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 군주의 말에 기씨 노부인은 한참 동안 말문이 막혔다. 노부인 역시 기장천이 허지은과 혼인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허지은은 신분도 애매한 데다 이제는 평판까지 안 좋아졌으니, 노부인으로서는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방 안의 사람들이 이리저리 의논해 보았으나, 큰집과 둘째네는 이 골칫거리를 떠맡지 않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기씨 노부인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저었다."피곤하구나. 다들 그만 물러가거라."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났다.연씨가 가장 먼저 마당을 나섰고, 유영 군주와 기장훈이 그 곁을 따랐다. 연씨는 뒤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발소리가 듣고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너희 할머니께서 나리를 부르시려는 모양이구나."유영 군주가 의아해하던 찰나, 과연 시녀가 기정혁을 불러세웠다."큰 나리, 노부인께서 찾으십니다."연씨는 이런 상황을 숱하게 겪어왔기에 노부인의 속셈을 진작부터 꿰뚫어 보고 있었다. 기정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연씨는 한숨을 내쉬더니 유영 군주를 바라보았다."오늘 너희 할아버지는 얼굴을 비치지 않으셨지만, 장천이는 그분이 끔찍이 아끼는 손자다. 두고 보거라. 분명 이번에도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릴 것이다."말을 마친 연씨는 안타까운 눈길로 유영의 아랫배를 바라보았다. 유영 군주는 못 본 척 눈을 내리깔고 연씨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연씨의 짐작대로였다.기씨 어르신은 결국 이 일에 참견하고 나섰다.유영은 처소로 돌아가지 않고 연씨의 곁을 지켰다. 그쪽에서 또 무슨 핑계로 억지를 부릴지 궁금하기도 했다.반 시진 후, 기씨 어르신의 시종이 기장훈을 부르러 왔다.연씨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졌다. 기장훈은 조급해하는 어머니를 만류하며 일어섰다."어머니, 금방 다녀오겠습니다."기장훈의 뒷모습이 멀어지자, 연씨는 단호한 얼굴로 유영을 바라보았다."허지은은 절대 우리 큰집에 들일 수 없다!"유영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차를 따라 연씨에게 건넸다."허비가 총애를 믿고 기고만장하다 한들, 저희 어머니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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