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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피안을 거슬러: Kabanata 601 - Kabanata 610

772 Kabanata

제601화

부녀는 한가롭게 대화를 나눴다. 잠시 후, 유지영이 운청에게 눈짓을 보내자 운청이 방 안의 사람들을 모두 물렸다.그녀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배준형의 손에서 거두어 온 다섯 명은 더 이상 살려둘 필요가 없습니다."애초에 배준형을 협박해 그의 수족 같은 다섯 명을 넘겨받았는데, 그중 두 명은 전생의 방안과 해원이었고, 나머지 세 명 역시 장수와 재상이 될 만한 인재들이었다.그들은 유정남에 의해 유국공 저택에 감금된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이 자들은 아무리 은혜를 베풀어도 길들여지지 않을 놈들입니다. 우리 사람으로 만들 수 없다면 후환이 되기 전에 화근을 뿌리 뽑아야 합니다."유지영이 일깨웠다.유정남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이 다섯 명은 다들 대단한 자들이다. 지금까지도 그 배후를 캐내지 못했어. 특히 그중 한 놈은 문장력이 기가 막히더구나."아쉽게도 우리 사람으로 쓸 수 없는 자들이었다.끊어내야 할 때 끊어내지 않으면 반드시 화를 입는 법. 유정남은 즉시 사람을 시켜 손을 쓰게 했다.반 시진 후, 다섯 명은 맹독을 마시고 숨을 거두었다. 그뿐만 아니라 숨통을 확실히 끊기 위해 가슴에 칼까지 한 번씩 더 찔려, 살아날 가능성은 완전히 차단되었다.이야기를 나누던 중 방온이 이마에 땀을 송글송글 맺힌 채 서둘러 돌아왔다. 유지영이 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그가 예를 행하려 두 손을 모았지만, 유지영이 손을 저어 만류했다."오라버니, 한 식구끼리 격식을 차릴 것 없습니다."방온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오늘날의 성취를 이룬 것은 오로지 십수 년간 뼈를 깎는 고통을 인내하며 학문에 매진한 덕분이다. 네 아비가 구천에서 알면 틀림없이 크게 기뻐할 게다."유정남이 품에서 집문서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너를 내 양자로 들였으니, 이것은 내 작은 성의다."방온이 열어보니 입지가 아주 좋은 번듯한 저택의 문서였다. 그가 황급히 사양하려 했으나 유정남이 막아섰다."이깟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훗날 장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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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조령 장공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즉시 허씨 가문에 사람을 보내 허씨 노부인과의 만남을 청했다.찻잔을 다 비우기도 전에 허씨 가문에서 답이 왔다.하지만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정군왕이 한발 앞서 허씨 가문의 가주에게 허지를 측비로 들이겠노라 청했고, 이미 은밀히 예물까지 오갔다는 것이다.그 말에 유지영의 안색이 확 굳어졌다.곁에 있던 조령 장공주가 당황한 그녀를 급히 달랬다."아직 공식적으로 혼약이 발표된 것은 아니니 돌이킬 여지는 있다. 현왕비, 너무 조급해하지 말거라."그러고는 호위를 향해 물었다."허씨 노부인이 달리 남긴 말은 없더냐?""전하, 허씨 노부인께서는 이미 정해진 혼사라 번복하기 어렵다 하셨사옵니다."호위무사가 답했다.조령 장공주는 체면이 단단히 구겨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유지영에게 혼사를 꼭 성사시켜 주마 호언장담했거늘, 상대가 이토록 단호히 거절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대체 언제 정해진 일이더냐?""석 달 전에 정해진 혼사라 하옵니다."석 달 전이라면 배현준이 출정할 무렵이었다.유지영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 안일했음을 자책했다. 정군왕을 부추겨 허지를 측비로 들이게 한 것은 십중팔구 배준형일 것이다.방온이 한창 과거 시험 준비로 신경이 곤두서 있을 때라 차마 방해할 수 없었고, 방이 붙은 후에 정해도 늦지 않으리라 여겼건만. 배준형이 파렴치하게 선수를 쳐 정군왕을 움직일 줄은 미처 몰랐다."전하, 제가 직접 허 대감과 허 부인을 뵈어야겠습니다."유지영의 말에 조령 장공주가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허씨 노부인이 이미 못을 박았으니, 이 혼사는…….""전하."유지영은 단호히 말을 끊었다."저는 허 부인께서 귀한 딸을 번듯한 정실부인 자리에 앉히지 않고 정군왕부의 첩으로 들여보낼 분이 아니라고 믿습니다."그녀의 굳은 의지에 조령 장공주는 즉시 마차를 준비시키고는 함께 허씨 저택으로 향했다.마차는 허씨 저택 문 앞에 멈춰 섰다. 그런데 뜻밖에도 정군왕부의 마차 역시 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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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그 광경을 본 유지영은 재빨리 운청에게 손짓하여 나직하게 몇 마디를 일렀다.운청은 두말없이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허씨 저택 대청.대청 상석의 가장 왼쪽에는 조령 장공주가 앉았고, 그 바로 아래에는 유지영이, 맞은편에는 정군왕비가 자리했다.한발 늦게 도착한 허씨 노부인은 세 사람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예를 갖추었다.조령 장공주가 가볍게 손을 저었다."노부인, 격식을 차릴 것 없소. 딸을 가진 집에는 백 가문이 구혼을 청한다 하지 않소. 오늘 본궁은 허 낭자의 혼사 때문에 예까지 걸음을 하였소."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군왕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장공주 전하께서 신분이 고귀하시고 집안의 어른이시나, 나라에는 엄연히 법도와 순서가 있는 법입니다. 허 낭자는 이미 우리 정군왕부와 혼사를 약조했습니다. 정군왕비인 저는 오늘 특별히 길일을 논하고자 온 것입니다."말을 마친 정군왕비는 잊지 않고 유지영을 도발하듯 흘겨보았다."군자는 남이 아끼는 것을 빼앗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우리 정군왕부 역시 허 낭자의 지혜롭고 온화한 성품을 몹시 마음에 들어 했지요. 경성에 빼어난 규수들이 널렸거늘, 현왕비는 어찌하여 사사건건 우리 정군왕부와 척을 지려 합니까?"팽팽한 화약 냄새가 진동할 만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기싸움이었다.유지영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지켜보던 허씨 노부인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유지영을 향해 말했다."현왕비 마마, 저희 허씨 가문에는 아직 혼처를 정하지 못한 낭자들이 몇 더 있습니다만……."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허 부인이 황급히 뛰어 들어와 허씨 노부인의 무릎 앞에 털썩 꿇어앉았다."어머니, 우리 허지는 결단코 첩실로 보낼 수 없습니다!"갑작스러운 며느리의 난입에 허씨 노부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면전에서 호통을 쳤다. 하지만 허 부인은 고개를 저으며 등을 꼿꼿이 세운 채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지영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내 그녀의 시선은 정군왕비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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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유지영은 입가에 비웃음을 띠었다. 허씨 노부인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 따위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친손녀를 첩실로 팔아넘기려 한 순간부터, 눈앞의 늙은이를 향한 일말의 호감조차 바닥났기 때문이다."어머니, 현왕비 마마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허지가 첩으로 들어가면, 훗날 뭇사람들이 어머니께서 손녀를 박대했다 손가락질할 것입니다!"허 부인이 붉어진 눈시울로 애타게 매달렸다.하지만 허씨 노부인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정군왕비를 힐끗 쳐다볼 뿐이었다.정군왕부의 성의를 더 보태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그 속내를 간파한 정군왕비는 벌레라도 삼킨 듯 속이 울렁거렸다.그때, 줄곧 침묵을 지키던 조령 장공주가 입을 열었다."어찌 되었든 귀비 마마의 친조카가 아닌가. 정군왕부에 정녕 성의가 있다면, 귀비께서 마마께 명을 청해 현주 작위를 내리고 허 낭자를 평비(平妃)로 맞이한다 한들 결코 분수에 넘치는 일은 아닐 터."정군왕비의 안색이 차갑게 굳었다.혼사를 포기하든가, 아니면 허지를 평비로 앉히라는 양자택일의 압박이었다. 홧김에 제 발등을 찍어 자기와 동급인 평비를 들이는 짓은 죽기보다 싫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혼사를 무르는 건 제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격이었다.정군왕비는 천천히 자리에 앉으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혼약서가 내 손에 있고 예물도 이미 오갔네. 허 낭자가 우리 왕부에 들어오면 결코 박대하지 않겠다고 약조하지. 훗날 낭자가 자식을 낳으면 내 슬하에 두고 적출로 키울 것이네."이는 정군왕비가 베풀 수 있는 최대치의 양보였다.굳어 있던 허씨 노부인의 안색이 그제야 조금 누그러졌다.하지만 허 부인이 다급히 나섰다."어머니, 예물을 돌려보내십시오. 파혼의 오명은 차라리 저희 허씨 가문이 짊어지겠습니다!""허씨 가문이 무슨 수로 그 오명을 감당하겠다는 건가? 약조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이익만 좇는 배은망덕한 가문과 훗날 어느 누가 교류하려 들겠나?"정군왕비가 싸늘하게 코웃음 쳤다.조롱을 당한 허 부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허씨 노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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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얘기를 들은 유지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정군왕의 예법은 숙태비께 배운 것인가. 과연 윗물이 맑지 않으니 아랫물도 탁하군. 아직 혼례도 올리지 않았거늘 남의 집 귀한 규수의 청의를 망칠 작정인가?"유지영과 정군왕부의 원한은 하루 이틀 쌓인 것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애초에 물러설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유지영은 허지 앞으로 다가갔다. "허 낭자, 장원랑 방온의 정실부인으로 시집가길 원하는가?"허지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손수건을 꽉 쥔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질린 것으로 보아 몹시 격동한 것이 분명했다."현왕비, 지금 나와 사람을 두고 다투겠다는 건가?" 정군왕이 미간을 찌푸렸다.유지영은 허지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허 낭자, 두려워할 것 없네. 낭자가 원한다고 한마디만 하면, 내가 오라버니를 대신해 끝까지 싸워줄 것이니!"방온은 유국공부에 은혜를 베푼 사람이었다. 유지영은 결단코 방온이 허 낭자를 잃게 내버려 두지 않을 작정이었다."현왕비 마마!" 허 대인이 갑작스레 말을 끊었다. "혼인이란 본디 부모의 뜻을 따르는 법입니다. 허씨 가문과 정군왕부는 이미 혼약을 맺고 절차까지 밟았거늘, 어찌 권세를 빌려 남의 사람을 빼앗으려 하십니까. 이리 억지를 부리시면 가장 곤란해지는 것은 우리 허지입니다."그 말에는 다분히 협박의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만약 두 가문이 끝없이 다투어 허씨 가문이 어느 쪽도 무마할 수 없게 된다면, 허지를 출가시켜 여승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허 대인이 냉혹하게 말했다.허지는 망연자실했다.유지영조차 허 대인이 친딸에게 이토록 모질게 굴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현왕비, 기어이 허 낭자를 죽음으로 내몰 작정입니까?" 정군왕비가 뒤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해댔다.허 부인은 눈물만 그렁그렁 매단 채 차마 소리 내어 울지도 못했다.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조령 장공주가 유지영의 소맷자락을 살짝 당겼다. "현왕비, 이 혼사는 그만 포기하거라. 방 공자처럼 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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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상 내관이 허지를 부축해 일으키며 말했다."군주께서는 채비를 하십시오. 소인은 아직 전해야 할 교지가 더 남아 있으니, 두 시진 후에 모시러 오겠습니다."허지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듯 멍한 얼굴이었다.오히려 허씨 노부인이 참지 못하고 따져 물었다."폐하께서 어찌 우리 가문의 처자를 군주로 책봉하여 화친을 보내려 하시는 겁니까?"그 말에 상 내관이 담담히 설명했다."이 일은 태후 마마께서 제안하신 것입니다. 이연령이 화친에 어울리지 않아 적임자를 정하지 못하고 지체되자, 마마께서 세 대신의 여식을 화친 후보로 삼자고 하셨습니다. 그중 한 분이 바로 운연 군주이십니다."화친 후보라는 것은, 갈 수도 있고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허나 정군왕이 무슨 배짱으로 감히 교지를 거역하고 예비 화친 공주를 측비로 빼앗을 수 있겠는가?"상 내관, 잠시만요!"다급해진 정군왕비가 앞으로 나서서 앞을 가로막았다."화친 공주는 본디 아직 혼처를 정하지 않은 규수 중에서 뽑는 법입니다. 허나 허…… 운연 군주는 이미 정혼자가 있으니 화친을 보내는 것은 참으로 부당한 처사입니다."정군왕비는 허 대인을 가리키며 한마디 거들라는 눈치를 주었다.허 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제 여식은 이미 정군왕의 측비로 정해졌으니, 화친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상 내관의 얼굴에서 서서히 미소가 가시더니 돌연 싸늘하게 말했다."이 일에 대해 태후 마마께서도 언뜻 들으신 바가 있어 특별히 허 귀비 마마를 불러 하문하셨습니다. 아, 이제는 허빈 마마시군요. 어엿한 명문가의 적녀를 어찌 첩실로 들이는 수모를 겪게 하느냐고 말입니다."그 말에 허씨 노부인의 안색이 하얗게 질리더니 번쩍 고개를 쳐들었다. "내관,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반 시진 전, 태후 마마께서 친히 명을 내려 귀비 마마의 신분을 박탈하시고 빈으로 강등하셨습니다. 허빈 마마께서는 처소에서 자숙하며 깊이 반성하고 계십니다."귀비에서 하루아침에 빈으로 곤두박질치다니, 허씨 노부인은 눈앞이 아득해졌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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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유지영은 옷깃을 여미며 얼굴에 서려 있던 분노를 말끔히 지웠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허씨 노부인을 힐끗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일말의 동정심도 없었고, 오직 한심하다는 책망만이 가득했다."전하, 날이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시지요." 그녀가 말했다.조령 장공주는 오늘 일로 유지영을 한층 더 경외하게 되었다. 그녀는 이 교지가 이토록 기막힌 타이밍에 내려온 것이 결코 우연이라 믿지 않았다.정군왕이 사람을 빼앗는 것도 막고, 허씨 가문의 뺨을 매섭게 올려붙인 격이 아닌가.그 수완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치밀했다."현왕비 마마!" 허씨 노부인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허겁지겁 유지영의 앞을 가로막았다. "바, 방금 전에는 제가 노망이 났었나 봅니다. 부디 마마께서 선처를 베풀어 주십시오. 모르고 지은 죄는 벌하지 않는다 하지 않았습니까. 저희는 그저 남에게 신의를 잃고 싶지 않았을 뿐, 마마의 뜻을 거역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습니다."평생을 살아온 허씨 노부인이 이토록 뻔한 판국조차 읽지 못한다면 그 세월을 헛산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유지영이 있음을 뼈저리게 확신했다.고작 혼사 하나 때문에 가문의 기둥이던 귀비의 자리를 잃었으니, 허씨 노부인이 어찌 미치고 팔짝 뛰지 않겠는가?유지영은 허씨 노부인을 굽어보며 자비롭게 일깨워 주었다. "노부인께서는 선처를 빌 사람을 단단히 잘못 찾으셨군요."그녀의 시선이 황궁 쪽을 향했다.허씨 가문이 스스로를 지키려면 정군왕부와 결탁한 사실을 낱낱이 이실직고해야만 했다. 정군왕비 역시 그 사실을 깨닫고는, 화끈거리는 뺨의 통증조차 잊은 채 다급히 소리쳤다. "남녀의 혼사란 본디 양가가 뜻을 맞추어 하는 것인데 어찌 현왕비는 그리 날을 세우십니까. 그저 연이 닿지 않았을 뿐인데 이리 꼬투리를 잡고 늘어질 것까지야 없지 않습니까!"그 같잖은 변명이 허씨 노부인의 귀에 얼마나 들어갈지는 오로지 노부인의 몫이었다.적어도 허지만큼은 무사히 지켜냈다.밖으로 나와 흩날리는 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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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허씨 노부인의 신신당부대로 예물은 고스란히 정군왕에게 반환되었다. 정군왕의 안색은 더할 나위 없이 흉흉해졌고, 그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거칠게 소매를 떨치며 자리를 떴다.정군왕비는 무언가 더 따져 물으려 했으나, 허씨 노부인이 두 눈을 감은 채 더는 상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자 이내 단념했다. 그녀 역시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하인들을 시켜 커다란 상자들을 챙겨 저택을 빠져나갔다.사람들이 떠나자 허씨 노부인은 그제야 번쩍 눈을 뜨고 허 대인을 향해 다급히 외쳤다. "빨리, 당장 입궁할 마차를 준비하거라!"태후를 직접 뵙고 엎드려 죄를 청해야 했다."어머니." 허 대인이 난처한 기색을 내비쳤다. "우리 허씨 가문은 지난 세월 묵묵히 본분을 다하며 폐하께 온 마음으로 충성을 바쳐왔습니다. 헌데 제 집안 여식의 혼사 하나 마음대로 정하지 못한단 말입니까?"예고 없이 들이닥친 교지에 허씨 가문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윗전인 허 귀비를 하루아침에 빈으로 강등시킨 것은, 명백히 허씨 일족의 얼굴에 대놓고 먹칠을 한 처사였다.허씨 노부인이 엄숙하게 얼굴을 굳혔다. "황권은 지엄하여 결코 도발을 용납하지 않는 법이다. 오늘의 일은 단순한 우리 허지의 혼사 문제가 아니다. 윗선에서 우리 허씨 가문과 정군왕부 사이에 오간 추악한 뒷거래를 꿰뚫어 보신 게야."폐하의 시퍼런 눈앞에서 꼬리가 밟혔으니, 황실에서 마음만 먹으면 우리 가문을 내리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었다.그 말에 허 대인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두 사람은 마차를 타고 황급히 황궁으로 향했다. 다행히 자녕궁까지는 순조롭게 들어갈 수 있었다. 허씨 노부인은 행랑 아래 무릎을 꿇고 한없이 몸을 낮췄다.그녀의 왼쪽 뒤편으로는 허 대인 역시 바짝 엎드려 있었다.반 시진 후, 소 상궁이 허씨 노부인을 향해 말했다. "태후 마마께서는 지금 불공을 드리는 중이시라 아무도 들이지 않으십니다. 허나 허빈 마마를 뵙는 것은 윤허하셨습니다."허씨 노부인은 흠칫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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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질책을 받은 허 대인은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며 변명했다. "그냥 첩이 아니라 측비(側妃)입니다.""측비 역시 첩입니다! 뭘 더 변명하려 하십니까?" 허빈의 평생 가장 큰 한은 정실이 되지 못해 진홍색 정복을 입지 못한 것이었다. 귀비라 칭송받을지언정, 어떤 자리에서는 첩이라는 이유로 뒤로 물러나 있어야만 했다.허빈은 진작부터 허씨 노부인에게 허씨 가문의 여식은 결단코 첩으로 보내지 않겠노라 못을 박았었다.헌데 노부인이 이토록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마마, 일이 이미 이리된 것을……." 허 대인이 억지로 입을 열었다.허빈은 고개를 꼿꼿이 쳐들고 매섭게 추궁했다. "도대체 정군왕부에서 얼마나 대단한 이득을 약조했기에 이러십니까?"두 사람의 눈빛이 잘게 흔들렸다."판국이 이 지경인데도 끝까지 진실을 숨기실 작정입니까? 진정 폐하께서 모르실 거라 여기셨습니까?" 허빈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다.어쩔 수 없이 허씨 노부인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은표 백만 냥을 예물로 내놓으며 허지를 측비로 달라 하더구나. 또한, 훗날 군왕세자가 보위에 오르면 오직 너만을 태후로 모시고, 우리 허씨 가문에는 대대로 세습할 수 있는 국공의 작위를 주겠노라 약조했다."작위 하나만으로도 허씨 가문의 마음을 흔들기에는 충분했다.지난 세월 허씨 가문의 후학들은 눈에 띄는 성취를 내지 못했고, 그저 허 귀비의 영광과 선대들의 공로에만 기대어 연명하고 있었으니 이는 결코 장기적인 방도가 아니었다.그렇기에 허씨 노부인도 흔들린 것이다.허빈이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다."처음에는 나 역시 정군왕부를 믿지 않았다. 허나 정군왕이 두 달 전 명단을 하나 건넸는데, 과거 시험 급제자의 이름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적혀 있더구나!" 허씨 노부인이 까닭을 털어놓았다. "군왕은 방이 나붙는 날이 바로 두 가문이 혼약을 맺을 길일이라 하기에, 나도 모르게 홀린 듯 응하고 말았다."애초에 허씨 노부인도 정군왕부를 꺼렸으나, 혼약은 방이 나붙을 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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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현왕부.날이 저물어 잠자리에 들려던 유지영은 조령 장공주가 당도했다는 전갈을 받았다. 그녀는 황급히 겉옷을 걸치고 운청에게 일렀다."전하를 정당(正堂)으로 모셔라. 내 곧 나갈 터이니."운청이 명을 받들었다.배진은 이미 곤히 잠든 후였다. 유지영은 운민을 남겨 곁을 지키게 하고 서둘러 정당으로 향했다. 과연 그곳에는 조령 장공주가 앉아 있었다."전하."조령 장공주는 유지영을 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이리 늦은 시각에 단잠을 깨워 미안하구나.""당치 않으십니다."유지영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운청이 차를 내왔다.정당 안의 하인들은 이미 진작에 물린 뒤였다.조령 장공주는 에두르지 않고 곧장 본론을 꺼냈다."오후에 허씨 노부인이 입궁하였으나, 태후 마마께서는 끝내 만나주지 않으셨다. 대신 소 상궁을 시켜 허빈을 뵙게 하셨지. 허씨 노부인은 출궁하자마자 곧장 내게로 달려왔어."말을 마친 조령 장공주는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난처한 기색을 내비쳤다."본궁이 허씨 노부인과 교분이 있기도 하거니와, 허지의 혼사 때문이기도 하여 이리 늦게 걸음을 하였다. 허씨 가문은 허지가 화친 공주로 간택되지 않는다면 기꺼이 장원랑과의 혼사를 맺겠노라 확언하였지."장공주가 친히 나서서 중재를 하니 유지영도 더 이상 굳이 날을 세울 이유가 없었다."그리하시면 다행입니다만, 화친 공주 일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그건 그렇네. 화친 후보가 세 명이나 되니 간택될 확률이 크다 할 수도, 작다 할 수도 없지."조령 장공주가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그러니 내일 본궁이 입궁하여 태후 마마를 뵙겠다. 이 일은 어찌 보면 본궁의 책임도 있으니. 유국공부의 혼사를 성사시켜 주마 호언장담한 이상, 체면 불고하고 태후 마마께 매달려봐야지."밖은 어느새 칠흑같이 어두워져 있었다. 조령 장공주는 긴말을 줄이고 핵심만 전했다."오늘 낮에 너도 허씨 가문에서 험한 꼴을 보지 않았느냐. 허씨 가문도 잘못을 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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