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Chapter 101 - Chapter 110

130 Chapters

#101. [큰 그림을 향해 맞춰지는 조각들]

황망하기 짝이 없는 결말이었다.죽음의 원인도, 전생의 악연도 모두 맞았다. 직접 손을 대어 목숨을 빼앗은 것은 아니었으나, 조기범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었다.조기범의 시선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을 본 장하늘은 더 이상 묻는 것이 실례라 판단해 몸을 돌렸다. 그때 마침 유환이 다가오고 있었다.“많이 피곤해?”유환이 장하늘의 안색을 살피며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아니, 유환아. 괜찮아.”“네가 쓰러지면 내가 제일 곤란해지는 거 알잖아.”유환의 손길이 닿은 자리마다 진득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장하늘은 유도완과 얽힌 전생의 악연을 떠올리며, 유환에게만은 이 참혹한 의구심을 들키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감정을 갈무리했다.‘현생에서도 그렇게 야구하는 것을 싫어하는 유환의 아버지였는데.’심장이 하나의 답을 가리키듯 사정없이 요동치고 있었다.***한바탕 소동이 잦아들고, 조기범의 병실을 채웠던 학생들도 하나둘 자리를 떴다. 조기범은 병실을 수소문해 준 유환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한편, 자신이 너무 어두운 이야기를 꺼내 안색이 파리해진 장하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실상 조기범은 이제 몸 상태가 너무도 멀쩡해, 병문안을 온 이들에게 도리어 민망할 지경이었다.“기범아, 짐은 다 챙긴 거지?”“응, 어머니 오시면 바로 퇴원할 수 있어.”조기범의 어머니가 퇴원 수속을 위해 원무과로 향하자, 병실에 마지막까지 남은 이는 최우현뿐이었다. 두 사람은 익숙하게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고, 최우현은 가방에서 캔맥주 두 개를 능청스럽게 꺼내 들었다.“자, 멀쩡하게 살아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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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마지막처럼 파고드는 밤]

유환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장하늘은 그를 따라 욕실로 향했다. 욕조의 투명한 물결을 따라 비누 거품이 흩어졌다. 유환의 뜨거운 손길이 닿을 때마다 전신을 관통하는 전율이 일었지만, 장하늘은 밀려오는 열기를 거부하지 않았다.“뜨거운 물에 몸 좀 풀고 나면 개운해질 거야.”낮은 목소리가 습기 가득한 욕실 벽면에 부딪혀 농밀하게 울렸다. 장하늘은 그 달콤한 명령에 온몸의 긴장을 풀고 눈을 감았다. 뜨거운 열기가 굳어 있던 근육 깊숙이 침투했다.“그나저나······ 서진원은 의외네. 조기범 선배님 병실에서 안 보이던데.”아까 겪은 발작의 여파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넌지시 물었다.“멀쩡한 거 확인하자마자 바로 내려갔어. 쿨한 건지, 뜬금 없는 건지.”유환은 무심하게 대답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낮에 보여준 서슬 퍼런 반응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분명 두 사람 사이에도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류가 흐르고 있었지만, 장하늘은 감히 그 심연까지 파고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조기범 선배님이 무사히 퇴원하셔서 정말 다행이야.”“그러게. 이제 남 걱정은 그만하고, 오로지 우리 둘만 즐길 시간이야.”거울 속에 비친 실루엣은 현실을 초월한 세계의 연인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유환의 커다란 손이 장하늘의 젖은 등을 감싸 안자, 단단한 허벅지가 매끄러운 허리에 노골적으로 밀착되었다. 물속에서 은밀하게 팽창한 유환의 욕망이 등에 닿는 순간, 장하늘은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숨을 삼켰다.“윽······ 누가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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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악연의 수레바퀴]

깊은 어둠이 창밖에 자욱하게 내려앉았다. 별빛조차 삼켜버린 도시의 밤은 차가운 유리창에 푸르스름한 막을 드리우고 있었다.유환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욕실에서부터 이어진 격정적인 행위 끝에 찾아온 만족감이 그를 깊은 수면 속으로 몰아넣었으리라. 장하늘은 그의 일정한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조심스럽게 침대를 빠져나와 휴대전화를 챙겼다.테라스로 나선 장하늘은 서울의 불빛이 강물처럼 흐르는 야경을 응시하며 차가운 생수를 들이켰다. 액정에 비친 얼굴은 잠들지 못한 자 특유의 안색으로 파리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조기범 선배님은 아직 깨어 계시겠지······.’어떻게든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자신과 동일한 기현상을 겪고 있는 조기범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실마리였다. 오늘 병실에서 그가 보여준 간절한 눈빛을 떠올리니, 도저히 이대로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장하늘은 용기를 내어 메시지를 보냈다.[조기범 선배님, 이제 몸은 좀 어떠신가요? 늦은 시각이라 주무실까 걱정되지만, 안부가 궁금해 연락드립니다.]메시지를 전송하자마자 거짓말처럼 ‘읽음’ 표시가 떴다. 곧바로 답신이 도착했다.[오늘 하루가 워낙 소란스러워서 그런지, 도무지 잠이 오질 않네.][저 역시 선배님께서 제게 못다 하신 말씀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쓰여 잠들지 못했습니다.]그 순간, 징―― 하고 휴대전화가 진동하며 정적을 깼다. 발신자는 조기범이었다. 장하늘은 마른침을 삼키며 통화 버튼을 내려다보았다. 오늘 밤, 자신의 인생에서 또 다른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만 같은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장하늘은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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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거물이 등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도완은 장하늘 자신이 유환의 곁에 있다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길 터.장하늘은 다음 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일단 급한 일이 생겼다는 핑계를 대고 자신의 오피스텔을 거쳐 학교로 향했다.캠퍼스는 평화로웠다. 텅 빈 그라운드 위는 시합이 마무리될 때까지 훈련 일정조차 잡혀 있지 않아 차라리 다행이라 여겨졌다.라커룸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던 장하늘은 도저히 이 불안을 견딜 수 없어 다시 휴대전화를 움켜쥐었다. 심란한 마음 탓에 그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결국 장하늘은 가방 속에 휴대전화를 던져두고 무작정 그라운드로 나섰다. 이럴 때는 몸을 혹사하며 달리는 것만이 유일한 구원이었다.거칠게 지면을 박차고 개인 훈련을 하는 와중에도 머릿속은 엉망으로 뒤엉킨 실타래 같았다. 몸이 그토록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던 건, 아마도 자신의 영혼이 이 처참하고도 어두운 진실을 본능적으로 감지했기 때문이었으리라.‘유환의 아버지가 나를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해서, 전생에 그 MT 장소까지 직접 설계했던 걸까?’추측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 장하늘의 팔등 위로 소름이 돋아났다. 때로는 정제된 언어나 꾸며진 행동보다, 날 선 육감이 진실의 본질을 더 정확히 꿰뚫는 법이었다.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느껴졌던 그 노골적인 혐오와 경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식의 소중한 친구를 살해하려 들다니. 인간이 품을 수 있는 악의의 심연은 대체 얼마나 깊단 말인가.장하늘은 끔찍한 진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채, 오로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나 정신은 이미 현실의 궤도를 이탈해 있었다.바로 그때였다.그라운드 건너편, 정적을 깨고 육중한 검은색 세단 세 대가 연달아 멈춰 섰다. 이 시간에 학교 야구장에 고급 승용차 행렬이라니, 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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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서로 겹쳐진 운명의 지도]

그러고 보니 유준철의 눈매는 유환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려는 굳은 의지, 세상을 발아래 두려는 오만함 속에 감춰진 올곧음까지도.“앞으로 어쩔 생각인가, 장하늘 군.”물론 장하늘의 1차 목표는 유환을 살리고 자신도 살아 남는 것이다. 그저 더 행복하게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 그런 답은 낼 수 없었다.노회장의 질문은 진부할 법했지만, 유도완 사장보다 훨씬 영민하고 노련한 유준철은 어려운 대화를 무척이나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었다.“전 유환이가 투수로 완벽하게 재기하면 미련 없이 미국으로 떠날 겁니다. 유도완 사장님께 제 걱정은 더 이상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 정도면 충분한 답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야 유도완이 더 이상 자신을 해하려다 유환까지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지 않겠지.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것, 그것이 장하늘이 선택한 거래였다.“역시 장사치의 집안답게 주고받는 게 확실한 사람이군. 떠나 주겠다니, 고맙네.”자신의 인생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실로 묶여 있음을 알기에, 장하늘은 미리 이별의 무게를 덜어내고자 했다.‘이것으로 12월 24일만 무사히 넘길 수 있다면······.’첫 번째 생은 교통사고, 두 번째는 화재, 그리고 세 번째는 산사태. 이 모든 비극이 유도완의 치밀한 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장하늘은 유환을 위해서라도 기꺼이 녀석의 곁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었다.“실은 내 아들 도완이가 장하늘 군을 몹시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더군. 노인네 입장에서는 참 안타까운 일이야. 그래도 자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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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내 인생에 날아온 뾰족한 가시]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압도적인 한남동 저택의 정원.유환은 이곳에 서서 갑갑한 심정을 억누르며 휴대전화 액정만 무의미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곧 돌아올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그의 안색은 밤처럼 어두웠다.터가 세기로 유명하지만, 그 기운을 견디기만 하면 만인을 호령할 왕을 배출한다는 천하의 명당. U그룹의 본가는 대대로 이곳을 지켰다. 그래서인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재벌가의 흔한 스캔들이나 오너 리스크, 권력 결탁의 비리조차 이 집안만은 비껴갔다.완벽한 가문인 대신 그들의 핏줄은 늘 귀하고 단출했다. 수려한 외모와 명석한 두뇌, 타고난 신체 능력까지 모두 갖춘 유전자였기에 그들은 태어나는 순간 세상 모든 것을 발아래 두었다. 유환 역시 예외는 아니었기에 늘 오만했고, 제 욕망을 포기하거나 타인의 눈치를 보며 의지를 꺾어본 적이 없었다.그러나 오늘만큼은 달랐다. 유환은 본능적인 경계심을 세운 채 상황을 주시했다. 조기범이 보낸 짧은 문자 한 통이 그를 이 갑갑한 본가로 불러들였기 때문이었다.[유환아, 앞으로 장하늘을 위해서라도 네 아버지나 할아버지께 잘해드려.]뜬금없는 조언이었다. 조기범이 왜 갑자기 장하늘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예전에 장하늘과 따로 연락을 주고받던 것도 마뜩잖았는데, 자신에게까지 참견하는 것이 불쾌했다. 하지만 ‘장하늘을 위해서’라는 전제조건은 유환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절대적인 명제였다.마침 본가에서 식사 호출이 왔고, 유환은 장하늘을 만나러 가려던 발길을 돌려 찝찝한 기분으로 한남동에 발을 들였다. 그때, 정원의 고요를 깨는 발소리와 함께 유도완 사장이 다가와 유환의 옆에 섰다.“오늘따라 웬 바람이 불었냐. 네가 이리 고분고분하게 제 발로 찾아오다니.&r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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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망각 속에서 찾은 조각난 진실]

장하늘의 고백에도 서정우는 크게 놀라지 않은 채 덤덤하게 어깨를 으쓱였다.“어쩐지. 전생을 기억하니까 그 어려운 종교학 개론 수업도 들었던 거구나? 윤회나 사후세계 같은 게 궁금할 수밖에 없었겠네.”장하늘은 비로소 두 사람에게 온전히 의지하기로 마음먹고, 켜켜이 쌓아두었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전생이 단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되었다는 것, 그리고 죽음의 시기가 매번 앞당겨져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가 자신을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까지.“그래서 유환이와의 시간이 더 애틋하고 절박해요.”올해 12월 24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찾아올 죽음이 얼마나 두려운지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털어 놓았다. 주기가 일정하게 짧아지는 죽음의 규칙을 설명하는 장하늘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유환이를 정말 많이 좋아하지만··· 때가 되면 녀석의 곁을 떠날 생각이에요. 그게 서로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믿거든요.”유환이 짊어진 왕관의 무게와 그가 나아가야 할 찬란한 미래에, 자신이라는 어둠이 머물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조용히 경청하던 서정우와 조기범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들은 장하늘의 결단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지, 섣불리 그를 만류하지 않았다.“그런 마음까지 먹고 있었구나···.”“12월 24일이라니···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장하늘은 두 사람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자신이 그나마 오래 살았다는 점에 위안을 얻으며, 이번 생만큼은 반드시 궤도를 비틀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이번 생에는 어떻게든 발버둥 치고 있어요. 제 전생들은 늘 비극이었지만, 적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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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비정하게 엇갈린 너와 나]

장하늘은 이제 모든 전생을 일단 하얗게 비운 다음 백지장 위에 다시 그려 넣어야 할 판국이었다.모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의 인생에 대한 고찰부터 함께 짚어 주었다.조기범은 자신이 최우현을 연모하면서도 그 마음을 억누른 채 다른 여성들과 교제하고 결혼까지 했던 과거를 담담히 고백했다. 그러나 결국 오랜 세월 자신을 스토킹해온 여학생의 손에 비참하게 목숨을 잃었던 사연을 전했다. 이어 서정우 역시 ‘묻지 마 범죄’의 희생양이 되었던 기억을 털어놓으며, 그 비극을 피하고자 전생에 사당동에 살았지만, 이번 생에는 녹두거리로 거처를 옮겼다는 사실을 덧붙였다.“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유경호 누님과 관련해서 전생에 끔찍한 사고를 겪었더라고. 이건 운명이 나에게 다시 기회를 주면서 절대 잊지 말라고 새겨준 경고 같아.”“그럼··· 그 경고를 미리 알고 조심하기만 하면··· 전생의 비극을 뒤틀 수 있다는 걸까?”장하늘은 희망을 갈구했지만, 이미 네 번의 생을 반복하며 유환의 죽음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는 사실에 지독한 회의감을 느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가슴을 에어내는 통증에 말을 잇지 못하던 그때, 서정우가 조기범과 눈빛을 교환하더니 장하늘에게 다시 한번 엄청난 말을 건넸다.“그런데 하늘아, 잠깐만! 유환이가 아주 오래도록 살았던 전생도 분명히 존재했어.”서정우의 목소리가 장하늘의 의식 밑바닥에 침전되어 있던 기억을 거칠게 끌어올리자, 장하늘은 잊고 있었던 과거의 환영들을 발작하듯 쏟아내기 시작했다.“그래, 유환이가 야구 선수의 길을 중도에 포기했던 경우였어. S대에 입학하긴 했지만 평범하게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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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홈플레이트에 고하는 나의 기도]

순간 유도완과 유준철의 시선이 허공에서 복잡하게 얽히며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유환은 이 찰나의 순간을 위해 발톱을 숨기고 기다려왔다. 장하늘이라는 명확한 목표는 그에게 할아버지를 반드시 짓밟고 이겨야 할 잔인한 동기가 되었다. 유준철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더니 유도완의 안색을 살폈다.“도완아, 어쩌면 좋겠느냐.”그때, 미간을 잔뜩 좁힌 유도완이 유환의 옆자리로 바짝 다가앉았다.“전 그 장하늘이라는 녀석이 죽기보다 싫어서 말이죠. 아버지, 저랑 내기하시죠. 그 녀석의 존재를 걸고 말입니다.”유도완의 눈동자에 어린 혐오는 마치 한겨울 호수의 살얼음처럼 투명하고도 날카롭게 빛났다. 유환은 순간 혈관 속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듯한 감각과 함께, 전신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경련하는 것을 느꼈다.“아버지, 지금 제정신으로 하시는 소리예요?”자신의 아버지가 아들이 좋아하는 사람을 걸고 내기를 제안하다니. 장하늘과 강제로 헤어지게 만들겠다는 그 뒤틀린 속내를 마주하자, 유환은 테이블 유리를 주먹으로 박살 내고 싶은 충동을 겨우 억눌렀다.“그래, 좋다. 내가 이기면 유환이가 그 녀석이랑 딱 1년은 마음껏 만나게 해주는 걸로 하지. 대신 도완이 네가 이기면, 유환이는 그날로 장하늘과 깨끗이 끝내는 거다. 어떠냐?”유준철의 동의가 떨어지는 순간, 유환의 내면에서 무언가 처참하게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나 황당하고 기가 차서, 유환은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묵직한 대리석 테이블을 내리쳤다.쿠웅—!거대한 굉음이 한남동 저택의 거실을 날카롭게 울렸다. 그러나 유도완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우아하게 슈트 재킷을 벗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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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애틋하게 간절하게]

드디어 A대학과의 본선 1차전, 운명의 서막이 올랐다. 그라운드는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팽팽한 긴장감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다행히 먹구름이 태양을 가려주며 간간이 드리워지는 그늘 덕분에 경기를 치르기에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경기가 시작되자 장하늘의 심장은 터질 듯 고동쳤지만, 머릿속은 오히려 서늘한 냉기를 머금은 채 차분하게 가라앉았다.유환을 오래 살게 하려면 야구에 인생을 걸게 하면 안 되었다.그리고 또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장하늘 자신에게도 있었다.‘이 대회가 끝나면······ 유환이와 헤어져야 해.’그래야 유도완이 내리는 저주도 피하고 남은 생에 유환도 천수를 누릴 수 있다.이것은 여러 생애를 걸쳐 살아온 자신과 조기범, 서정우를 통하여 내린 진실이자 결론이었다.대회의 종료가 곧 연애의 종말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곱씹을 때마다 가슴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듯했다. 이 자리까지 오기 위해 나누었던 그 숱한 설렘과 약속들이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느껴졌다. 서정우와 조기범에게 들은 전생의 비극은 장하늘을 깊은 사유의 늪으로 몰아넣었다.자신이 죽는 것은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떠난 뒤, 유환이 피눈물을 흘리며 고독한 폐인으로 남겨질 전생의 잔혹한 반복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했다. 마운드 위에 우뚝 선 유환은 태양 빛을 머금은 대리석 조각상처럼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겨우 마음이 닿아 서로의 앞날을 기약하게 되어 사랑하는 관계가 되었건만.운명의 신은 왜 이토록 가혹한 선택지 앞에 우리를 세워둔 것일까.“플레이 볼!”주심의 날카로운 선언이 장하늘의 몽롱한 정신을 단숨에 일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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