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가 구두를 벗고 안으로 들어왔다. 엎드린 은성의 코앞에 섰다.은성은 극도의 공포와 반가움이 뒤섞인 눈물을 뚝뚝 흘렸다. 살기 위해, 아니, 주인에게 온전한 사랑을 받기 위해 석호의 차가운 가죽 구두코에 자신의 부드러운 뺨을 미친 듯이 비비적거렸다. 구두 가죽의 매끄러운 감촉이 뺨에 닿을 때마다 은성은 밭은 숨을 내뱉었다."하아... 네, 네에, 주인님... 흑, 식탁에 있는 거, 그거 다 봤어요... 세상이 나 죽었대요... 내 가족들이 나 버렸대요... 흐윽, 흐아앙..."은성이 바닥을 기어 와 석호의 발목을 생명줄처럼 꽉 껴안으며 처절하게 울부짖었다."그러니까 주인님은 나 버리면 안 돼... 나 진짜, 이제 세상에 주인님밖에 없어. 시키는 거 다 할 테니까, 개처럼 살 테니까 나 버리지 마... 제발요, 제발..."가장 오만했던 재벌가의 막내아들. 이제는 제 발로 기어들어와 주인의 구두를 핥으며, 쓰레기통에라도 좋으니 버리지 말아 달라고 구걸하고 있었다.석호는 척추를 타고 오르는 가학적인 희열을 억눌렀다. 은성의 은발을 거칠게 움켜쥐고 고개를 강제로 들어 올리게 했다."쉿. 누가 내 예쁜 짐승을 버립니까. 넌 영원히 이걸 목에 달고 이 집에서 평생을 숨 쉬어야 할 내 것인데."석호의 시선이 은성의 목에 걸린 백금 초커를 훑었다."대신, 오늘 하루 집을 잘 지킨 짐승이 주인이 주는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확인은 해봐야겠지."석호는 손에 들고 있던 고급스러운 검은색 쇼핑백을 은성의 젖은 눈앞에 흔들어 보였다. 은성이 과거 VVIP로 대우받으며 드나들던 청담동 최고급 부티크 로고가 박혀 있었다.석호가 천천히 꺼낸 것은, 속이 훤히 비칠 정도로 얇고 부드러운 흰색 실크 가운이었다. 옷이라기보다는 나신을 더 음란하고 노골적으로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고안된, 철저히 관음적인 천 조각이었다."네가 하루 종일 헐벗고 차가운 바닥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게 가여워서, 들어오는 길에 특별히 선물을 하나 사 왔지. 하지만 이 집의 짐승이 주인의 선물
Last Updated : 2026-04-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