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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개였던 당신에게: Chapter 31 - Chapter 40

55 Chapters

제 31 화

차가운 사기그릇 가장자리에 입술을 대고 수프를 핥아 올리는 순간, 목에 달린 방울이 그릇에 부딪히며 쨍, 하는 파열음을 냈다. 그 소리는 마치 은성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한 줌의 인간성을 조롱하며 부숴버리는 선고와도 같았다. 은성의 혓바닥이 수프를 탐닉할 때마다 방울은 그릇과 살결 사이에서 미친 듯이 진동했다.딸랑-. 쨍.짐승의 자세로 주인이 던져준 밥을 핥아 먹으며, 은성의 커다란 두 눈에서 굵은 눈물이 쉴 새 없이 뚝뚝 떨어져 수프 위로 번져갔다. 허기를 채우고 난 뒤에도 끔찍한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욕실로 향하기 위해 움직여야 할 때마다 은성은 인간처럼 두 발로 걷지 못했다. 움직일 때마다 사방에 울려 퍼지는 방울 소리가 은성의 남은 이성을 철저하게 짓밟았다.은성은 차가운 대리석 복도를 네 발로 기어 욕실로 향했다. 무릎이 쓸리고 손바닥이 붉게 달아오랐지만, 그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욕실의 거대한 전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몰골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목에는 주인의 이니셜이 박힌 백금 초커와 은방울을 단 채, 온몸이 석호의 흔적으로 얼룩진 나체의 남자.은성은 스스로를 혐오하는 시선으로 거울을 노려보다가, 이내 바닥에 이마를 박고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그 처절한 울음소리마저 방울 소리에 먹혀 기괴한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 은성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붉게 달아오른 유두와 허벅지 사이를 보며 절망적으로 자위하기 시작했다. 방울 소리가 거칠어질수록 은성의 눈물은 더욱 짙어졌다. 밖의 세상은 그를 지웠지만, 이 요람은 그를 완벽하게 분해하고 개조하여 사육의 우리를 완성해 가고 있었다.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만이 텅 빈 펜트하우스의 적막을 채우고 있었다.인간의 존엄을 낱낱이 깎아내어 짐승의 틀에 억지로 쑤셔 넣는 가학적인 과정은, 필연적으로 가냘픈 육체의 비참한 붕괴를 동반했다. 거실 바닥을 기어 다니며 사기그릇에 담긴 차가운 수프를 핥아 먹고, 주인이 돌아오면 꼬리를 흔들며 구두에 뺨을 비비던 며칠. 살기 위해 스스로 뇌를 도려내고 완벽한 백치화를 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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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 화

석호의 목소리는 한없이 낮고 차가웠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이 공들여 조각한 소유물이 허락 없이 부서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통제광 특유의 짙은 집착이 서려 있었다. 석호는 은성을 거실 중앙의 거대한 가죽 소파 위로 거칠게 들어 올려 눕혔다. 젖은 셔츠 사이로 비치는 은성의 붉게 달아오른 유두와 가늘게 떨리는 허리선을 내려다보는 석호의 눈동자가 소유욕으로 검게 가라앉았다. 그는 은성의 목에 매달린 방울을 손끝으로 튕겼고, 청아한 소리가 거실의 정적을 자극적으로 찢어발겼다. 석호는 은성의 다리를 양옆으로 크게 벌리고 그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뜨거운 열기로 인해 은성의 허벅지 안쪽 살은 평소보다 예민해져 있었고, 석호의 차가운 수트 바지가 닿을 때마다 은성은 허리를 뒤틀며 밭은 신음을 내뱉었다.한 시간 뒤, 묵직한 발소리와 함께 펜트하우스의 현관문이 열렸다. 의료용 왕진 가방을 들고 들어온 중년의 남자는 VIP 전담 주치의였다. 그는 태성그룹을 집어삼킨 윤석호의 막강한 자본과 권력 아래 완벽하게 목줄이 잡힌 처지였다. 주치의는 거실 소파 위에 늘어진 은성을 보고 흠칫 어깨를 떨었다. 과거 고고했던 태성그룹의 막내 도련님이 주인의 헐렁한 셔츠 한 장만 걸친 채, 목에는 백금 초커와 은방울을 달고 창부처럼 늘어져 있는 꼴은 지나치게 외설적이고 충격적이었다.더욱 가관인 것은 석호의 태도였다. 석호는 주치의가 도착했음에도 은성의 다리 사이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은성의 한쪽 다리를 자신의 어깨 위로 높게 꺾어 올리며, 셔츠 너머로 드러난 은성의 치부를 타인에게 전시하듯 내보였다. 수치심과 고열로 혼미해진 은성은 그저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만을 내뱉었다."수액과 해열제부터 투여해. 그리고 상처에 덧난 염증도 가라앉히고. 아주 정교하게 다뤄야 할 겁니다. 내 물건에 흠집이라도 내는 날엔 당신 목숨도 보장 못 하니까."석호가 은성의 허벅지 안쪽 여린 살을 지긋이 깨물며 서늘하게 지시했다. 주치의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사시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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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 화

딸랑-. 딸랑-.움직일 때마다 목에 달린 은방울이 울렸지만, 그것은 아픈 짐승의 가여운 떨림으로 완벽하게 위장되었다. 은성의 마른 손이 뱀처럼 미끄러져 들어가 수면제 포장재를 낚아채어 손바닥 안으로 감추어 쥐었다. 바스락거리는 미세한 마찰음은 경박하게 울려 퍼지는 방울 소리에 완전히 먹혀들었다. 은성은 신음을 삼키며 그것을 셔츠의 넓은 소매 안쪽, 꽉 조여진 커프스 사이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 손목에 닿는 차가운 플라스틱의 감각은 은성에게 있어 생존을 향한 최후의 희열이자 지독한 카타르시스였다.잠시 후 석호가 다시 거실로 들어왔다. 주치의는 쫓기듯 펜트하우스를 빠져나갔고, 다시 기괴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석호는 은성의 곁으로 다가와 땀에 젖은 은발을 다정하게 쓸어넘겼다. 해열제 덕분인지 은성의 창백했던 얼굴에 몽롱한 홍조가 돌고 있었다."이제 열이 좀 내리는 것 같군. 착한 짐승은 주인의 속을 함부로 썩이지 않는 법입니다. 앞으로는 허락 없이 아프지도 마세요."석호는 다시 은성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 수액 바늘이 꽂힌 은성의 손을 자신의 성기 위로 가져갔다. 은성은 힘없는 손가락으로 주인의 뜨거운 열기를 감각하며 헐떡였다. 석호의 거친 손가락이 은방울을 건드릴 때마다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고, 은성은 덜덜 떨리는 몸을 일으켜 석호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었다. 석호는 은성의 얇은 허리를 감싸 안고 목덜미에 코를 박은 채 은성의 체취와 자신의 향수가 뒤섞인 눅진한 냄새를 탐욕스럽게 들이마셨다."아아... 주인님... 잘못했어요... 안 아플게요... 계속 주인님 발밑에만 있을게요..."자신의 품에 머리를 비비며 꼬리를 흔드는 은성을 내려다보며 석호는 완전한 소유의 안도감을 느꼈다. 어떠한 변수도 없이 자신의 통제 아래서만 숨을 쉬는 완벽한 조각상. 하지만 석호는 알지 못했다. 자신의 목을 끌어안고 복종의 눈물을 흘리는 은성의 오른쪽 소매 안쪽에, 포식자를 잠재울 치명적인 독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은성은 석호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소리 없이 입술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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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4 화

은성은 천천히 몸을 비틀어 소파 아래 카펫 위로 소리 없이 내려왔다. 그는 거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장식 거울을 바라보았다.하얗게 질린 얼굴, 땀에 젖어 이마에 들러붙은 은발. 헐렁한 주인의 셔츠 한 장을 걸친 채 바닥을 기는 짐승의 몰골. 그 위로, 목을 단단히 옥죄고 있는 백금 초커와 은방울이 끔찍한 낙인처럼 번뜩이고 있었다.은성은 거울 속의 자신을 서늘하게 마주 보았다. 살기 위해, 아니 윤석호의 오만한 목줄을 끊어버리기 위해 기꺼이 미친개가 되기로 작정한 지독한 눈빛이었다.욕실에서 들려오던 거센 물소리가 잦아들었다. 시간이 없었다.은성은 떨리는 손끝으로 플라스틱 포장재의 뒷면을 꾹 눌렀다. 톡,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하얀 알약 두 알이 은성의 손바닥 위로 굴러떨어졌다.은성은 눈을 질끈 감고 그 두 알의 약을 자신의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삼켜서는 안 되었다. 은성은 혀를 둥글게 말아 올려, 입안의 가장 깊고 은밀한 곳인 혀뿌리 아래쪽에 알약들을 단단히 밀어 넣고 감추었다.순식간에 지독한 화학 약품의 쓴맛이 침과 섞여 점막을 타고 퍼져나갔다. 혀끝이 아릿하게 마비되고 헛구역질이 치밀어 올랐지만, 은성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생리적인 거부감을 억지로 짓눌렀다.은성은 크게 심호흡을 하며 흐트러진 셔츠 자락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다시 거울을 향해 입꼬리를 길게 끌어 올렸다.턱관절에 팽팽하게 힘을 주면서도, 눈가에는 주인의 사랑을 갈구하는 가장 색기 넘치는 반려견의 표정을 완벽하게 덧씌웠다.은성은 두 발로 걷는 인간의 존엄을 억누르고, 가장 치명적인 반격을 위해 기꺼이 바닥을 기는 자세로 욕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딸랑- 딸랑-.그 맑은 종소리는 이제 주인을 안심시키는 소리가 아니라, 포식자의 숨통을 향해 다가가는 사냥꾼의 서늘한 경고음이었다.은성은 혀 밑에서 서서히 반죽처럼 녹아내리며 역겨운 쓴맛을 뿜어내는 수면제를 억누른 채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끼기긱.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고, 짙고 눅눅한 수증기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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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5 화

"그 입술로, 나를 더 미치게 해봐."석호가 은성의 젖은 뒷덜미를 거칠게 휘어잡고 당겨, 제 입술을 폭력적으로 부딪쳐 왔다. 그것은 입맞춤이라기보다 굶주린 짐승의 포식에 가까웠다.석호의 뜨거운 혀가 은성의 입술을 가르고 들어와 입안의 여린 점막을 잔인하게 유린했다. 숨통을 끊어놓을 듯이 집요하게 얽혀드는 타액 속에서, 은성은 오히려 제 입을 더 크게 벌려 석호의 호흡을 남김없이 집어삼켰다.뜨거운 수면 아래서 두 사람의 몸이 빈틈없이 엉겨 붙었다. 석호의 손이 젖은 셔츠 안으로 파고들어 은성의 민감한 살결을 짐승처럼 헤집었다.젖어서 투명해진 셔츠가 은성의 가슴과 복근에 달라붙어, 석호의 손바닥이 움직일 때마다 기묘한 마찰음을 냈다. 석호는 은성의 얇은 허벅지 사이를 제 단단한 무릎으로 가르고 들어와 더욱 깊숙이 몸을 밀착시켰다.물의 부력조차 이겨내지 못할 만큼 수면 아래에서 무자비하게 얽혀드는 뜨거운 마찰에, 은성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며 부서질 듯한 교성이 욕실 안을 맴돌았다.물결이 요동치며 대리석 바닥 위로 거칠게 넘쳐흘렀고, 쾌락과 고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아찔한 마찰 속에서 두 사람의 체온은 녹아내릴 듯이 뒤섞였다.석호는 은성의 한쪽 다리를 욕조 가장자리에 걸치게 하고는, 더욱 노골적으로 은성의 하반신을 파고들었다. 젖은 천 사이로 느껴지는 석호의 뜨거운 열기가 은성의 여린 살결을 짓이겼다.은성은 자신의 혀 밑에서 완전히 녹아내린 수면제의 쓴 물을, 타액과 함께 얽힌 혀를 통해 석호의 입안 깊숙이 밀어 넣었다.석호의 미간이 찰나의 순간 좁아졌다. 이질적이고 씁쓸한 맛이 혀끝에 닿았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는 짐승처럼 몰아치는 정사의 열기 속에서 그것이 은성의 상처 난 입안에서 배어 나온 옅은 피비린내이거나, 혹은 자신에게 쾌락을 구걸하며 매달리는 절박한 욕망의 맛이라고 착각했다. 절대자의 오만함이 빚어낸 완벽한 맹점이었다.석호는 은성이 건넨 그 치명적인 독을, 거친 숨소리와 함께 남김없이 목구멍 너머로 꿀꺽 삼켜냈다."하아... 읏,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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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6 화

"그 입술로, 나를 더 미치게 해봐."석호가 은성의 젖은 뒷덜미를 거칠게 휘어잡고 당겨, 제 입술을 폭력적으로 부딪쳐 왔다. 그것은 입맞춤이라기보다 굶주린 짐승의 포식에 가까웠다.석호의 뜨거운 혀가 은성의 입술을 가르고 들어와 입안의 여린 점막을 잔인하게 유린했다. 숨통을 끊어놓을 듯이 집요하게 얽혀드는 타액 속에서, 은성은 오히려 제 입을 더 크게 벌려 석호의 호흡을 남김없이 집어삼켰다.뜨거운 수면 아래서 두 사람의 몸이 빈틈없이 엉겨 붙었다. 석호의 손이 젖은 셔츠 안으로 파고들어 은성의 민감한 살결을 짐승처럼 헤집었다.젖어서 투명해진 셔츠가 은성의 가슴과 복근에 달라붙어, 석호의 손바닥이 움직일 때마다 기묘한 마찰음을 냈다. 석호는 은성의 얇은 허벅지 사이를 제 단단한 무릎으로 가르고 들어와 더욱 깊숙이 몸을 밀착시켰다.물의 부력조차 이겨내지 못할 만큼 수면 아래에서 무자비하게 얽혀드는 뜨거운 마찰에, 은성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며 부서질 듯한 교성이 욕실 안을 맴돌았다.물결이 요동치며 대리석 바닥 위로 거칠게 넘쳐흘렀고, 쾌락과 고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아찔한 마찰 속에서 두 사람의 체온은 녹아내릴 듯이 뒤섞였다.석호는 은성의 한쪽 다리를 욕조 가장자리에 걸치게 하고는, 더욱 노골적으로 은성의 하반신을 파고들었다. 젖은 천 사이로 느껴지는 석호의 뜨거운 열기가 은성의 여린 살결을 짓이겼다.은성은 자신의 혀 밑에서 완전히 녹아내린 수면제의 쓴 물을, 타액과 함께 얽힌 혀를 통해 석호의 입안 깊숙이 밀어 넣었다.석호의 미간이 찰나의 순간 좁아졌다. 이질적이고 씁쓸한 맛이 혀끝에 닿았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는 짐승처럼 몰아치는 정사의 열기 속에서 그것이 은성의 상처 난 입안에서 배어 나온 옅은 피비린내이거나, 혹은 자신에게 쾌락을 구걸하며 매달리는 절박한 욕망의 맛이라고 착각했다. 절대자의 오만함이 빚어낸 완벽한 맹점이었다.석호는 은성이 건넨 그 치명적인 독을, 거친 숨소리와 함께 남김없이 목구멍 너머로 꿀꺽 삼켜냈다."하아... 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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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 화

몇 시간 뒤, 펜트하우스의 거대한 통유리창 너머로 서늘하고 이질적인 아침 햇살이 스며들어왔다.석호의 감겨 있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리며 들어 올려졌다. 뒷목을 짓누르는 둔탁한 통증. 태어나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지독하고 무거운 피로감이 전신을 늪처럼 감싸고 있었다.석호는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카펫을 짚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순간, 평생을 누군가의 암살과 배신 속에서 살아남아 온 포식자의 직감이 척추를 타고 날카롭게 곤두섰다. 자신의 생체 시계가 완벽하게 꺼져버릴 만큼, 누군가의 곁에서 이토록 무방비하게 의식을 잃고 곯아떨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석호의 인생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석호의 매서운 흑요석 같은 눈동자가 빠르게 거실 전체를 훑어 내렸다.굳게 닫혀 있는 육중한 현관문. 어젯밤 자신이 올려두었던 것과 동일한 위치와 각도로 놓여 있는 탁자 위의 검은색 스마트폰. 그리고 복도 끝에 흐트러짐 없이 닫혀 있는 비밀 서재의 문까지.공간을 채우고 있는 모든 사물과 지표들이 어젯밤과 한 치의 다름없이 자신의 통제 아래 놓여 있었다.하지만 핏속에 흐르는 서늘한 위화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호흡을 들이마실 때마다 폐부를 찌르는 미세한 공기의 흐름. 무언가, 아주 치명적이고 보이지 않는 균열이 자신의 견고한 요새 안에 생겨났다는 불길한 짐승의 감각이었다.석호가 탁자 위의 스마트폰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으려던 찰나였다."으음... 주, 인님..."석호의 가슴팍 아래 웅크려 있던 은성이 앓는 소리를 내며 잘게 뒤척였다. 은성은 덜덜 떨리는 하얀 손으로 석호의 구겨진 셔츠 깃을 생명줄처럼 꽉 움켜쥐었다.고열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듯 창백하게 질린 뺨을 석호의 단단한 맨가슴에 비비적거렸다. 잠에 취한 몽롱하고 맹목적인 눈빛. 은성은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로 석호의 단단한 가슴 근육을 뭉근하게 핥아 올리며 주인을 올려다보았다.딸랑-.은성이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목에 단단히 채워진 은방울이 미세하게 떨리며 처연한 금속음을 냈다."가지, 마세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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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 화

자신을 옭아맨 포식자가 제 발로 관능적인 덫에 걸려들어 눈과 귀를 닫기 시작했다. 거대한 권력을 쥔 석호의 성채가, 안에서부터 조용히 부패하며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끼이익, 쿵.육중한 철문이 닫혔다. 서늘한 기계음과 함께 도어록이 잠겼다.외부와의 완벽한 단절. 그 소리가 거대한 펜트하우스의 대리석 벽을 타고 메아리처럼 울렸다. 석호가 출근하고 난 뒤의 거실. 산소가 모두 빠져나간 진공관처럼 죽은 듯한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현관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카펫 위에 웅크려 벌벌 떨던 은성. 도어록 패널의 붉은 불빛이 꺼진 직후, 그는 느릿하게 상체를 일으켰다.하얀 뺨에는 조금 전 석호의 바짓단을 생명줄처럼 쥐고 애원하며 흘렸던 눈물자국이 눅눅하게 배어 있었다. 하지만 주인의 처분을 기다리던 가여운 피조물의 눈빛은 이미 증발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살얼음이 낀 듯 차갑게 가라앉은 동공뿐이었다.은성의 서늘한 시선이 거실 천장 구석으로 소리 없이 미끄러졌다.둥근 홈캠의 렌즈. 그 중앙에서 짐승의 동공 같은 붉은빛이 일정한 간격으로 점멸하고 있었다.윤석호는 분명 지금쯤 세단의 뒷좌석에서, 혹은 살벌한 회의실 상석에 앉아서도,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저 카메라 너머를 집요하게 감시하고 있을 터였다.은성은 홈캠의 시야각을 머릿속으로 정교하게 계산했다. 렌즈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가죽 소파에 마른 몸을 기댔다. 그리고 자신의 오른쪽 엄지손가락 끝을 반대편 손가락으로 느릿하게 만지작거렸다.어젯밤. 포식자가 지독한 수마에 빠져 곯아떨어진 사이, 스마트폰 보안 계좌 깊숙한 곳에 몰래 심어둔 자신의 생체 지문.수천억 원에 달하는 불법 비자금. 해외로 빼돌려진 페이퍼 컴퍼니의 숨통을 단숨에 끊어버릴 수 있는 단 하나의 마스터키. 그것이 지금 이 작은 손가락 끝에 장전되어 있었다.석호가 스마트폰을 챙겨 출근했으니, 당장 판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은성은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았다.저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자신은 희대의 횡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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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9 화

파편에 베인 상처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온 피가 대리석 바닥을 붉게 적시며 미처 굳어지기도 전이었다.쾅-!!육중한 현관문이 거칠게 열렸다. 짐승의 헐떡임 같은 거친 숨소리가 서늘한 공기를 단숨에 찢고 들어왔다.은성이 어깨를 움츠리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헐떡이는 현관. 지금쯤 긴급 임원 회의실 상석에 있어야 할 윤석호가 서 있었다.단정하던 슈트 재킷은 벗어 던진 지 오래였다. 구겨진 셔츠 차림. 단 한 번도 흐트러진 적 없던 넥타이는 짐승에게 물어뜯긴 것처럼 흉하게 풀어헤쳐져 있었다. 땀에 젖은 앞머리. 넓은 가슴팍이 터질 듯이 거칠게 오르내렸다."주, 주인님... 잘못했어요... 제가, 잔을 깨트려서... 치우려고..."은성은 파편 위로 주저앉은 채 뒷걸음질을 쳤다. 핏기가 싹 가신 얼굴로 벌벌 떨었다.그러나 석호의 초점 잃은 눈에 수백만 원짜리 크리스털 잔의 잔해 따위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의 망막에 끔찍하게 박혀 들어온 것은 오직 붉게 더럽혀진 핏자국,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채 파들파들 떠는 은성의 작은 손뿐이었다."누가... 누가 함부로 손을 대라고 했습니까!"석호가 이성을 잃고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넓은 거실을 가로질러 왔다. 평소의 결벽증이나 우아함 따위는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날카로운 유리 파편 위로 자신의 값비싼 수제 바지가 찢기든 말든 곧장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버, 버리지 마세요... 제가 다 치울게요... 피 흘려서 죄송해요...""닥치고 가만히 있으란 말입니다!"석호는 사색이 된 얼굴로 은성의 피 나는 오른손을 거칠게 낚아챘다. 늘 서늘한 온도를 유지하며 타인의 숨통을 조이던 그의 커다란 손이, 지금은 형편없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수백억이 걸린 수싸움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절대적인 남자. 그가 고작 한 줌도 안 되는 피조물의 작은 상처 앞에서 숨조차 쉬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석호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은성의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제 입술로 다급하게 가져갔다."아읏...!"은성이 짧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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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0 화

물리적인 구속과 심리적인 지배가, 가장 잔혹하고 완벽하게 역전되는 순간이었다.스스로를 지배자라 믿어 의심치 않던 오만한 포식자가, 제 발밑의 사냥감에게 완벽하게 길들여지고 마는 붉은 사각지대. 그 기괴한 요람 속에서, 가장 음란하고도 서늘한 반격이 싹트고 있었다.비릿한 혈향을 맹목적으로 탐하던 입술이 마침내 떨어졌다.은성의 찢어진 살점 사이로 왈칵 배어 나온 붉은 피.그 선혈이 석호의 날렵한 턱선을 요염하게 얼룩내고 있었다. 입가에 번진 붉은 자국은 마치 포식의 증거 같았다.이성을 상실한 짐승의 기저에 깔린 노골적인 갈증. 핏줄이 불거진 석호의 눈동자에는 지독한 허기가 번들거렸다.그 끔찍한 집착을 내려다보며, 은성은 처절한 외면 대신 서늘한 기만을 선택했다.석호는 바닥에 흩어진 날카로운 크리스털 파편들을 맨손으로 거칠게 밀어내 버렸다. 손바닥이 베이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구급함을 가져와 하얀 거즈와 두꺼운 붕대로 은성의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투박하게 감아내렸다.뼈가 으스러질 듯 틀어쥔 커다란 손아귀. 피가 통하지 않을 만큼 꽉 조여 맨 매듭.그것은 치료를 빙자한 소름 끼치는 구속이었다."다시는... 내 시야에서 벗어나지 마십시오. 네 피 한 방울, 살점 하나도 전부 내 허락 아래에 있어야 하니까."지하 암반수처럼 낮게 긁히는 음성.하얗게 동여매진 은성의 엄지손가락 위로 제 뜨거운 입술을 꾹 내리누른 석호. 그가 짐승처럼 그르렁거리며 은성의 위로 거대한 체구를 겹쳐 올렸다.무거운 하체가 얇은 셔츠 자락을 무자비하게 헤집었다. 은성의 두 다리 사이를 빈틈없이 파고들었다.어두운 색감의 거친 슈트 바지 원단. 그것이 얇은 옷가지를 뚫고 은성의 맨살 위로 생생하게 문질러졌다.얼음장 같던 피부 위로 델 듯이 뜨거운 열기가 훅 끼쳐왔다. 맞닿은 하반신을 통해 전해지는 노골적인 팽창감에, 은성의 척추를 타고 오소소 소름이 내달렸다.석호는 은성의 허리를 낚아채 소파 깊숙한 곳으로 몰아넣었다.등 뒤로는 가죽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앞에서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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