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뒤에서 낯익은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저 여자가 입고 있는 원피스 내가 살 거야.”온세아가 고개를 돌려 보니 온아정이었다. 온아정이 매장 안을 손가락으로 휙휙 가리키며 덧붙였다.“그리고 이거, 이거, 이것도... 전부 다 포장해 줘.”단숨에 원피스 십여 벌을 고른 온아정이 직원에게 포장을 지시했다.“고객님, 그게...”그녀가 온씨 가문의 첫째 딸이라는 것을 알아본 여직원이 몹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다른 손님이었다면 먼저 피팅 중인 고객이 있으니 그 고객이 구매하지 않겠다고 해야 구매가 가능하다고 정중하게 말했을 것이다.하지만 여직원은 온아정의 불같은 성질머리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원칙대로 말했다가는 욕을 한바탕 먹을 게 뻔했다.게다가 온아정은 일개 직원이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인물도 아니었다.“그게 뭐? 포장하라는데 왜 가만히 서 있어?”여직원의 굼뜬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온아정이 매섭게 눈을 흘겼다.여직원이 어쩔 수 없이 온세아에게 다가가 몹시 미안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입고 계신 원피스를 저 고객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셔서요. 벗어주실 수 있으실까요?”“이 원피스 제가 살 거예요.”온세아도 물러서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원피스를 먼저 사려 했던 건 온세아였기에 온아정이 원한다고 해서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양보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하지만...”여직원이 겁에 질린 눈으로 온아정을 힐끗 봤다가 어쩔 줄을 몰라 했다.직원을 난처하게 만들 생각이 없었던 온세아가 온아정을 힐끗 돌아보며 말했다.“미안하지만 언니, 이 옷은 내가 먼저 골랐어.”온아정이 두 눈을 부릅뜨고 온세아를 노려보았다.“온세아, 너 갈수록 위아래가 없구나. 감히 내 물건을 가로채려 들어?”어릴 적부터 온아정이 온씨 가문의 본처가 낳은 자식이라는 이유로 항상 그녀에게 최우선권이 있었고 온세아는 무조건 온아정의 다음 차례였다.좋은 물건이 생겨도 온아정이 먼저 고르고 남은 것만이 온세아의 차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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