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의 심장이 거칠게 요동쳤다."......뭐?"화면 속 석호의 오만했던 낯빛이 순식간에 서늘하게 굳어졌다."그쪽에서 당장 원금 상환을 압박하며, 오늘 막지 못하면 자기들 손으로 직접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답니다! 이대로 법원 통제로 넘어가면, 대표님께서 물밑에서 작업해 두신 알짜 자산 분리 계획이 통째로 묶여버립니다!"완벽하다 믿었던 석호의 계획, 그토록 오랜 시간 공들여 짠 설계에 마침내 균열이 생긴 것이다.은성은 제 아랫도리를 희롱하던 손 짓을 멈췄다. 그리고 화면 너머, 바지 지퍼가 반쯤 풀린 우스꽝스러운 꼴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제 주인을 뚫어지라 응시했다.수치심에 젖어 있던 눈동자 위로 미세한 환희가 번졌다. 드디어, 반격이 시작되었다.철컥.정적을 뚫고 울려 퍼진 금속음은 단호하고도 서늘했다. 재무팀장이 바닥만 뚫어지라 응시하며 사시나무 떨듯 어깨를 들썩이는 사이, 석호는 수트 바지의 지퍼를 올리고 벨트를 채웠다. 방금 전까지 집무실을 가득 채웠던 열기는 찾을 수 없었다. 오직 살을 에는 듯한 석호의 냉기만이 가득했다."대표님, 그... 저, 워낙 시급을 다투는 사안이라 도저히 보고를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나가."석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분노조차 느껴지지 않는 그 건조함이 팀장에게는 외마디 비명보다 더 큰 공포로 다가왔다. 팀장이 도망치듯 집무실을 빠져나가자, 석호는 거칠게 흐트러진 넥타이를 바로잡으며 책상 위에서 빛을 내뿜고 있는 태블릿을 응시했다.화면 속, 반라의 차림으로 굳어 있던 은성이 당황한 듯 가운을 여미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석호는 렌즈 너머 은성의 눈동자를 낱낱이 해부하려는 듯 뚫어지라 쳐다보다, 이내 차갑게 입을 열었다."기다리고 있어."뚝.그 말을 끝으로 영상 통화가 끊겼다. 검게 변한 화면 위로 석호의 흉험한 얼굴이 비쳤다. 그는 책상 위에 놓인 호출 벨을 눌렀다."비서실. 지금 당장 태성건설 부실채권 매입 경로 역추적해. 호주계 사모펀드? 이 새끼들이 어디서부터 알고 들어왔는지,
Last Updated : 2026-04-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