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全部章節:第 421 章 - 第 430 章

578 章節

제421화

경다혜가 입을 삐죽거렸다가 이내 스스로를 위로했다. 적어도 권태혁이 흘린 정보에 따르면 아직 그 여자를 온전히 그의 사람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뜻이었다.“그 여자가 태혁 씨를 받아주지 않은 이상 나한테도 기회가 있어요.”경다혜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장담하는데 태혁 씨한테 최고의 선택은 나뿐일 거예요.”상류사회 남자들의 배우자는 정략결혼으로 정해졌다.권태혁이 경다혜를 선택한다면 틀림없이 그에게 엄청난 조력자가 될 수 있을 터.빼어난 미모에 재력까지 갖춘 경다혜는 숱한 재벌가에서 가장 탐내는 며느릿감 1순위였다. 권태혁이 그녀의 가치를 몰라볼 리 없었다.권태혁이 경다혜를 힐끗 쳐다보더니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다혜 씨, 자신감 있는 건 좋지만 도를 넘으면 오만이 됩니다. 난 오만한 여자한테는 영 호감이 안 가서요.”경다혜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난...”그녀가 변명하기도 전에 권태혁이 별장 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그녀를 집 안으로 들일 생각 따위 추호도 없어 보였다.문전박대당한 경다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좌절감에 휩싸였다.살면서 처음으로 남자에게 먼저 매달려 봤지만 결과는 연속 실패였다. 이성이 이쯤에서 포기하라고 일깨워줬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그녀의 소유욕이 더욱 활활 타올랐다.‘권태혁을 내 남자로 만들기 전까지 절대 포기 안 해.’...그날 밤 온세아는 어처구니없게도 야한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권태혁의 품에 안긴 채 대표실의 소파 위에서 몸을 섞고 있었다.옷이 엉망으로 흐트러졌고 하얗고 긴 두 다리가 그의 허리를 단단히 감고 있었다.권태혁이 불덩이 같은 커다란 손으로 온세아의 가녀린 허리를 꽉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갈라진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달콤한 말을 속삭이며 이끌었다.“자기야, 여보라고 불러봐.”그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귓가에 속삭였다.꿈을 꾸던 온세아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깨어났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호흡도 몹시 가빴다. 후회 가득한 표정으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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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온세아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원하던 참이라 내숭을 떨지 않았다.[좋아요.]온세아가 흔쾌히 동의했다.오늘은 출근하지 않는 주말이었다. 일어나서 장을 보러 마트에 갈 생각이었는데 뜻밖에도 심미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온씨 가문 본가로 오라는 호출이었다.태어나서 지금까지 심미란이 직접 그녀에게 연락한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심미란이 또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문득 지난번 병원 응급실에 갔을 때 심미란 역시 RH-A형이었던 게 떠올랐다. 그녀에게 수혈해준 사람이 바로 온세아였다.온세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본가로 가보기로 마음먹었다....본가에 도착한 뒤 마침 위층에서 내려오는 주치의와 딱 마주쳤다. 성해연과 심미란이 주치의를 둘러싸고 있었다.“아정 씨의 현재 상태를 봤을 때 정신과 의사를 불러 진찰을 받게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주치의가 전문가로서 소견을 내놓았다.서로 눈빛을 주고받던 심미란과 성해연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했다.“박사님은 치료할 수 없는 건가요?”주치의가 대답했다.“방금 아정 씨의 상태를 진찰해봤는데 몸에는 아무 의상이 없어요. 하지만 정신 상태가 다소 불안정하니 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심미란이 갑자기 노발대발했다.“그게 무슨 말이야? 내 딸한테 정신 질환이라도 있단 뜻이야? 머리가 어떻게 된 건 너겠지. 돌팔이 의사 주제에...”그녀가 주치의에게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붓자 성해연이 황급히 말렸다.“언니, 진정하세요. 박사님도 아정이를 위해서 이러는 거잖아요.”심미란이 성해연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그 말은 저 돌팔이 말이 맞다는 뜻이야? 우리 아정이가 진짜 정신병이라도 걸렸다고?”성해연이 어두운 얼굴로 급히 변명했다.“제 말은 그 뜻이 아니라...”심미란이 두 눈을 부릅뜨고 성해연을 노려봤다.“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 친엄마도 아닌 네가 뭘 안다고 나서?”성해연은 억울했지만 감히 뭐라 할 수 없었다.심미란이 주치의에게 한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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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도움을 받았으니 요구 하나쯤 들어주는 건 마땅했다.온세아가 심미란을 똑바로 보며 맞받아쳤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여사님 진짜 싫어하거든요. 지난번에 병원에 혈액팩이 있었더라면 절대 수혈해주지 않았을 거예요. 그냥 제가 오지랖이 넓어서 무료로 기부한 셈 치죠.”그 말에 심미란이 뜻밖이라는 듯 온세아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심미란은 내연녀의 배에서 나온 온세아를 계속 무시해 왔다. 온세아 역시 성해연처럼 욕심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기껏 기회를 줬는데도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심미란은 온세아가 정말로 아무 욕심이 없을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 겉으로만 싫다고 빼면서 속으로는 더 큰 걸 노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그녀가 온세아에게 그런 기회를 줄 리 만무했다.심미란이 미리 금액을 적어둔 수표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이건 네가 받을 자격이 있는 돈이야.”온세아는 그 수표에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여사님, 지금 절 모욕하시는 거예요?”‘세상 사람 모두 돈으로 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심미란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왜? 이깟 푼돈은 성에 안 차? 좋아. 그럼 네 아빠한테 말해서 온주 그룹으로 출근하게 해줄게.”예전에 심미란이 악착같이 막아선 탓에 온세아는 집안의 회사에도 발을 들일 수 없었다.온세아의 능력을 심미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최상위권 성적을 놓친 적이 없었고 온아정과 온석원보다도 훨씬 똑똑하고 잘났다.만약 온세아를 온주 그룹에 들인다면 머지않아 큰 성과를 내어 온아정과 온석원을 밟고 올라설 것이 뻔했다.하지만 지금은 막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온아정이 이혼당한 후로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고 온석원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치고 다녔다.만약 온세아가 심미란의 말에 복종하고 매사에 온아정과 온석원을 최우선으로 떠받들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그녀를 온주 그룹에 들이는 것쯤은 눈감아 줄 수 있었다.평생 온아정과 온석원의 밑에서 일하게 하면 그만이니까.온세아가 코웃음을 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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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싫어요.”온세아가 새빨개진 얼굴로 욕실을 향해 달려가 문을 잠근 뒤 숨을 몰아쉬었다. 한참 후 심장 박동이 간신히 진정되었다.서둘러 옷을 벗고 몸을 씻기 시작했다.그런데 샤워를 다 마치고 나서야 갈아입을 옷을 챙겨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설상가상으로 수건걸이에 하얀색 샤워타월 하나만 덜렁 걸려 있을 뿐 여분이 없었다.권태혁이 쓰던 수건을 쓰고 싶지는 않았던 온세아가 욕실 문 앞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문을 살짝 열었다.“저기... 태혁 씨...”온세아가 권태혁을 불렀다.들을 거란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권태혁이 욕실 문 바로 앞에 서 있었다.“왜?”권태혁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물었다. 그 순간 온세아의 고운 얼굴이 한층 더 붉어졌다.‘설마 아까부터 계속 문 앞에 서서 내가 씻는 소리를 엿듣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심호흡하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집에 혹시 일회용 수건 같은 거 있어요?”“없어. 그냥 내 거 써.”온세아는 말문이 막혀버렸다.‘자기 수건을 쓰라고? 심한 결벽증이 있었던 거 아니었어? 태혁 씨는 상관없을지 몰라도 난 찜찜하단 말이야.’온세아가 망설이던 그때 권태혁이 문틈 사이로 잠옷 원피스 하나를 쑥 내밀었다.“이거 입어.”“아, 네.”갈아입을 옷이 없어 난감했던 참이라 온세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덥석 받았다.문을 닫은 후 다시 권태혁의 수건을 쓸지 말지 고민했다. 하지만 물이 뚝뚝 떨어지는 맨몸으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결국 한참을 망설이다가 쓰기로 했다.그런데 권태혁의 수건으로 몸을 닦은 순간 권태혁 특유의 냄새가 훅 끼쳐왔다.야릇하고 기묘한 감각이 가슴속을 헤집고 퍼져나간 바람에 몸이 뻣뻣하게 굳으면서 저도 모르게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너무도 하고 싶었다.권태혁의 수건이 몸의 물방울을 닦아내는 감촉이 그가 거칠고 커다란 손으로 온몸을 어루만지는 것만 같았다.무의식중에 체온이 달아오르면서 몸이 알 수 없는 열기로 화끈거렸다.온세아가 정신을 차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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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권태혁이 온세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축축하게 젖은 그녀의 긴 머리만 뚫어지게 응시하더니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머리 왜 안 말렸어?”온세아가 흠칫 놀랐다.“깜빡했어요.”권태혁이 그녀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방금 샤워를 마친 터라 피부가 한층 더 촉촉하고 뽀얬다. 몸에 걸친 속이 다 비치는 검은색 치마가 그녀의 굴곡진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권태혁이 침을 꿀꺽 삼켰다. 검은 눈동자 속에 욕망의 파도가 세차게 일렁거렸다.더는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더 봤다간 통제력을 잃고 온세아를 통째로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기다려.”짧게 한마디를 남기고 곧장 욕실로 들어가더니 드라이기를 들고 나왔다.평소엔 고고하던 보스가 지금 인내심 있게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고 있다. 온세아는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남자들은 그걸 하기 전에 원래 이렇게 다정해지고 상냥해지나?’귓가에 웅웅거리는 드라이기 소리가 들려왔다.권태혁의 손가락이 이따금 그녀의 두피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얼마나 지났을까, 드라이기 소리가 멈췄다. 온세아의 머리카락이 보송보송하게 말라 있었다.본래 하얗던 두 볼이 발갛게 물들었고 검은 눈동자에 일말의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머리를 다 말렸으니 이제 그걸 하겠지.’그런 온세아의 모습을 보던 권태혁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몸을 기울여 그녀에게 키스하려는데 온세아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안 돼요... 침대로 가요...”거실 소파에서 하는 게 너무 익숙지 않았다.권태혁이 손을 뻗어 온세아를 끌어안았다.“잠시는 침대로 안 갈 거야. 일단 영화부터 보자.”온세아는 순간 멍해졌다.“네?”샤워를 마쳤으니 자연스럽게 잠자리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뜬금없이 영화를 보자고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뭐가 네야?”권태혁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그녀의 모습을 흥미롭게 쳐다보다가 그녀의 코끝을 톡 쳤다.온세아가 눈을 깜빡이며 말을 더듬었다.“무... 무슨 영화요?”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권태혁이 같이 보려는 영화가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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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그제야 만족한 권태혁이 온세아를 꽉 안고 함께 영화를 감상했다.주변이 어두컴컴했고 오직 스크린에서 나오는 불빛만 남아있었다. 분위기가 의외로 아늑했다.처음에 권태혁에게 안겨 있을 때 온세아가 그다지 적응하지 못해 그의 품에서 빠져나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금세 영화에 푹 빠져들었다.점점 몰입하면서 곤두서 있던 신경도 느슨해졌다. 권태혁의 품에 안겨 있어도 몸이 아까처럼 뻣뻣하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온세아는 졸음이 쏟아져 눈꺼풀이 저도 모르게 처졌다. 하마터면 이대로 잠들어버릴 뻔했다.영화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권태혁을 쳐다봤는데 뜻밖에도 권태혁이 이미 잠들어 있었다.온세아가 조심스레 불렀다.“권태혁 씨?”아무 반응이 없었다.다시 시간을 확인해보니 이제 막 6시가 넘은 참이었다. 저녁 식사도 하지 않았고 게다가 그것도 못 했다.‘벌써 잠들었다고? 그렇게 피곤했나?’의구심이 든 것도 잠시 허리를 꽉 안고 있는 권태혁의 손을 살며시 치우면서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했다.그런데 권태혁이 갑자기 중심을 잃고 온세아의 위로 엎어지면서 그녀를 짓눌렀다. 그 바람에 온세아는 더 이상 꼼짝할 수가 없었다.여기서 억지로 밀어냈다간 깰 게 분명했다. 한참 고민하던 온세아는 결국 그에게 짓눌려 있는 쪽을 택했다.‘안 깨우는 게 나아. 지금 깨웠다가 내가 엄청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잖아. 굶주린 티를 내면 안 돼.’바로 그때 권태혁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화들짝 놀란 온세아가 서둘러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원래는 끊어버릴 생각이었는데 당황한 나머지 그만 통화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휴대폰 너머로 강준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동남아 쪽 공장이...”온세아는 듣자마자 강준우가 공적인 일로 전화했다는 걸 알았다.“저기, 전데요...”달리 방법이 없었던 온세아가 목소리를 냈다.강준우가 잠깐 멈칫했다. 휴대폰 너머의 상대가 온세아라는 걸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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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권태혁이 몸을 숙여 온세아를 번쩍 안아 들었다. 안다가 하마터면 그녀를 깨울 뻔했다.그에게서 나는 익숙한 체취를 맡고 안정감을 느꼈는지 이내 다시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온세아의 얌전한 모습을 보던 권태혁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 나왔다....다음 날.온세아가 잠에서 깼다. 그제야 자신이 권태혁의 침대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어젯밤 일어났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순간 그녀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분명 아래층 거실 소파에서 잠들었는데 어떻게 침대로 왔지? 설마 권태혁이 안아서 여기까지 옮겨 놓았나?’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한창 생각하고 있던 그때 침실 문이 열렸다. 훤칠한 체격의 권태혁이 문 앞에 나타났다.“깼어? 내려와서 아침 먹어.”그의 요구를 온세아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배가 정말 고팠기 때문이었다.문제는... 아직 어젯밤 입었던 그 아찔한 이벤트용 란제리 차림이라는 것이었다.이 모습으로 권태혁의 앞에 나타났다가는 작정하고 그를 유혹한다고 오해라도 할까 봐 걱정되었다.“저기 죄송한데 사람 시켜서 새 옷 좀 가져다주시면 안 될까요?”온세아가 민망함을 무릅쓰고 부탁했다.어젯밤 관계를 가지지 않았기에 새 옷을 뻔뻔하게 요구할 입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뾰족한 수가 없었다.“드레스룸에 있으니까 알아서 골라 입어.”권태혁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툭 내뱉었다.온세아는 원래 마음에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세수를 마치고 드레스룸에 들어선 순간 놀라서 자빠질 뻔했다.어마어마하게 넓은 드레스룸 절반이 여성복으로 꽉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옷이 몽땅 구비되어 있었고 심지어 사이즈까지 전부 그녀에게 딱 맞았다.‘설마 내 사이즈에 맞춰서 이 넓은 드레스룸의 절반을 채울 만큼의 여성복을 맞춤 주문했단 말이야? 이건 너무 과한데? 우린 그냥 잠자리 파트너일 뿐 연인도 아니잖아. 이렇게까지 공을 들일 필요 없는데.’온세아가 서둘러 오피스룩에 가까운 투피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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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온세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싫은 게 아니라...”그저 그럴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권태혁의 입가에 미소가 새어 나왔다.“그럼 됐어. 내 생일날에 집에서 기다릴게.”온세아는 단칼에 거절하고 싶었으나 거절의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어젯밤에 하지 못했기에 권태혁에게 한 번 빚진 셈이었으니까....모 대형 쇼핑몰.온세아가 이채린과 함께 쇼핑하러 나왔다. 오늘 나온 목적은 다름 아닌 권태혁의 생일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였다.솔직히 말해서 남자에게 생일 선물로 뭘 줘야 할지 온세아는 전혀 알지 못했다.어젯밤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보니 남자 생일 선물로 보통 넥타이나 벨트가 무난하다고 했다.하여 이채린을 끌고 곧장 남성 코너로 향했다. 권태혁에게 어울릴 만한 가죽 벨트를 하나 고를 생각이었다.옆에서 지켜보던 이채린이 킥킥대며 놀려댔다.“구형민이랑 이혼해 놓고서 무슨 벨트를 사? 다시 목줄이라도 채우게?”온세아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구형민 거 아니야.”이채린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구형민한테 주는 게 아니라고? 그럼 누구? 나 모르는 사이에 남자 생겼어?”이채린에게 권태혁과의 비밀을 말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다.하지만 두 사람의 좁힐 수 없는 신분 차이 때문에 차마 얘기할 수가 없었다.“빨리 불어. 대체 누구야?”이채린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캐물었다.‘어쩐지 세아가 지 과장님을 쳐다보지도 않더라니. 이미 찜해둔 남자가 있었던 거였어.’“그 사람은...”온세아가 진심으로 난감해했다.“아직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 아니야.”그저 잠자리 파트너일 뿐이었기에 입 밖에 꺼내기 너무나 곤란했다.뜻밖에도 이채린이 그 말을 전혀 다른 뜻으로 오해하고 말았다.“네가 먼저 꼬시고 있구나?”이채린이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오, 온세아. 겉으론 엄청 순진한 척하더니 뒤로는 남자 꼬실 줄도 다 알고.”“그... 그런 거 아니야...”온세아가 붉은 입술을 달싹이며 해명하려 했지만 이내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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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그때 뒤에서 낯익은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저 여자가 입고 있는 원피스 내가 살 거야.”온세아가 고개를 돌려 보니 온아정이었다. 온아정이 매장 안을 손가락으로 휙휙 가리키며 덧붙였다.“그리고 이거, 이거, 이것도... 전부 다 포장해 줘.”단숨에 원피스 십여 벌을 고른 온아정이 직원에게 포장을 지시했다.“고객님, 그게...”그녀가 온씨 가문의 첫째 딸이라는 것을 알아본 여직원이 몹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다른 손님이었다면 먼저 피팅 중인 고객이 있으니 그 고객이 구매하지 않겠다고 해야 구매가 가능하다고 정중하게 말했을 것이다.하지만 여직원은 온아정의 불같은 성질머리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원칙대로 말했다가는 욕을 한바탕 먹을 게 뻔했다.게다가 온아정은 일개 직원이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인물도 아니었다.“그게 뭐? 포장하라는데 왜 가만히 서 있어?”여직원의 굼뜬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온아정이 매섭게 눈을 흘겼다.여직원이 어쩔 수 없이 온세아에게 다가가 몹시 미안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입고 계신 원피스를 저 고객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셔서요. 벗어주실 수 있으실까요?”“이 원피스 제가 살 거예요.”온세아도 물러서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원피스를 먼저 사려 했던 건 온세아였기에 온아정이 원한다고 해서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양보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하지만...”여직원이 겁에 질린 눈으로 온아정을 힐끗 봤다가 어쩔 줄을 몰라 했다.직원을 난처하게 만들 생각이 없었던 온세아가 온아정을 힐끗 돌아보며 말했다.“미안하지만 언니, 이 옷은 내가 먼저 골랐어.”온아정이 두 눈을 부릅뜨고 온세아를 노려보았다.“온세아, 너 갈수록 위아래가 없구나. 감히 내 물건을 가로채려 들어?”어릴 적부터 온아정이 온씨 가문의 본처가 낳은 자식이라는 이유로 항상 그녀에게 최우선권이 있었고 온세아는 무조건 온아정의 다음 차례였다.좋은 물건이 생겨도 온아정이 먼저 고르고 남은 것만이 온세아의 차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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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심미란의 시선이 즉각 온세아에게 꽂혔다. 독바늘이라도 쏠 듯한 매서운 눈빛이었다.“당장 안 벗고 뭐 해? 흠집이라도 나면 네깟 게 물어낼 수나 있겠어?”온세아의 얄팍한 지갑 사정을 심미란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 원피스의 가격이 온세아의 평소 소비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 고가임이 분명했다.게다가 지금까지 온세아가 온아정에게 양보하며 살아왔다. 심미란이 직접 나서서 벗으라고 호통을 쳤으니 온세아가 감히 거역하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온세아가 심미란을 똑바로 쳐다보며 당당하게 받아쳤다.“여사님, 이 원피스는 제가 먼저 골랐어요. 제가 싫다고 하지 않는 이상 언니가 제 것을 뺏으려 들면 안 되죠.”그 말에 심미란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온세아가 이젠 그녀의 체면조차 무시할 줄은 몰랐다.‘감히 아정이의 것을 빼앗으려 들어? 간덩이가 제대로 부었네, 아주.’“온세아, 갈수록 막 나가는구나.”심미란의 얼음장 같은 경고에 온세아가 턱을 치켜들고 비웃으며 물었다.“여사님은 제가 언니한테 고분고분 당해주지 않으면 막 나가는 거로 생각하시나 봐요?”“너!”심미란이 눈을 부릅뜨고 온세아를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흉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옆에 있는 직원에게 명령했다.“당장 점장 불러와.”이곳은 심미란이 평소 사모님들과 자주 오던 매장이었다.최상급 명품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최근 한창 뜨고 있는 매스티지 브랜드로 젊은 여성들에게 꽤 인기가 많았다.하여 점장도 당연히 심미란을 잘 알고 있었다.점장이 부리나케 달려와 굽신거리며 아부했다.“사모님, 웬일로 이렇게 귀한 걸음을 다 하셨습니까?”점장과 시시껄렁한 인사를 나눌 여유가 없었던 심미란이 손가락으로 온세아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애가 입고 있는 저 원피스 우리 아정이가 마음에 든대.”점장은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하고는 온세아에게 다가갔다.“죄송합니다, 손님. 입고 계신 원피스는 손님께 판매할 수가 없습니다.”온세아가 차분한 얼굴로 점장을 훑어보았다.“이유가 뭐죠?”점장이 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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