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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피안을 거슬러: Kabanata 591 - Kabanata 600

772 Kabanata

제591화

밖에서 오가는 부산스러운 기척을 눈치챈 서 태후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무슨 일이냐?"소 상궁이 다가와 아뢰었다."영정이 뻔뻔하게 전각 밖에 버티고 서서 물러가려 하질 않고 있습니다."영정이라는 이름 두 글자에 서 태후의 눈빛에 즉각 짙은 혐오감이 스쳤다."사내자식이 멀쩡하게 생겨서는 종일 분냄새만 풍기고 다니고, 느끼하기 짝이 없는 데다 사내다운 구석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지 않느냐. 콧대 높기로는 하늘을 찌르는 서소현이 어쩌다 저런 등신 같은 놈에게 빠졌는지 의문이로구나."소 상궁은 참지 못하고 풋, 실소를 터뜨렸다."마마, 영 부인은 저런 부류의 사내를 좋아하는 모양이지요.""감히 자녕궁의 청정을 어지럽힌 죄를 물어 영정의 뺨을 쉰 대 치거라. 다음번에도 이리 무례를 범한다면, 저잣거리에 끌고 가 조리돌림을 시킬 것이다!"서 태후는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과거 서소현이 영씨 가문과의 혼사를 가로챘을 때, 서 태후는 사실 크게 분노하지 않았다. 정 그 사내가 탐이 난다면 솔직하게 말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서소현은 절대 해서는 안 될 비열한 수작을 부렸다. 동생의 순결과 명예를 짓밟고, 급기야 죄 없는 목숨까지 사지로 몰아넣었다.그 끔찍한 비극 뒤에는 영씨 가문의 묵인과 방조도 단단히 한몫했다.이윽고 전각 밖에서 살이 부딪치는 매서운 파열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금위군에게 결박당한 영정을 향해 소 상궁이 직접 나섰다. 그녀는 온 힘을 실어 영정의 양쪽 뺨을 번갈아 가며 후려쳤다. 손바닥이 얼얼해질 정도로 매섭게 내리치면서도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자녕궁 앞을 지나던 궁인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 광경을 흘끔거렸다."주제도 모르는 놈! 네깟 놈이 감히 태후 마마의 휴식을 방해해? 마마께서 하명하셨다. 또다시 이리 방자하게 굴면 저잣거리에서 조리돌림을 시키실 것이라고!"쉰 대의 따귀를 다 때리고 나자 소 상궁의 손바닥마저 벌겋게 부어올랐다.하지만 그녀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돼지처럼 퉁퉁 부어오른 영정의 몰골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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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백 대의 채찍형은 건양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가운데, 그가 직접 지목한 금위군 통령의 손에 의해 집행되었다.영정의 하반신은 채찍이 살점을 파고들 때마다 붉은 피가 튕겼다. 그는 마흔 대째에 이미 혼절했으나, 금위군은 찬물을 끼얹어 그를 깨운 뒤 지독한 형벌을 이어갔다.형벌이 끝나자, 건양제는 여유롭게 손을 내저었다."이 꼴 그대로 영씨 저택에 돌려보내거라."상 내관은 건양제의 의중을 단번에 알아채고 금위군에게 단단히 일렀다."마차에 태울 것 없다. 들것을 구해다 반듯이 뉘어 끌고 가거라.""명심하겠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떠난 뒤, 건양제는 바닥에 고인 핏자국을 힐끗 바라보며 싸늘하게 명했다."반 시진 내로 흔적도 없이 치우거라!"그 말을 남기고 건양제는 자녕궁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소 상궁이 서둘러 건양제의 뒤를 따르며 휘장을 걷어 올렸다. 건양제는 퉁퉁 부어오른 소 상궁의 손바닥을 보고는 상 내관에게 지시했다."내무부에서 금옥고를 가져다 소 상궁에게 발라 주거라."소 상궁은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폐하, 소인은 거친 사람이라 이깟 상처는 아무렇지도 않사옵니다.""상궁은 태후를 모신 지 오래되었으니, 그간의 노고가 적지 않다. 게다가 상궁의 손이 다치면 어마마마께서도 마음 아파하실 것이 아니냐."건양제의 확고한 태도에 소 상궁은 어쩔 수 없이 성은에 감사하며 고개를 숙였다.방금 전 전각 밖에서 일어난 소란은 이미 서 태후의 귀에도 고스란히 들어갔다. 평상에 기대어 바둑판에 푹 빠져 있던 서 태후가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황상께서 어찌 이런 하찮은 일에 친히 나서셨습니까.""영정이 감히 짐의 눈앞에서 뻔뻔하게 어마마마의 명을 사칭했는데, 어찌 가볍게 넘기겠습니까."건양제는 영정의 목을 베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서 태후는 픽 웃으며 바둑판 위에 놓인 백자를 하나씩 주워 담았다."시궁창의 쥐새끼일 뿐입니다. 한 번 쳐다보는 것조차 눈이 더러워질 판인데, 황상께서 굳이 눈앞에 두실 필요가 있겠습니까."원래 영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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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서 태후가 손가락 끝으로 바둑판을 톡톡 두드리자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황상, 갑자기 그런 옛일은 왜 물으십니까?"건양제는 서 태후가 막 입궁했을 무렵을 떠올렸다. 귀비의 기를 꺾고 총애받는 후궁들을 압박하며, 그야말로 이성을 잃은 미치광이처럼 굴던 시절이었다. 하필이면 선제는 그런 서 태후에게 후궁의 기강을 바로잡을 권력을 고스란히 쥐여 주었다.지난 십수 년간 건양제는 서 태후가 선제에게 일말의 애정이라도 품고 있을 거라 여겼다. 적어도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 듣자 하니 전혀 그런 기색이 아니었다."유일한 흠이라면 선제께서 너무 일찍 승하하셨다는 겝니다. 뒷수습도 못 할 골칫거리들을 잔뜩 남겨놓아, 내가 꽤나 골머리를 앓았지요."서 태후는 건양제가 처음 황위에 올랐을 당시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겪었던 고초를 떠올렸다. 온갖 피바람과 난관을 헤치고 나서야 비로소 황권이 안정되지 않았던가.꼬리를 무는 의문에 건양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답했다."그저 문득 해묵은 옛일이 떠올랐습니다. 어마마마께서 막 입궁하셨을 적에 물불 가리지 않고 일을 행하시는 것 보며, 짐은 어마마마께서 깊은 절망에 빠져 자포자기하신 줄로만 알았습니다.""그럴 리가요."서 태후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그때 나는 간악한 자들의 함정에 빠져 처지가 몹시 위태로웠습니다. 까짓것 대역 죄라도 저질러 영씨와 서씨 두 가문에 큰 화를 입힐 수만 있다면, 그자들을 길동무 삼아 저승으로 끌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겼을 뿐입니다."그 말은 건양제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는 말문이 막힌 듯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그, 그런 연유였습니까?"서 태후는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어느새 바둑 한 판이 끝이 났다. 건양제는 심경이 더욱 복잡해져, 정무를 핑계로 쫓기듯 자녕궁을 빠져나왔다.소 상궁이 두 손을 붕대로 칭칭 감은 채 안으로 들어왔다. 그 손을 본 서 태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한편, 반쯤 정신을 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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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영씨 가문 사람들의 시선에, 영정은 당장이라도 혀를 깨물고 기절해 버리고 싶었다.영정이 끝내 입을 열지 않자, 영씨 노부인은 혼잣말하듯 원망을 쏟아냈다."설마 태후 마마께서 매질을 명하신 게냐? 어찌 그리 심보가 독하시단 말이냐.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망가뜨려 놓다니! 그깟 해묵은 옛일 때문에 이리 큰 화를 내실 일이더냐?"분통이 터진 나머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을 내뱉은 것이다.영 대감이 미간을 구기며 노부인을 호통쳤다."노망이 든 게요!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태후 마마를 함부로 입에 올리는 거요!"벼락같은 호통에 영씨 노부인은 입을 다물었으나, 표정은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한 기색이었다.영 대감은 손짓을 해 하인들에게 영정을 처소로 옮기라 명했다. 어의를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 결국 막대한 은자를 들여 밖에서 의원을 모셔와야 했다."큰아기는 잠깐 남거라!"영 대감이 서소현을 불러 세웠다.그 말에 서소현은 멈칫하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곁에 있던 시녀만 영정에게 딸려 보내고, 다시 대청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아버님.""이 사달을 어찌 생각하느냐?"영 대감의 얼굴에는 복잡한 심경이 스쳤고, 목소리에서는 희로애락을 도통 읽어낼 수 없었다.서소현은 잠시 고민하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아마도 태후 마마께서 그간 맺힌 화를 풀고 계신 것 같습니다."쉰 대의 따귀와 백 대의 채찍형, 거기에 금위군의 들것에 실려 저잣거리에서 조리돌림까지 당한 것은 단순한 분풀이 수준이 아니었다.일말의 옛정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오늘 영정이 태후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이런 식으로 내쳐지지는 않았을 터였다."과거 우리 두 가문이 혼처를 바꾸는 바람에 태후 마마께서 체면을 크게 구기시지 않았습니까. 십오 년이나 앙심을 품으셨으니 이리 가혹하게 나오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서소현은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깔았다. 겉으론 태연한 척했으나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중이었다. 적어도 지아비가 태후의 얼굴을 보지 못했으니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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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들락거리는 바람에 영씨 가문은 온 경성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온갖 조롱을 사고 집안 식구들의 원망까지 뒤집어쓴 서소현은 홧김에 시녀들만 데리고 친정으로 가버렸다. 지난 세월, 그녀는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심기가 뒤틀릴 때면 으레 친정으로 짐을 싸서 가곤 했다.그러다 며칠 뒤 화가 누그러지면 사람을 보내 영정더러 자신을 데리러 오게 했던 것이다.하지만 오늘따라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마주친 형님인 서 부인의 안색이 차갑게 굳어 있었다."아가씨가 여긴 어쩐 일입니까?"서소현은 짐짓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형님, 어머니를 좀 뵈러 왔습니다.""어머니를 뵈러?"서 부인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손수건을 꽉 쥔 채 문밖을 가리켰다."오늘 그놈의 영씨 가문 일 때문에 어머니께서 뒷목을 잡고 쓰러지셨습니다. 그런데 뻔뻔하게 여기를 찾아오셨습니까!"어머니가 쓰러졌다는 말에 서소현은 가슴이 철렁하여 다급히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서 부인이 그녀의 손목을 홱 낚아챘다."아가씨. 서씨와 영씨, 두 가문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다 아가씨 때문입니다! 애초에 아가씨가 억지를 부려 혼처를 바꾸지만 않았어도 태후 마마의 심기를 거스를 일은 없었을 테죠."영씨 가문이 온 경성의 웃음거리가 되었듯 서씨 가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여파로 서 부인의 딸인 서명주는 얼굴을 치료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부끄러워 두문불출하는 신세였다.서소현은 표정을 굳히며 매섭게 반문했다."형님, 지금 내게 화풀이를 하시는 겝니까? 어머니와 큰오라버니가 아시면 가만 계시지 않을 터인데 두렵지도 않으십니까?"그 말에 서 부인은 연신 비웃음을 흘리더니 쥐고 있던 손목을 툭 놓아버렸다. 그녀는 더 이상 서소현을 막아서지 않고 코웃음을 치며 미련 없이 자리를 떴다.서소현은 대꾸할 가치도 못 느끼고 곧장 서씨 노부인의 처소로 달려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과연 서씨 노부인이 침상에 누워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그 곁에는 장남인 서유천이 서 있었다.서소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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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서유천의 정곡을 찌르는 질책에도 서소현은 도무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 모습을 본 서씨 노부인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노부인은 딸을 품에 끌어안으며 서유천을 흘겨보았다."누이에게 어찌 그리 모진 소리를 하느냐. 막내가 속이 좁아터져 사사건건 앙갚음을 하려 들지 않았다면, 서씨와 영씨 두 가문이 오늘날 이리 꼴이 우스워지진 않았을 게다."서씨 노부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서 태후를 향한 원망뿐이었다."낳아주고 길러준 은혜를 갚으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이리 원수지간처럼 굴어서야 쓰겠느냐. 차라리 우리가 회북에 머물렀더라면, 진퇴양난에 빠진 지금보다는 백번 나았을 것을."여전히 헛된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모녀를 보며, 서유천은 일말의 체면도 봐주지 않고 현실을 말했다."어머니, 태후 마마께서 우리를 경성으로 부르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뻔뻔하게 폐하께 거듭 상소를 올려 억지로 허락을 받아낸 것 아닙니까."그것은 곧, 서 태후가 서씨 본가와는 털끝만큼도 엮이고 싶지 않아 한다는 명백한 증거였다.정곡을 찔린 서씨 노부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큰오라버니, 이제 와서 그런 소리를 한들 무슨 소용입니까. 지금은 막내가 어찌해야 화를 풀지 그 방도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서소현이 눈물을 닦아내며 서씨 노부인을 부축했다.서유천은 입을 꾹 다물었다."운영이가 태후 마마의 말동무로 입궁하지 않았습니까. 운영이를 통해 마마의 의중을 떠볼 수는 없겠습니까?"서소현이 문득 물었다.서운영은 서씨 가문 방계의 적녀로, 본가와는 왕래가 거의 없던 아이였다.하지만 서 태후의 눈에 들어 화친의 대상으로 낙점된 상태였다.방계 일족은 본가와 달리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었다. 쏟아지는 금은보화는 물론이고, 서운영의 아비는 벼슬이 세 품계나 껑충 뛰어올라 온 경성의 권세가들이 앞다투어 줄을 대는 판국이었다."그 불효막심한 년! 본가는 팽개치고 하필 방계를 끌어올리다니, 다분히 나를 모욕하려는 심산이 아니더냐!"서씨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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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상씨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본가가 자신을 부른 저의를 단번에 눈치챘다. 하지만 지난 세월 내내 본가에 억눌려 살아온 탓에 대놓고 거절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상씨가 난처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저는 태후 마마의 옥안을 단 한 번도 뵌 적이 없거늘, 어찌 감히 선처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운영이가 있지 않습니까."서소현이 거들었다.상씨는 속으로 펄쩍 뛸 노릇이었다. 큰댁은 지금 살얼음판을 걷듯 위태로운 처지였다. 그나마 방계 일족이 간신히 숨통이 트여 살 만해졌거늘, 또다시 큰댁의 구설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짐짓 못 알아들은 척하며 대답을 미루었다.상씨의 속내를 간파한 서씨 노부인이 미간을 구기며 분노를 드러냈다."자네가 오늘날 이만큼이라도 어깨를 펴고 사는 건 다 우리 본가의 덕을 본 덕분이야. 사람이 근본을 잊어서는 안 되는 법이지!"노부인이 화를 내자 서소현도 즉시 고개를 돌려 상씨를 훈계하기 시작했다."운영이가 화친을 떠나 가문을 빛낸 공신이 되면서, 이번에 태후 마마께서 방계에 여러모로 특혜를 내려주셨지요. 허나 피는 물보다 진한 법입니다. 훗날 방계가 결국 기댈 곳은 저희 본가 아니겠습니까?"모녀가 번갈아 가며 협박과 회유를 늘어놓자, 상씨도 순간 마음이 흔들려 어찌할 바를 몰랐다.자리에서 일어난 서소현은 상씨 앞으로 다가가 경멸 어린 표정으로 쏘아붙였다."숙모님, 호의를 거절해 화를 자초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마시지요."본래 한미한 집안 출신이었던 상씨는 서씨 가문의 안주인인 노부인과 감히 비견될 처지가 아니었다. 평생을 납작 엎드려 비위만 맞추며 살아온 터라, 이토록 노골적인 압박을 꿋꿋하게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그녀는 곤혹스러운 얼굴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모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대화가 이어지던 중, 서씨 노부인은 문득 서명주의 상처 난 얼굴을 떠올리며 한탄했다."우리 명주가 하필 이럴 때 얼굴만 멀쩡했어도...."만약 서명주의 얼굴이 멀쩡했다면, 어찌 서운영 따위에게 화친이라는 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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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상씨도 서둘러 핑계를 대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서씨 가문을 빠져나온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몇 번이나 망설이던 상씨는 결국 어린 시녀를 현왕부로 보냈다.뜻밖에도 현왕부 사람들은 상씨의 시녀를 들여보내 주었다.반 시진 후, 상씨는 유지영을 마주하게 되었다."현왕비 마마께 문안 올립니다."유지영은 가볍게 손을 저었다."서씨 부인, 격식을 차릴 것 없습니다."상씨는 허리를 굽히고 겸손한 태도로 큰댁에서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털어놓았다."늙은이가 나이가 들어 앞뒤 사정을 잘 헤아리지 못하겠습니다. 그저 운영이가 곧 화친을 떠나야 하는데 행여 사달이라도 나면 나라에 누를 끼칠까 두려워, 마마께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앞서 남이로 떠났던 화친 공주에게 변고가 생겼다. 헌데 오늘 서운영마저 잘못된다면 양나라로서는 수습할 길이 없고, 서씨 가문 역시 이 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었다."부인, 지금부터 서씨 본가에서 저택으로 부르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거든 단호히 거절하십시오."유지영이 딱 잘라 말했다."태후 마마께서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하는 분이 아니십니다. 서씨 가문의 지난 과오를 그리 쉽게 용서하실 리 없습니다."확답을 얻은 상씨는 그제야 꽉 막혔던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그녀는 신분이 미천하여 감히 입궁할 엄두는 내지 못했으나, 그렇다고 큰댁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고민 끝에 현왕비를 찾아온 것이 신의 한 수였다.눈앞의 현왕비는 상씨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온화하고 현숙하며 사리에 밝았다. 서씨 노부인이나 서소현이 입에 거품을 물고 욕하던 오만방자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운청아, 부인을 배웅해 드리거라."유지영이 명했다.상씨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사람이 떠나자, 유지영의 얼굴에 어려 있던 미소가 차갑게 식었다."서씨 노부인은 나이를 먹을수록 어리석어지는구나."곁에 있던 운민이 입을 열었다."마마,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당분간 서씨 노부인과 서소현은 제 코가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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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하지만 임 부관은 손을 저어 영 대감의 말을 끊었다."대감 어르신, 아직 감사를 표하기엔 이릅니다. 저희 부인께서 이끌어 주고자 하셔도, 청아 서원에는 서출은 받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습니다."그는 서출이라는 신분을 유독 힘을 주어 강조했다.서소현은 그 말뜻을 단번에 알아채고 쏘아붙였다."그 아이를 적자로 호적에 올리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네! 제 놈이 진정 출세할 재목이라면 굳이 청아 서원에 들어갈 필요도 없지 않겠습니까!""어리석은 것!"영 대감이 미간을 구기며 말을 끊었다."청아 서원에서 배출된 장수와 재상이 얼마며, 그곳에 들어가려 줄을 선 자가 얼마나 많은데 네가 감히 거절한단 말이냐!"영씨 노부인 역시 이에 찬동하는 눈치였다. 그녀는 서소현을 힐끗 흘겨보곤, 억울한 듯 서 있는 백씨를 바라보며 단호히 결단을 내렸다."어려울 것 없지. 백씨는 영씨 가문을 위해 자식들을 낳아 기른 공신이다. 지난 세월 본분을 지키고 효를 다한 것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어. 마침 셋째가 복이 많아 국공 부인의 눈에 들었으니, 어른 된 도리로 마땅히 전력을 다해 밀어주어야지."노부인은 백씨를 향해 말을 이었다."가까운 길일을 택해 너를 평처로 올릴 터이니, 그리되면 셋째도 어엿한 적출이 될 게다."그 말은 서소현의 역린을 제대로 건드렸다.그녀는 싸늘한 얼굴로 반발했다."저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네가 반대할 자격이나 있더냐?"서소현을 바라보는 영씨 노부인의 눈빛이 한층 차가워졌다."집안의 안주인이고 적모라는 사람이 서자의 앞길을 막으려 들다니, 이기적이기 짝이 없구나! 그간 백씨가 네게 당한 핍박이 부족하단 말이냐?"외부인 앞이었으나 영씨 노부인은 며느리의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날카로운 질책에 서소현은 분통이 터지면서도 고개를 들 수 없었다."이 일은 이리 결정되었다."영 대감이 쐐기를 박고는 임 부관을 향해 말했다."곧바로 사람을 보내 일가친척을 부르고 사당을 열어 셋째를 적출로 입적시키겠네."임 부관은 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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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섣달, 양나라에 첫눈이 내렸다.창밖은 온통 새하얀 눈밭이었으나, 방 안만큼은 봄날처럼 따스했다. 유지영의 아들 배진은 요람에 누워 제 손가락을 가지고 놀며 이따금 옹알이를 했다."하룻밤 새 세상이 하얗게 덮였네.""그러게. 아침에 일어나니 찬 바람이 쌩쌩 불더라니까."화로 곁에 쪼그려 앉아 담소를 나누던 홍주와 담소를 나누던 운청은 문득 무언가 떠오른 고개를 들어 유지영을 바라보았다."서씨 가문의 운영 공주가 이틀 뒤면 호성으로 화친을 떠난다지요. 호성 이황자가 요 며칠 운영 공주의 저택을 제집 드나들듯 하고, 내무부에서도 혼수를 산더미처럼 준비했다 들었습니다."서운영은 화친을 명받으며 공주로 책봉되었고, 그녀의 아비 역시 안평후에 봉해져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온갖 영광을 누리고 있었다."영씨 저택도 요새 바람 잘 날이 없다 들었습니다. 경성에서 연회가 열려도 다들 백 부인에게만 초대장을 보내고 큰부인은 없는 사람 취급한다지 뭡니까."서소현은 온 경성의 웃음거리가 되었고, 영 대감 내외에게 온갖 원망을 듣는 처지였다. 지아비인 영정조차 그녀를 홀대했다.두 사람은 눈만 마주치면 언성을 높이며 싸웠다. 영정은 서소현을 지긋지긋해하며 피하기 바빴고, 처가댁의 눈치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휴처서를 써서 내쫓고도 남았을 것이다.유지영은 입술을 매만지며 담담히 말했다."십오 년이나 지나서야 죗값을 치르는 것이니, 이만하면 무척 너그럽게 참아준 셈이지. 당연히 겪어야 할 업보다."서씨 가문의 일거수일투족은 철저히 감시당하고 있어 더 이상 소란을 일으킬 수 없었다. 정작 그녀가 근심하는 것은 삼월에 닥칠 폭설이었다. 경성에 내린 이 첫눈이 그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변방은 극도로 춥고 혹독할 터. 그녀는 미리 준비해 둔 물자들이 병사들이 혹한을 버티는 데 보탬이 되기만을 간절히 바랐다."동금 쪽에서 온 소식은 없느냐?"줄곧 말없이 곁을 지키던 운민이 고개를 들었다."마마, 표국을 통해 확보한 군량과 숯은 삼군이 두 달간 버티기에 충분한 양이라고 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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