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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피안을 거슬러: Chapter 621 - Chapter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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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1화

그 사이, 영씨 노부인과 영씨 어르신 역시 영찬을 향해 꽤나 성가시다는 듯 몇 마디 호통을 쳤다."긴말할 것 없소. 서둘러 백 부인의 사인을 철저히 밝혀 저 아이에게 답을 내어줍시다."임 국공 부인은 사람들이 끝도 없이 늘어놓는 잔소리를 더는 듣기 싫다는 듯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 자리에 모인 이들 중 서열이 가장 높은 그녀의 묵직한 한마디에 분위기가 단박에 정리되었다.영씨 어르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관두시오. 정 그리 의심스럽다니 저 아이의 뜻대로 철저히 조사해 봅시다."일행이 모두 자리에 앉았다.영찬은 자신이 품은 의혹을 말하기 시작했다."어머니께서 돌아가실 무렵, 경성에는 이미 칠팔 일이나 폭설이 내렸습니다. 눈이 워낙 두껍게 쌓여 미처 다 치우지도 못할 정도였으니, 설령 바닥에 넘어지셨다 한들 눈더미 위로 엎어지셨을 텐데 그리 중상을 입고 돌아가실 리가 없습니다. 제가 의원에게 따져 물으니 어머니께서 머리를 다치셨다 하더군요. 허나 입관하시기 전 제가 직접 뵈었을 때, 어머니의 머리에는 그 어떤 상흔도 없었습니다.""그게 뭘 증명한다는 거냐?"서소현이 코웃음을 쳤다."네 어미가 운이 나빠 내상을 입었을 수도 있지. 집안에서 최선을 다해 의원을 부르고 정성껏 구완했거늘 끝내 깨어나지 못한 것을, 어찌 모함으로 몰고 가느냐?"영찬이 품에서 은표 한 장을 꺼내 들었다."이것은 제가 이 의원의 몸에서 찾아낸 것입니다. 또한 어머니를 모시던 은화가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 뒤뜰 낭하를 지나며 어머니 곁을 지키던 시녀 두 명을 다른 곳으로 빼돌렸습니다. 그 탓에 어머니께서 쓰러지신 후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것입니다.""게다가 저는 어머니의 입안에서 정체 모를 약가루를 발견했습니다. 의원을 찾아가 확인해 보니, 놀랍게도 그것은 칠성해당의 해약이었습니다!""칠성해당에 중독된 자는 순식간에 혼수상태에 빠지며, 제때 해약을 먹지 않으면 잠든 채 목숨을 잃게 됩니다. 어머니께서 가볍게 넘어지신 후 의식을 차리지 못하신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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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서 부인도 미심쩍은 낌새를 눈치챘다. 방금 전 영씨 노부인은 그녀를 불러 이혼 문제를 의논하더니, 그 직후 영찬이 임씨 가문을 찾아가 관아에까지 고발한 것이다.이토록 큰 소란이 일었는데 영씨 가문이 모를 리 없었다.그녀는 속으로 비열하고 파렴치한 자들이라며 욕설을 삼켰다.겉으로는 의논을 청하는 척했지만, 실상은 서씨 가문 사람들에게 이 모든 일이 서소현의 짓임을 넌지시 알리려는 속셈이었다.그렇지 않다면 영찬 혼자서 어찌 저토록 많은 증거를 모을 수 있었겠는가?"어머니."서 부인은 서씨 노부인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목소리를 낮췄다."영씨 가문은 아주 작정하고 시누이와 선을 그으려는 모양입니다. 조용히 갈라서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겠습니다."서씨 노부인이라고 모를 리 없었다. 저들은 서소현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첫째와 둘째는 어디 있습니까?"서씨 노부인이 돌연 화제를 돌려 따져 물었다."자기 어미가 손가락질을 받으며 모함을 당하고 있거늘, 두 형제는 어찌 아직도 숨어 있단 말입니까? 한 가문의 명예는 다 함께 누리고 다 같이 잃는다는 도리조차 모르는 겝니까? 아니면 우리 서씨 가문이 딸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고 의심하는 겁니까?"그녀는 목소리를 높여 은연중에 또 다른 딸을 방패막이로 삼았다.감히 누가 서씨 노부인이 딸을 잘못 키웠다고 입에 올릴 수 있겠는가?서소현에게 살인자라는 죄명을 씌우려 드는데 서씨 가문이 어찌 가만히 두고 보겠는가?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그 말속에 숨은 뜻을 알아듣지 못할 리 없었다. 영씨 노부인이 당장 좌불안석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서씨 노부인, 진정하세요. 아직 일을 조사하는 중이 아닙니까. 오늘 첫째와 둘째는 모두 외출하여 집에 없어요."영씨 가문에서 고의로 두 사람을 밖으로 빼돌린 것이다.일련의 정황이 절묘하게 맞물려 돌아갔다. 눈치 빠른 서소현은 이를 보고 단박에 깨달았다. 오늘 이 판은 영씨 가문이 자신을 떼어내기 위해 고의로 파놓은 덫이었다!증거가 명백하고 임 국공 부인까지 증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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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얘야, 어리석은 짓 말거라. 오늘 네가 적모를 고발하여 불효를 저질렀으니, 언젠가는 버려질 패를 자처한 것이다."서씨 노부인이 무겁게 타일렀다.영찬의 눈빛이 과연 흔들렸다."내가 정말 그 짓을 저질렀다면, 네가 집안을 샅샅이 뒤지도록 증거를 남겨두었겠느냐?"서소현이 코웃음을 쳤다.모녀가 쿵짝을 맞추며 불리했던 형국을 뒤집으려 하는 모양새였다. 임 국공 부인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영씨 어르신이 수염을 파르르 떨며 호통을 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백씨와 영정은 어릴 적부터 죽마고우로 자라 정이 몹시 깊거늘, 어찌 백씨의 죽음을 이용해 널 모함한단 말이냐!""저 아이의 교활한 변명은 들을 것 없다. 증거가 바로 눈앞에 있지 않느냐!"영씨 어르신은 안색을 굳히고 영찬을 향해 말했다."영씨 가문에서 정실을 내칠 방도가 그리도 없겠느냐. 어찌 네 어미의 목숨을 그런 일에 이용했겠느냐? 네 할머니께서 네 어미를 얼마나 아끼셨는데."그 몇 마디 설명에 방금 전까지 의혹을 품었던 영찬의 얼굴이 다시 단호해졌다. 그는 매서운 눈빛으로 서소현을 노려보았다."큰부인께서는 본디 투기가 심하셨습니다. 회북에 계실 때부터 줄곧 제 어머니를 탐탁지 않게 여기셨지요. 어머니께서 매사 조심하고 또 조심하셨거늘, 결국 이렇게 당하고 마신 것입니다."영찬은 모든 것을 내던질 각오였다. 오늘 기어이 백씨의 억울함을 풀어줄 작정이었다."손자가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어머니의 원통함을 풀겠습니다!"그는 영씨 어르신을 향해 이마가 부서져라 절을 올렸다.영씨 어르신은 눈에 띄게 안도하며 흐뭇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 영찬이 일을 크게 벌였다며 노발대발하던 반응과는 정반대였다.안타깝게도 영찬은 그 속내를 꿰뚫어 보지 못했다.임 국공 부인은 무언가 말을 하려다 그만두었다. 결국 손수건을 들어 입가를 닦아내고는 계속 방관할 뿐이었다.사람들의 입씨름은 끝날 줄을 몰랐다.명백한 증거가 눈앞에 있음에도 서소현은 악착같이 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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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서소현은 고개를 들어 영정을 쳐다보았다. 처음으로 상대의 눈에서 짙은 증오를 발견했다.그리고 깊이 감춰둔 살의마저 엿보였다.그녀는 경악했다.이 사내가 정녕 자신이 십육 년이나 연모했던 지아비란 말인가?"시누이, 잘못을 인정하십시오."서 부인의 간곡한 설득이 귓가에 맴돌았다.서소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입안에 비릿한 피 맛이 맴돌았다. 그녀가 서씨 노부인을 향해 깊은 시선을 보냈다.모녀는 시선 하나만으로 서로의 뜻을 단박에 알아차렸다.짝!매서운 손찌검이 떨어졌다."어리석은 것! 어찌 곁에 둔 시녀 하나 제대로 단속하지 못했느냐! 네가 억울해하는 것을 안 시녀가 널 대신해 분풀이를 한답시고 백씨의 목숨까지 앗아가지 않았느냐!"서씨 노부인이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고 서소현의 몸을 내리쳤다.퍽!지팡이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등줄기에 떨어졌다."평소 집안 단속을 어찌한 게야!"서씨 노부인은 연달아 지팡이질을 세 번이나 내리쳤다.서소현은 신음 한 번 내지 않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녀의 안색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서씨 노부인은 돌연 화제를 돌려 영찬에게 물었다."네 어미의 죽음이 적모와 무관하지 않음이 확실해졌다. 넌 어찌 처결했으면 좋겠느냐?"영찬은 미간을 찌푸렸다."이 일을 아이에게 묻는 것은 온당치 않소. 어찌 되었든 큰부인은 저 아이의 적모가 아니오."임 국공 부인이 불쑥 입을 열었다.서씨 노부인의 탁한 시선이 영씨 어르신을 향했다."이 아이는 영씨 가문의 며느리입니다. 비록 잘못을 저질렀으나, 지난 세월 집안을 건사하고 자식을 낳아 기른 정이 있지 않습니까. 남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서소현은 죽더라도 영씨 가문의 사람이어야 합니다!"서슬 퍼런 목소리가 대청을 쩌렁쩌렁 울렸다. 지팡이가 바닥을 내리치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오늘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이 아이를 때려죽이든 엄벌에 처하든 영씨 가문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정 안 되겠다면 관아로 넘겨도 좋아요. 우리 서씨 가문은 절대 두말하지 않겠습니다."말투에는 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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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문제는 다시 영씨 가문으로 넘어갔다.영씨 어르신은 잠시 침묵했다.서 부인은 서씨 노부인을 부축해 자리에 앉히고 등을 쓸어내렸다. "어머님, 고정하세요. 오늘 시누이가 맞아 죽는다 해도 어머님께서는 참으셔야 합니다."그러면서 뒤에 선 시녀에게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따가 영패를 가지고 이 태의를 큰댁으로 모셔 오너라."당장이라도 터질 듯했던 서씨 노부인의 분노가 가라앉았다. 며느리의 말속에 담긴 뜻을 알아차린 것이다.이 태의는 줄곧 그녀의 병을 돌보던 자였다. 그러니 그들의 뜻대로 움직여 줄 것이다.서씨 노부인은 가슴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손가락으로는 서소현을 가리키면서도 시선은 영씨 어르신을 향했다. "가문의 법도대로 엄벌에 처하세요. 아이가 죄를 인정했으니, 소란스럽게 관아까지 갈 필요는 없습니다."영씨 어르신은 말문이 막혔다. 마치 솜뭉치에 주먹을 내지른 듯 허탈했다.영씨 노부인 역시 단단히 화가 났다. 서소현의 꼿꼿한 성격상 절대 쉽게 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 여겨 관아까지 끌고 갈 작정이었다.그런데 서 부인의 몇 마디 말에 서소현이 이리 고개를 숙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영씨 가문의 본래 계획은 관아의 손을 빌려 서소현을 엄벌하고 갈라서는 것이었다.영씨 가문에서 직접 나서 피를 묻히고 원망을 살 생각은 없었다.이제 영씨 가문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당장 어찌해야 할지 난감해졌다.그때 영정이 불쑥 나섰다. "그렇다면 가문의 법도에 따라 곤장 팔십 대를 치겠소. 생사는 하늘에 맡기고, 이후로는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소."팔십 대라니? 서소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부군을 쳐다보았다.그는 부인의 생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젊고 건장한 사람조차 곤장 팔십 대를 맞고 버티기란 불가능했다. 죽거나 중상을 입고 불구가 될 것이다."좋습니다! 약조하신 겁니다!" 서 부인은 영정이 말을 바꿀까 두려워, 곧장 지필묵을 가져오게 해 직접 다짐을 받았다. 그러고는 영찬에게 물었다. "너는 더 할 말이 있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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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서소현은 영정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입술이 심하게 떨렸고, 격한 감정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등 뒤에서 시녀가 넌지시 일깨웠다."부인, 우선은 참으셔야 합니다."그 말에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형을 받기 전, 그녀는 서씨 노부인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어머니, 만일 딸이 맞아 죽게 되더라도 너무 노여워하지 마시고, 부디 건강을 살피십시오."서씨 노부인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이어서 서소현은 서 부인을 쳐다보았다."평소 형님께서 저를 품어주신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훗날 제가 없더라도, 형님께서 어머니를 잘 보살펴 주십시오."말을 마친 그녀는 편지를 서씨 노부인에게 슬그머니 쥐여주었다.서씨 가문에서 그녀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서씨 노부인뿐이었다. 비록 지금은 자신을 챙겨주는 듯 보이는 서 부인조차 온전히 믿을 수 없었다.서소현은 결연히 긴 의자 위에 엎드렸다.문밖에는 뼈를 깎는 듯한 찬 바람이 불었다. 수많은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형을 받게 되자 짙은 굴욕감이 그녀를 옭아맸다."쳐라!"영정이 명을 내렸다.퍽!첫 번째 곤장이 떨어졌다.서소현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며 고통으로 일그러졌다.이내 두 번째, 세 번째 곤장이 연달아 떨어졌다.그 무지막지한 힘에 서소현은 죽음이 코앞에 닥친 듯한 절망을 느꼈다. 곤장을 쥐고 있는 두 호위병의 완력은 일반적인 호위들보다 훨씬 셌다.영씨 가문은 진정 그녀의 목숨을 거둘 작정이었다.서소현은 간신히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들어 영정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서늘했고 표정은 무덤덤했다. 그 곁에서 영찬이 곤장 수를 세고 있었다.대청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그때 갑작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노부인!"서씨 노부인이 가슴을 부여잡은 채 그대로 쓰러졌다.일순간 모든 사람의 시선이 쏠렸다. 서 부인이 다급하게 시녀에게 소리쳤다."뭘 멍하니 서 있느냐! 어서 이 태의를 모셔 오너라!"문밖에서 내리치던 곤장도 멈췄다.이를 본 영정이 미간을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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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이 태의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누가 보아도 죄인을 심문하는 모양새였다.본디 이런 일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허나 이리 간곡히 부탁하니 거절할 방도가 없어, 그는 마지못해 서소현의 진맥을 짚었다.곁에 있던 영정은 안색을 굳히며 의구심이 가득한 눈으로 영씨 어르신을 쳐다보았다."이 태의는 태후 마마의 사람입니다."영씨 어르신은 묵묵히 이 태의를 주시할 뿐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 태의는 서소현이 진정 독에 당했으며, 그 독이 칠성해당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칠성해당이라는 네 글자가 나오자 영씨 가문 사람들은 평정심을 잃었다. 영씨 어르신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했다."그럴 리 없소. 절대 불가능한 일이오!""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영씨 가문이 남의 손을 빌려 두 며느리에게 칠성해당을 먹이고는, 그 죄를 우리 시누이에게 덮어씌우려 하다니! 어찌 이리도 독단 말입니까!"서 부인은 맹렬한 기세로 영씨 어르신을 가리켰다."백씨도 칠성해당에 당했고, 시누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영씨 가문은 이 일에 대해 명백한 해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영씨 어르신은 즉각 영정과 영씨 노부인을 쳐다보았다.두 사람 역시 충격에 휩싸인 얼굴이었다.서 부인이 영찬을 향해 쏘아붙였다."이분은 궁의 이 태의이시다. 설마 이 태의의 진단마저 의심하는 것이냐?"영찬은 서소현마저 똑같은 독에 당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가 미간을 찌푸리자 서 부인이 매섭게 말을 이었다."시누이가 영씨 가문의 명예를 위해 모든 것을 홀로 짊어지려 한 것입니다. 그깟 죄증이야 모진 고문과 협박, 회유로 얼마든지 억지 자백을 받아낼 수 있지 않습니까. 시누이가 정말 죄를 지었다면 우리 서씨 가문도 절대 감싸지 않겠지만,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라면 서씨 가문은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진실을 밝힐 것입니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씨 노부인이 선 채로 쓰러졌다."어머니!"서 부인이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서씨 노부인을 부축했다. 그녀는 당장 시녀들에게 노부인을 모시고 돌아가라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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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서소현마저 독에 당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대청 안의 공기가 무겁게 얼어붙었다.임 국공 부인 역시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의구심을 표하지 못하고 자리에 앉았다."서소현이 언젠가 죄가 발각될까 두려워, 스스로 독을 먹은 것일 수도 있소."영정이 한참을 뜸 들이다 억지로 한마디를 내뱉었다.그 말이 떨어지자 서소현은 가슴이 후벼 파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곤장을 맞은 등보다 훨씬 더 아팠다.서 부인이 코웃음을 쳤다."백씨가 죽어 땅에 묻힌 지도 한참입니다. 한 달이 넘도록 평온했거늘, 시누이가 어찌 누군가 돌연 이 일을 들춰낼 줄 알고 독을 먹었겠습니까?""게다가 대인 말대로라면, 백씨야말로 스스로 독을 삼켜 고의로 누명을 씌운 것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 길로 시누이를 짓누르고 정실 자리를 꿰차려다, 운이 나빠 목숨을 잃은 것일 수도 있죠."말문이 막힌 영정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헛소리 마시오! 백씨는 그렇게 모진 사람이 아니오!"영정이 이 와중에도 백씨를 감싸고돌자, 서소현은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부부의 연을 맺은 지 수년입니다. 당신 눈에 나는 그토록 모진 사람이란 말입니까!""당신……."영정은 말문이 막혔다. 매서운 질타에 찔리는 구석이 있었는지, 감히 서소현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서소현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 이를 꽉 악물었다."명문가의 안주인에게 수완이 없다면 어찌 아랫사람들을 다스리겠습니까? 평소 조금 엄하게 구는 것이 뭐가 잘못되었단 말입니까?"서 부인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임 국공 부인을 바라보았다."시누이는 자신이 독에 당한 지 한 달이 넘도록 알지 못했습니다. 곁에 둔 시녀들이 얼마나 불충한지 뻔히 보이거늘, 그 자백서를 어찌 믿는단 말입니까?"임 국공 부인은 애써 부정하고 싶었지만, 서 부인의 말은 명백히 이치에 맞았다.그녀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복잡한 시선으로 영찬을 쳐다보았다."이 일은 정말로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군."그 사이 영씨 노부인의 몸이 휘청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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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영정은 마른침을 삼켰다. 순간 말문이 막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아, 아니오. 내가 한 짓이 아니야."영씨 노부인이 손을 내저었다.서 부인은 영씨 노부인을 상대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임 국공 부인을 바라보았다."국공 부인께서는 이 일을 어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문제는 임 국공 부인에게 넘어갔다. 그녀는 안색을 굳힌 채 묵묵부답이었다.이를 본 서 부인은 깊은숨을 내쉬며 영정에게 말했다."나라에는 국법이 있고 집안에는 가문의 법도가 있는 법입니다. 정 안 되겠다면 영씨 가문이 애초에 하려던 대로 관아에 고발합시다. 관아에서 알아서 판결을 내려주겠지요!"이제 오히려 평정심을 잃은 쪽은 영씨 가문이었다.영씨 어르신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몰랐다."아, 아니 되오! 가내사이거늘 굳이 관아까지 갈 필요가 무에 있소. 우리끼리 사사로이 해결합시다."방금 전과는 판이한 태도였다."어찌 해결하시겠단 말입니까?"서 부인이 캐물었다.영씨 어르신이 영씨 노부인을 가리켰다."방금 전 소현이가 곤장 열여섯 대를 맞았소. 저 사람을 밖으로 끌어내 치시오!""영감?"영씨 노부인이 멍한 얼굴로 쳐다보았다.영씨 어르신의 호통에 영씨 노부인은 억지로 긴 의자에 엎드려야 했다. 영정은 두 호위병을 향해 필사적으로 눈짓을 보냈다.서 부인이 코웃음을 쳤다."우리 서씨 가문에 해명을 주시겠다면서 영씨 가문 사람이 직접 손을 댈 필요가 있겠습니까. 여봐라!"명이 떨어지자 서씨 가문의 호위병 두 명이 곤장을 낚아챘다.퍽!무자비한 매질이 떨어졌다."아악!"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영씨 노부인은 당장이라도 기절할 뻔했다."당신!"영정은 분노로 손끝까지 떨었다.서 부인은 영정의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호위병들에게 매섭게 치라 명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서소현은 묘한 통쾌함을 느꼈다.곤장 열여섯 대가 떨어졌다. 영씨 노부인은 반쯤 숨이 넘어간 상태였다. 척추뼈가 부러진 채로 사람들에게 실려 나갔다.바닥에 고인 붉은 핏자국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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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영찬 역시 일이 이 지경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뾰족한 수가 없으니 이를 악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그는 임 국공 부인을 향해 절을 올렸다."제가 어리석어 국공 부인을 끌어들였습니다. 이 일은 부인과 무관하니 이만 돌아가십시오."임 국공 부인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서 부인에게 시선을 던졌다. 같은 명문가의 안주인으로서 이 일에 흉계가 얽혀 있음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조금 전 서 부인이 나서지 않았다면 서소현은 그리 쉽게 죄를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고, 끝까지 진흙탕 싸움을 벌였을 게 뻔했다.서 부인이 무슨 말을 넌지시 건넸기에 서소현이 순순히 벌을 받았고, 어느새 판세가 뒤집혀 모든 골칫거리가 영씨 가문으로 넘어간 것이다.영씨 가문이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아내에게 휴서까지 써주게 생겼다.임 국공 부인은 서 부인의 수완에 내심 감탄했다. 허나 이미 발을 들였는데 이대로 물러난다면 헛걸음을 한 셈이 아닌가.생각에 잠겨 있을 때, 서 부인이 돌연 입을 열었다."네가 아직 어려 분별없이 임 국공 부인께 달려가 공도를 세워달라 떼를 썼구나. 과거의 은혜를 빌미로 국공부를 끌어들인 사실이 밖으로 퍼지면, 남들은 임 국공 부인께서 남의 집안일에 함부로 간섭한다 여길 것이다. 이리되면 대체 누가 감히 국공부로 딸을 시집보내려 하겠으며, 국공부의 규수들은 어찌 혼처를 찾겠느냐?"그 한마디에 임 국공 부인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고, 영찬은 졸지에 어리석은 자가 되어버렸다!영찬은 죄책감 어린 얼굴로 임 국공 부인에게 절했다."앞으로 국공부에서는 제게 정을 베푸실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국공부에 큰 누를 끼쳤습니다."서 부인의 그 말이 임 국공 부인의 뼈를 때린 것은 사실이었다. 국공부에는 아직 혼인을 앞둔 자식들이 남아있었다.이 일을 끝까지 파헤치자면 진실의 밑바닥까지 캐내야 할 터인데, 그것은 타인인 그녀가 함부로 나설 일이 아니었다.공도를 세우는 것과 억지를 부리는 것은 엄연히 달랐다.서 부인은 인내심을 잃고 쏘아붙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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