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은 허비와 서 태후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눈치챘다. 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졌다.건양제는 이따금 술잔을 들어 목을 축이며 배현준을 칭찬할 뿐, 허비의 제안은 모른 척하며 어느 쪽도 편들지 않았다.하지만 허비는 이대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평소의 단아하고 우아한 자태는 온데간데없이, 건양제의 팔에 찰싹 매달리며 귓가에 속삭였다."폐하, 신첩에게 약조하신 일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건양제의 귓가를 간질였다.건양제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으나 눈빛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오늘은 경축 연회이니, 사혼은 짐이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폐하, 신첩은 싫습니다."허비는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리며 건양제에게 매달렸다.허비가 입궁한 지 수년이 지났으나, 이런 모습은 다들 처음이었다. 평소 허비는 말수가 적고 언행이 단아하여 무관 가문의 적녀다운 기품이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그저 총애를 믿고 기고만장한 후궁의 교태였다. 보는 눈이 많은데도 건양제에게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태후 마마께서 시비를 가려주십시오. 얼마 전 신첩은 폐하와 바둑을 두어 겨우 한 판을 이겼습니다. 그때 폐하께서 신첩의 소원을 하나 들어주마 약조하셨습니다."허비는 건양제의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내밀고 서 태후를 쳐다보았다.마치 시어머니에게 억울함을 토로하는 철없는 며느리 같은 모양새였다.서 태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허비를 힐끗 바라보았다."제왕의 약조는 천금과도 같지. 허나 나는 허비가 분수를 알아 폐하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으리라 믿는다."풋!허비는 소매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지당하신 훈계입니다, 태후 마마. 신첩과 폐하가 부부의 연을 맺은 지가 몇 해인데, 어찌 제 사사로운 욕심을 채우려 들겠습니까."허비는 서 태후의 경고를 가볍게 넘기고 하고 싶은 말만 이어갔다."최근 허씨 가문에 불운한 일이 잦았습니다. 어머니께서 점을 쳐보니 가문에 좋은 혼사를 들여야 액운을 깰 수 있다 하더군요. 하여, 신첩이 친히 조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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