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군왕비는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유지영의 입을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단 몇마디 말로 상황을 역전시키다니, 정군왕부의 대업이 그녀 때문에 틀어진 것이 대체 몇 번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태후 마마, 신첩 역시 그날 현장에 있었습니다. 허지가 화친 군주로 책봉된 직후, 허씨 노부인께서는 자발적으로 백만 냥의 예물을 돌려주셨습니다. 결코 정군왕비의 말처럼 상황이 불리해지자 황급히 관계를 끊으려 한 것이 아닙니다."유지영의 말은 이치에 맞았고, 그 모든 화살은 청하 최씨 가문을 저격하고 있었다."태후 마마, 정군왕비가 청하 최씨 가문을 대신하여 조정에 백만 냥의 군자금을 바쳤으니 그 넓은 아량은 참으로 감복할 만합니다."상석에 앉은 서 태후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틈틈이 고개를 끄덕였다."청하 최씨 노부인이 참으로 교양 있는 딸을 길러냈으니, 마땅히 상을 내려야겠구나."두 사람이 입만 열면 청하 최씨를 운운하니, 이를 듣는 정군왕비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이윽고 서 태후가 소 상궁을 향해 명을 내렸다."내 교지를 전하거라. 청하 최씨 노부인이 자식을 훌륭히 키워낸 공로와 백만 냥의 군자금을 무상으로 헌납한 충심을 높이 사, 오늘부로 최씨 노부인을 정이품 고명부인으로 책봉하노라. 한 달 뒤 경성에서 책봉 대전을 거행할 것이니 차질 없이 준비하라.""태후 마마!"정군왕비가 다급히 말을 끊었다.하지만 소 상궁은 이미 명을 받들고 물러난 뒤였다.사람이 떠나버려 막을 길이 없게 되자, 정군왕비는 제 혀라도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 청하 최씨의 적장남 최호가 경성으로 불려온 것에 이어, 최씨의 적녀마저 화친 공주로 책봉되지 않았던가.거기에 오늘 정이품 고명부인의 첩지까지 더해진 것이다.겉보기에는 가문의 영광을 드높이는 듯하나, 청하 최씨 입장에서 이는 기름 가마에 불을 지피는 격이니 결코 좋은 일이라 할 수 없었다."군왕비도 친정어머니를 뵙지 못한 지 꽤 오래되지 않았느냐? 최씨 가문이 공을 세운 것을 참작하여, 이번 일은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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