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 안 해줄 거야?"은성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 눈동자는 야경을 담은 채 아득하게 빛나고 있었다. 분노도, 슬픔도, 갈망도 아닌, 스스로의 마음조차 정하지 못해 어떤 색으로도 읽히지 않는 눈빛이었다.석호는 그 눈빛을 마주하고 멈추었다. 분노였다면 익숙했을 것이다. 공포였다면 오히려 편했을 것이다. 석호가 10년 동안 봐온 채은성의 눈빛은 언제나 석호를 향한 반응이었으니까. 경멸하거나, 두려워하거나, 굴복하거나.그런데 지금 눈앞의 눈빛은 달랐다. 은성은 석호를 보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석호와 아무 관계가 없었다.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흔들리는 사람의 눈빛이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운,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의 눈빛.그 순간 석호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자신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채은성이 스스로 선택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은성이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석호를 향해 무릎을 꿇는 것도. 모든 장면 속에서 은성은 언제나 석호의 세계 안에 존재했다. 석호가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반응하는 존재였다. 떠날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채은성은, 석호의 머릿속에 단 한 번도 살아있지 않았다.그것이 사랑인지 집착인지, 석호는 그때서야 처음으로 두려워졌다."……나가지 않을 거예요."은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방금 전의 차가운 반말 대신, 석호에게 익숙한 그 나긋나긋하고 유순한 존댓말이 덧입혀져 있었다. 공포에 질린 맹수에게 기꺼이 목줄을 내어주겠다는 듯, 어찌 보면 잔혹한 다정함이었다."나도 알아요. 밖에 나가면 어떻게 되는지."은성의 시선이 다시 창문으로 향했다. 아래로 아득하게 펼쳐진 서울의 불빛들. 저 밑에서 여전히 자신을 향한 수배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그러니까 아직은."'아직은'이라는 한 단어가 석호의 가슴을 예리하게 베고 지나갔다.석호는 아무 말 없이 은성의 곁에 앉았다. 둘은 한동안 함께 창밖을 바라보았다. 석호의 다친 손이 은성의 손 가까이에 놓
Última atualização : 2026-04-19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