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Kabanata 81 - Kabanata 90

130 Kabanata

#81. [이미 인생에 봄날이 왔잖아?]

서정우는 실로 오랜만에 달콤한 늦잠을 만끽했다.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덕분에 S대 야구팀은 전국적인 화제의 중심에 섰고, 서정우 역시 마치 유명 연예인이 된 것 같은 묘한 고양감에 젖었다고나 할까.유경호와 진하게 축배를 든 뒤,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의 푹신한 침구에 파묻힌 덕분에 꿈도 꾸지 않고 깊은 잠에 들 수 있었다.“귀여운 나의 애인, 잘 잤어?”이미 테라스로 나가 있던 유경호가 미니바에서 내린 커피 머그잔을 든 채 다정하게 물었다. 열린 창틈으로 스며든 시원한 아침 공기가 방 안의 나른함을 기분 좋게 흩어놓았다.“선배, 이런 근사한 호텔은 처음이라 그런지 아직도 꿈결 같아요.”유경호가 특별한 추억을 만들자며 정성껏 준비한 공간이었기에, 서정우에게 이 시간은 더없이 소중했다.연휴의 시작과 함께 야구 경기도 잠시 휴식기에 접어들었고, 완연한 봄기운은 창밖을 온통 화사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서정우는 자신의 인생에도 드디어 찬란한 봄날이 찾아왔음을 실감했다.“아, 연휴라 정말 좋다. 정우 너랑 이렇게 알콩달콩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하다니. 이거 절대 꿈이면 안 돼. 무조건 현실이어야 해.”유경호가 장난스레 손짓하자, 서정우도 로브를 걸쳐 입고 미니바로 향했다. 물을 끓여 믹스커피 두 봉지를 머그잔에 털어 넣은 뒤 테라스로 나갔다. 유경호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내려다본 서울 시내의 전경은 실로 장관이었다.이런 호사가 익숙한 듯 느긋하게 풍경을 즐기던 유경호는, 서정우의 머그잔을 보더니 이내 인상을 찡그렸다.“어휴, 여기까지 와서 믹스커피야? 룸서비스로 제대로 된 커피 좀 시켜줄까?”“전 달달한 이게 더 좋아요.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라서요.”유경호는 그런 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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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시작된 이레귤러]

유환은 장하늘을 품에 꼭 안온 채 새벽을 맞이했다.장하늘은 창밖으로 새벽이 밝아오는 것도 모른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연속된 승리의 기쁨보다 더 달콤하고 밀도 있었던 것은 어젯밤 녀석과 나누었던 열정적인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유환을 무엇보다 설레게 하는 것은, 드디어 장하늘의 몸 상태와 그 속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사실 운동선수로서 버티기에는 모든 수치가 평균 이하입니다. 백혈구 수치는 불안정하고 혈압도 낮아서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죠. 빈혈이 심각하고 간 수치도 위험 수준입니다.]유환은 장하늘의 그 지독한 완벽주의가 스스로를 얼마나 잔인하게 갉아먹었을지 짐작하고도 남았다.어쩌면 의사에게 이대로라면 급사할 수도 있다는 시한부 같은 경고를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S대 경영학과에 합격할 만큼 치열하게 공부했을 것이고, 부모님 없이 홀로 생계를 꾸리며 야구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과정에서 녀석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던 것이다.그래서 홀로 고통을 견디다 쓰러지는 날이면, 막연하게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공포에 사로잡혔을 게 분명하다고 결론지었다.강현 박사의 우려 섞인 진단은 유환에게 오히려 역설적인 안도감을 주었다.철저히 관리만 한다면 당장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의사의 확언은, 유환을 오랫동안 괴롭히던 번뇌로부터 완벽하게 해방해 주었다.“12월 25일에 정식으로 다시 고백하면 되는 건가.”유환은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바로 그때였다.Rrrr. Rrrr. Rrrr···.Ummm. Ummm···.적막한 침실 안에 유환과 장하늘의 휴대전화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진동을 울리기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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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휘몰아치게 조여오는]

대한종합병원 응급실.유환의 신속한 조치 덕분에 장하늘은 곧바로 서정우와 유경호를 마주할 수 있었다.서정우는 갑작스러운 복통과 호흡 곤란을 동반한 기이한 쇼크 상태에 빠져 긴급 검사에 들어갔다고 했다.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중환자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유환은 서정우가 깨어나면 조금이라도 편히 쉴 수 있도록 병원 측에 지시해 VIP 병실을 미리 확보해 두었다. U그룹 소유의 병원답게, 유환의 등장은 서정우의 처치 우선순위를 단숨에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위력을 발휘했다.“고맙다, 유환아. 정말 큰 도움이 됐어.”유경호의 집안 또한 대형 병원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강남과는 거리가 멀어, 가장 인접한 이곳으로 실려 오게 된 것이었다.그의 얼굴은 단 하루 만에 몰라보게 수척해져 있었고, 수심이 가득한 눈동자는 깊게 패어 있었다. 단순한 선후배 관계를 넘어 마주 본 연인 사이였으니 그 충격과 걱정은 오죽할까.아무런 전조도 없이 서정우가 쓰러졌다는 사실이 장하늘의 가슴을 세차게 때렸다. 그날 자신이 겪었던 지옥 같은 통증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며 머릿속에서 요란한 경고음을 울려댔다.“저, 본가에서 계속 호출이 와서 먼저 가겠습니다.”“그래. 여긴 걱정 말고 잘 다녀와.”유경호는 유환의 어깨를 툭툭 치며 고마움을 전한 뒤 다시 중환자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장하늘은 자신을 위해 기꺼이 힘을 써준 유환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병원 입구까지 마중을 나갔다.“이따가 상황 보고 전화할게.”“그래. 서정우 깨어나면 바로 문자 하고.”“알았어. 조심해서 가.”멀어지는 유환의 뒷모습을 배웅한 장하늘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유경호의 곁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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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행복이 거절 당하는 순간]

유환의 몸이 차갑게 식어 내렸다. 그는 눈앞에 선 아버지의 얼굴을 서늘하게 응시했다.물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아니었다. 사내놈이 사내를 좋아하고 있으니, 부모 된 노릇으로 황당하긴 할 터였다. 요즘 같은 시대에 그게 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보수적이고 평범한 이들의 시선에 남남 커플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니까.그러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유도완이 이런 식으로 언급하는 것만큼은 납득할 수 없었다.“싫은데요.”제 인생을 간섭하려는 아버지 따위, 유환은 인정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본인조차 사랑했던 여인을 할아버지의 권위에 눌려 짓밟아 놓고선, 이제 와서 자신에게 똑같은 절차를 밟으라 강요하고 있다니. 자신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강압적으로 구는 유도완에게 반발심이 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널 위해서야!”유환은 입매를 비틀며 유도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제 어머니를 한번 떠올려 보시면, 답은 이미 나와 있을 텐데요.”순간 유도완의 눈이 휘둥그렇게 커졌다. 금세 귀끝까지 붉어지더니 어떠한 말도 잇지 못했다. 비서였던 유환의 어머니, 최주현과 불장난 같은 사랑을 나누었지만 결국 할아버지 유준철의 반대에 부딪혀 도망치듯 헤어졌던 아버지였다. 최주현이 유환을 임신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방치했고, 그녀가 죽고 나서야 갑자기 생긴 아버지가 바로 눈앞의 남자였다.처음부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제대로 지켰더라면 어땠을까.유환은 한남동 본가 저택을 벗어나기 위해 현관으로 거침없이 발길을 내디뎠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차가운 언사를 뱉어냈다.“어머니를 버린 대가로 얻은 권력이 참 대단하네요. 아버지는 그래서, 지금 행복하십니까?”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유환은 대답 따위 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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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봄날은 가고 있다]

병문안을 마친 장하늘은 저녁이 다 되어서야 유환의 차에 오를 수 있었다. 데리러 와 준 유환의 옆자리에서도, 그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운 병실에 머물러 있었다.서정우를 보면 언제나 지독한 감정 이입과 함께 뭐라도 더 용기를 주고 싶어졌다. 전생의 굴레에서 벗어나 제발 이번만큼은 좋은 것만 보고 싶다는, 나쁜 일들은 모두 뒤틀려 비껴가기를 바라는 희망 고문 섞인 공감이 가슴을 채웠다.유환이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주는 모습을 곁눈질하던 장하늘은 어깨를 가볍게 들썩이며 침묵을 깼다.“유환아, 덕분에 병원 잘 다녀왔어.”유환의 표정은 얼음 호수처럼 잔잔했지만, 그 아래로는 폭풍이 요동치고 있었다. 핸들을 쥔 손끝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은 그가 억누르고 있는 감정의 파편이었다.유환은 신호 대기 중 장하늘을 바라보며 말없이 손을 꽉 잡아 주었다. 녀석의 미간에 슬쩍 새겨진 주름은 그가 홀로 감당해야 할 무게를 말해 주는 듯했다.굳이 따져 묻지 않아도 장하늘은 알 수 있었다. 유도완이 유환에게 자신과 거리를 두라는 이야기를 분명히 했을 터였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헤어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어차피 정해진 운명을 피할 수 없다면, 자신은 오래 살지도 못하는데 유환을 미리부터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유환아, 12월 24일까지 알지?”갑작스러운 고백이었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처럼 가벼운 말투였지만, 그 안에 담긴 장하늘의 감정은 뿌리 깊은 나무처럼 단단하고 묵직했다.유환은 뜬금없다는 표정 대신, 따뜻한 온기를 품은 깊은 눈으로 시선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아.”단 두 글자였지만, 그 말속에는 참 많은 의미가 눌러 담겨 있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어떻게 터질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니까.“나 너 포기 안 해.”비장한 선언에 유환이 참지 못하고 “풉!” 하며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마침 신호가 걸려 차가 완전히 멈춰 서자, 유환은 장하늘 쪽으로 상체를 쓱 기울여 뺨에 입을 맞춰 주었다.장하늘의 살결에 닿은 입술에서, 창밖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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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우리가 밟아야 할 전생의 베이스]

찰칵, 찰칵, 찰칵-.연속해서 경쾌한 셔터음이 터졌다. 몇 컷을 찍고 난 뒤 휴대폰을 건네준 유환은 만족스러운 듯 자신의 휴대폰도 꺼내 들었다.“나도.”방향을 바꿔 다시 몇 장을 찍은 유환의 입꼬리가 시원하게 올라갔다. 두 사람은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며 발아래 펼쳐진 광활한 그라운드를 내려다보았다. 장하늘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화면 속 유환의 옆모습을 손가락 끝으로 살며시 쓸어내릴 때마다, 심장이 경쾌한 리듬으로 요동쳤다.“유환아, 이거 진짜 잘 나왔다. 이따가 보내줄게.” “그래, 기다릴게.”장하늘의 시선이 유환의 조각 같은 옆얼굴을 집요하게 훑었다.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그의 깊은 눈동자에 비친 것은 찬란한 미래일까, 아니면 이번 생애에도 끝내 닿지 못할 신기루 같은 꿈일까.“우리도 몇 년 뒤에는 꼭 저 마운드와 홈플레이트에 서 있었으면 좋겠다.”유환은 닭강정 박스를 열어 젓가락을 정성스레 뜯어 장하늘에게 내밀었다.“지금처럼 즐기면서 열심히 하다 보면, 분명 더 좋은 날이 오겠지.”과거의 유환이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처럼 위태롭고 날 서 있었다면, 지금의 그는 부드러운 온기를 품은 봄날의 햇살처럼 장하늘을 감싸 안고 있었다. 장하늘은 시선을 그라운드로 돌려, 홈팀 선수들이 스트레칭하는 자리에 유환이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팽팽하게 근육이 잡힌 유니폼 차림의 녀석은 거부감 없이 그려졌지만, 이상하게도 제 자신의 모습은 흐릿하게 번져갔다.왜 하필 이 행복한 순간에, 바로 직전 생애의 마지막 조각이 떠오르는 걸까.기억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장하늘의 폐부가 저릿하게 아파왔다. 춘천의 설산에서 친구들의 비명 소리가 찢어질 듯 울려 퍼지던 그 비극적인 순간. 눈보라가 시야를 집어삼키던 그날, 유환의 손을 마지막으로 움켜쥐었던 그 절박한 온기가 아직도 손바닥에 선명히 남아 있는 듯했다.함께 훈련하고 한솥밥을 먹으며 마음을 열어가던 찰나, 프로 선수의 꿈을 이뤘다며 아이처럼 기뻐하던 유환. 하지만 졸업 후 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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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옛날 파트너가 등장하다니]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S대 야구팀은 본선 첫 경기를 치르기 위해 잠실 야구경기장 인근의 보조 경기장으로 향했다.기분 탓인지 오늘따라 황사가 유독 짙었다. 경기장 주변을 유령처럼 맴도는 흙먼지는 불길한 예감을 품은 채 어지럽게 흩날렸다. 유환의 차를 타고 주차장에 도착해서도, 장하늘은 어제 한숨도 자지 못한 탓에 밀려오는 끈질긴 피로를 뱉어내야 했다.장하늘은 마스크를 코끝까지 바짝 끌어올리며, 유환에게도 새 마스크를 건넸다.“유환아, 나 정말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와.”자신이 대체 뭐라고 단독 특집 방송까지 내보낸단 말인가. 본인의 의사는 확인조차 하지 않은 언론의 무례한 처사였다. 이제는 황사 때문이 아니라, 얼굴이 팔려버린 탓에 마스크 없이는 밖을 돌아다니기도 민망한 처지가 되었다. 유환은 피식 웃으며 마스크를 고쳐 쓰고는 뒷좌석에서 장비를 챙겼다.“방송국 놈들이 학교 측에 미리 허락을 구했다나 봐. 쯧.”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과도한 주목은 영 불편하기만 했다. 자신은 하늘이 내린 천재가 아니라, 그저 전생을 반복하며 체득한 경험을 쏟아붓는 노력형 인간이자 운 좋은 생존자일 뿐이었다. 평생을 운동에 바친 진짜 천재들이 본다면 코웃음을 칠 일이었다.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타자들의 볼 배합과 특징을 꿰뚫고 있을 뿐, 만약 완전히 새로운 이레귤러를 만난다면 그 결과는 장담할 수 없었다.“난 절대 그런 대단한 놈이 아닌데··· 아, 진짜 싫다.”투덜대며 터덜터덜 경기장 입구로 걸어가던 그때, K대학 야구단의 대형 버스가 주차장에 미끄러지듯 들어섰다.잠시 후, 육중한 차 문이 열리고 검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파도처럼 쏟아져 내렸다. 지방 명문 구단이라는 자부심이 서린 그들의 눈빛은 매서웠고, 발을 내디딜 때마다 징 박힌 스파이크가 흙바닥을 거칠게 긁어댔다. 묵직한 검은색 유니폼 탓인지,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위압감이 장하늘의 어깨를 지그시 짓눌렀다.“어! 저기 S대 배터리 아냐?” “어제 관중석에서 얼쩡거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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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그렇고 그런 사이]

장하늘은 계속 신경이 쓰였다. 왜 저리 유환에게 집중적으로 관심을 두는지.“와, 분위기 살벌한 거 봐라.”“체격은 우리 진원이 급인데? 기세가 장난 아니야.”“저 자식 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오늘 제대로 한번 봐야겠다.”“오늘 재밌겠네. 하하! 무조건 이겨야 서울 구경 오래 하지.”그 뒤로도 뒤통수가 따가울 정도로 K대 선수들의 대화가 길게 이어졌다.장하늘은 슬그머니 유환의 눈치를 살피며 발걸음을 맞췄다. 그들의 목소리가 멀어지는 사이, 유환의 커다란 손이 자연스럽게 장하늘의 허리춤을 스쳐 지나갔다. 타인들의 시선 따위는 궤도 밖으로 던져버리라는 듯, 은밀하게 옭아매 오는 다정한 온기가 오히려 장하늘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서진원이라는 사람과 대체 어떻게 끝났길래 저러는 걸까.'장하늘은 전생의 기억을 더듬으며, 유환의 주변에 머물렀던 저 남자의 존재를 필사적으로 되짚기 시작했다.“플레이 볼!”정오를 넘기자 대기는 눈에 띄게 더워졌다. 4월도 이제 깊어갈 대로 깊어, 화려했던 벚꽃은 어느새 거의 다 떨어져 말라버린 채 경기장 주변을 뒹굴었다.오늘 S대 야구팀이 맞붙을 상대는 지방의 전통 강호 K대학이었다. 현재 본선 진출 팀 중 전승을 기록한 팀은 S대 하나뿐이라 상대 대학의 견제와 압박은 상상을 초월했다. 대학 야구계가 뒤집어질 만한 대서특필 감이었지만, 이제 S대 선수들에게 이런 살벌한 분위기는 일상이 된 상태였다.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운드에는 유환이 있고, 기량이 만개한 유경호와 전생보다 더 철저히 무장한 서정우, 그리고 장하늘 자신이 버티고 있었으니까. 전생의 데이터를 쥐고 있다는 것, 누구보다 상대의 정보를 꿰뚫고 있다는 것은 그 어떤 마구보다 강력한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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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질투 좀 할게, 젠장]

유환은 누구보다 현재의 장하늘 자신을 아끼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의 감정을 가장 깊게 나누고 있는 건 자신들이었으니까.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물었고, 도발하듯 대단한 관계라고 말을 했는데.그 순간.“그러냐. 그럼 유환이 잘 지켜줘라.”비아냥거릴 줄 알았던 예상과 달리 서진원의 말투는 묘하게 묵직했다. 장하늘은 얼굴이 굳은 채로 서진원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돌아봤다가, 이내 평정심을 찾고 투수를 향해 자세를 잡았다.‘지켜주다니? 내가 무엇으로부터 녀석을 지켜야 한다는 건데?’그때 주심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경기 시작을 선언했다. 상대 투수가 와인드업 자세를 잡으며 공을 뿌릴 준비를 마쳤다. 장하늘은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사적인 감정은 접어두고 경기에만 집중하려 애썼다.퍽-!공이 정확히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를 파고들었다.“스트라이크!”쳤어야 하는 공이었다. 너무 좋은 기회를 놓쳐버리자 장하늘의 입에서 절로 혀 차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자신의 멘탈을 흔들어 놓으려 했다면, 서진원의 전략은 확실히 성공한 셈이었다. 그때 다시 서진원이 뒤에서 중얼중얼 말을 이어갔다.“그의 아버지, 유도완 사장 말이야. 잘 지켜주라고, 유환이.”퍽-!“스트라이크!”벌써 볼카운트가 절망적으로 몰렸다. 이번에도 실투에 가까운 좋은 공이었음에도 장하늘은 배트를 내지 못했다.장하늘의 목덜미를 타고 흐른 땀방울이 유니폼 깃을 축축하게 적셨다. 먼지 섞인 바람이 숨결을 흩뜨릴 때마다, 서진원의 날카로운 눈빛이 등 뒤를 찌르는 것만 같았다.장하늘은 필사적으로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번 공은 무조건 휘두른다. 하지만 뒤이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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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네 애인을 믿어봐, 어디까지 하나]

유환은 능글맞게 웃으며 오히려 여유롭게 굴었다. 장하늘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자리에 앉아 곧바로 노트를 꺼내 들었다.“다음 타석에선 기어코 담장 밖으로 넘겨버리겠어.”이를 악물며 상대 투수의 투구 패턴을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장하늘을 보며, 선배들은 다시금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장하늘이 의외로 뒤끝이 있다며 시원한 음료와 타월을 챙겨주며 달래주기에 바빴다.“우리 안방마님이 제대로 뿔나셨네.”“그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긴 해. 저 배터리, 생각보다 훨씬 노련하거든.”“역시 본선 무대는 공기부터 다르네.”그때, 유환이 보는 이의 심장을 철렁하게 만들 정도로 치명적인 미소를 흘리더니 자신의 배트를 집어 들었다.“장하늘,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 어차피 이 경기의 승자는 우리니까.”장하늘은 그제야 유환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믿는다는 무언의 약속이자, 반드시 응징해 달라는 간절한 눈빛이었다.“응! 유환아, 너만 믿을게!”유환은 대답 대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당당한 발걸음으로 그라운드를 향했다.“5분만 기다려.”***장하늘의 맺힌 분노가 유환의 배트 끝에 신들린 듯 전해진 것일까.“와아아! 유환! 홈런! 홈런이다!”관중석은 그야말로 폭발했다. 수천 명의 관중이 일제히 일어서서 유환의 이름을 연호했다.황사 구름이 그라운드를 불길하게 뒤덮어 언제 경기가 중단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지만, 유환의 한 방은 그 모든 불안감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팽팽하던 0의 균형을 단숨에 깨뜨린 S대의 첫 득점이 터지자, 경기장은 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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