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환은 망설임 없이 항공사를 바꾸더니, 귀신같이 미국행 비행기 표 두 장을 끊어 왔다. 비가 이렇게 오고, 결항도 된 데다가 취소까지 생겼지만 1등석 표 2장은 그래도 날씨가 좋아지면 재개되는 비행기로 예약을 잡아 왔다.상상을 초월하는 실행력 앞에 장하늘은 할 말을 잃었다. 이게 아닌데, 일이 어쩌다 이렇게 흘러가는지 머릿속이 하얘졌다.“···저기, 유환아. 대체 어떻게 된 거야.”유환은 대답 대신 장하늘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방금까지 폭주하던 광기는 어디로 갔는지, 눈에는 툭 불거진 다정함을 품은 채 피식 미소를 지어 보였다.“우리 할아버지랑 아버지, 쌍으로 너 괴롭혔다며? 일단 내가 사과할게.” “···아, 아니야. 그분들은 그저··· 점잖으셨어. 난 정말 괜찮아.”그러나 유환이 그 허술한 거짓말을 믿을 리 만무했다. 유환은 공항 저 너머,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을 제 조부와 부친을 향해 형형한 눈빛을 쏘아 보내며 입매를 뒤틀었다.“설마. 그분들은 내 어머니도 비참하게 쫓아낸 분들이야. 어머니는 평생 숨죽여 사시다 돌아가신 후에야 내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거든. 그러니 나를 이리 유 씨 집안에 억지로 끌고 온 무서운 분들이라는 거, 내가 제일 잘 알아.” “아이고, 유환아. 그래도 어른들께 잘해드려. 괜히 마음고생 시켜 드리지 말고.”장하늘은 불안함에 가슴을 졸였다. 유환이라는 이 오만한 고집불통 녀석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라, 지금쯤 유준철과 유도완의 속이 얼마나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을지 짐작이 갔다.“너 지난주에 할아버지 때문에 피곤했지? 그래서 이사 간 거야? 나 피해서? 아니면 내 아버지가 찾아올까 봐? 혹시 아침 드라마처럼 ‘내 아들한테서 멀어져!’ 소리 들으면서 돈 봉투로 맞기라도 했냐?”아이고, 아이고. 장하늘의 입에선 절로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전혀 아니야. 어이, 유환. 그냥 난··· 네 옆에 이제 내가 없어도 될 것 같아서··· 그냥 좀···.”그 순간 유환의 얼굴이 차갑게 굳으며 서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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