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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개였던 당신에게: Chapter 11 - Chapter 20

55 Chapters

제 11 화

석호가 먼저 유일한 의자에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는 식탁 위에 손을 짚고 위태롭게 서 있는 은성의 마른 어깨를 커다란 손으로 지그시 내리눌렀다."아, 앗..."압도적인 힘. 짓눌린 은성의 무릎이 속절없이 꺾였다. 은성은 석호의 벌어진 두 다리 사이, 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로 무릎을 꿇은 채 엎어졌다.은성이 당황하며 석호의 수트 바지깃을 짚고 일어나려 했다. 석호는 은성의 목에 걸린 초커 링을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며 제지했다."이 집의 두 번째 규칙입니다. 식사 시간에 짐승이 감히 주인과 겸상할 수는 없죠. 도련님의 자리는 거기, 제 발밑입니다."은성의 얼굴이 모멸감으로 하얗게 질렸다. 석호는 은성의 참담한 표정을 즐기듯 내려다보았다.티스푼으로 뜨거운 수프를 살짝 떠서 자신의 입가로 가져가 가볍게 불어 식혔다. 그리고 그것을 바닥에 꿇어앉은 은성의 입술 앞으로 내밀었다."입 벌리세요."석호의 구두 코가 은성의 얇은 가운 사이로 파고들었다. 은밀한 부근의 살결을 툭툭 건드렸다.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주인이 내미는 숟가락을 받아먹어야 하는 끔찍한 처지.은성은 수치심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과거 은성이 석호의 얼굴에 뜨거운 수프 접시를 집어 던졌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왜 그러십니까? 도련님이 예전에 내 얼굴에 집어 던졌던 그 쓰레기 같은 수프보다는 백배 천배 맛있을 텐데 말입니다. 네, 지금 도련님은 짐승이니까 제격 아닙니까."은성은 꽉 다문 입술 사이로 절망적인 목소리를 토해냈다."...안, 먹어. 치워...""안 먹겠다는 짐승의 입을 억지로 벌려서 쑤셔 넣는 취미는 없습니다. 다만, 주인이 베푸는 호의를 거절했으니 그에 합당한 대가는 치러야겠죠."석호의 커다란 손이 은성의 얇은 실크 가운 안으로 뱀처럼 스멀스멀 기어 들어왔다. 아직 지난밤의 가혹한 정사로 붉게 부어올라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가슴팍.그곳을 커다란 손바닥으로 진득하게 덮어 쥐자, 은성의 입술 사이로 반사적인 신음이 터져 나왔다."흐앗! 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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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 화

아침 식사라는 이름의 가학적이고 비참한 복종 의식이 끝난 후, 석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유롭게 수트 재킷을 걸쳤다. 먼지 한 톨 허용하지 않는 매끄러운 수트 원단이 그의 단단한 어깨선을 따라 유려하게 떨어졌다. 구김 하나 없이 날카롭게 재단된 네이비색 수트핏은 그가 오늘 처리해야 할 잔혹한 업무에 걸맞은 냉정함을 띠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은성을 바닥에 꿇려놓고 입안을 희롱하던 짐승 같은 열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타인의 피와 살을 발라먹으며 성장한 포식자의 서늘한 이성만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바닥에 웅크린 채 가쁜 숨을 헐떡이던 은성은 핏발 선 눈으로 석호의 단단한 구두코를 올려다보았다. 석호는 무릎을 굽혀 은성의 눈높이에 맞춘 뒤, 땀에 젖어 헝클어진 은발을 다정하게 쓸어넘겨 주었다. 가늘게 떨리는 은성의 눈꺼풀 위로 석호의 묵직한 우드 향과 쌉쌀한 커피 향이 뒤섞인 숨결이 닿았다. 그 숨결은 다정했으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은성의 심장을 난도질했다."저는 이제 나가봐야겠습니다. 오늘 회장님... 아니, 전 회장님이시죠. 도련님의 아버님이 오늘 오전 구치소로 이감되십니다. 태성그룹 청산과 자산 압류를 총괄하는 대리인으로서, 그 비참한 마지막 절차는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하니까요.""뭐...?"은성의 좁은 어깨가 벼락을 맞은 듯 움찔 떨렸다. 경영권이 넘어갔다는 사실보다, 아버지가 포승줄에 묶여 끌려간다는 현실은 그를 지탱하던 유일한 세계가 완전히 함몰되는 소리와 같았다. 파랗게 질린 은성의 입술이 달달 떨리자, 석호는 그 처절한 얼굴을 감상하듯 뺨을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태성이라는 제국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더군요. 곪아 터진 비자금 내역들을 언론에 적절히 흩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덕분에 제가 이렇게 도련님의 목줄을 합법적으로 쥘 수 있게 되었고요."석호의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은성의 목에 채워진 가죽 초커의 은색 링을 툭 건드렸다. 챙그랑,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은성의 고막을 서늘하게 찔렀다. 석호는 은성의 턱을 치켜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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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 화

은성은 홀린 듯 문을 열었다. 그리고 조명 스위치를 켠 순간, 심장이 통째로 뜯겨 나가는 듯한 공포에 숨을 들이켰다. 그곳은 서재도, 옷방도 아니었다. 사방의 넓은 벽면이 기괴할 정도로 빼곡한 사진들로 채워져 있었다. 수천 장에 달하는 사진 속 피사체는 단 한 명, 채은성뿐이었다.은성은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며 벽으로 다가갔다. 사진들은 최근의 것뿐만이 아니었다. 5년 전, 석호가 처음 수행비서로 들어왔던 시절의 앳된 모습부터, 파티장에서 누군가를 비웃던 오만한 찰나까지. 모든 사진은 은성의 시선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아주 집요하고 은밀한 관찰자의 앵글로 찍혀 있었다.은성의 붉은 입술, 땀에 젖은 목덜미, 셔츠 사이로 드러난 쇄골과 발목을 병적으로 확대한 클로즈업 사진들 앞에서는 헛구역질이 치밀었다. 유리 진열장 안에는 은성이 버렸던 몽블랑 만년필, 뜯겨진 셔츠 단추, 타액이 묻은 냅킨까지 날짜별로 정갈하게 라벨링 되어 모셔져 있었다. 석호는 은성의 파편들을 수집하며 그를 박제해왔던 것이다."미쳤어... 넌 미쳤어..."지금껏 이것이 단순히 계급적 복수라고 믿었던 은성은 소름 끼치는 진실에 압도당했다. 석호는 태성을 집어삼키기 위해 은성을 짓밟은 게 아니었다. 채은성이라는 피사체를 영원히 자신의 박제상자에 가두기 위해, 방해물인 태성그룹 전체를 가차 없이 박살 내버린 것이다.띡, 띡, 띡.전자시계의 알람 소리가 정적을 깼다. 저녁 7시 50분. 석호가 예고한 심판까지 남은 시간은 단 10분이었다.공포가 은성의 남은 이성을 마비시켰다. 이 기괴한 집착의 방을 보고 나니, 주인의 명령을 어겼을 때 닥칠 징벌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은성은 비틀거리며 거실로 달려갔다. 허벅지 안쪽의 통증 따위는 느껴지지도 않았다.현관 앞 차가운 대리석 바닥. 은성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가운의 매듭을 거칠게 풀어내었다. 얇은 실크 천이 바닥으로 허무하게 추락했다. 은성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된 채 서늘한 바닥 위로 두 무릎을 꿇고 납작하게 엎드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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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 화

거실 현관의 차가운 대리석 바닥. 알몸으로 엎드린 채 주인의 구두코에 뺨을 비비며 헐떡이는 은성의 머리 위로, 낮고 서늘한 웃음소리가 떨어져 내렸다.석호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은성의 은발을 커다란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마치 주인을 기다리다 지친 충견을 달래주는 듯한 그 맹목적인 다정함에, 은성은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지독한 수치심이 뒤섞인 눈물을 바닥으로 뚝뚝 흘렸다."아주 잘했습니다. 1분의 오차도 없이, 제가 명령한 그 모습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군요."석호의 단단한 손길이 은성의 젖은 뺨을 지나 가느다란 목덜미, 그리고 은색 링이 달린 가죽 초커를 어루만졌다. 은성은 주인의 손길에 맞춰 본능적으로 허리를 더 낮추고 앓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석호의 손끝이 은성의 목덜미를 쓰다듬던 그 순간, 그의 움직임이 미세하게 멈칫했다."그런데 도련님."석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고 끈적하게 가라앉았다. 그의 콧대가 은성의 목덜미 가까이로 훅 다가왔다. 짐승이 먹잇감의 냄새를 맡듯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펜트하우스의 적막을 갈랐다."몸에서 아주 낯익은 냄새가 나네요. 낡은 인화지 냄새, 그리고 오래된 벨벳의 먼지 냄새.""...아."은성의 심장이 그야말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전신을 타고 흐르던 핏기가 한순간에 증발해 버린 것처럼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 내렸다. 파들파들 떨리던 어깨가 돌처럼 굳어버렸다. 은성은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채, 사형 선고를 기다리는 죄수처럼 공포에 질려 커다랗게 벌어진 눈동자로 석호의 구두코만을 응시했다."제 소중한 방은, 마음에 드셨습니까?"머리통을 깨부수는 듯한 끔찍한 확인 사살이었다. 석호는 화를 내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내뱉는 음성은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고 만족스러움에 젖어 있었다. 은성은 그제야 깨달았다. 먼지 한 톨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윤석호가 방문을 덜 닫고 나갔던 것은 결코 실수가 아니었다. 그는 은성이 그 방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짜놓은 이 거대한 거미줄의 실체를 확인한 뒤 완벽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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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 화

죽여달라는 말은 이걸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시죠."태블릿의 화면이 켜지며 눈부신 백색광이 어두운 방 안을 밝혔다. 은성은 눈을 질끈 감으려 했지만, 석호가 은성의 턱을 강하게 쥐고 화면을 똑똑히 보게 만들었다.화면에 띄워져 있는 것은 오늘 자 주요 경제 뉴스의 헤드라인 기사들이었다.[태성그룹 채회장,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치소 전격 이감... 포승줄에 묶인 채 침묵][태성의 몰락, 장남과 차남은 해외로 도피... '모든 비자금의 실소유주는 막내 채은성'이라며 꼬리 자르기 논란][검찰, 막내 채은성에게 구속 영장 청구 검토... 채은성 현재 행방불명 상태]기사 위에는 수의를 입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는 아버지의 처참한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었다. 은성의 동공이 찢어질 듯 팽창했다."이, 이게... 이게 뭐야... 형들이 나한테 다 뒤집어씌웠다고...? 거짓말, 거짓말이야!""거짓말이라뇨. 도련님의 그 잘난 핏줄들은 짐을 싸서 도망치기 바빴습니다. 살기 위해 도련님을 철저하게 방패막이로 던져주고 말이죠. 도련님이 세상 물정 모르고 펑펑 쓰고 다니던 그 카드값들이 다 어디서 나온 비자금인지 검찰이 아주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더군요."석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평온했지만, 그 내용 하나하나는 은성의 남은 이성을 완벽하게 난도질하는 예리한 비수였다."자, 이제 어떻게 할까요. 이 집 문을 열고 나가시겠습니까? 문밖으로 나가는 순간, 도련님은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검찰의 포토 라인에 서게 될 겁니다. 수십 대의 카메라 앞에서 아버지처럼 포승줄에 묶여, 저 차가운 구치소 바닥에서 평생을 썩어가겠죠. 가족들에게 철저하게 버려진 쓰레기처럼."은성의 호흡이 발작을 일으키듯 가빠졌다. 세상이 완전히 뒤집혀 버렸다. 태성그룹이라는 거대한 온실이 사라진 것도 모자라, 가족이라는 마지막 끈마저 자신을 시궁창으로 밀어 넣었다는 사실에 은성의 멘탈은 산산조각이 났다. 문밖의 세상은 석호의 펜트하우스보다 천 배, 만 배는 더 끔찍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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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 화

사진들로 둘러싸인 기괴한 방 한가운데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로 엉겨 붙었다. 채은성의 세상은 완전히 멸망했고, 오직 윤석호라는 이름의 절대적이고 뒤틀린 구원자만이 남게 되었다.심연의 전시실. 주인의 품에 안겨 밤새도록 짐승처럼 오열했던 날 이후.펜트하우스의 시간은 기묘할 정도로 고요하고 느리게 흘러갔다.아침 햇살이 거대한 통유리창을 뚫고 들어왔다. 거실의 최고급 양모 카펫 위로 길고 나른하게 늘어졌다.은성은 얇은 실크 가운조차 걸치지 않은 완벽한 알몸이었다. 몸을 둥글게 웅크린 채, 카펫의 부드러운 털을 손가락으로 무의미하게 쓸어내렸다.하얀 살결 위에는 여전히 지난밤 정사의 흔적들이 선명했다. 붉게 달아오른 울혈들과 보랏빛 멍 자국들. 그것들이 낙인처럼 전신을 덮어 욱신거렸다. 하지만 뇌를 지배하는 지독한 무력감 앞에서는 그깟 육체적 통증 따위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과거의 채은성 같았으면 눈을 뜨자마자 이 비참한 현실을 부정했을 것이다. 어떻게든 도망칠 궁리를 하고, 흑경 앞에서의 수치심을 지워내려 '처절한 외면'이라는 얄팍한 방어막 뒤로 숨으려 발버둥 쳤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은성에게는 그 알량한 반항심조차, 한 줌의 자존심조차 완벽하게 증발해 버렸다.저 두꺼운 강화유리창 너머의 세상은 그야말로 끔찍한 지옥이었다.아버지는 구치소의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수감되어 수의를 입고 있을 것이다. 핏줄을 나눈 형제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막내인 은성에게 모든 횡령과 배임의 죄를 뒤집어씌운 채 비행기에 올랐다.이 철문 밖을 나서는 순간. 수백 대의 카메라 플래시가 눈을 멀게 하고, 검찰의 거친 포승줄이 자신의 두 손목을 옭아맬 것이다.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이후, 은성에게 이 거대한 펜트하우스는 더 이상 감옥이 아니었다.세상의 모든 화살과 멸시로부터 자신을 숨겨주는 곳.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안전하고 따뜻한 요람.채은성은 이미 사회적으로 완벽하게 죽어버렸다. 이곳에는 오직 윤석호의 온기만을 기다리는 짐승 한 마리만이 살아 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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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 화

"이 싸구려 인조 가죽은 이제 도련님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군요. 너무 낡고 해져서, 짐승의 하얀 피부에 보기 싫은 붉은 생채기를 내고 있지 않습니까."석호의 그 한마디. 은성의 팽창된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석호의 길고 서늘한 손가락이 조잡한 가죽 초커의 금속 버클에 닿았다.툭-.무심한 소리와 함께 버클이 풀렸다. 단단하게 목을 옥죄고 있던 낡은 가죽끈이 힘없이 대리석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며칠 만에 처음으로 은성의 목에 맨살이 드러났다. 서늘한 거실의 공기가 피부에 닿았다.그것은 결코 해방감이 아니었다. 은성은 전신에 피가 차갑게 식어 내리는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혔다.목을 조르고 있던 주인의 족쇄가 사라졌다는 것. 그것은 곧 자신이 주인의 소유물로서의 가치를 잃었다는 뜻이었다. 길거리에 버려진 유기견처럼 이 안전한 요람에서 내쫓겨 세상의 그 끔찍한 포토 라인에 서게 된다는 처참한 선고와도 같았다."아, 안 돼...! 하아, 흡...!"은성은 물 밖에 내던져진 물고기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극심한 과호흡을 일으켰다. 숨이 턱턱 막혀오는 고통 속에서도 은성은 사색이 된 얼굴로 석호의 수트 바지깃을 미친 듯이 움켜쥐었다."주, 주인님... 내가, 내가 잘못했어... 흐아앙, 나 버리지 마... 나 말 잘 들었잖아... 네가 하라는 대로 다 벌리고 울었잖아, 제발...!"이성을 완전히 상실한 은성은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쾅쾅 소리가 날 정도로 자신의 이마를 짓찧었다. 발작하듯 애원했다.덜덜 떨리는 두 손으로 자신의 텅 빈 목덜미를 부여잡은 채, 제발 그 숨 막히는 가죽끈을 다시 묶어달라고 절규했다. 구속을 갈망하며 자유를 거부하는 피사체.과거 태성그룹의 가장 고고하고 오만했던 도련님이 보여주는 그 지독하게 비참하고도 아름다운 구걸. 석호의 두 눈동자가 형언할 수 없는 깊은 희열과 광기로 검게 물들었다.석호는 바닥에 이마를 짓찧으며 피를 보려는 은성의 어깨를 단호하게 잡아채어 제지했다. 그리고 눈물과 콧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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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 화

두 번 다시는 열리지 않도록 끝까지 열쇠를 돌려버린 순간. 은성의 목에는 이제 그 어떤 도구로도 쉽게 끊어낼 수 없는 완벽한 주인의 낙인이 씌워졌다.석호는 은성의 목에 걸린 그 완벽한 소유의 증표를 황홀하다는 듯 손가락으로 길게 쓸어내렸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던 유일한 은빛 열쇠를 들고 천천히 거실의 한구석으로 걸어갔다.펜트하우스 내부의 관상용 수로가 연결된 곳. 끝을 알 수 없이 깊고 어두운 대리석 배수구가 있는 곳이었다.석호는 바닥에 엎드린 채 자신을 쫓는 은성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 작은 열쇠를 아무런 미련 없이 배수구의 틈새로 툭, 던져버렸다.챙, 채앵, 챙-.열쇠가 어둡고 깊은 관을 타고 떨어지며 금속관에 부딪히는 서늘한 마찰음이 아득하게 멀어져 갔다. 영원한 구속을 알리는 종소리였다."이제 이 목줄은 평생 풀 수 없습니다. 열쇠는 방금 사라졌으니까요. 내가 도련님의 숨통을 내 손으로 끊어버리는 마지막 날까지, 도련님은 영원히 이 백금과 함께 내 것이라는 뜻입니다."육체를 칼로 훼손하는 그 어떤 끔찍한 고통보다도 더 잔혹하고 확실한 심리적 각인이었다.피부와 하나가 되어버린 서늘하고 무거운 백금의 물리적인 감각. 숨을 쉴 때마다, 침을 삼킬 때마다 묵직하게 목을 누르는 그 금속성은 자신이 누구의 통제 아래 있는지를 1초마다 상기시킬 것이다.하지만 기괴하게도, 유일한 열쇠가 깊은 배수구 속으로 영원히 버려지는 그 순간. 은성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지독한 공포를 집어삼키는 끈적하고 압도적인 안도감이 피어올랐다.평생 풀 수 없다는 석호의 서늘한 선고. 그것은 곧 평생 자신을 이 안전한 펜트하우스 안에서 보호하고 책임져 주겠다는 악마의 뒤틀린 약속과도 같았기 때문이다.은성의 내면에서 마지막으로 점멸하던 이성의 끈이 그 순간 완벽하게 툭, 하고 끊어져 나갔다. 지독한 가스라이팅과 스톡홀름 신드롬이 결합된 완전무결한 붕괴였다."흐, 읏... 네, 네에... 주인님... 평생, 주인님 걸로 살게요... 흑, 평생 주인님 발밑에서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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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 화

육중한 현관문이 닫혔다.도어록이 잠기는 서늘한 기계음이 넓은 복도를 울렸다. 그 소리는 마치 은성의 관뚜껑에 마지막 대못을 박는 소리처럼 들렸다. 백 평이 넘는 거대한 펜트하우스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완벽한 정적이 찾아왔다.은성은 비로소 자신이 살아있는 시체가 되었음을 뼈저리게 실감했다.석호가 출근하고 난 뒤의 텅 빈 집. 과거 태성그룹의 고고한 도련님이었던 채은성에게 이 시간은 절박한 사투의 시간이어야 마땅했다. 주인의 눈을 피해 숨을 고르고, 이 끔찍한 새장을 빠져나갈 아주 작은 틈새라도 찾기 위해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려야 했다.하지만 은성의 목에 영원히 풀 수 없는 서늘한 백금의 족쇄가 채워지고, 유일한 열쇠가 깊은 배수구 밑으로 사라진 그날 아침 이후. 펜트하우스의 낮 풍경은 기괴할 정도로 완벽하게 변해버렸다.아침 햇살이 통유리창을 넘어와 거실을 눈부시게 비추고 있었다. 은성은 그 빛을 피해, 소파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구석진 카펫 위로 몸을 둥글게 웅크렸다.하얗고 마른 몸에는 얇은 실크 가운조차 걸쳐져 있지 않았다. 완벽한 알몸.어차피 이 철저한 밀실에는 타인의 시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주인이 없는 시간 동안 부끄러움을 느끼며 옷을 찾아 입어야 한다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자각조차 하얗게 증발해 버린 지 오래였다. 의복은 수치심을 아는 인간의 것이지, 완벽하게 사육되는 짐승의 것이 아니었다.알몸으로 엎드린 은성은 텅 빈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했다. 덜덜 떨리는 마른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목을 빈틈없이 감싸고 있는 묵직한 백금 링을 천천히 쓸어내렸다.손끝에 닿는 차가운 금속의 질감. 안쪽에 깊게 파인 석호의 이니셜이 여린 피부를 짓누를 때마다, 은성의 메마른 입술 사이로 옅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그것은 절망이 아니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버리지 않을 절대자가 나를 옭아매고 있다는, 소름 끼치도록 달콤한 안도감이 핏줄을 타고 흘렀다.한참을 카펫에 엎드려 있던 은성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령처럼 소리 없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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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 화

[태성그룹 일가 파멸... 막내 채은성, 수천억 비자금 안고 해외 밀항 혹은 극단적 선택 정황][검찰, 사라진 채은성 지명수배 내리고 출국 금지 조치... 형들은 "모든 것은 막내의 단독 범행" 주장]거대하고 검은 활자들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은성의 동공을 사정없이 찔러대고 있었다.기사 한가운데에는 과거 후계자 시절, 최고급 수트를 입고 거만하게 공항 라운지를 빠져나가던 자신의 사진이 흑백으로 처참하게 박혀 있었다. 그 옆에는 '지명수배', '생사 불명'이라는 자극적이고 단정적인 단어들이 붉은 글씨로 도배되어 있었다.더 이상 처절한 외면으로 도망칠 수 없는 완벽한 사형 선고였다."아... 아아, 말도 안 돼... 이게, 이게 무슨..."은성의 창백한 입술 사이로 바람 빠진 비명이 새어 나왔다. 핏발 선 두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져 신문지를 검게 적셨다.가족이라 믿었던 형들은 살기 위해 막내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웠다. 세상은 이제 채은성이라는 인간을 수백억을 훔친 파렴치한 중범죄자이거나, 죄책감에 바다에 뛰어든 시체로 취급하고 있었다.막연하게 짐작만 하던 사회적 사형 선고. 그것이 활자로 박혀 물리적으로 들이밀어지자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이 현관 문밖을 나서는 순간,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발각되는 순간. 자신은 차가운 포승줄에 묶인 채 세상 사람들의 침 세례를 받는 끔찍한 구경거리로 전락할 것이다. 감옥의 좁은 독방에서 평생을 짐승처럼 썩어가야 할 것이다.은성은 다리에 힘이 풀려 대리석 바닥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손에 쥐고 있던 신문지가 참혹하게 구겨지며 떨어졌다.극심한 공포가 거대한 아나콘다처럼 은성의 목을 조르고 들어왔다. 은성은 숨을 쉬기 위해, 헐떡이는 입을 벌리며 목을 빈틈없이 감싼 백금 초커를 미친 듯이 긁어댔다.하지만 숨이 넘어가기 직전. 극단의 공포가 정점을 찍은 그 순간.기괴하게도 은성의 부서진 내면에서 소름 끼치는 반전이 일어났다.'자신은 세상에서 완벽하게 지워진 존재다. 호적조차 증발해 버린 살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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