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고운 얼굴에 짙은 분노가 서렸다."회북 서씨 가문이라고?"최 부인은 나직하게 내뱉었다."자녕궁의 그 여자가 아니었다면, 서씨 가문 따위는 우리 최씨 가문의 발꿈치에도 못 미칠 것들이!"주제에 감히 최씨 가문의 적장자를 넘보다니, 어림없는 소리였다!속으로 욕을 퍼부어도, 막상 태후가 사혼을 내리면 최씨 가문으로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부인, 정군왕비께서 오셨습니다."시녀 반청이 알렸다.최 부인은 긴 눈썹을 치켜뜨며 싸늘하게 코웃음을 치고는 정군왕비를 안으로 모시라 명했다.잠시 후, 정군왕비가 만면에 웃음을 띠고 들어오며 최 부인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몇 년 만에 뵙는군요, 형님. 여전히 눈이 부시게 고우십니다."아부 섞인 말에도 최 부인의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그녀가 상대를 곁눈질하며 쏘아붙였다."우리 최호는 볼모로 잡혀 있고, 영은이는 화친 군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최호에게 그런 천한 혼처까지 들이밀려 하니, 군왕비께서 제게 해명을 좀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최 부인의 날 선 질타에도 정군왕비는 화를 내기는커녕 즉시 고개를 숙이며 잘못을 인정했다."모두 제 잘못입니다. 형님께 누를 끼쳤습니다."온갖 좋은 말로 달래고 나서야 최 부인의 안색이 조금 누그러졌다."태후 마마께서 구두로만 뜻을 전하셨을 뿐, 아직 정식으로 교지를 내리신 것은 아니니 엎을 방도가 있을 것입니다."정군왕비가 말했다.최 부인의 고운 미간이 좁혀졌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녀는 이내 코웃음을 쳤다."황제를 앞세워 문무대신들을 제멋대로 부리려는 수작이지요. 지금 전방에서 전쟁이 한창이라 국고가 비었으니, 이 혼사를 빌미로 우리 최씨 가문을 협박하려는 것 아닙니까!"비열하다는 욕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그녀는 간신히 집어삼켰다.이번에 경성으로 부름을 받았을 때부터, 최 부인은 이미 막대한 재물을 뜯길 각오를 하고 있었다.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형님, 제게 방도가 하나 있습니다만……."정군왕비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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