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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피안을 거슬러: Capítulo 611 - Capítulo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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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1화

그제야 운청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백씨는 수십 년을 평탄하게 살며 아이 넷을 낳아 기른 사람이야. 어찌 매사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지 않았겠어. 하필 지위가 오르고 난 직후에 이런 변을 당했다는 건 누군가 수작을 부렸다는 뜻이지."유지영이 쯧쯧 혀를 찼다. 그녀의 이모는 참으로 잔혹하고 독한 인물이었다.그녀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는 운청에게 말했다."마차를 준비해. 입궁하여 태후 마마를 뵈어야겠다.""그럼 진 도련님은요?""날이 차니 번거롭게 데려갈 것 없다. 운민을 남겨 곁을 지키게 하거라."예전에 허빈이 그녀를 도와준 적이 있으니, 사람의 도리상 은혜는 갚아야 했다. 게다가 장차 사돈지간이 될 텐데 관계가 껄끄러워져서 좋을 게 없었다.유지영은 입궁하자마자 곧장 자녕궁으로 향해 예를 올렸다.서 태후는 그녀를 보자 무척 기뻐하며 소 상궁에게 점심을 준비하라 일렀다. 유지영은 주위에 보는 눈이 없음을 확인하고 조심스레 허빈에 대해 물었다.서 태후가 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그 아이는 고집이 여간 센 게 아니야. 옛날 허 노장군이 그 아이를 궁에 들여보내려 했을 때, 허빈은 사실 입궁을 원치 않았거든.""왜입니까?"유지영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설마 허빈 마마께서 폐하를 연모하지 않으셨던 겁니까?"서 태후가 고개를 저으며 까마득한 옛이야기를 꺼냈다."워낙 강단 있는 성격이라 첩실이 되길 죽기보다 싫어했지. 그 아이에게는 귀비라는 자리 역시 첩에 불과했으니. 그 때문에 오랫동안 폐하와도 데면데면하게 지냈단다."폐하를 향한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저 첩이 되기 싫다는 마음속 깊은 가시가 박혀 있었던 것이다."중궁전이 비어 있은 지 꽤 오래되었는데, 어찌하여 허 귀비 마마께서 그 자리에 오르지 못하신 겁니까?"유지영의 물음에 서 태후는 한 치의 숨김도 없이 답했다."선제께서도 허씨를 황후로 삼고자 하셨지. 허나 허씨의 조모는 옛적 허 노장군이 전장에서 거두어 온 여인으로 우리 양나라 사람이 아니었다. 선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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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정군왕비는 재빨리 감정을 추스르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서 태후에게 예를 올렸고, 이어서 유지영을 향해서도 무릎을 굽혔다."태후 마마, 현왕비 마마를 뵙습니다."서 태후는 그녀의 얼굴에 서린 불만을 모른 척하며 뼈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경성에 널린 게 귀한 가문의 규수들이다. 네가 남편을 위해 첩을 들이는 관대함을 베풀려 했다지만, 어찌 억지로 허씨 가문의 적녀를 핍박했느냐. 이토록 큰 소란을 피웠으니, 청하 최씨가 제아무리 네 친정이라 한들 네 방자한 짓을 계속 감싸줄 수는 없을 게야."그 호된 질책에 정군왕비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으나, 꾹 참고 억지로 들을 수밖에 없었다."이번에 청하 최씨 가문에서 조정에 백만 냥을 군자금으로 기부했다 하니 애가는 무척 기쁘구나. 이것으로 청하 최씨가 공을 세워 과오를 덮은 셈 치마."서 태후가 손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서 있지 말고 앉거라.""망극하옵니다, 태후 마마."정군왕비는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선을 내리고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으나, 손에 쥔 손수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구겨져 있었다. 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들어 유지영을 쏘아보았다. 사사건건 자신의 일을 망치는 유지영을 향한 짙은 증오가 속에서 끓어올랐다.그녀는 결코 이 억울함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태후 마마, 신첩과 현왕비의 안목이 통했는지 동시에 허씨 가문의 낭자를 마음에 품었지 뭡니까. 딸을 가진 집에는 백 가문이 구혼을 청한다 하지 않습니까. 허 낭자의 성품이 워낙 온화하고 선량하여, 저희 정군왕부도 진심으로 혼사를 맺고자 백만 냥이라는 거액의 예물까지 아끼지 않고 보냈던 것입니다."정군왕비가 짐짓 억울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백만 냥의 은표를 날린 것도 모자라 남의 혼처를 강탈하려 했다는 오명까지 뒤집어썼으니, 정군왕비는 울화가 치밀었다. 그녀가 유지영을 향해 물었다."그나저나 현왕비께서는 허 낭자의 어떤 점을 그리 마음에 들어 하신 겁니까? 참으로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허 낭자가 화친을 가는 군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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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정군왕비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녀는 그저 몇 마디 불평을 늘어놓으며 이참에 유지영에게 화풀이나 할 심산이었는데, 어쩌다 허빈까지 건드리게 된 것일까?게다가 남들 앞에서 이리 치부까지 낱낱이 까발려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정군왕비를 바라보는 서 태후의 눈빛이 점차 차가워졌다."태후 마마!"정군왕비가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다급히 변명했다."이는 모함입니다! 필시 누군가 허씨 가문을 부추겨 고의로 덫을 놓은 것이 분명합니다."허빈이 눈꼬리를 치켜세웠다."백만 냥의 예물은 정군왕부에서 직접 들이민 것이 아닌가! 설마 누가 목에 칼이라도 들이밀고 억지로 시켰단 말인가? 군왕이 진심으로 허지를 아꼈다면 어찌 측비 따위로 들이려 했겠소. 게다가 본궁이 허지에게 직접 물어보니, 그 아이는 군왕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 처음부터 끝까지 너희 군왕부가 집으로 쳐들어와 협박하고 회유한 것이 아니오!""우리 허씨 가문은 억지로 굴복당한 것뿐이오!"허빈은 완벽한 언변으로 허씨 가문을 논란에서 제외했다.허빈을 바라보는 유지영의 눈빛에도 경외심이 어렸다.정군왕비는 당장이라도 허빈의 입을 틀어막고 싶은 심정으로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설령 군왕부에 잘못이 있다 한들, 허씨 가문에서 예물을 받아 챙긴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사주단자와 혼약서 역시 허씨 노부인께서 친필로 적으셨으니, 이제 와서 딴말을 하는 것은 오히려 허씨 가문입니다. 저들의 일방적인 억지만 듣고 저희 군왕부를 모함하는 것이니, 태후 마마, 부디 저들의 말을 믿으시면 아니 됩니다!""이 백만 냥의 예물은 청하 최씨 가문에서 보태준 것으로 그 출처가 명백하거늘, 저희 정군왕부에 무슨 잘못이 있단 말입니까?"정군왕비는 억지로 이성의 끈을 붙잡고 평정심을 찾고는, 허빈의 손에 들린 종이를 쳐다보았다."또한 허빈께서는 저 글씨가 방이 나붙기 전에 쓰였다는 것을 어찌 증명하실 수 있단 말입니까? 그저 이름 세 개가 적혀 있을 뿐, 어쩌면 저희 군왕께서 저 세 사람의 재주를 아끼어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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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정군왕비는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유지영의 입을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단 몇마디 말로 상황을 역전시키다니, 정군왕부의 대업이 그녀 때문에 틀어진 것이 대체 몇 번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태후 마마, 신첩 역시 그날 현장에 있었습니다. 허지가 화친 군주로 책봉된 직후, 허씨 노부인께서는 자발적으로 백만 냥의 예물을 돌려주셨습니다. 결코 정군왕비의 말처럼 상황이 불리해지자 황급히 관계를 끊으려 한 것이 아닙니다."유지영의 말은 이치에 맞았고, 그 모든 화살은 청하 최씨 가문을 저격하고 있었다."태후 마마, 정군왕비가 청하 최씨 가문을 대신하여 조정에 백만 냥의 군자금을 바쳤으니 그 넓은 아량은 참으로 감복할 만합니다."상석에 앉은 서 태후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틈틈이 고개를 끄덕였다."청하 최씨 노부인이 참으로 교양 있는 딸을 길러냈으니, 마땅히 상을 내려야겠구나."두 사람이 입만 열면 청하 최씨를 운운하니, 이를 듣는 정군왕비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이윽고 서 태후가 소 상궁을 향해 명을 내렸다."내 교지를 전하거라. 청하 최씨 노부인이 자식을 훌륭히 키워낸 공로와 백만 냥의 군자금을 무상으로 헌납한 충심을 높이 사, 오늘부로 최씨 노부인을 정이품 고명부인으로 책봉하노라. 한 달 뒤 경성에서 책봉 대전을 거행할 것이니 차질 없이 준비하라.""태후 마마!"정군왕비가 다급히 말을 끊었다.하지만 소 상궁은 이미 명을 받들고 물러난 뒤였다.사람이 떠나버려 막을 길이 없게 되자, 정군왕비는 제 혀라도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 청하 최씨의 적장남 최호가 경성으로 불려온 것에 이어, 최씨의 적녀마저 화친 공주로 책봉되지 않았던가.거기에 오늘 정이품 고명부인의 첩지까지 더해진 것이다.겉보기에는 가문의 영광을 드높이는 듯하나, 청하 최씨 입장에서 이는 기름 가마에 불을 지피는 격이니 결코 좋은 일이라 할 수 없었다."군왕비도 친정어머니를 뵙지 못한 지 꽤 오래되지 않았느냐? 최씨 가문이 공을 세운 것을 참작하여, 이번 일은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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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그 사람은 헐벗고 남루한 옷차림에 머리를 산발한 채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발목에는 굵은 쇠사슬이 채워져 있었고, 드러난 살갗은 기괴할 정도로 창백했다.고개를 든 그 사람의 얼굴은, 다름 아닌 이연령이었다!한때 서 태후의 무릎 아래서 온갖 총애를 받으며 자라던 연령 군주가 하루아침에 이토록 처참한 꼴로 전락하다니.문이 열리며 바람이 안으로 들어오자, 이연령은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며 두 팔로 몸을 감쌌다. 쩍쩍 갈라진 입술이 달싹이며 날카롭고 쇳소리 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소, 소 상궁."소 상궁이 곁에 있던 탁자에서 물을 한 잔 따라 건넸다.이연령은 잔을 받아 쥐고는 게걸스럽게 물을 들이켰다. 한 방울이라도 흘릴세라 탐욕스럽고 다급하게 마시더니, 바닥이 드러났는데도 성에 차지 않는지 입을 벌린 채 잔을 기울였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눈부시게 빛나고 다소곳하던 연령 군주가 이 지경이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소 상궁은 몸을 일으켜 정군왕비를 힐끗 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군왕비께 흉한 꼴을 보였습니다. 본디 이씨 가문이 대역 죄를 지었으니 이 소저 역시 처형당해야 마땅하나, 태후 마마께서 워낙 자애로우신 데다 지난 정을 생각하시어 이 낭자를 후전에 머물게 하신 것입니다."그 말에 정군왕비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녀의 시선은 이연령의 발목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쇠사슬에 쓸린 발목은 이미 살점이 패고 짓물러 고름이 흐르고 있었다.이런 끔찍한 고문 속에 살 바에야 차라리 단칼에 목숨을 끊는 편이 나을 터였다."소 상궁, 내, 내가 태후 마마를 좀 뵈어야겠어."이연령이 힘겹게 한마디를 쥐어짜 냈다.하지만 소 상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이 소저, 이씨 가문이 지은 죄가 얼마나 무거운데 태후 마마께서 어찌 소저를 만나주시겠습니까. 여생은 이곳에서 죄를 뉘우치며 지내십시오."이연령의 한 가닥 희망 어린 시선이 정군왕비에게 향했으나, 정군왕비는 쫓기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매서운 바람 속에 선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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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자녕궁에서 허 귀비와 오해를 푼 뒤, 궁문을 나선 허 귀비는 유지영의 손을 다정히 맞잡았다."현왕비가 일깨워 준 덕에 우리 허씨 가문은 돌이킬 수 없는 큰 죄를 면했소. 이 은혜는 본궁이 마음속 깊이 새겨둘 터이니, 훗날 반드시 보답하리다!"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향해 헤어졌다.마차를 타고 현왕부로 돌아온 유지영은 정군왕 역시 저택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사람을 보내 동태를 살피게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운청이 돌아와 고했다."정군왕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탁자 위에 놓인 다과를 보고는, 반 시진도 채 앉아 있지 않다가 자리를 떴습니다.""머무는 동안 정군왕은 배씨 어르신을 향해 아들과 며느리 하나 제대로 단속하지 못해 서인으로 강등당하는 꼴이 되었다며 온갖 조롱을 퍼부었다 합니다.""이에 배씨 어르신도 격노하여 서로의 치부를 들추며 크게 말다툼을 벌였다고 합니다."운청의 생생한 묘사에 유지영은 그 광경이 눈앞에 훤히 그려지는 듯했다. 그녀는 의아한 듯 물었다."폐하께서는 어찌하여 정군왕을 보내 어르신을 살피라 하신 걸까?"정군왕과 배예경은 황자 시절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배예경은 자택에 연금되어 있다 한들 먹고 마시는 것에 부족함이 없을 텐데, 설마 현왕비인 그녀가 그를 학대하기라도 할까 봐 걱정하신 것일까?유지영은 눈썹을 치켜세웠다."폐하께서 고의로 군왕에게 경고를 보내신 거구나."서 태후가 정군왕비에게 이연령의 처참한 몰골을 보여주며 경고했듯, 폐하 역시 정군왕에게 배예경의 비참한 처지를 보여준 것이다. 만약 정군왕이 이를 보고도 분수를 모른 채 날뛴다면, 필시 배예경과 똑같은 결말을 맞이하여 마지막 남은 작위조차 지키지 못하게 될 터였다.유지영의 짐작은 정확했다.현왕부에서 돌아온 정군왕의 안색은 흉흉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기어이 탁자를 뒤엎어버렸다.탁자 위 찻잔들은 바닥에 나뒹굴며 산산조각 났다.방 안 하인들은 불똥이 튈까 두려워 숨죽인 채 납작 엎드렸다.소식을 듣고 황급히 달려온 정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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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이번에는 경거망동해서는 아니 되오. 길게 내다보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야지. 매번 판이 엎어지다니, 이번만큼은 절대 당하지 않을 것이오!"*시간은 빠르게 흘렀다.어느덧 서운영이 화친을 떠나는 날이 밝았다. 이른 아침부터 붉은 혼례복으로 갈아입은 서운영은 부모의 배웅을 받으며 마차에 올랐다.서 부인은 소매로 얼굴을 가린 채 오열했다. 서 대인 역시 붉어진 눈시울로 어깨를 들썩이며, 멀어지는 딸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성문 앞에는 호성의 이황자가 서운영을 맞이하러 나와 있었다. 장대한 행렬에 성 안의 수많은 백성이 구경을 나왔다. 사람들은 서씨 가문이 훌륭한 딸을 키워냈다며 입을 모아 칭송했다.서씨 가문이 화두에 오르며 누군가 기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서씨 가문 큰댁 노부인께서 크게 앓아누우셨다더군. 경성의 내로라하는 명의들을 다 불러 모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는구먼.""연세도 있으신데, 설마…….""쉿! 입조심하게. 명색이 태후 마마의 생모가 아니신가."서씨 방계에서 화친 공주를 배출한 탓에, 그 기세는 점차 큰댁5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번 혼례에도 방계 일가는 큰댁 사람들을 일절 부르지 않고 서 대인 부부가 직접 딸을 배웅했다. 이는 명백히 서씨 노부인을 안중에 두지 않겠다는 뜻이었다.그 때문에 서씨 노부인은 중병이 들어 바람을 쐬면 안 된다는 핑계를 대고 두문불출하고 있었다.그러나 실상 서씨 노부인은 푹신한 평상에 앉아 정교한 손난로로 손을 녹이고 있었다. 주름진 눈꺼풀을 반쯤 내리깐 탁한 눈동자 속에는 짙은 분노와 원한이 서려 있었다.당 아래에는 서소현이 무릎을 꿇고 앉아 손수건을 쥔 채 서럽게 흐느꼈다."어머니, 저는 이제 어찌 살란 말입니까. 영씨 가문에서 기어이 저와 갈라서려 합니다."반 시진 전, 남몰래 서씨 저택을 찾아온 서소현은 노부인을 대면한 순간 참았던 서러움을 토해내며 통곡하기 시작했다."영 가문에서 자식을 낳고 기른 세월이 얼만데, 갈라서려거든 무슨 구실이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니냐?"서씨 노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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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서명주는 조모의 섬뜩한 말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녀는 다급히 만류했다."할머니, 안 됩니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어 간신히 평정심을 찾고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서씨 노부인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할머니께서 막내 고모님을 태후의 자리에서 끌어내리신다 한들, 폐하께서는 우리 서씨 가문을 결코 가만두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 옛날 고모님은 뭇사람의 반대를 무릅쓰고 폐하를 양자로 거두어 보위까지 오르도록 곁을 지키셨습니다. 양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폐하의 지극한 효심을 알고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단 한 번도 고모님의 뜻을 거스르신 적이 없습니다.""폐하의 효심이 진심이든 거짓이든, 지난 세월 쌓아온 명성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서씨 가문이 고모님을 해친다면 폐하께서는 절대 우리 가문을 용서치 않으실 것입니다."그녀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말을 이었다."할머니, 만에 하나 고모님께서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으신다면, 그때 우리 가문은……."뒷말은 차마 잇지 못했다.절박한 호소는 확실히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서씨 노부인의 눈빛에 일렁이던 살기가 조금은 가라앉은 듯했다. 그러나 곁에 있던 서소현은 다짜고짜 서명주의 뺨을 후려쳤다."어리석은 것! 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무사할 줄 아느냐? 입만 열면 고모님, 고모님 타령인데, 정작 그년은 널 조카로 여기지도 않는다! 내 얼굴이 이 꼴이 되었을 때 말 한마디 거들어 주지 않던 년이다. 내가 여태 널 예뻐한 것이 아깝구나!"큰댁에서 늘 응석받이로 자란 서소현은 아랫사람이 제 뜻을 거스르는 것을 눈뜨고 보지 못했다. 본래부터 잔뜩 독이 올라 있던 참에 그 분풀이를 고스란히 서명주에게 쏟아낸 것이다.그녀는 서명주를 향해 매섭게 손찌검을 하고 꼬집어댔다."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것. 내가 몰락한 걸 보고 이제 태후에게 줄이라도 댈 작정이냐!"서소현의 손길은 자비가 없었다.참다못한 서명주가 결국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문밖에서 눈치 빠른 시녀가 그 소리를 듣고 황급히 발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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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서 부인이 매섭게 호통을 쳤다."백씨는 첩이 아니다! 영씨 가문의 평처로 엄연한 양민이야. 사람을 죽였으니 국법에 따라 엄벌을 받아야 마땅하거늘, 영씨 가문에서 이를 덮어준 것은 그저 아이들을 가엾게 여긴 덕분일 테지. 그런데도 아직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남 탓을 해!"분노한 서 부인은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 서소현을 베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세상에 어찌 이토록 미련한 인간이 있단 말인가?그녀는 옛날 눈이 멀어 저런 것을 단아하고 현숙하다 여겼던 사실이 뼈저리게 한스러웠다."일이 이리된 것을……."서씨 노부인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영씨 가문 역시 지금 홧김에 그러는 것일 게다. 화가 좀 누그러지면 별일 없이 넘어갈 수 있을 거야."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집사가 사색이 되어 달려왔다."영씨 가문의 셋째 공자가 임국공부를 찾아가 백 부인의 사인을 철저히 밝혀달라며 엎드려 빌고 있다 합니다!""뭐라?!"서소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친정으로 올 때만 해도 영씨 가문은 쥐 죽은 듯 조용했고, 심지어 일이 벌어진 지도 며칠이나 지난 후였다.영찬, 그 배은망덕한 놈이 감히 국공부까지 찾아가 기어이 이 수치를 들춰냈단 말인가!"천하의 몹쓸 것!"서소현은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반면 서 부인은 오히려 분노가 가라앉으며 서명주를 끌어당겨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 차갑게 식어 계산을 마친 뒤였다. 서씨 노부인이 계속 이리 사리 분별을 못 하고 서소현 하나를 위해 가문 전체를 사지로 몰아넣는다면, 서 부인 역시 결단을 내려야 했다.아이들을 데리고 서씨 가문을 떠나는 한이 있더라도 억울하게 끌려가 개죽음을 당하는 것보다는 나을 터였다.서씨 노부인은 깊은숨을 내쉬고 서 부인을 쳐다보았다."마차를 준비해라. 너도 나와 함께 영씨 가문으로 가자꾸나."서 부인은 내키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소현이도 함께 데려갈 것이다. 이 일은 어찌 됐든 매듭을 지어야지."그제야 서 부인은 굳게 입을 닫은 채 서씨 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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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분위기가 팽팽하게 얼어붙은 가운데, 서 부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우리 서씨 가문이 오늘 친히 걸음을 한 것도 바로 이 일 때문입니다. 굳이 숨기고 덮을 이유가 없지요. 그저 저희 큰시누이께서 셋째 공자가 마음이 앞서 일을 이리 키우며 영씨 가문의 체면을 깎아내린 것에 화가 나셨을 뿐입니다."서 부인은 서소현의 소매를 슬그머니 잡아당기며 더 이상 노여움을 표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다.그제야 이성을 찾은 서소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평소 적모로서 너를 엄하게 가르친 것에 앙심을 품고 있다는 것은 안다. 정히 조사하겠다면 어디 한번 들어가서 샅샅이 뒤져보거라."그녀의 기색은 이 일이 자신과 전혀 무관하다는 듯 당당하기 짝이 없었다.영찬은 분노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때 누군가의 손이 영찬의 어깨에 내려앉았다."일단 안으로 들어가자꾸나."임국공 부인이 영찬의 어깨를 토닥였다. 대문을 넘어설 무렵, 서씨 노부인은 고의로 걸음을 늦춰 임 국공 부인과 나란히 걸으며 은밀히 말을 건넸다."이 일은 임국공 부인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인데, 왜 계속 간섭하려 하십니까. 어찌 되었든 가내사이고 이미 사람은 죽었습니다. 끝까지 파고들어 봐야 남과 척을 지는 일밖에 더 되겠습니까?"임국공 부인이 그 말에 담긴 뜻을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 그녀는 시선을 들어 서씨 노부인을 곁눈질했다."영씨 가문의 셋째 공자가 내 손자를 구해주었소. 은혜를 입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우리 가문에 도움을 청하러 왔거늘, 임씨 가문이 어찌 모른 척할 수 있겠는가?"척을 지는 일이라 운운했지만, 사실 임 국공 부인은 서씨 가문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경성에서 내로라하는 가문이라면 그 옛날 서씨 가문이 무슨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이가 없었다. 태후 마마께서도 진저리를 치며 멀리하시거늘, 서씨 가문의 뒤를 봐줄 리 만무했다.일행은 푸른 벽돌이 깔린 길을 따라 걸었다. 마당 안의 눈은 이미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맨 앞장서 걷던 서씨 노부인이 돌연 걸음을 멈추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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