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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피안을 거슬러: Capítulo 631 - Capítulo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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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1화

진실이 드러나자 서소현은 아예 연기를 집어치웠다."한낱 첩실인 백씨가 어찌 감히 나와 동등한 위치를 누린단 말입니까! 그년은 죽어 마땅합니다. 쥐새끼처럼 겁 많은 영찬 그놈이, 어떻게 갑작스레 교외로 나가 국공부의 적손을 구했겠습니까. 그저 누군가 고의로 그놈에게 든든한 배경을 깔아준 것에 불과합니다."서소현은 치밀어 오르는 증오를 주체하지 못했다.그래서 백씨를 제거하면서 철저히 혐의를 벗기 위해 이토록 치밀한 판을 준비한 것이다.서 부인은 돌연 서소현의 턱을 움켜쥐고 매섭게 따져 물었다."그래서 어머님께 넘긴 서신은 나에 관한 이야기였겠군요!"서소현이 서씨 노부인의 손에 서신을 쥐여주었을 때부터 짐작한 바였다. 서신의 내용은 십중팔구 자신이 살아남지 못할 경우 모든 원망을 서 부인에게 돌리라는 뜻일 것이다.서 부인은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간신히 억눌렀다. 당장이라도 서소현을 쳐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서소현은 당연히 순순히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줄곧 서 부인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씨 가문에 당도했다. 서씨 노부인은 딸이 살아 돌아온 데다 휴서까지 받아온 것을 보고 서 부인에게 내심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어머니, 시누이가 비록 친정에 돌아왔으나 당분간은 저택에 머물 수 없습니다.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광화사에 들어가 어머니를 위해 기도를 올릴 것입니다."서 부인은 한 치의 반박도 허용치 않는 기세로 단호히 말했다.서씨 노부인이 주저하는 사이, 서소현이 먼저 나섰다."어머니, 저는 기꺼이 절에 들어가 기도를 올리겠습니다. 그리해야 잃어버린 명성도 조금이나마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서씨 가문 전체를 적으로 돌려봐야 서소현 본인만 손해였다. 지금으로서는 어찌 되었든 서 부인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심지어 혼수를 되찾아오면 그 절반을 서명주의 혼수로 보태겠다고까지 호언장담했다.서씨 노부인 역시 이 일로 집안이 더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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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하룻밤 사이에 서소현이 휴서를 받고 영정과 갈라섰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경성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 무척 희귀한 가십거리였다.운청이 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 유지영 역시 꽤나 놀랐다."마마, 유영 군주께서 오셨습니다."잠시 후, 두툼한 망토를 두른 유영 군주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화로 곁에 서서 몸에 묻은 한기를 털어내며 입을 열었다."어제는 너무 늦어 민폐가 될까 오지 못했습니다. 어제 오후, 서명주가 기씨 가문 대문 앞에서 두 시진이나 기다리며 저를 꼭 뵙겠다고 청하더군요."유지영은 손수 차를 한 잔 따라 건넸다. 유영 군주는 찻잔을 받아 목을 축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서소현이 어제 친정으로 돌아가자마자 서명주에게 손찌검을 했답니다. 얼굴에 손자국이 선명하더군요. 서명주 말로는 서소현이 무슨 서신 같은 것을 쥐고 있었다고 했습니다."유영 군주는 턱을 들어 황궁 쪽을 가리켰다."아마도 남에게 보여선 안 될 물건인가 봅니다. 저도 당장 진위를 가릴 수 없고 자칫 일을 그르칠까 봐……."유영 군주는 자초지종을 남김없이 털어놓았다."제가 보기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유지영은 미간을 찌푸렸다."어쩐지 어제 서 부인이 서소현을 돕더라니, 약점을 잡힌 듯합니다. 서소현이 서씨 가문을 망칠까 두려웠던 거겠죠."괜한 시비에 휘말려 가문이 망할까 봐 두려웠을 것이다.서 부인은 마음 같아선 서소현을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었겠지만,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죄를 감춰줘야만 했을 것이다."임국공 부인도 그렇습니다. 듣자 하니 어제 돌아간 뒤로 홧병이 나 몸져누웠다고 합니다. 애먼 일에 끼어들어 헛수고만 한 셈이지요."유영 군주가 의문을 표했다."이 태의는 인품과 의술을 모두 갖춘 분이니 진단이 틀렸을 리는 없을 터인데, 서소현은 어떻게 한 달이나 중독된 상태로 있었던 것일까요?"유지영은 유영 군주가 자신에게 일깨워 주러 왔다는 것을 눈치채고 빙빙 돌려 말하지 않았다."서소현이 판을 짰으니 당연히 빠져나갈 길도 마련해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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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그 말을 들은 서소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고 청우에게 약을 바르게 했다.옷을 살짝 들추고 등에 남은 상흔을 본 청우는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피와 살이 엉겨 붙어 무척이나 끔찍한 모습이었다. 서소현은 아픔에 까무러칠 뻔했지만, 이불을 꽉 깨물고 기어이 비명을 삼켰다.꼬박 한 시진이나 약을 바르는 동안, 서소현은 진작에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이따가 영씨 가문으로 서신을 보내거라. 욱이를 만나야겠다."영욱은 곧 그녀의 장남이었다.청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광화사에서 사흘을 머무는 동안, 매일 멀건 국물뿐인 소박한 절밥을 먹고 쓰고 역한 탕약만 들이킨 탓에 서소현은 눈에 띄게 야위어 있었다.나흘째 되던 날.서씨 노부인이 산으로 찾아왔다. 서소현의 처참한 몰골을 본 그녀는 마음이 아파 연신 눈물을 훔치며 딸의 손을 잡았다."영씨 가문이 이토록 매정하고 의리 없는 집안인 줄 알았다면, 애초에 그 혼처를 그년에게 넘겨버릴 것을, 뭣 하러 아득바득 차지했느냐."말은 그리하면서도 서씨 노부인 본인 역시 후회하고 있었다. 서소현이 혼처를 빼앗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었다.영씨 가문이 언급되자 서소현의 안색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영씨 가문은 정도 없고 의리도 없는 것들이다!"서씨 노부인이 분통을 터뜨리며 한참을 욕설을 퍼부었다. 내뱉는 말마다 영씨 가문을 향한 불만이 가득했다.서소현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정을 감싸는 말조차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서씨 노부인이 돌연 화제를 돌려 서소현을 쳐다보았다."아이들은 너를 보러 왔더냐?"그 한마디가 서소현의 정곡을 찔렀다. 창백했던 그녀의 안색이 더욱 일그러졌다.그녀는 절에 온 첫날부터 사람을 시켜 서신을 보냈다. 하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다.서신이 당도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두 번째, 세 번째 서신을 연달아 보냈다.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청우의 말에 따르면, 공자들은 모두 영씨 노부인의 병수발을 드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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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자녕궁.소 상궁이 향로 뚜껑을 열고 안신향을 한 숟갈 더 채워 넣었다.그러고는 궁녀를 의매원으로 보내 갓 피어난 홍매화 두 가지를 꺾어와 화병에 꽂게 했다.툭, 처마에 두껍게 쌓인 눈이 바닥으로 미끄러지며 제법 큰 소리를 냈다.소 상궁은 즉시 서 태후를 살폈다.서 태후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은 채 책에 온정신을 쏟고 있었다.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야 그녀는 고개를 들어 창밖을 내다보았다. 궁인들이 바삐 움직이며 처마에서 떨어진 눈을 치우고 있었다.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렸다가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상념에 잠겼다.소 상궁이 다가가 차를 올리며 물었다."태후 마마, 광화사 일을 생각하고 계십니까?""광화사?"서 태후가 의아한 듯 고개를 저었다."내가 서소현의 초라한 몰골을 구경할 여유가 어디 있겠느냐. 그저 최씨 일가가 숯과 식량을 더 내놓게 할 방도를 고심하고 있었다."날짜를 헤아려보니 최 부인도 곧 경성에 당도할 때가 되었다.소 상궁은 내심 놀랐다. 서 태후가 서소현의 일을 마음에 두고 있는 줄 알았던 것이다.며칠 전 유지영이 운청을 시켜 궁으로 서신을 보냈을 때도, 서신을 읽은 서 태후는 담담하게 한마디했다."제멋대로 날뛰게 두어라. 신경 쓸 것 없다."그녀의 협박 따위는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태후의 식사나 일상생활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한창 이야기를 나누는데 두툼한 망토를 두른 조령 장공주가 당도했다. 밖에 서서 몸에 묻은 눈을 털어내던 그녀는 멀찍이서부터 인사를 건넸다."태후마마께 문안 올립니다."서 태후가 미소 지었다."오늘은 어쩐 일로 왔는가?"그 사이 문을 넘은 조령 장공주가 대답했다."어제 광화사에 들러 평안을 비는 향을 올리러 갔다가, 이상한 이야기를 좀 듣게 되었습니다."서 태후가 찻잔을 들어 입을 축였다. 태후의 미간이 부드럽게 펴졌다.오늘의 찻잎은 파릇한 어린싹이라 옅은 향기가 배어 나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그녀는 천천히 눈썹을 치켜올렸다."영씨 가문 일 말인가?"조령 장공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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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혼처를 바꾸는 일에 서 부인은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그런데도 그녀는 기어이 끼어들었다.보름 내내 그 당시 태부인을 모시며 위에서 아래로 압박을 가해, 적극적으로 혼처를 바꾸도록 부추겼다.서 태후는 예전에도 한참을 생각했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다 같은 시누이인데 어찌하여 자신은 서 부인의 심기를 거스른 것인지.어째서 그토록 노골적으로 서소현의 편을 들었는지 알 수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어떤 이들은 눈앞에 끌어다 놓고 살짝만 건드려도 금세 본색을 드러내기 마련이다.그녀는 그저 이 자리에 앉아, 그들이 펄쩍펄쩍 뛰며 발악하는 꼴을 지켜보면 그만이었다.광대가 따로 없었다."태후 마마……."조령 장공주가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저는 그 옛날의 일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서 태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었다."그대와 무관한 일인데 내가 왜 그대에게 화풀이를 하겠는가."그녀는 이어서 말했다."영씨와 서씨 양가의 죄업은 단숨에 덮어질 가벼운 것이 아니지. 아직 때가 되지 않았네. 궁지에 몰려야 발악하는 법이지."조령 장공주는 바로 태후의 뜻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양가의 일에 절대 관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그뿐만 아니라 유영에게도 단단히 일러두어야 할 것이다.자녕궁을 나서자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쳤다. 조령 장공주는 온몸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헤어지기 전, 소 상궁이 넌지시 일러주었다."서명주의 얼굴은 오직 태후 마마만 고치실 수 있습니다. 허나 고쳐주실지 아닐지는 서씨 가문이 얼마나 성의를 보이느냐에 달렸지요."조령 장공주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서명주의 얼굴을 그리 만든 것이 태후의 솜씨였다니!"일러주어 고맙소."소 상궁은 장공주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지켜보다 한숨을 내쉬며 발길을 돌렸다.서 태후는 다시 책을 집어 들고 한 장을 넘기며 물었다."최호에게 서명주를 들이라 하면 어떨 것 같으냐?"그 말에 소 상궁은 화들짝 놀랐다."예? 마마, 농담이시지요? 최씨 가문의 큰공자 신분에 명주 아가씨를 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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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소 상궁이 서씨 가문에 태후의 뜻을 전했을 때, 서 부인은 안색이 미세하게 굳어지더니 억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상궁, 어느 가문과 혼인하라 하셨습니까?"서 부인은 말을 건네며 슬그머니 소 상궁의 손을 맞잡고는, 손목에 차고 있던 빛깔 좋은 옥팔찌를 빼서 넘겨주었다.소 상궁은 눈빛을 가라앉히며 슬며시 웃었다."청하 최씨 가문에서 백작 작위를 받은 적장자이십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곧장 몸을 돌려 떠났다.소 상궁이 돌아가자 서 부인의 얼굴에 서려 있던 수심이 단박에 희색으로 바뀌었다."부인, 제가 그 최씨 가문의 큰공자를 뵌 적이 있는데 문무를 겸비한 인재였습니다."시녀가 활짝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큰 아가씨께 참으로 큰 복이 굴러왔습니다. 최씨 가문은 대대로 청렴한 문인 가문인데다 적장자에게 시집가는 것이니, 머나먼 곳으로 화친을 떠난 그분보다 백 배는 더 나은 혼처입니다.""태후 마마께서 역시 친조카를 아끼시는 겁니다. 방계 핏줄과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지요."그 전반부 말에 서 부인은 활짝 웃음을 터뜨렸다.허나 뒷말을 듣자 서 부인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옅어졌다.서 태후가 어떤 성정인지 감히 단언할 수는 없었으나, 조카를 아낀다 한들 그 정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서 부인은 내심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이 혼사는 너무도 갑작스럽고 기이했다.소식을 듣고 달려온 서명주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모님께서 진정 제게 청하 최씨 가문의 적장자를 짝지어 주셨단 말입니까?"딸의 다급한 물음에 서 부인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소 상궁에게 물어보았다. 틀림없는 최씨 가문의 적장자, 백작 작위를 받은 그 공자라더구나."청하 최씨 가문 전체를 통틀어 그런 이는 최호 한 사람뿐이었다.기뻐하던 서명주는 제 뺨을 쓰다듬더니 이내 안색이 어두워졌다."허나 제 얼굴이 이런데……."서명주는 서 태후가 어찌하여 돌연 혼처를 내려준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혼처를 받는 것보다 흉측해진 얼굴을 고치는 것이 먼저였다.서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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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화려하고 고운 얼굴에 짙은 분노가 서렸다."회북 서씨 가문이라고?"최 부인은 나직하게 내뱉었다."자녕궁의 그 여자가 아니었다면, 서씨 가문 따위는 우리 최씨 가문의 발꿈치에도 못 미칠 것들이!"주제에 감히 최씨 가문의 적장자를 넘보다니, 어림없는 소리였다!속으로 욕을 퍼부어도, 막상 태후가 사혼을 내리면 최씨 가문으로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부인, 정군왕비께서 오셨습니다."시녀 반청이 알렸다.최 부인은 긴 눈썹을 치켜뜨며 싸늘하게 코웃음을 치고는 정군왕비를 안으로 모시라 명했다.잠시 후, 정군왕비가 만면에 웃음을 띠고 들어오며 최 부인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몇 년 만에 뵙는군요, 형님. 여전히 눈이 부시게 고우십니다."아부 섞인 말에도 최 부인의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그녀가 상대를 곁눈질하며 쏘아붙였다."우리 최호는 볼모로 잡혀 있고, 영은이는 화친 군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최호에게 그런 천한 혼처까지 들이밀려 하니, 군왕비께서 제게 해명을 좀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최 부인의 날 선 질타에도 정군왕비는 화를 내기는커녕 즉시 고개를 숙이며 잘못을 인정했다."모두 제 잘못입니다. 형님께 누를 끼쳤습니다."온갖 좋은 말로 달래고 나서야 최 부인의 안색이 조금 누그러졌다."태후 마마께서 구두로만 뜻을 전하셨을 뿐, 아직 정식으로 교지를 내리신 것은 아니니 엎을 방도가 있을 것입니다."정군왕비가 말했다.최 부인의 고운 미간이 좁혀졌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녀는 이내 코웃음을 쳤다."황제를 앞세워 문무대신들을 제멋대로 부리려는 수작이지요. 지금 전방에서 전쟁이 한창이라 국고가 비었으니, 이 혼사를 빌미로 우리 최씨 가문을 협박하려는 것 아닙니까!"비열하다는 욕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그녀는 간신히 집어삼켰다.이번에 경성으로 부름을 받았을 때부터, 최 부인은 이미 막대한 재물을 뜯길 각오를 하고 있었다.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형님, 제게 방도가 하나 있습니다만……."정군왕비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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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비단 상자를 들고 돌아온 반청은 유지영이 했던 말을 그대로 최 부인에게 전했다.유지영이 했던 말까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최 부인에게 전했다.최 부인은 생각에 잠기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어쩐지 정군왕비 그 멍청한 인간이 매번 당한다 했더니. 현왕비는 나이도 어린데 일 처리가 제법 신중하구나."그 은표는 그저 유지영을 떠보기 위한 미끼였다.만약 유지영이 덥석 받았다면, 그 옛날 정왕부가 독단적으로 위세를 부리던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정왕부 사람들 모두 배준형이 장차 황자로 입적될 것이라 여겨 날이 갈수록 방자하게 굴었다.그러나 오늘날에는 현왕 일가가 병권을 손에 쥐고 막강한 권세를 누리고 있다.황위를 다 차지한 양 사사로이 막대한 재물을 거둬들인다면, 반드시 폐하와 태후의 눈밖에 날 것이다."마차를 준비하거라. 지금 입궁할 것이다!"청하 최씨 가문을 한 발 한 발 벼랑 끝으로 내몬 장본인, 서 태후를 직접 만나볼 생각이었다.하룻밤이 지났다.최 부인은 한결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자녕궁을 나섰다. 그렇게 돌아가는 길에 서씨 가문의 마차와 마주쳤다. 광화사에서 갓 산을 내려오던 서씨 노부인은 태후가 최호에게 사혼을 내렸다는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서씨 노부인이 발을 걷어 올리고는 시녀를 시켜 건너편 마차에 인사를 건네게 했다."최 부인이십니까? 저는 서씨 노부인 곁을 모시는 시녀입니다. 저희 노부인께서 부인을 댁으로 모시고 싶다 하십니다."마차 안에서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던 최 부인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구겼다.반청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부인, 서씨 노부인은 태후 마마의 생모이십니다."최 부인이 미간을 주무르며 대꾸했다."나도 알아. 늙어서 총기를 잃은 노인네지."하지만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최 부인은 애써 기운을 차리고 서씨 가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대청 안.서씨 노부인은 최고급 찻잎을 우려 최 부인을 극진히 환대했다. 그녀는 회북에서의 일들을 들먹이며 이야기를 꺼냈다.그러다 돌연 화제를 돌려 서명주에 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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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영씨 가문에 말을 전하거라. 태후 마마께서 명주에게 사혼을 내리셨다고 말이다."서씨 노부인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마음속을 짓누르던 돌덩이가 마침내 치워진 듯했다.서 부인은 한껏 들뜬 서씨 노부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입을 굳게 다물었다.십이월 중순, 며칠째 내리던 눈이 드디어 멎었다.서씨 가문을 향한 세간의 흉흉한 평가도 점차 가라앉고, 저택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최씨 가문과 사돈을 맺게 된 것을 축하하러 온 이들이었다.서씨 가문은 내친김에 연회를 열어 경성의 내로라하는 명문가들에 모두 초대 서신을 보냈다.그중에는 현왕부도 포함되어 있었다.초대장을 받아 든 유지영의 입가에 조소가 번졌다."서명주 주제에 최씨 가문을 넘볼 수는 없지. 그저 태후 마마의 위세에 기댄 것뿐이야. 최 부인이 이 혼사를 달가워했다면 그 많은 은표를 보내오지도 않았을 테고."서 태후 역시 서씨 가문을 추켜세울 생각은 없었다.그저 서씨 가문을 이용해 최씨 가문을 옥죄려 한 것뿐이었다.최씨 가문이 막대한 재물을 내놓았으니 이미 태후의 목적은 달성된 셈이었다.그런데도 성대하게 연회를 열다니, 딸이 첩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온 동네에 알리지 못해 안달이 난 꼴이었다.유지영은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뜨렸다."시간이 없다고 전하거라."서씨 가문의 일에 일일이 장단을 맞춰줄 생각은 없었다.운청이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럼 최씨 가문에서는 서명주가 첩으로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서씨 가문에 굳이 귀띔하지 않은 것입니까?"유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고작 첩실 하나 들이는 일에 마음을 쓸 리 없지. 당장 최호의 정실 자리도 지켜야 하고, 화친 군주 문제도 남아있지 않느냐."최 부인 본인도 발등에 불이 떨어져 정신이 없을 텐데, 서씨 가문에 친절을 베풀 여유가 없었다.반면, 서씨 가문에 사혼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은 영씨 가문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영씨 노부인은 부랴부랴 영정을 시켜 아이들을 데리고 광화사로 문안을 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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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영정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서소현을 바라보았다.영문을 모르는 그녀는 여전히 오만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그런데 영정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비굴한 기색이 순식간에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그는 몸을 돌려 영슬기에게 말했다."네가 남아 어머니 곁을 지키거라."말을 마친 그는 소매를 떨치며 자리를 떴다.서소현의 안색이 미세하게 굳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멀어지는 영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녀는 옆에 섰던 하인에게 매섭게 따져 물었다."방금 뭐라고 한 것이냐?"하인이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리며 우물쭈물 대답했다."그게…… 최 부인께서 매파를 대동하고 임씨 가문에 다녀가셨다고 합니다. 최 부인께서 임 국공부의 적장녀를 최호 공자의 짝으로 들이려 하신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서소현이 벼락같이 언성을 높였다."태후 마마께서 이미 서명주에게 사혼을 내리셨는데, 최씨 가문이 감히 마마의 뜻을 거스르고 임 국공부의 적장녀를 들이려 한단 말이냐?"어쩐지 방금 전 영정의 안색이 돌변하더라니.하인이 고개를 저었다."소인은 아는 바가 없습니다."서소현은 거칠게 손을 털어내며 쓸모없는 것이라 욕을 퍼부었다."소문 하나 제대로 알아오지 못하다니!"그녀는 서둘러 산을 내려가 제대로 소식을 알아오라 명했다.하인은 그 틈을 타 잽싸게 도망쳤다.영슬기가 조심스레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이모님께서 아직 교지를 내리지 않으셨으니, 변수가 생긴 것은 아닐까요?"서소현은 딸을 흘겨보았다. 그동안 코빼기도 비치지 않던 딸자식이었다. 말투가 곱게 나갈 리 없었다."부르기는 참 살갑게도 부르는구나."비아냥거리는 말투에 영슬기는 눈을 내리깐 채 입을 다물었다.서씨 가문에서 연회를 열던 날, 최 부인은 귀한 보약을 잔뜩 챙겨 임 국공부로 향했다.임 국공 부인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유난히 다정하고 살가웠다.최 부인은 방문한 목적을 분명히 밝혔다. 임씨 가문의 적장녀 임의설을 며느리로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임 국공 부인은 지난번 영씨 가문에서 수모를 겪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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