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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피안을 거슬러: Chapter 751 - Chapter 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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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1화

허씨와 이씨 두 가문은 유지영의 영특함을 과소평가했다. 유지영은 발 빠르게 이씨 가문의 수법을 모방하여, 기씨 가문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굳이 책임을 따지자면 기씨 가문은 이씨 가문을 추궁할 터였다. 이씨 가문은 이번 싸움에서 아무런 이득도 챙기지 못했다.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똑같이 중상을 입었으니, 건양제라 해도 어느 한쪽만 편애할 수는 없었다."네가 궁에 가 있는 동안, 나는 사방으로 줄을 대려 뛰어다녔다. 다들 우리와 엮일까 피하기 바쁘더구나. 안씨 노부인은 병을 핑계로 날 문전박대했고, 내친김에 기씨 가문에도 다녀왔는데 그 집 넷째의 상처가 심각하긴 하더구나."기씨 가문마이 이판사판으로 나오니, 허씨 노부인도 달리 방도가 없었다.꼼수를 부리려다 돌 들어 제 발등을 깐 격이었다.허 대인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레 겁을 먹고 타협해버린 이 대인이 원망스러웠다. 며칠만 더 버텼더라면 유관성이 제풀에 꺾였을지도 모른다. 실로 원통했다.그렇게 아쉬워하고 있는데, 밖에서 시녀가 다급히 들어와 소식을 고했다."허지 아가씨께서 유산하셨다 합니다."보고를 들은 허 대인은 불쾌하다는 듯 표정을 구겼다. 허씨 노부인이 물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더니, 어쩌다 유산을 한 게냐?"시녀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이씨 가문에서 온 전갈에 따르면, 아가씨께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셨다고 합니다."허 대인은 이 일의 전말에 대해 깊이 캐묻지 않았다. 허씨 노부인 역시 잠시 고민하다가 그저 보약이나 지어 보내라 지시할 뿐, 더는 연유를 묻지 않았다.이씨 가문은 허씨 가문에 엮이는 바람에 관직에서 좌천당하고 중상까지 입었다. 독기가 바짝 올랐을 테니 화풀이 할 구실이 필요했을 터.이 상황에 찾아가서 따지기는 적절하지 않으니 모른 척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노부인, 허비 마마께서 대인께 보약을 보내셨답니다. 지금 궁녀가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부관이 들어와 아뢰었다.허 대인의 표정이 금세 부드러워졌다."어서 들라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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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2화

그 모습을 바라본 허 대인은 흠칫 놀라며 어깨를 떨었다.*사흘 뒤.허씨, 이씨, 유씨 세 가문은 필사한 율법을 황제에게 제출했다. 이로써 춘풍루에서 벌어졌던 난동 사건은 완전히 일단락되었다.허비도 몸을 바짝 사렸다. 그녀는 매일 불경을 필사하며 마음을 다스렸고, 이따금 의정전에 다과를 가져가거나 자녕궁에 문안을 다녀왔다.하지만 그 후로 북영주를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서 태후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예전과 다름없이 허비를 대했다. 허비는 태후와 가벼운 담소를 나눈 뒤에야 자녕궁을 나섰다.그렇게 자녕궁을 오가다 보니 건양제와 우연히 마주치는 횟수가 늘어났다. 하얗게 질린 얼굴과 여위어 더 가녀리게 변한 몸매는 황제의 묘한 연민을 자아내기 충분했다."정성이 갸륵하구나."건양제가 말했다.허비는 애써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신첩이 한때 어리석어 태후 마마의 심기를 거스르고 말았습니다. 이미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니, 앞으로는 성심성의껏 마마를 모시겠습니다."건양제는 허 비의 태도에 몹시 흡족해하며 진귀한 장신구를 하사했다.남들이 보기에는 허 비가 완전히 황제의 총애를 되찾은 듯했다.건양제가 허비의 궁을 찾는 횟수도 서서히 늘어났다. 황제는 허비와 바둑을 두거나 가야금 연주를 듣다가, 한밤중이 되어서야 의정전으로 돌아갔다.내막을 모르는 이들은 그저 황제가 허비에게 각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기에 허비가 약간의 수완만 발휘하면 쉽게 총애를 되찾은 거라고 생각했다.*자녕궁.서 태후는 궁에 도는 소문을 듣고도 화를 내기는커녕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내버려 두어라. 이 자녕궁도 이제 좀 조용히 지낼 때가 되었지."그동안 서 태후가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북영주는 고집이 강해 길들이기 어려운 자였다. 겉으로는 고분고분해 보여도 실상은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어차피 길들일 수 없는 자라면 차라리 밖으로 내보내는 편이 나았다. 사람은 자유와 욕망을 맛보면, 자연스레 온갖 수단을 동원해 위로 기어오르려 하기 마련이다.소 상궁은 서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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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3화

임국공 부인은 더 묻고 싶었지만, 서 태후는 이미 입을 다물고 찻잔을 들어 올렸다.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이를 본 임국공 부인은 하는 수없이 입을 다물고 조용히 차를 마셨다.자녕궁을 나선 임국공 부인은 서 태후의 말을 곰곰히 되짚어보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간 부인은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사람을 시켜 춘풍루를 조사하게 했다.임씨 가문의 움직임은 곧바로 최씨 가문의 귀에 들어갔다."국공 부인이 귀가하자마자 춘풍루를 조사하고 있다고?"최 부인은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두 가문은 혼례를 코앞에 둔 시점인데, 갑자기 춘풍루를 캐고 다니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최 부인은 보름 전 현왕부를 찾아가 춘풍루를 빌미로 유지영을 압박했던 일이 떠올랐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눈꺼풀이 떨렸다.최 부인은 지체 없이 최씨 노부인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임국공 부인은 태후 마마와 친분이 두텁고, 임씨 가문 역시 백 년을 이어온 명문가다. 이 혼사가 성사되면 우리 가문에 이로우면 이로웠지 결코 해가 될 일은 없어."최씨 노부인은 미간을 짚으며 말했다. 하지만 임국공 부인의 뜬금없는 행동은 의심스러웠다.최 부인은 근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혼사가 엎어지기라도 하면 어찌합니까?"최 부인은 보름 전 무리한 요구를 꺼냈던 것을 후회했다. 건양제가 시비를 가리지 않고 결과만 따져 세 가문을 한꺼번에 벌하고 사건을 덮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제왕의 속내는 헤아리기 어려운 법이지. 태후 마마 역시 마찬가지고."최씨 노부인은 창밖 회랑에 걸린 붉은 비단을 바라보았다. 지난 일 년간 경성에서 얼마나 많은 명문가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또 얼마나 많은 신흥 세력이 부흥했던가.최씨 가문은 정군왕부와 끊고 싶어도 완전히 끊어낼 수 없는 관계였다.이 혼사마저 지켜내지 못한다면 경성에서의 입지는 더욱 험난해질 것이다."네가 직접 임국공부를 다녀오너라. 장차 사돈이 될 사이가 아니냐. 만에 하나 무슨 변수라도 생기면 미리 방도를 모색해야지."최씨 노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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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4화

임국공 부인은 다정하게 최 부인을 저택 안으로 안내했다.국공부 곳곳에는 붉은 풍등이 걸려 있었고, 사방에 경사를 알리는 글자가 붙어 있었다. 임국공 부인은 이따금 아쉬운 기색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최 부인은 딸을 시집보내는 어미의 섭섭함이려니 여겨 위로의 말을 건넸다."염려 마십시오. 의설이를 섭섭지 않게 대하겠습니다. 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친딸처럼 아끼고 보살필 것입니다."임국공 부인은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인을 시켜 임의설을 밖으로 불렀다.잠시 후, 임의설이 단아한 자태로 걸어 나왔다. 최 부인은 임의설을 훑어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임의설의 얼굴에서는 그 어떤 의심스러운 낌새도 찾아볼 수 없었다.장신구를 건네받은 임의설은 정중히 받아 들고 감사를 표했다.임국공 부인은 딸을 향해 다정히 당부했다."경성의 귀족 규수들은 출가할 때 첨장연(添妝宴: 혼례전 신부가 여는 연회)을 여는 것이 관례란다. 친한 벗들을 초대할 서신을 준비하거라."임의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최 부인에게 무릎을 굽혀 인사하고 물러났다.최 부인은 임의설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고는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이더니, 은근슬쩍 임국공 부인에게 말을 꺼냈다."우리 시녀가 아까 국공부 마차를 보았다 하더군요. 저는 헛것을 보았나 했는데, 혹여 태후 마마께서 따로 당부하신 말씀이라도 있으셨습니까?"임국공 부인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담담히 대답했다."시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초대장과 혼례 떡을 들고 태후 마마께 경사 분위기를 나누어 드리려 입궁했지요. 허나 아쉽게도 춘풍루 다과만 못하다며 물리시더군요."춘풍루 다과는 경성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니, 꽤 합리적인 설명이었다. 최 부인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내일 의설이의 첨장연이 열린다 하셨지요. 내일 제가 춘풍루 다과를 넉넉히 보내드릴 테니, 규수들과 나누어 드십시오.""최 부인께서 마음을 많이 쓰셨군요."이런저런 대화를 마친 임국공 부인은 최 부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최 부인을 문밖까지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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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5화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임국공부 장녀 임의설이 익사했다는 소식이 널리 퍼졌다. 경사는 순식간에 상사로 변했다.경사를 알리던 붉은 풍등과 글자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흰 목천과 함께 위패가 모셔졌다.길을 지나던 사람들은 국공부를 가리키며 수군거렸다."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 이제 겨우 열여섯 살인데.""좋은 사람은 명이 짧다더니."비보를 전해들은 최 부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소식을 전하는 하인을 바라보았다."너,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의설이가 어찌 익사한단 말이냐."하인은 자초지종을 빠짐없이 보고했다.최 부인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입꼬리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최 부인은 최씨 노부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어머니. 이 일이 정녕 우연이라 생각하십니까?"최 부인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최씨 노부인은 안색이 굳어졌다. 노부인은 하인들을 시켜 경사를 알리는 글자와 붉은 풍등을 떼어내 모두 창고에 넣게 하고는 최 부인을 흘끗 바라보았다."그럼 관을 열어 그 안의 시신이 임의설이 맞는지 확인이라도 할 셈이냐?""어머니, 이는 사람을 기만하는 처사입니다! 너무하지 않습니까!"최 부인은 분통이 터져 울먹였다.임국공 부인이 궁에서 나와 춘풍루를 조사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최 부인은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어제 직접 찾아가 떠보았지만, 너무도 태연한 상대의 모습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오늘 국공부에서 첨장연을 열 때도 일부러 사람을 보내 감시하게 했다. 확실히 각 가문의 부인과 규수들뿐이었고, 외간 사내는 단 한 명도 없었다.최 부인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그런데 임의설이 익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이는 파혼을 위해 임의설을 거짓으로 죽게 한 것이 분명했다.최씨 노부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분노를 억눌렀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찻잔으로 가져가다가 아예 찻잔을 바닥으로 내던졌다.쨍그랑 하는 소리에 놀란 최 부인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최씨 노부인은 굳은 얼굴로 최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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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6화

그 시각, 임국공부 저택은 통곡소리로 가득했다.최 부인이 당도했을 때, 적지 않은 부인들이 임국공 부인을 위로하고 있었다.사람들은 최 부인을 보자 다소 동정의 눈빛을 보였다."국공 부인."최 부인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다가가서 임국공 부인의 손을 붙잡았다."망자는 이미 떠났으나, 부인께서는 몸을 챙기셔야 합니다. 의설이는 우리 최씨 가문의 소중한 예비 며느리였습니다. 혼사가 비록 아직 성사되지 않았더라도, 최씨 가문은 삼가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임국공 부인은 눈시울이 붉게 부어오른 채 멍하니 고개만 저었다.주변의 누군가가 나서서 최 부인을 위로했다."최 부인께서도 슬픔을 거두십시오."최 부인은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닦았다."이 혼사를 저는 오래도록 고대했습니다. 진작부터 의설이를 제 며느리로 생각했고, 어제도 만났는데 이렇게 되어버렸군요. 임국공 부인, 안심하십시오. 우리 최씨 가문은 의리를 저버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최호는 의설이를 대신해 삼 년간 상을 치르며 상기가 끝날 때까지 혼인하지 않을 것입니다."임국공 부인은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 주먹을 꽉 쥔 모습은 슬픔에 잠겨 말을 잇지 못하는 듯했다.임씨 가문의 둘째 부인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최 부인의 뜻은 고맙지만 저희 임씨 가문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혼사도 성사되지 않았는데, 어찌 감히 최 공자의 아까운 청춘을 지체하게 하겠습니까. 여기 계신 분들께서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 우리 임씨 가문의 딸은 본분을 지키고 단정한 아이이며 사사로이 최 공자를 만난 적이 없습니다. 두 사람은 그저 부모의 뜻을 따랐을 뿐이니, 최 공자가 이런 희생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최씨 가문의 호의는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조리정연한 둘째 부인의 말에 최 부인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최 부인께서는 부디 말씀을 조심해 주십시오. 행여 사람들이 불쌍한 제 조카를 오해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최 부인은 미간을 찌푸렸다."맞습니다. 최씨 가문이 굳이 그리할 필요는 없지요. 마음은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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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7화

최씨 노부인은 굳은 표정으로 마당에 가득 쌓인 예물을 바라보았다.임씨 가문 둘째 부인을 배웅하고 돌아온 최 부인은 굳은 시어머니의 안색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어머니. 임씨 가문이 기어코 예물을 문 앞까지 돌려보냈습니다. 제가 거듭 만류해도 막무가내였습니다."애당초 임국공부는 최씨 가문에 반박할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최씨 노부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관두어라. 억지로 붙잡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우리 가문도 이제 다른 살길을 모색해야지."말을 마친 노부인은 예물을 가리켰다. 원래는 조정에 바칠 생각이었으나, 이제는 마음이 바뀌었다."일부는 처분하여 사찰에 기부하고, 식량 점포를 하나 열어 일 년 내내 오갈 데 없는 빈민들에게 죽을 나누어 주거라. 가난한 집 아이들이 글을 배울 수 있도록 서당 몇 곳에도 돈을 대주고."최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이 일은 최호에게 맡겨 직접 처리하게 해라."최씨 노부인은 담담한 어투로 당부했다.말이 끝나자마자, 편전에서 최정안이 건너왔다. 붉어진 눈가에는 억울함과 죄책감이 뒤섞여 있었다."할머니, 다 제가 못난 탓입니다. 제가 철없이 굴어 가문에 화를 불렀습니다."최정안은 최씨 가문의 권세만 믿고 안하무인으로 굴었다. 청하에 있을 때만 해도 최씨 가문의 위세를 따라올 자가 없었고, 그들의 말이 곧 법이었다.그래서 그녀는 이곳이 경성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천자가 지내는 황성에는 내로라하는 권력자와 귀족들이 수두룩했다. 최씨 가문은 돈만 많을 뿐 권력이 없으니, 그저 권력자들의 장기말에 불과하여 이리저리 휘둘릴 뿐이었다.최정안의 퉁퉁 부은 눈을 보자, 최씨 노부인도 마음이 쓰렸다. 석 달 전, 최 부인이 최정안을 데려오자며 사정한 끝에 마음이 약해져 어쩔 수없이 타협했다.막상 눈앞의 손녀를 보자, 노부인은 분노는 사라지고 그저 체념만이 남았다."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더 말해 봐야 소용없다.""할머니……."최정안은 코를 훌쩍이며 목이 멘 소리로 말했다."제가 현왕비를 찾아가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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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8화

임가연은 그 말을 듣고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흐느끼다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유지영은 서 태후가 어찌하여 임가연과 유관성을 맺어주려 했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서 태후가 유관성에게 해가 될 일을 할 리는 없었다. 막상 임가연을 직접 만나보고 나니 대략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이 아가씨는 순수하고 정이 깊었다. 임국공부 사람들은 물러서야 할 때를 알고 일가족도 화목했다.이런 가풍에서 자란 규수라면 모난 곳이 없을 것이다.*팔 월 말, 배현준이 군대를 이끌고 경성으로 개선했다. 외숙인 담성국도 함께였다. 백성들은 길가에 늘어서서 환호했고, 유지영은 주루 높은 곳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벅찼다.배현준은 몇몇 부장들을 대동하고 입궁하여 건양제를 알현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병권을 모조리 반납했다.이에 문무백관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건양제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병권을 거두고 군을 위로하는 축하 연회를 열겠다고 선포했다.조회가 끝난 뒤, 건양제는 배현준을 내전으로 따로 불렀다. 황제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배현준의 어깨를 두드렸다."역시 너는 짐을 실망시키지 않았구나!""과찬이십니다, 폐하."배현준은 전보다 한결 침착해져 있었다. 단단한 눈빛 속에는 초조한 기색도 배어 있었다.그가 처자식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아는 건양제는 그를 오래 붙잡아두지 않았다.황제는 몇 마디 당부만 하고 배현준을 물렸다.배현준은 궁문을 나서는 내내 대신들에게 둘러싸여 인사를 받았다. 몇 마디 형식적인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의 얼굴에서 서서히 웃음기가 가셨다.사람들도 그의 굳은 얼굴을 보고는 더 이상 길을 막지 않았다.배현준은 말을 몰아 현왕부로 복귀했다. 저 멀리서 배진의 손을 잡고 있는 유지영의 모습이 보였다."현왕 전하를 뵙습니다."하인들이 그를 발견하고 일제히 예를 올렸다.배현준은 성큼성큼 유지영에게 다가갔다. 입가에 웃음이 짙어졌다. 그녀의 앞으로 다가간 배현준은 다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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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9화

날이 어둑해지자, 황궁에서는 성대한 경축 연회가 열렸다.대전에서는 화려한 가무가 이어졌고, 감미로운 악기 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배현준과 유지영이 전각에 들어서자, 수많은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렸다.배현준은 그녀의 손을 다정하게 잡았다. 유지영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장공주 전하께 가보겠습니다."두 사람은 각자 흩어졌다.유지영은 여인들이 모인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조령 장공주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곁에서 담소를 나누던 안면 있는 부인들도 유지영을 깍듯하게 맞이했다."현왕비 마마는 참으로 복 받으셨습니다. 방금 두 분이 나란히 들어오시는 모습을 뵈니, 선남선녀가 따로 없더군요.""제 생각도 같습니다.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부인들은 입을 모아 칭찬했다.조령 장공주는 피식 웃고는 유지영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방금 어화원을 지나다 폐하와 허비를 보았다. 허비는 허씨 가문 차남에게 육씨 가문 가주의 적녀인 육안희와 맺어달라 청하고 있더군."유지영은 겉으로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으나, 눈가의 웃음기는 싸늘하게 식었다."폐하께서는 윤허하지 않으셨어."조령 장공주가 이 일을 귀띔해 준 것은 유지영이 마음의 준비를 하길 바라서였다.그녀는 술잔을 들어 목을 축이고는 의아하다는 듯 덧붙였다."폐하께서 요즘 무슨 영문인지 부쩍 허비를 총애하시는구나."그녀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유지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대답했다."세상에 까닭 없는 일은 없습니다. 폐하께서도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요."그 말에 조령 장공주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유지영은 조용히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육씨 가문 사람들도 연회에 참석했다.허씨 가문, 최씨 가문을 비롯해 낯익은 얼굴들이 연회장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었다.그녀는 눈길을 돌려 최 부인을 힐끗 살폈다. 최 부인은 두껍게 분칠을 하고 미소를 띠고 있었으나, 몹시 지쳐 보였다.그럴 만도 했다. 최씨 가문은 청하에서 권세를 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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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0화

최씨 노부인은 계속해서 말했다."우리 가문은 현왕부 쪽에 줄을 대려 그토록 애를 썼건만, 저쪽에서 틈을 주지 않고 있다. 우리가 그토록 공을 들여 얻은 것이 무엇이냐."이전까지 최씨 노부인은 철저히 안정을 추구했다.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차라리 이 기회에 모든 것을 걸어보는 편이 나았다. 성공한다면 최씨 가문은 제왕을 옹립한 일등 공신이 될 것이다.실패한다 해도 현상 유지는 할 수 있었다.설령 훗날 현왕부가 권력을 쥔다 해도, 이번 전란에서 최씨 가문이 세운 막대한 공로를 모조리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공신을 매몰차게 내친다면, 천하의 어느 상단이 훗날 현왕부를 위해 발 벗고 나서겠는가."섣불리 결정하지 말고,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꾸나."최씨 노부인이 당부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서 태후와 건양제, 허비, 덕비가 차례로 대전에 들어섰다.연회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올렸다."폐하와 태후 마마를 뵈옵니다."건양제는 용상에 다가가 앉았다. 우측에는 서 태후가, 좌측에는 허비가 자리를 잡았다."모두 일어나거라."사람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자리에 앉자 가무가 서서히 잦아들었다.건양제는 술잔을 치켜들고 배현준을 바라보며 말했다."현왕은 이 년간 출정하여 북신을 함락하고 나라의 영토를 넓혔으며, 변방을 안정시켰으니 짐은 실로 기쁘기 그지없구나!"배현준은 허리를 굽히며 겸손하게 답했다."신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 공로는 군의 장병들이 피땀 흘려 얻어낸 것이지, 결코 신 혼자만의 공이 아닙니다."건양제는 그 말을 듣고 호탕하게 웃었다."공은 공이지. 응당 모두에게 상을 내릴 것이다."그는 즉석에서 조서를 내렸다. 삼군의 장병들을 포상하고, 명부에 기록된 장병들의 자제는 경성 내 어떤 서당이든 마음대로 다닐 수 있게 하며 그 비용은 전액 조정에서 부담하겠다고 선포했다.자식이 없는 자들 역시 명부만 지참하면 각 성의 의원에서 무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약값은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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