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개였던 당신에게: Bab 51 - Bab 60

78 Bab

제 51 화

은성의 심장이 거칠게 요동쳤다."......뭐?"화면 속 석호의 오만했던 낯빛이 순식간에 서늘하게 굳어졌다."그쪽에서 당장 원금 상환을 압박하며, 오늘 막지 못하면 자기들 손으로 직접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답니다! 이대로 법원 통제로 넘어가면, 대표님께서 물밑에서 작업해 두신 알짜 자산 분리 계획이 통째로 묶여버립니다!"완벽하다 믿었던 석호의 계획, 그토록 오랜 시간 공들여 짠 설계에 마침내 균열이 생긴 것이다.은성은 제 아랫도리를 희롱하던 손 짓을 멈췄다. 그리고 화면 너머, 바지 지퍼가 반쯤 풀린 우스꽝스러운 꼴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제 주인을 뚫어지라 응시했다.수치심에 젖어 있던 눈동자 위로 미세한 환희가 번졌다. 드디어, 반격이 시작되었다.철컥.정적을 뚫고 울려 퍼진 금속음은 단호하고도 서늘했다. 재무팀장이 바닥만 뚫어지라 응시하며 사시나무 떨듯 어깨를 들썩이는 사이, 석호는 수트 바지의 지퍼를 올리고 벨트를 채웠다. 방금 전까지 집무실을 가득 채웠던 열기는 찾을 수 없었다. 오직 살을 에는 듯한 석호의 냉기만이 가득했다."대표님, 그... 저, 워낙 시급을 다투는 사안이라 도저히 보고를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나가."석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분노조차 느껴지지 않는 그 건조함이 팀장에게는 외마디 비명보다 더 큰 공포로 다가왔다. 팀장이 도망치듯 집무실을 빠져나가자, 석호는 거칠게 흐트러진 넥타이를 바로잡으며 책상 위에서 빛을 내뿜고 있는 태블릿을 응시했다.화면 속, 반라의 차림으로 굳어 있던 은성이 당황한 듯 가운을 여미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석호는 렌즈 너머 은성의 눈동자를 낱낱이 해부하려는 듯 뚫어지라 쳐다보다, 이내 차갑게 입을 열었다."기다리고 있어."뚝.그 말을 끝으로 영상 통화가 끊겼다. 검게 변한 화면 위로 석호의 흉험한 얼굴이 비쳤다. 그는 책상 위에 놓인 호출 벨을 눌렀다."비서실. 지금 당장 태성건설 부실채권 매입 경로 역추적해. 호주계 사모펀드? 이 새끼들이 어디서부터 알고 들어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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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2 화

"이놈들이 오늘 채권단 측 매각 절차가 개시되기 무섭게 쓸어간 부실채권 물량이, 정확히 대표님께서 오늘 오후에 흡수하시려던 그 핵심 채권 물량과 1원 단위까지 일치한다는 겁니다.""......."석호의 미간이 흉험하게 일그러졌다.1원 단위까지 일치한다는 건 단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건 누군가 자신의 기획 부도 및 자산 은닉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꿰뚫어 보고 의도적으로 벌인 도발이었다.'태성그룹 내부의 쥐새끼인가.'석호의 두뇌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오너 일가의 남은 찌끄러기들? 이사회에서 자신을 견제하던 반대파들? 아니면 자금 세탁 경로를 꿰고 있는 재무 라인의 핵심 간부? 석호의 머릿속에 수많은 용의자가 스쳐 지나갔지만, 펜트하우스에 갇힌 채은성의 이름은 단 한 순간도 떠오르지 않았다. 인터넷조차 접속할 수 없는 은성, 석호의 그 자신감과 오만함이 가장 치명적인 진실을 완벽하게 가려버린 것이다."오늘부터 재무팀과 전략기획실 전원 통신기기 압수, 그리고 외부 접촉 철저히 차단하고... 포렌식 진행해. 그리고 이사회 임원들 최근 한 달 치 동선과 자금 내역도 전부 털어.""네, 알겠습니다!"석호는 코트를 거칠게 집어 들고 집무실을 나섰다.자신을 이 진흙탕에 끌어들인 놈의 사지를 찢어버리겠다는 살기가 끓어오를수록, 역설적으로 자신의 낙원에 있는 은성의 품이 미치도록 절실해졌다.외부의 톱니바퀴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려 발악하는 지금, 오직 자신의 발밑에서 숨통을 내어준 채 헐떡이는 그 예쁜 피사체만이 필요했다. 그에게 돌아가 짐승이 되어 은성과 살을 섞고, 은성의 아름다운 순종을 두 눈으로 확인해야만 이 지독한 갈증을 씻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석호의 걸음이 주차장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펜트하우스로 향하는 그의 걸음에는, 판을 망친 배신자를 기어코 색출해 내겠다는 잔혹한 살기와 오직 채은성에게만 허락된 지독한 소유욕이 기형적으로 엉겨 붙어 분출되고 있었다.띠리릭, 철컥-!도어록의 전자음 소리와 함께 펜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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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3 화

"하... 밖은 엉망인데... 도련님은 언제나 따뜻하군요."석호는 핏발 선 눈으로 중얼거리며 은성의 하얀 목덜미에 짐승처럼 이를 박아 넣었다. 얇은 살갗이 터지며 비릿한 피 냄새가 현관의 눅진한 공기에 섞여 들었다.퍽, 퍼억-.은성의 엉덩이와 석호의 치골이 부딪혀 만들어내는 파열음은 조용한 펜트하우스를 가득 메웠다. 두 사람의 격렬한 허리 움직임과 맞춰 현관 센서등이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했다. 점멸하는 황색 불빛 아래 드러난 얽힌 실루엣은 기묘했다. 눈을 번득이며 거대한 성기를 휘두르는 포식자와 그에게 속절없이 꿰뚫리며 사지가 축 늘어진 하얀 나신, 마치 제단에 바쳐진 제물 같은 그림이었다.하지만 어둠이 내려앉는 찰나의 순간마다, 고통에 찬 신음을 내지르며 석호의 목에 매달린 은성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조소가 점차 가득해지고 있었다.다음날 오전 9시, 태성그룹.석호는 핏발이 선 눈으로 모니터에 띄워진 자금 흐름표를 노려보고 있었다. 10년간의 계획을 단번에 엎어버린 호주계 사모펀드 '센트럴 파트너스'를 향한 분노가 집무실 안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벌컥-!노크도 없이 집무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비서실장이었다. 평소의 차분한 모습은 커녕 숨을 헐떡이며 사색이 된 얼굴이었다."대,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말해."석호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에 비서실장이 마른침을 삼키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센트럴 파트너스 측 채권단이... 지금 예고도 없이 본사로 들이닥쳤습니다. 보안팀이 막을 새도 없이 밀고 들어와서, 지금 대회의실로 향했습니다."석호의 미간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법정관리 신청을 무기로 쥔 채권단이 본진으로 쳐들어왔다. 그것은 협상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석호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였다.석호는 거칠게 코트를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회의실로 향하는 복도를 가로지르는 그의 걸음마다 서늘한 살기가 뚝뚝 떨어졌다.철컥-.대회의실의 무거운 양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선 석호의 걸음이 멈칫했다.십수 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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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5 화

철컥-.문이 닫히고, 회의실에는 두 명의 수컷만이 남았다. 무거운 적막을 깬 것은 재호의 나른한 목소리였다."이런 곳에서는 윤 대표님도 솔직해지기 어려우실 것 같군요."재호가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깍지 낀 손을 여유롭게 풀었다."10년입니다. 주인의 발밑을 기는 충실한 개로 살면서, 태성그룹을 안에서부터 교묘하게 파먹어 들어간 그 설계, 정말 경이로울 지경이더군요.""......."석호의 턱관절이 일그러졌다. 자신의 가장 완벽했던 10년의 설계, 기획 부도와 함께 알짜들을 빼돌리려던 그 속셈을 지금 내 눈앞의 남자가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내가 법원 문턱을 넘는 순간, 당신이 차명으로 빼돌리려던 자산들은 전부 동결되고 횡령과 배임으로 묶이겠지. 10년을 공들인 밥상에 내가 숟가락을 얹어서 화가 나셨습니까?"석호의 커다란 손등 위로 굵은 핏대가 터질 듯이 솟아올랐다. 태생이라는 콤플렉스를 짓밟는 치욕에 석호의 이빨이 까득, 맞물렸다."본론만 말해.""오늘은 윤 대표님 펜트하우스로 초대해주시는 걸로 마무리하시죠."재호의 서늘한 입술 사이로 튀어나온 뜻밖의 단어에, 석호의 심장이 불길하게 쿵 내려앉았다."다른 조건은 그곳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거절하겠습니다. 협상은 여기서 끝내."단호하게 선을 긋는 석호의 반응에 재호가 재밌다는 듯 눈매를 휘었다."글쎄요. 그 넓고 전망 좋은 펜트하우스에... 남한테 들키면 안 되는 보물이라도 꽁꽁 숨겨두신 모양입니다?"정곡을 찌르는 도발. 마땅히 거절할 명분도, 막아설 힘도 없는 석호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띠리릭, 철컥-.육중한 펜트하우스의 도어록이 해제되는 소리가 무겁게 울려 퍼졌다. 석호는 현관문을 열면서도 턱 끝까지 차오른 살기를 애써 짓누르고 있었다. 제 발로 자신의 성역에 들이닥친 불청객, 이재호 때문이었다."들어오시죠."석호가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말하며 거실로 걸음을 내디딘 바로 그 순간이었다."주인님... 벌써 왔어요...?"앙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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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 화

"이런 엄청난 '비밀'을 숨겨두고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태성그룹의 금지옥엽이신 채은성 도련님께서... 윤 대표님의 트로피가 되어있을 줄이야."재호의 나른한 조소에 석호의 커다란 주먹이 뼈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꽉 쥐어졌다. 은성은 석호의 등에 뺨을 기댄 채, 재킷 어깨선 너머로 살짝 고개를 들었다.주인의 등 뒤에서 가련하게 떨고 있는 예쁜 사내. 재호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은성의 눈동자 깊은 곳에 맺힌, 자신을 향한 연대를 읽어내고는 통제할 수 없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정말이지... 모든 걸 걸고 빼앗고 싶을 만큼 탐나는 전리품이군요."그 순간 재호가 은성을 훑어 내리는 시선은 결코 단순한 비즈니스 동업자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탐미적인, 원초적인 욕망에 모든 것이 사로잡힌 수컷의 눈빛이었다."하아... 씨발."현관을 가득 채웠던 묵직한 침묵을 깬 것은 석호의 짐승 같은 욕설이었다. 석호는 이재호의 시선이 은성의 비치는 가운 너머, 자신의 흔적들이 새겨진 하얀 나신에 닿는 것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석호는 은성의 어깨에 덮어씌웠던 수트 재킷을 거칠게 여며 은성의 몸을 꽉 집어삼키듯 감싸 안았다. 그리고는 재호를 죽일 듯 노려보며, 은성을 억지로 거실 홈바 뒤편에 있는 침실 문 쪽으로 밀어붙였다."당장 들어가."은성의 귓가에 낮게 으르렁거리는 석호의 목소리는 광기에 젖어 있었지만 차분했다."아앗...."은성은 재빨리 겁에 질린 척 몸을 떨며 석호의 재킷 깃을 꽉 틀어쥐었다. 가련하게 떨리는 하얀 맨발로 침실 안으로 도망치듯 뛰어 들어가는 그 찰나의 뒷모습마저도 재호의 시선을 강렬하게 옭아매고 있었다.쾅-!석호가 침실 문을 부서질 듯 거칠게 닫아버렸다. 이제, 펜트하우스 거실에는 두 수컷만이 남았다.문 하나를 사이에 둔 침실 안. 겁에 질려 떨던 은성의 가냘픈 신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멈췄고, 천천히 허리를 펴고 일어났다. 젖은 은발을 쓸어 넘기는 은성의 입가로 서늘한 조소가 번졌다.다시 거실.석호는 큰 호흡을 뱉으며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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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7 화

재호는 바 테이블에 앉자마자 독한 위스키 한 병을 주문했다. 스트레이트 잔에 채워진 독주를 연거푸 세 잔이나 털어 넣고 나서야, 짐승처럼 날뛰던 호흡이 조금 가라앉으며 찌푸려졌던 시야가 맑아지는 듯했다."……."정신이 들며 고개를 돌린 찰나, 재호의 시야에 한 사내가 들어왔다. 조명 아래 부드럽게 흩날리는 적당히 긴 은발. 창백할 만큼 하얀 피부와 묘한 갈색 눈동자. 무엇보다 가늘고 고운 낭창한 몸선이 단숨에 시선을 옭아맸다.물론 그 은성의 분위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이 미친 갈증을 쏟아내기 위한 대용품으로는 손색이 없어 보였다.이내 재호의 짙은 눈동자에 서늘하고도 탐욕스러운 광채가 일었다. 재호는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사내를 향해 다가갔다. 압도적인 수컷의 페로몬과 막강한 재력을 두른 재호의 은밀한 눈빛 교환 몇 번에, 은발의 사내는 홀린 듯이 교태로운 미소를 지으며 재호의 곁으로 다가왔다.사내가 얇은 손가락으로 재호의 허벅지를 은근하게 쓸어내리며 속삭였다."처음 뵙는 분 같은데, 성함이….""알 필요 없어."재호가 사내의 턱을 차갑게 틀어쥐며 단칼에 말을 잘랐다. 오직 채은성의 환영만을 쫓는 그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다정함조차 묻어나지 않았다."넌 그냥, 얌전히 다리만 벌리면 돼."한 시간 뒤,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아앗, 흐앙! 읏, 너무, 깊… 아아앗!"넓은 킹사이즈 침대 위, 뒤에서 무자비하게 꿰뚫고 들어오는 재호의 짐승 같은 피스톤질에 은발의 사내가 눈물을 흠뻑 쏟으며 시트를 바득바득 긁어댔다. 재호는 엎드린 사내의 은발을 억센 손아귀로 휘어잡고 뒤로 팽팽하게 당겼다. 강제로 치켜들린 하얀 목덜미 위로 재호의 거친 숨결이 쏟아졌고, 핏발 선 눈으로 그 위를 흉포하게 물어뜯으며 허리를 쳐올렸다.퍽, 퍼억-! 살이 무자비하게 부딪히는 파열음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하아… 소리내. 더 예쁘게 울어봐."재호의 목소리는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쾌락에 젖은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환영을 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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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8 화

"버려? 내가 널 왜 버려."석호가 핏발 선 눈으로 고개를 들어 은성과 시선을 맞췄다. 이내 그의 흉험한 시선이 은성이 아슬아슬하게 걸치고 있는 속이 비치는 실크 가운으로 향했다.과거 적선이나 받던 하찮은 놈이 감히 은성을 훑어보게 만든 그 옷.은성이 걸치고 있던 얇은 실크 가운이 석호의 거친 손아귀에서 형편없이 뜯겨 나갔다."이재호 그딴 새끼 눈깔이 닿은 옷… 역겨워."석호는 벌거벗겨진 은성을 번쩍 안아 들고 안방 안쪽에 연결된 거대한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넓은 드레스룸의 불이 켜지자, 그곳에는 은성에게 딱 맞게 재단된 최고급 수트와 명품 일상복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그동안 펜트하우스 안에서 가운 하나만 걸치게 하며 통제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진짜 '태성그룹 도련님'을 위한 옷들이었다.석호는 피 묻은 제 손이 옷에 닿을세라 조심하며, 가장 희고 부드러운 셔츠 하나를 꺼내 은성의 맨어깨에 직접 걸쳐주었다."도련님…."은성의 맨발 앞에 조용히 무릎을 꿇은 석호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은성의 허리를 끌어안은 석호의 눈동자에는 처절한 애원과 맹목적인 숭배가 뒤엉켜 있었다.'다시는 그 어떤 새끼의 시선도 닿지 않게 하겠어... 네 아름다운 몸에 다른 놈의 흔적이 묻는 걸 보느니 차라리 내 눈을 파버리고 싶으니까.'소리 내어 말하지 못한, 석호의 비참하고도 애절한 속마음이었다. 은성은 제 발밑에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석호의 핏발 선 눈을 내려다보며, 입가에 서늘하고도 완벽한 승리의 미소를 머금었다.호텔 스위트룸에서의 광란이 휩쓸고 지나간 새벽 2시.짐승처럼 허리를 쳐올리며 파고들었지만, 사정의 순간을 지나고 남은 것은 지독한 허무함뿐이었다. 제아무리 비슷한 은발을 휘어잡고 하얀 목덜미를 물어뜯어도 진짜가 주는 쾌락의 발끝조차 따라갈 수 없었다. 채은성이 아니면 안 된다. 그 오만한 도련님의 안을 완벽하게 헤집고 제 흔적을 새겨 넣지 않는 이상, 이 미칠 듯한 갈증은 영원히 해소되지 않을 터였다.은발의 대체품이 기절하듯 널브러져 있는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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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9 화

같은 시각. 어둠이 내려앉은 펜트하우스의 침실.석호가 서재로 빠져나가고 굳게 닫힌 방문 너머로 그의 낮고 은밀한 통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고 있었다.죽은 듯 눈을 감고 있던 은성이 천천히 얽힌 속눈썹을 들어 올렸다. 메마르고 서늘한 안광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일주일이라…."은성은 석호가 입혀준 희고 부드러운 셔츠의 단추를 만지작거리며 나른하게 웃음을 흘렸다.10년을 바쳐 태성그룹을 모조리 삼키려 드는 탐욕스러운 윤석호. 그리고 폭탄을 삼키는 줄도 모르고 자신을 향한 정욕에 날뛰는 이재호.두 수컷들이 밖에서 피 터지게 서로의 목줄을 노리는 동안, 진짜 사냥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침대 위에 웅크린 자신이었다.누가 누구의 숨통을 끊어놓든 상관없었다. 어느 쪽이든, 살아남아 제 발밑으로 기어오는 놈에게 목줄을 채워주면 그만이니까.어둠 속에 홀로 남은 은성의 붉은 입가에, 마치 천사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얼굴과 대비되는 잔혹한 미소가 조용히 스며들었다.일주일.석호는 단 한순간도 펜트하우스 밖을 나서지 않았다.재호가 본인이 없는 사이 다시 찾아와 은성에게 접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펜트하우스 한편의 굳게 닫힌 서재 안에서 화상회의와 암호화된 통신으로 모든 업무를 이어갔다.석호는 은성과 함께 철저하게 외부와 물리적으로 단절되었다.완전한 사육의 시간이었다."도련님, 입 벌리셔야죠."석호의 크고 투박한 손이 정성스럽게 발라낸 생선 살을 은성의 입가로 가져갔다. 실크 셔츠에 타이까지 단정하게 차려입은 은성은, 제 무릎 위에 거의 엎드리듯 앉아 저를 올려다보는 석호의 눈동자를 천천히 내려다보았다.은성이 순순히 입을 벌려 음식을 받아먹자, 석호의 딱딱하게 굳어 있던 턱관절이 부드럽게 풀리며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착하네. 예쁘다, 우리 도련님…."석호는 은성의 하얀 손등에 진득하게 입을 맞추며, 마치 품 안의 여린 아기 새를 돌보는 어미 새처럼 은성에게 제 모든 헌신을 쏟아내고 있었다."흐음, 머릿결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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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0 화

딩동-.일주일의 유예 기간을 이틀 앞둔 늦은 오후.펜트하우스 전체를 울리는 묵직한 초인종 소리에, 은성의 은발을 쓰다듬던 석호의 손길이 일순간 딱딱하게 굳었다.석호의 시선이 거실의 인터폰 모니터로 향했다. 화면 너머에는 수트 차림의 재호가, 한 손에 싱글몰트 위스키 한 병을 가볍게 흔들어 보이며 능글맞게 웃고 있었다."태성부지 명의 이전 최종 서류에 네 날인이 필요해서 말이야. 좋은 날에 빈손으로 올 수가 없어서 선물로 위스키도 한 병 들고 왔지. 축하주 한잔 어때? 문 열어."화면 너머로 들려오는 재호의 오만한 도발에 석호의 눈동자에 짐승 같은 살기가 피어올랐다. 실무진을 시켜도 될 서류 작업을 핑계로 여기까지 찾아와 자신의 속을 긁어 놓겠다는 속내. 그것은 며칠 동안 보지 못해 미칠 것 같은 채은성의 흔적을 기어코 제 눈으로 확인하고, 석호의 신경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려는 이재호의 노골적인 수작이었다."……."석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침대 위에 앉아있는 은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절대, 이 방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마."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 석호는 은성에게 경고하듯 읊조린 뒤 방을 나섰고, 이내 철컥- 하고 밖에서 침실 문이 굳게 잠기는 소리가 울렸다.거실에서 무거운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재호는 서류 가방과 위스키 병을 대리석 테이블 위에 올려두면서도, 매의 눈으로 펜트하우스 곳곳의 닫힌 방문들을 집요하게 훑어 내렸다."그런데 집이 아주, 고요하네? 잔 좀 가져와봐."재호의 나른한 목소리가 거실을 울렸다. 저 굳게 닫힌 문들 중 하나 너머에, 자신이 미치도록 갈구하는 그 하얀 나신이 숨 쉬고 있을 터였다.석호가 서늘하게 노려보며 홈바에서 크리스탈 잔을 꺼내 거칠게 내려놓자, 재호는 아쉬울 것 없다는 듯 서류 가방을 툭 치며 소파에 깊숙이 등을 기대앉았다."서류나 내놔. 도장 찍고 당장 꺼져."석호가 이빨을 드러낸 맹수처럼 으르렁거렸다."급할 거 없잖아. 그 부지에 친 장난들, 내가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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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1 화

"세상천지를 다 뒤져봐도, 저렇게 아름다운 건 없더라고. 며칠을 참아봤는데, 속에서 끓어오르는 피가 날 아주 미치게 해."재호의 서늘했던 눈동자에 짙고 끈적한 정욕이 번들거렸다."아직까지는 내 이성이 어떻게든 목줄을 잡고 참고 있는데… 이게 언제 무너질지 나도 장담을 못 하겠어. 이 이성이 완전히 끊어지는 날엔,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나조차도 모르겠단 말이지.""이 씨발 새끼가…!"재호는 노골적으로 살기를 뿜어내는 석호를 보며 웃음과 함께 손으로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볼일은 끝났으니 이만 가지. 위스키는 정말 선물이니 잘 마셔. 내 제안 잘 생각해봐. 내가 참을성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철컥.현관문이 닫히고 이재호가 사라진 뒤에도, 거실에는 석호의 짐승 같은 숨소리가 무겁게 짓눌려 있었다. 채은성의 무죄 입증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재호의 선언과 노골적인 요구는 완벽하게 석호의 이성을 갉아먹고 바닥까지 찢어발겼다.굳게 잠긴 침실 안쪽, 문에 귀를 대고 서 있던 은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재호가 남기고 간 위스키 병이 대리석 테이블 위에서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석호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펜트하우스의 공기는 여전히 재호의 냄새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비릿하고 기름진, 석호가 극도로 혐오하는 냄새였다. 석호가 테이블을 내리쳤을 때 생긴 손의 상처에서 여전히 미미하게 피가 배어났지만,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느낄 여유가 없었다.'채은성의 무죄 입증 자료.'재호의 말이 잔향처럼 귓속을 맴돌았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석호가 10년에 걸쳐 준비한 모든 계획이 한순간에 증발해 버릴 수 있었다. 아니, 모든 것이 사라져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은성이 떠날 이유가 생긴다는 것. 그것이 문제였다.석호는 천천히 침실 문 앞에 섰다. 자신이 직접 채운 문의 자물쇠를 말없이 쳐다보며, 지금 이 순간 이 문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석호는 직감하고 있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완전히 잘못된 짓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뼈아픈 후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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