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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개였던 당신에게: Chapter 1 - Chapter 10

55 Chapters

제 1 화

쏟아지는 폭우가 시야를 날카롭게 긋고 지나갔다.채은성은 비에 젖어 이마에 질척하게 들러붙은 머리칼 사이로, 거대한 철제 대문에 덕지덕지 붙은 붉은 압류 딱지들을 멍하니 응시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집'이라 불렸던 공간. 대한민국 재계 정점에 서 있던 태성그룹의 권력을 상징하던 그 저택은, 이제 사지가 잘린 채 부패해가는 거대한 짐승의 사체처럼 보였다.한때 그 위에서 오만하게 세상을 내려다보던 도련님의 영광은, 진흙탕을 뒹구는 오물보다도 가벼워져 있었다."하... 하하."마른 기침과 함께 바스라진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빗물에 흠뻑 젖은 얇은 실크 셔츠는 은성의 마르고 단단한 상체에 노골적으로 달라붙어, 유려한 육체의 윤곽을 적나라하게 훑어 내리고 있었다. 투명해진 천 위로 앙상하게 솟은 쇄골과 추위에 발딱 선 가슴의 돌기마저 숨김없이 드러났다.발끝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길바닥의 냉기에 은성의 몸이 달달 떨렸다. 젖은 옷감이 민감한 피부를 스칠 때마다 예리한 소름이 돋았다. 평생 온실 속에서만 길러진 그에게는 생전 처음 맛보는, 뼈가 시리도록 비참하고도 자극적인 감각이었다.'은성아.' 부드럽게 아양을 떨며 그 뽀얀 손을 만져대던 친척들도, 은성의 카드로 결제되던 최고급 파티룸에서 그의 발등을 핥을 듯 굴던 이들도 귀신같이 자취를 감췄다. 돈과 권력이라는 화려한 수의가 벗겨진 채은성은, 철저하게 발가벗겨진 채 눅눅한 어둠 속에 고립되었다.추위와 절망에 몸이 딱딱하게 굳어가던 그때, 거센 빗소리를 뚫고 짐승의 그르렁거림 같은 낮은 엔진음이 다가왔다.어둠 속에서 쏘아진 강렬한 헤드라이트가 은성의 처연한 실루엣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핥아 올렸다. 눈부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그의 앞에, 빗물을 매끄럽게 튕겨내는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둔탁한 소리와 함께 차 문이 열리고, 빗방울 하나 묻지 않은 수제 구두가 아스팔트를 디뎠다. 단정한 블랙 수트 차림에 검은 우산을 받쳐 든 남자가 천천히 걸어왔다. 발소리조차 내지 않고 은성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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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화

은성은 뒷덜미가 잡힌 채 짐짝처럼, 혹은 사냥감처럼 벤틀리의 뒷좌석으로 처박혔다.억지로 쑤셔 넣어진 뒷좌석은 지나치게 안락하고 포근했다. 덜컹, 차 문이 잠기는 소리가 은성의 사형 선고처럼 울렸다. 은성은 구정물을 뒤집어쓴 자신의 몸이 수억 원대에 달하는 베이지색 가죽 시트를 시커멓게 적시고 있다는 사실에 견딜 수 없는 수치심과 기묘한 흥분을 동시에 느꼈다."...더러워질 텐데."은성이 아랫입술을 짓이기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척 애써 날을 세웠지만, 석호는 룸미러로 은성의 젖은 눈과 흠뻑 젖어 발딱 선 가슴팍을 빤히 응시하며 대꾸했다."괜찮습니다. 어차피 다 제 소유니까요. 이 차도, 제 차를 적시고 있는 도련님의 몸도."차는 매끄럽게 출발했다. 빗줄기 사이로 서울의 야경이 유리창 위를 물감처럼 번져 흘렀다. 정지 신호에 걸린 벤틀리가 부드럽게 멈춰 섰을 때, 석호가 조수석 콘솔 박스에서 깨끗한 하얀 수건을 꺼내 은성을 향해 던졌다. 수건이 은성의 젖어 있는 허벅지 위로 툭 떨어졌다."닦으시죠. 도련님이 제 집 바닥에 구정물을 흘리며 돌아다니는 건 좀 곤란해서요."은성은 무릎 위에 떨어진 수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뻗어 그것을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핏기가 가신 입술을 비틀어, 처연하게 젖은 아름다운 얼굴에 독기 어린 미소를 피워 올렸다. 바닥까지 추락하고도 꺾이지 않는 오만함이었다."...네가 원한다면, 해줄게. 네 침대 밑이든 화장실 바닥이든 기어 다녀 줄게. 대신, 돈은 제때 입금해. 내가 다리 벌려주는 값은 확실히 받아야겠으니까."차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핸들을 쥐고 있던 석호의 굵은 뼈마디가 하얗게 도드라졌다. 모든 것을 다 잃은 주제에, 여전히 석호를 '비서' 취급하며 창부처럼 몸으로 거래하려는 저 알량한 자존심. 그 오만함이 석호의 내부에서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강하게 흔들어 깨웠다."좋습니다. 아주 비싸게 쳐드리죠."석호는 낮게 실소를 터뜨렸다. 그 서늘한 웃음소리에 은성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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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화

석호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피할 새도 없이 석호의 커다란 손이 은성의 뒷머리를 우악스럽게 틀어쥐었다."아악!"고개가 뒤로 꺾여 하얀 목줄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찰나, 석호가 은성의 두 눈 위로 차가운 검은 실크 안대를 단단히 동여맸다. 시야가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완전한 암흑. 시각이 끊어지자, 그 빈자리를 끔찍한 공포와 함께 다른 감각들이 미친 듯이 파고들기 시작했다.거실을 채운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젖은 셔츠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맨살을 헤집었다. 은성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은성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을 옭아맨 석호의 짙은 우드 향과, 대리석 바닥을 울리는 석호의 구두 발소리뿐이었다.또각, 또각.포식자의 발소리가 은성의 주위를 빙글빙글 맴돌았다. 은성은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방어하려 했지만, 언제 어디서 석호의 손길이 닿을지 모른다는 극도의 긴장감이 그의 피를 말렸다."어디 있어, 윤석호! 당장 이거 풀지 못해!""쉿. 시끄럽습니다, 도련님. 짐승이 주인 허락 없이 짖으면 곤란하죠."귓바퀴를 핥고 지나가는 서늘한 숨결. 은성이 화들짝 놀라 어깨를 움츠린 순간, 석호의 뜨겁고 거친 손이 은성의 젖은 셔츠 앞섶을 움켜쥐었다.찌익―!고급스러운 실크 셔츠가 섬뜩한 파열음을 내며 양옆으로 완전히 찢겨 나갔다. 단추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가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유난히 크게 울렸다. 차가운 공기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은성의 마르고 하얀 상체가 잘게 경련했다.석호의 커다란 두 손이 셔츠의 잔해를 벗겨내며 은성의 젖은 어깨와 쇄골을 노골적으로 쓸어내렸다. 얼음장 같은 피부에 델 듯이 뜨거운 체온이 닿자, 은성의 몸이 제멋대로 펄떡였다. 시야가 차단된 상태라 그 작은 터치조차 수십 배의 자극으로 뇌리에 박혔다.석호는 은성의 바지 버클마저 거침없이 풀어내렸다. 젖어 무거워진 천 쪼가리들이 허벅지를 타고 바닥으로 속절없이 추락했다. 은성은 완벽한 알몸이 되었다는 사실에 무릎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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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화

석호의 단단한 팔에 안긴 채 복도를 지나는 동안, 은성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워져 있었다. 눈을 가린 검은 실크 안대 너머로는 오직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시각이 차단된 은성이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곤 자신을 안아 든 석호의 규칙적인 심장 박동과, 젖은 맨살에 스치는 고급스러운 수트 원단의 서늘한 마찰감, 그리고 숨이 막힐 듯 짙게 풍겨오는 묵직한 우드 향뿐이었다.얇디얇은 실크 가운은 이미 빗물과 석호의 체온에 젖어 은성의 마른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석호의 너른 가슴팍에 가슴의 돌기가 스칠 때마다 예리한 전율이 척추를 타고 내달렸다.어디로 끌려가는 걸까. 침실이겠지. 침대에 던져져서, 이 수치스러운 꼴로 무슨 짓을 당하게 될까.공포와 수치심에 은성의 마른 어깨가 잘게 떨렸다. 곧이어 육중한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공간의 공기가 미세하게 달라졌다. 거실보다 훨씬 묵직하고 서늘한, 철저히 통제된 주인의 영역이 내뿜는 위압감이었다.은성은 본능적으로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곧 푹신한 매트리스 위로 몸이 던져질 것이라 예상하며 숨을 죽였다. 그러나 석호의 팔에서 벗어난 은성의 몸이 추락한 곳은, 안락한 침대 위가 아니었다."아윽...!"은성의 무릎과 어깨가 딱딱한 바닥에 부딪혔다. 최고급 양모 카펫이 깔려 있어 뼈가 부러지는 충격은 없었지만, 은성의 이성은 그 어느 때보다 산산조각이 났다. 자신이 던져진 곳이 침대 위가 아니라, 침대 발치 아래의 차가운 바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카펫의 보풀이 땀에 젖은 맨살에 달라붙어 따끔거렸고, 바로 위에서 주인의 체중이 내려앉은 매트리스가 둔탁하게 끼익거리는 소리가 은성의 귀를 짓눌렀다.머리 위에서 스프링이 가라앉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석호가 침대 끝자락에 여유롭게 걸터앉은 것이다. 시야가 가려진 은성에게는 그 위치의 격차가 주는 권력의 간극이 지독하게 선명하게 다가왔다. 자신은 바닥을 기는 벌레고, 석호는 그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포식자였다."어설프게 기대라도 한 모양이군요. 침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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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화

은성의 뺨 위로 석호의 물기 어린 손가락이 닿았다. 차가운 물방울이 턱을 타고 목에 감긴 초커 안쪽으로 스며들었다."미친 새끼... 내가, 윽...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채은성인데, 흣... 나한테 이딴 짓을 하고도 네가 무사할 줄 알아!"은성이 등 뒤로 결박당한 손목을 비틀며 발악했다. 자존심이 살점을 뜯어내는 것처럼 아파왔다. 석호의 손바닥에 고인 물을 개처럼 핥아먹으라니.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는 것이 나았다.그 순간, 석호가 등 뒤로 틀어쥐고 있던 은성의 손목을 무자비하게 꺾어 올렸다."아아악!"어깨가 탈골될 것 같은 극심한 고통에 은성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은성의 몸이 활처럼 휘어지며 석호의 허벅지 위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석호는 고통에 헐떡이는 은성의 뒷머리를 우악스럽게 움켜쥐고, 물이 고인 자신의 손바닥 앞으로 은성의 얼굴을 처박았다."네가 누군지 내가 제일 잘 알지."석호의 짐승 같은 반말이 귓전을 때렸다."태성그룹 막내아들 채은성. 내 뺨에 돈다발을 던지면서 웃던 오만한 새끼. 근데 어쩌나, 지금 그 채은성은 내 발밑에서 물 한 모금 못 마셔서 헐떡이는 짐승일 뿐인데."석호가 은성의 뒷머리를 쥔 손에 힘을 주어, 자신의 축축한 손바닥에 은성의 입술을 강제로 짓눌렀다. 숨을 쉬기 위해 벌어진 입술 틈새로 차가운 물이 밀려 들어왔다."켁, 커억... 컥!"사레가 들린 은성이 기침을 쏟아냈다. 눈을 가린 안대 밑으로 뜨거운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혀 내밀어서 핥아, 은성아. 바닥에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네 그 예쁜 입술을 찢어버릴 테니까."목숨을 쥐고 흔드는 듯한 서늘한 살기. 어깨가 부서질 것 같은 고통과 숨통을 조여오는 압박감 속에서, 은성의 이성은 결국 생존 본능 앞에 백기를 들었다.은성은 덜덜 떨리는 입술을 벌렸다. 뜨겁고 부드러운 혀가 뱀처럼 기어 나와, 석호의 크고 단단한 손바닥을 할짝이기 시작했다."흐읏... 흣, 하아..."수치심에 억눌린 신음과 함께, 은성이 석호의 손바닥에 고인 물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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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화

질척한 마찰음이 침묵에 가라앉은 침실을 음란하게 어지럽혔다. 석호의 길고 단단한 손가락 두 개가 은성의 부어오른 입술 사이를 느릿하고 진득하게 빠져나갔다. 점액질의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은성의 입가로 가느다란 은빛 줄기가 실타래처럼 늘어지다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툭, 끊어졌다.안대에 가려진 채 석호가 선사하는 노골적인 감각들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은성은, 최고급 양모 카펫 위에 볼품없이 엎드려 턱을 타고 흐르는 액체를 닦아낼 여력조차 없었다. 그저 산소가 부족해 파닥거리는 물고기처럼 입을 벌린 채, 타는 듯한 목구멍으로 비릿한 공기를 밀어 넣으며 거칠게 숨만 몰아쉴 뿐이었다. 마른 어깨가 들썩일 때마다 온몸의 마디마디가 잘게 경련하며 수치스러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이제 슬슬 답답하실 때가 됐죠. 도련님 성격에 이만큼 참으신 것도 기적입니다."석호의 나직하고도 서늘한 목소리가 정수리 위에서 날카롭게 내리꽂혔다. 그 목소리는 마치 잘 벼려진 칼날처럼 은성의 고막을 긋고 지나갔다. 이윽고 은성의 뒷머리를 빈틈없이 조이고 있던 매듭이 스르륵 풀려나갔다. 시야를 완벽하게 옥죄며 그를 철저한 암흑 속에 가두었던 검은 실크 안대가 바닥으로 무겁게 떨어졌다."아, 윽...!"오랜 시간 어둠에 침잠해 있던 동공 위로 침실의 은은한 간접 조명이 시퍼런 칼날처럼 쏟아졌다. 은성은 찢어질 듯한 안구의 통증에 미간을 한껏 찌푸리며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생리적인 눈물이 맺힌 긴 속눈썹이 경련하듯 파르르 떨렸다. 시각이 차단된 동안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다른 감각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코앞에 놓인 광택 나는 검은 구두코였다. 한때 자신이 비웃으며 걷어찼던 바로 그 구두. 시선을 조금 더 올리자 거대한 킹사이즈 침대의 짙은 프레임이 보였고, 마지막으로 그 모든 공간을 지배하듯 서 있는 윤석호가 나타났다. 흐트러짐 하나 없는 단정한 쓰리피스 수트 차림. 그 무심한 표정은 예전 태성그룹의 충직한 비서였을 때와 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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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화

석호의 굳은살 박인 커다란 손바닥이 가운의 얇은 실크 표면을 스치듯 쓸어내리자, 천의 부드러운 마찰이 오히려 은성의 맨살을 견딜 수 없이 자극했다. 은성은 그 손길이 닿는 곳마다 피부가 타들어 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흐읏, 만지지...! 앗, 거기... 하아..."석호의 손이 얇은 가운 너머로 은성의 평평하고 예민한 가슴을 노골적으로 덮어 쥐었다. 손바닥 전체로 가슴살을 진득하게 짓누르던 그는, 이내 얇은 천 위로 바짝 도드라진 돌기를 두 손가락 사이에 옥죄듯 끼우고 지그시 비틀어 올렸다."아아앙! 흣... 하아, 미, 미친 새끼야...! 손, 손 치워...!"뇌수를 직접 긁어내는 듯한 날카로운 쾌감과 통증에 은성의 허리가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휘어졌다. 등 뒤의 석호에게 기댄 채 헐떡이는 거울 속의 자신이 쾌락에 젖어 어떻게 일그러지고 있는지 두 눈으로 지켜봐야 하는 지독한 시각적 고문이었다.은성의 붉어진 두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쉴 새 없이 떨어져 초커를 적셨다. 석호의 손길은 멈추기는커녕 더욱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가운의 매듭을 슬쩍 풀어헤치고는, 은성의 판판한 배를 거칠게 쓸어내리며 잘록한 허리선과 골반을 진득하게 매만졌다.석호의 커다란 손이 가운 안쪽으로 서슴없이 깊숙이 파고들어, 가장 은밀하고 예민한 허벅지 안쪽의 연한 살을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살이 터질 듯한 악력과 동시에 밀려드는 찌릿한 감각에 은성의 고개가 뒤로 꺾였다."아아아앗! 흑, 안 돼... 거긴, 흐아앙...!""벌써부터 이렇게 질척하게 젖어 드는 걸 보니, 이 천박하고 가벼운 옷이 도련님 주제에 아주 잘 들어맞는 모양입니다."석호의 손가락이 은성의 뒤를 가차 없이 파고들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는 침범에 은성의 몸이 찢어질 듯 팽팽하게 굳었다."아윽! 아파, 아파...! 석호야, 제발...!"석호는 은성의 귓볼을 축축하게 핥으며 더욱 깊숙이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거울 속 은성의 얼굴은 수치심과 공포,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생리적인 열기로 인해 엉망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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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화

석호의 손가락이 거칠게 파고들었다. 윤활유 하나 없이, 준비되지 않은 침입. 몸이 굳어지며 찢어질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아아악! 싫어, 싫어...! 제발, 주인님... 잘못했어, 아파...!"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 은성의 이성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내던졌다. 제 입으로 '주인님'이라 부르며 애원했다. 처절한 모습. 석호의 입가에 그제야 짙고 기괴한 만족감이 번졌다."아직 죽으려면 멀었습니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엄살입니까? 도련님이 내 인생을 진흙탕에 짓밟았을 때에 비하면 이건 축복이나 다름없습니다."비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무자비하게 내부를 헤집었다. 통증이 극심했으나, 지독하게도 석호의 손길이 닿는 특정 지점마다 전율 같은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은성은 자신의 몸이 이성을 배신이라도 하듯 쾌락에 젖어 드는 것에 깊은 절망을 느꼈다."하아, 흑... 으으으... 하앗, 아...!"신음이 점차 교성으로 변해가자, 석호의 눈빛이 더욱 탁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은성의 다리를 양옆으로 거칠게 벌려 고정했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춤을 풀었다."이제 도련님이 그토록 냄새난다고 욕하던 이 몸을, 도련님의 가장 깊은 곳에 받아들일 시간입니다. 평생 잊지 못하게 해드리죠."석호의 거대한 존재감이 입구에 닿았다. 은성은 닥쳐올 파멸을 예감하며 석호의 어깨를 손톱으로 긁어댔다. 피가 배어 나왔다. 하지만 석호는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은성의 안을 짓이기며 들어차기 시작했다."아아아아아악!!"찢어질 듯한 통증. 시야가 하얗게 점멸했다. 꽉 막힌 기도가 터져 나가며 처절한 비명이 침실을 울렸다.석호는 은성의 좁은 내부가 자신의 것을 거부하듯 조여오는 감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허리를 박아 넣었다."하아... 도련님, 정말... 기가 막히게 조여대네요. 입으로는 싫다면서 속은 이렇게나 나를 환영하고 있지 않습니까."석호의 거칠고 맹렬한 침입. 은성의 몸이 침대 위에서 종이인형처럼 흔들렸다. 석호는 은성의 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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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 화

"흐, 읏... 내가, 내가 씻을 거야... 손대지 마..."덜덜 떨리는 손으로 석호의 팔목을 쥐었다. 하지만 석호는 코웃음을 치며 은성의 손을 가볍게 쳐냈다."혼자서 서 있지도 못하는 주제에 고집은. 도련님은 이제 스스로 몸을 씻을 권리조차 없습니다."석호의 손이 판판한 배를 지나 허벅지 안쪽으로 뱀처럼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리고는 은성의 다리를 벌렸다. 자신의 흔적이 잔뜩 남아 질척이는 그곳을 손가락으로 가차 없이 파고들었다. 점막 사이로 뜨거운 물과 타액, 정액이 뒤섞였다.석호의 손가락에 의해 휘저어지자 은성은 숨을 들이켜며 고개를 뒤로 꺾었다."아앗! 하아, 흑... 싫어, 빼...! 빼라고!""가만히 있으세요. 내 흔적을 지우는 것도 내 허락이 있어야 가능한 겁니다. 도련님의 안도, 밖도, 전부 내 것이니까."석호는 은성의 안을 비집고 들어간 손가락을 구부려, 내벽에 묻은 자신의 정액을 긁어내듯 씻어냈다. 배출을 위한 것이라기엔 다분히 폭력적이고 지배적인 행위였다. 물과 섞여 희게 흐르는 액체를 내려다보는 석호의 눈빛에는 서늘한 희열이 맺혀 있었다.자신의 가장 은밀한 곳까지 석호의 손에 철저히 유린당하며 수동적으로 씻겨지는 상황. 차라리 이대로 혀를 깨물고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비참했다. 은성은 욕조의 차가운 가장자리를 두 손으로 틀어쥐며 극도의 수치심을 견뎌냈다. 석호의 손가락이 깊숙이 파고들 때마다 욕조의 물이 요동쳤고,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러내리는 뜨거운 물줄기가 상처 난 내벽을 자극하며 비릿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의 몸은 석호가 내벽을 긁어낼 때마다 파들파들 떨리며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씻겨나가는 감각이 오히려 새로운 자극이 되어 등줄기를 훑었다.석호는 물기를 머금어 처연하게 늘어진 은성의 은발을 쓸어 넘겨주었다. 세면대 위로 길게 뻗은 대형 거울로 시선을 돌렸다."보세요, 도련님."석호의 명령. 은성은 억지로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물안개가 서린 어두운 거울 속. 제 발로는 서 있지도 못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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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 화

무거운 눈꺼풀을 무자비하게 짓누르는 것. 그것은 나른한 아침 햇살이 아니었다.뼛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혈관을 타고 흐르는 지독한 피로. 온몸의 근육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듯한 극심한 통증이었다.은성은 쩍쩍 갈라진 입술 사이로 앓는 소리를 냈다.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쇳덩이처럼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밀어 올렸다.흐릿한 시야 위로 낯선 풍경이 쏟아져 내렸다. 평생 눈에 담고 살았던 태성그룹 본가의 화려한 샹들리에가 아니었다. 잿빛의 차갑고 모던한 펜트하우스. 아득할 정도로 높은 천장이 은성을 짓누르듯 내려다보고 있었다.멍한 머릿속. 지난밤의 기억들이 날카로운 유리 파편처럼 날아와 뇌리에 박혔다. 숨이 막히도록 시야를 옥죄어오던 검은 안대. 거친 카펫 위에서 개처럼 엎드려 핥아먹었던 차가운 물. 거울 앞에서 산산조각 났던 알량한 자존심. 따뜻한 욕조 안에서 석호의 손길에 수치스럽게 내벽이 씻겨지다 까무러치듯 정신을 잃었던 끝."아, 윽...!"현실을 부정하듯 몸을 뒤척이려던 은성. 짐승 같은 비명을 삼키며 다시 시트 위로 쓰러졌다. 허리 아래부터 예민한 허벅지 안쪽까지 빈틈없이 밀려드는 날카로운 통증. 하반신이 마치 거대한 포식자의 턱에 물려 뼈째로 으스러진 것 같았다. 척추를 타고 오르는 찌릿한 감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은성은 파들파들 떨리는 마른 손을 들었다. 자신의 하얀 목덜미를 더듬었다. 손끝에 서늘하고 뻣뻣한 가죽의 질감이 닿았다. 악몽이 아니었다. 은색 링이 달린 두꺼운 가죽 초커는 여전히 목을 단단히 옭아매고 있었다.평생 제 손으로는 벗을 수 없는 저주받은 족쇄. 윤석호의 소유물이라는 명백한 낙인. 은성은 초커의 은색 링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그 안쪽에 파여 있을지 모르는 석호의 이니셜을 상상했다. 그 차가운 금속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지난밤의 치욕이 살아 있는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목을 조여왔다.핏기가 가신 입술을 질끈 깨물고, 덜덜 떨리는 팔에 힘을 주어 간신히 상체를 일으켰다. 이불이 스르륵 흘러내렸다.적나라하게 드러난 자신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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