 헤르만 당신 것!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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