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Chapter 571 - Chapter 578

578 Chapters

제571화

하지만 지금 구형민의 두 눈이 다른 여자에게 꽂혀 있었다. 심민서가 이곳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실망감이 밀려온 심민서는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헛헛했다.권태혁도 구형민을 발견했다. 구형민과 옆에 서 있는 여자의 표정을 빠짐없이 눈에 담던 그는 불현듯 드디어 온세아의 옆자리를 차지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권태혁이 온세아와 함께 있을 줄은 구형민이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비록 지금 권태혁에게 온세아의 곁을 지킬 명분은 없지만 머지않아 곧 가지게 될 터.“형민 씨, 저 여자 형민 씨 전처 아니야?”구형민이 계속 무시하자 마음이 초조해진 심민서가 그의 신경을 자신에게 돌리려고 팔을 흔들었다.그의 잘생긴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시선이 권태혁과 온세아가 꽉 맞잡은 두 손에 못 박힌 듯 고정되어 있었다.외모든 집안이든 모두 구형민보다 잘난 남자가 온세아의 옆에 다정하게 서 있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심장을 후벼 파는 듯한 고통이 구형민을 덮쳤다.온세아가 권태혁에게 붙잡힌 손을 빼내려 애썼다. 구형민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다.어쨌든 지금 정말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으니까.그런데 권태혁이 놓아주기는커녕 되레 손에 힘을 주었다. 작정하고 구형민 앞에서 애정 행각이라도 벌이려는 사람처럼 말이다.그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구형민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까딱이더니 온세아와 함께 그들을 스쳐 지나 레스토랑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구형민이 손을 맞잡고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응시했다.가슴 속에서 질투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체면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당장 달려가 온세아를 끌고 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그래도 꾹 참았다.지금의 구형민은 예전의 그 보잘것없던 구형민이 아니었다.이젠 그에게도 번듯한 지위와 배경이 생겼다. 그래서 무슨 행동을 하든 사회적 위치를 의식해야만 했다.그러나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온세아를 이대로 다른 남자에게 빼앗기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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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정곡을 찔린 구형민은 속으로 분노가 치밀었지만 티를 내지 않고 심민서의 가녀린 허리를 끌어안으며 다정하게 달래는 척했다.“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정말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그래.”“정말이에요?”“당연하지.”심민서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묻자 구형민이 입꼬리만 올리고 억지웃음을 지었다.서둘러 운전기사를 불러 심민서를 차에 태워 보낸 뒤 조금 전 온세아와 권태혁이 사라졌던 방향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온세아와 권태혁이 프라이빗 룸에 자리를 잡았다.벽면을 가득 채운 통유리창 너머로 잔잔한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달빛이 부서지는 밤의 호수가 그림처럼 아름다웠으나 온세아는 풍경을 감상할 기분이 아니었다.이곳에서 구형민과 마주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로써 권태혁과의 관계가 기정사실화된 거나 다름없었다. 이젠 구구절절 변명할 길도 없었다.‘됐어. 어차피 이혼도 해서 둘 다 싱글로 돌아왔으니 다른 사람이랑 연애하고 결혼해도 되지, 뭐. 구형민한테 해명할 의무 따위 없어. 그리고 오해하면 또 어때서? 내 알 바가 아닌데.’“아직도 전남편 생각 중이야?”권태혁이 온세아의 속마음을 단번에 꿰뚫어 봤다.온세아가 미간만 살짝 찌푸릴 뿐 아무 말이 없자 그가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이어 말했다.“아직도 전남편의 기분이 신경 쓰이나 보지?”“누가 신경 쓴다고 그래요?”온세아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권태혁이 엑스레이 같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계속 그녀를 꿰뚫어 봤다.“신경 쓰는 게 아니라면 지금 왜 이렇게 불편해하는 건데?”“전혀 불편하지 않아요.”그녀가 얼굴을 찌푸렸다.지금 이러는 이유가 구형민을 너무 잘 알아서였다.전형적인 내로남불 스타일이라 아무리 이혼한 상태라고 해도 온세아가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으니 구형민의 성격상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게 뻔했다.게다가 그 상대가 다름 아닌 권태혁이라 구형민이 받은 충격이 엄청났을 것이다. 자칫하면 앙심을 품고 해코지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권태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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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온세아가 뭐라 하려던 그때 종업원이 문을 열고 들어와 권태혁이 미리 주문해 둔 음식을 서빙했다.두 사람은 조금 전의 대화를 더는 이어가지 않고 식사를 시작했다.권태혁이 얼마 먹지도 않고 금세 수저를 내려놓았다.그의 시선이 온세아 앞의 새우 요리에 머물렀다. 손도 대지 않은 걸 보더니 새우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손놀림이 한없이 우아했다.껍질을 다 깐 뒤 오동통한 새우살이 소복이 담긴 접시를 온세아의 앞으로 밀었다.“먹어.”온세아가 흠칫 놀랐다. 그녀에게 주려고 새우 껍질을 깔 줄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마워요.”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서둘러 인사를 건넸다.그 모습에 권태혁은 심장이 또 한 번 설렜다. 지금 이 순간 그녀가 무엇을 요구하든 기꺼이 다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새우를 먹고 밥도 조금 더 먹고 나니 온세아도 배가 불렀다.권태혁이 종업원을 불러 계산하는 사이 그녀는 잠시 화장실로 갔다.그런데 볼일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입구에서 구형민과 딱 마주치고 말았다. 그가 짙게 가라앉은 눈으로 온세아를 뚫어지게 응시했다.“인사 한마디 없이 그냥 가려고?”구형민과 할 얘기가 없었던 온세아가 두 글자를 내뱉었다.“비켜.”구형민이 비키기는커녕 그 자리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온세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가에 조롱 섞인 미소를 띤 채 비아냥거렸다.“네가 꼬신 남자가 권태혁인 줄 이제야 알았어.”그 말에 기분이 불쾌해진 온세아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일이야. 이젠 너랑은 상관이 없어.”구형민의 마음속에 분노가 들끓었다.“그래. 이제 권태혁이라는 든든한 빽이 생겼으니 당연히 내가 필요 없겠지.”온세아가 그를 서늘하게 노려보았다.“아무것도 모르면서 헛소리 좀 지껄이지 마.”그의 시선이 그녀에게 고정되었다.“대답해. 진짜로 권태혁이랑 만나는 사이야?”온세아가 고개를 홱 돌리고 대답을 거부했다.확실히 예전에 권태혁의 잠자리 파트너이긴 했지만 이미 끝난 사이였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구형민에게 구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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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가자.”권태혁이 서늘한 아우라를 뿜어내며 오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단 한 마디 내뱉었을 뿐인데도 그 안에 위압감이 깃들어 있었다.결국 구형민이 어쩔 수 없이 길을 내주었다.온세아가 재빨리 그를 지나쳐 권태혁에게 다가갔다. 그의 곁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도 되는 것처럼.그녀도 지금 이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알지 못했다.객관적으로 따지자면 권태혁은 그저 과거의 잠자리 파트너였고 구형민은 부부의 연을 맺었던 사람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전남편인 구형민보다 권태혁을 훨씬 더 기댈 만한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온세아와 권태혁이 구형민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휙 가버렸다.구형민의 두 눈에 분노의 불길이 일렁거렸고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섬뜩할 정도로 일그러졌다.‘온세아, 감히 날 배신해?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화장실까진 왜 왔어요?”레스토랑을 나온 뒤 온세아가 갑자기 물었다.“내가 안 갔으면 너 못 나왔을 거야.”권태혁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조금 전 그가 제때 나타나지 않았다면 구형민이 쉽게 온세아를 놔주지 않았을 것이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온세아도 반박하지 않았다.구형민이 꼬리를 내린 것도 순전히 권태혁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오늘 권태혁과 함께 있는 모습을 구형민에게 들키지 않았다면 화장실 앞까지 찾아와 몰아붙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결국 이 모든 사단의 원흉은 권태혁이었다.두 사람이 이제 그런 사이도 아닌데 권태혁이 오해를 사게 행동했다.그 결과 구형민이 단단히 오해해버렸고 해명할 길도 없어졌다.“태혁 씨가 오해하게 만들었잖아요.”온세아가 두 눈을 부릅뜨고 쏘아보자 권태혁이 아무것도 모른 척 그윽하게 바라봤다.“내가 뭘 오해하게 만들었는데?”“아까 식당에 들어올 때 태혁 씨가 제 손만 잡지 않았어도 그 사람이 우리 사이를 오해할 일은 없었을 거라고요.”권태혁이 입꼬리를 올리며 되물었다.“우리 남다른 사이 아니야?”온세아는 말문이 막혀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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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온세아가 온아정의 얄팍한 속내를 모를 리 없었다. 온아정을 덤덤하게 흘겨보며 대꾸했다.“고고한 거로 따지면 언니도 나랑 별반 다를 거 없잖아. 나보다 훨씬 일찍 와서 앉아 있으면서.”“너!”온아정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더니 독기 어린 눈으로 온세아를 노려보았다.그 모습에 심미란이 즉각 불만을 터뜨렸다.“온세아, 언니한테 무슨 말버릇이야?”온철환의 안색도 눈에 띄게 굳어졌다.“갈수록 버릇이 없어지는구나.”이 상황에서 성해연은 온세아의 편을 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한술 더 떴다.“얼른 언니한테 사과해.”온세아는 기가 막혔다.‘내가 뭐 어쨌다고 온아정한테 사과하라는 거야? 온아정이 먼저 비아냥거려서 똑같이 한 것뿐인데.’온철환과 심미란, 성해연이 일제히 온아정의 편에 서서 온세아를 윽박질렀다.어이가 없었던 온세아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이 집안에서 온세아의 지위가 상상 이상으로 바닥이었고 반대로 온아정의 지위는 견고했다.그들은 온아정이 온세아를 함부로 짓밟아도 된다고 암묵적으로 동의한 듯했다.온세아가 반발이라도 할라치면 온 가족이 벌떼처럼 몰려와 짓눌렀다. 평생 온아정의 밑에서 쥐어박히며 살 팔자니 그냥 체념하고 순응하라는 뜻이었다.“사과를 해도 언니가 먼저 해야죠. 저한테 먼저 함부로 말한 건 언니니까요.”그녀가 물러서지 않고 따박따박 따지자 심미란이 화를 참지 못하고 쏘아붙였다.“감히 네 언니랑 비교하려 들어? 네 언니가 어떤 위치고 네가 어떤 위치인지 아직도 몰라서 그래?”온세아가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제가 아는 건 저나 언니나 똑같이 아빠의 딸이라는 것뿐이에요.”그녀와 온아정은 배다른 자매였다.한쪽이 하찮은 존재라면 다른 한쪽이 고귀해봤자 뭐 얼마나 고귀하겠는가?그저 온철환과 심미란, 성해연이 온세아를 탐탁지 않아 하기에 온아정보다 하찮게 여길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온세아가 정말로 온아정보다 하찮은 사람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심미란이 매서운 눈초리로 온세아를 쏘아보며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옆에 앉아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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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어차피 온아정은 기득권자였다. 그러니 당연히 재벌 딸다운 기품을 꾸며내야만 했다.주오성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유언장을 읽어 내려갔다.“온철환 회장님이 보유하신 온주 그룹의 모든 지분은 막내딸 온세아에게 상속합니다. 단 온세아는 반드시 온주 그룹에 입사하여 말단 사원부터 시작해 대표이사직에 오를 때까지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합니다.”쾅.폭탄과 다를 바 없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유언장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온세아조차도.‘내가 잘못 들었나? 아빠가 회사를 나한테 물려주겠다고 하셨어? 꿈이지, 이거?’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온아정이 주오성에게 달려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따져 물었다.“변호사님이 잘못 읽으신 거죠? 우리 아빠가 어떻게 온주 그룹을 쟤한테 줘요? 말도 안 돼요.”심미란 역시 적잖이 충격을 받은 기색이었다.“그래요, 변호사님. 뭔가 착오가 있는 거 아니에요?”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딸이 유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그런데 온주 그룹의 지분과 경영권을 온세아에게 넘기다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주오성이 난처한 기색을 내비쳤다.“죄송합니다만 전 그저 유언장 내용을 그대로 읽었을 뿐입니다. 의문이 있으시다면 회장님께 직접 여쭤보세요.”이 유언장이 곧 온철환의 뜻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말이었다.그 말에 심미란과 온아정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온철환을 쳐다봤다.온철환이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주변, 마저 읽도록 해.”심미란과 온아정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꾹 참고 주오성이 유언장 낭독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낭독을 마친 주오성이 들고 있던 유언장 사본을 사람들에게 한 부씩 나누어 주었다.온아정이 재빨리 유언장을 펼쳤다. 하얀 종이 위에 검은 글씨로 너무나도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온주 그룹과 지분을 온세아에게 남긴다는 문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순간 그녀는 하마터면 이성을 잃고 무너져 내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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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온아정이 온세아에게 달려가 뺨을 후려치려 했다.“이게 다 재수 없는 너 때문이야. 너만 아니었으면 아빠 엄마가 싸울 일도 없었다고.”당장이라도 온세아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기세였다.그런데 온아정이 채 다가가기도 전에 온석원이 앞을 가로막았다.“뭐 하는 짓이야?”온석원이 온아정의 팔을 잡고 끌어당겼다.“오빠, 이거 놔!”온아정이 분노를 터뜨리며 악을 썼다.“오빤 온주 그룹을 쟤한테 줘도 괜찮아?”온주 그룹과 지분은 본래 온아정과 온석원에게 남겨주었어야 마땅한 것들이었다.굴러들어온 온세아가 떡고물을 주워 먹는 것도 모자라 아예 통째로 삼키려 하니 온아정이 어찌 용납할 수 있겠는가?온석원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어차피 난 경영 같은 건 쥐뿔도 몰라. 회사를 세아한테 맡기는 게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쟤가 회사를 굴려야 나도 나중에 편하게 놀고먹을 거 아니야.”그녀가 한심하다는 듯 온석원을 흘겨보았다.“못났다, 못났어.”온석원이 피식 웃었다.“그럼 네가 뺏기라도 하게? 세아를 이길 능력이 있어?”온아정을 무시하는 게 아니었다.어려서부터 오냐오냐 자란 탓에 부모 손에 거의 망가진 거나 다름없었다. 학창 시절에는 성적이 늘 바닥을 기었고 사회에 나와서도 업무 능력이 형편없기 짝이 없었다.만약 온주 그룹을 온아정에게 맡긴다면 분명 얼마 못 가 시원하게 말아먹을 게 뻔했다.하지만 온세아는 달랐다.어려서부터 공부도 잘했고 아무도 보듬어주는 이 없이 자란 탓에 지독할 정도로 성실하고 악착같았다.일을 시작한 후로도 묵묵히 제 몫을 다했다.온주 그룹을 온세아에게 맡기면 분명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할 거라고 온석원은 굳게 믿었다.그리고 그는 여유롭게 이사 자리에 앉아 배당금이나 두둑이 챙기면 그만이었다.어차피 온세아가 알아서 돈을 벌어다 줄 텐데 굳이 힘들게 직접 나설 이유가 있겠는가?“오빠, 예전엔 나한테 이러지 않았잖아. 대체 누구 편이야?”온아정이 분통을 터뜨리며 따졌다.예전에 온아정이 온세아와 부딪힐 때마다 그는 무조건 온아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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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문밖에서 그 모든 대화를 듣고 있던 온세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온철환이 온주 그룹을 온세아에게 물려주겠다고 한 게 진심이 아니라는 것쯤은 진작에 짐작하고 있었다.다만 진실이 온세아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잔인했다.온철환은 온주 그룹과 지분을 줄 생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철저히 그녀를 이용할 작정이었다.온세아를 이용하여 온주 그룹의 위기를 넘기고 온석원과 온아정을 위해 반대 세력을 숙청한 뒤 두 사람이 훗날 그룹을 물려받을 수 있도록 길을 닦아줄 속셈이었다.그들을 위해 이 모든 궂은일을 끝마치고 나면 온세아라는 체스 말은 가차 없이 버려질 것이다.불행 중 다행인 건 애초에 온세아가 온주 그룹을 상속받겠다는 환상 따위 품어본 적도 없다는 것이었다.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는 법. 그러니 지금 진실을 직접 들었음에도 마음에 일말의 동요조차 일지 않았다.온세아가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저녁 퇴근 시간.온세아가 진호 그룹을 나오던 그때 낯익은 누군가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작은 아가씨!”온철환의 비서 문병욱이었다.그가 찾아온 용건을 단번에 알아챈 온세아가 그를 무시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문병욱이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작은 아가씨, 회장님께서 본가로 오라고 하십니다.”온세아는 온철환이 왜 갑자기 그녀를 찾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유언장 내용을 받아들이고 당장 회사를 그만둔 다음 온주 그룹으로 들어와 온석원과 온아정이 물려받을 수 있도록 길을 터놓으라고 압박할 게 뻔했다.“죄송하지만 선약이 있어서 못 가요.”온세아가 아무리 거절해도 문병욱이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었다.“아가씨, 회장님께서 정말 중요한 일로 상의할 게 있으시다고...”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온세아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홱 돌렸다.“아저씨, 더 말씀하실 필요 없어요. 아빠한테 가서 전하세요. 전 그 유언장 못 받아들이고 온주 그룹에 들어갈 생각도 없다고요.”“아가씨...”문병욱이 다가와 온세아의 팔을 잡고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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