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판 / 남편교환 / Chapter 71 - Chapter 79

All Chapters of 남편교환: Chapter 71 - Chapter 79

79 Chapters

71화.브리짓 아르테미스(2)

윌은 또 오늘은 하우젠 공이 무슨 일을 핑계로 일을 안하려고 그러나 그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또 왜 그러십니까.”며칠 전만 해도 데미안 벨루아의 일로 집무실이 아니라 지하감옥을 온종일 죽치고 있었던 그였다.이제는 정말로 일을 해주지 않으면 곤란했다. 당장 의회에 가서 받아올 서류가 한창인데, 그는 아직도 상념에만 빠져있었다.“내가 티베리우스를 안쓰러운 사람이라고 하면, 자네는 어떨 것같아?”그의 물음에 윌은 진짜로 에이든이 미친 건 아닌지 진심으로 고민스러워졌다. 데미안 벨루아가 루시아를 납치하다보니까 그가 바보가 된 것일까.“뭔데 그 표정.”에이든이 불만스레 바라보자 윌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웃었다. 이럴때일수록 들키지 말아야 했다.“갑자기 그러시는 게 너무 이상해서요.”또 윌이 경계하듯 그를 쳐다봐서 에이든이 한숨을 삼켰다. 이래서 제 보좌관들이란. "이복형제랑 사이가 좋을 수 있나?"그는 자신의 과거 경험을 생각했다. 황자로 살 때. 그러니까 황태자가 된 티베리우스의 밑에서 에드윈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친 그의 세월을 생각하면, 사실 좋게 말해도 에이든은 루시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그런 걸로 장난을 칠 것같지는 않았다. 에이든은 고민했다. 둘 사이에 무언가 있는 것같은데, 그걸 그가 알아도 될까?때때로 루시아의 시간 중 그가 알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소외감이 들곤 했다.오늘같이.그는 윌이 주는 서류더미 속에 파묻혀 하루 종일 마음 한 켠으로는 또 루시아를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냈다.***에이든은 다 씻고 나서 루시아에게로 왔다. 임신 초기에는 관계를 가지지 않기로 했지만, 적어도 그의 욕구 불만을 채울 어느 정도의 스킨십은 있었으면 한다고 에이든이 불타는 고구마가 되어 자신에게 부탁했으므로 일주일에 몇 번은 함께 일부러 몸을 맞대기도 했다. 오늘이 그 하루 중에 하나였다.하지만 어쩐지 그가 미적대길래 루시아는 그가 어쩐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 늘 주
Read more

72화 브리짓 아르테미스(3)

브리짓은 얼마 뒤 하우젠 령에 도착했다. 루시아는 미리 그녀의 일정을 알고 마중을 나와있었다. 붉은 머리의 여자는 전보다 더 창백하고 여위었다. 최근에 남편을 잃어서 상심해서라고 세간에는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 루시아는 그게 그녀의 질병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어서와, 브리짓 언니.”“네가 건강한 걸 보니까 좋구나.”브리짓이 루시아를 보고 희미하게 웃으며 답했다. 셀레나가 옆에서 불여우를 보기라도 한 것처럼 바라봐서 루시아는 그걸 보고 브리짓이 흠이라도 잡을까 조마조마했지만, 정작 브리짓은 자신의 여동생말고는 다른 이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의 곁에 있는 커다란 덩치의 남자에게는 시선도 안주었으니 말이다.“하우젠 대공 전하이십니다.”대외적으로는 여전히 하우젠 대공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에이든이 루시아의 소개에 살짝 고개를 까딱여보였다. 브리짓도 거의 비슷한 각도였다.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펼쳐졌다. 정작 루시아만몰랐고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다 알았다.“루시, 날이 추우니 이만 들어가자. 아이에게 좋지 않아.”평소라면 자신의 옷을 덮어주고 더 옷을 여며주고서라도 루시아의 뜻대로 하게 두었을 그가 그녀에게 이제 그만 안으로 들어가자고 했다.그건 대충 셀레나에게 브리짓의 안내를 맡기고 이만 쉬라는 의미를 돌려말한 것이기도 했다.루시아는 그가 직설적인 나스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굉장히 우아하게 귀족적으로 돌려 말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고 있었다.“하우젠 령은 손님에게 박한 곳이라고 제국에 소문이라도 내라는 것같네요. 대공 전하.”그때 브리짓이 부채로 제 입을 가리며 기침을 몇 번 하다가 에이든에게 쏘아붙였다. 에이든은 그걸 보고 순간 할말을 잃었다. 그가 되받아칠 대사를 생각해야 하는데 브리짓이 순식간에 루시아를 데리고 인사를 하고는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하아....”그의 한숨이 조금 더 깊어졌다.라이벌이 아무래도 늘어난 것같았다.“루시아. 배가 아직은 말랐구나.”브리짓이 조금 뛰는 듯 하더니
Read more

73화 제국으로 돌아가고 싶니?

루시아는 브리짓에게 차마 무어라 말하지 못하고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브리짓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어떻게든 대답을 들으려 하는 듯 했다.“왜, 나를 위해 아버지에게 맞섰니?”루시아는 그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곤란했다. 애초에 맞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그녀의 인생에서는 드물게 윌리엄 카셀의 말에 먼저 반기를 들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그녀를 구하지도 못했으니 무언가 거대한 선택을 했다는 자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루시아.”브리짓이 대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재촉했다.루시아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도리어 질문을 던졌다.“그러면 언니는?”브리짓 언니가 아닌 그냥 ‘언니’라는 호칭에 브리짓의 눈이 커졌다.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마리아 지젤이 너를 적대해. 제국에서 내가 너를 싫어한다고 뻔하게 소문이 나 있으니 나를 이용해서 너를 뒤흔들고 싶었겠지.”아, 황후. 루시아는 문득 천진난만했던 금안을 생각하고 여자를 생각했다. 어쩐지 흐릿해진 인상이 기억에 남지 않았다. 나스에 와서도 애초에 그녀를 원망할 일도 없었던 것일까.“나스에 올 때, 아르테미스 기사단이 괴한의 습격을 막아줬어. 하지만 에이든이 알아본 바로는 그들은 아르테미스 기사단이 아니었지. 그냥 고용된 용병들이었다고.”데미안이 아르테미스를 그리고 레이루나를 의심할 때 의복을 누군가 훔쳐 달아났다고 변명했고 실제로 기사단의 목록과 생김새가 생존자의 말과 일치하지 않았다. 결국 당시에 누가 그렇게 루시아와 에이든을 도왔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고 후문을 들었다. 루시아는 그게 누구인지 알 것만 같았다. 아마 의복을 준 건 레이루나고 기사단을 대신해 용병을 보낸 건 브리짓일 것이다.아서 남작가가 그렇게 넉넉하지 않은 형편일테니 비용은 레이루나가 댔겠지만. 애초에 브리짓이 그런 일을 한 이유를 루시아도 내내 묻고 싶었다.“그래서 왜, 이제와 외국인 남편을 두니 아쉽니? 제국으로 돌아오고 싶어?”루시아는 브리짓의 마음을 떠보고 싶었다. 내내
Read more

74화 나 같아서

브리짓이 멈칫했다. 몸이 우뚝 멈춰섰다. 자신이 들은 말이 사실인가 의심했다. 스스로를 악녀라고 몇 번이나 정체성을 삼아 부질없이 집착해오며 견뎌오던 자부심에 금이 갔다. 그럼에도 루시아가 해주는 말이, 그 상냥함에 서러움이 눈 녹 듯 녹았다.“우린 고작 열 살, 열 여섯 살이었어. 언니.”아버지가 죽고 나서야 브리짓이 울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적어도 루시아가 알기로 브리짓이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보았다.우는 이유는 너무도 모순적으로, 분노가 올라와서. 파들거리는 어깨. 집씻는 입술, 미처 다 감추지 못한 살의를 품은 눈동자.조용히 친부를 향해 갈무리하지 못한 살기를 세우던 갓 귀부인이 된 브리짓 아서를 기억했다.그때 고작 그녀 나이가 열일곱인가, 열여덟이었다. 루시아가 벨루아에 시집왔을 때랑 비슷한 나이.그녀는 저보다 스무살 많은 남자랑 결혼식을 올렸다.루시아는 브리짓에게 연민을 느꼈다. 동정이었을까.“......”브리짓은 그 말을 듣고 얼어붙었다가 조각상처럼 굳어있다가 눈물 한 줄기만을 흘리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성 안으로 들어가버렸다.그녀가 원한 대답이었을지 루시아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그녀가 줄 수 있는 대답의 전부였다.마지막으로 그녀에게 건네지 못한남은 한마디를 조용히 중얼거렸다. 공감했다. 그녀와 자신의 처지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다.“나 같아서.......”***브리짓은 저녁 만찬에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방으로 셀레나를 불렀다. 직접 지명해서 부른 거라서 차마 그녀가 안 가기도 뭐했다. 셀레나가 생각만 해도 싫다는 기색을 내비쳤지만 그럼에도 가기는 갔다.루시아는 브리짓이 먹을 수 있을 만큼 묽은 수프와 부드러운 빵을 주방장에게 부탁해 셀레나에게 건넸따다.“내 얘기는 하지마. 아마 오늘 조금 심술을 부릴 수도 있어. 셀리. 조심해.”원하지 않는 답변이었을 것이다. 연민이나 동정심에 대한 답변을 들으려고 온 것이 아니라는 걸 루시아가 모르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가 원하는 진짜 대답은 차마
Read more

75화. 1년이라고 했어

셀레나가 저녁 식사를 가지고 갔을 때에도 브리짓은 고통에 겨워 쓰러져 있었다. 그녀를 수행하려고 따라온 이들 중 아무도 브리짓의 곁을 지키지 않았다. 오직 홀로 남은 브리짓의 방은 지독한 수면초 냄새로 가득차 숨을 쉴 수가 없었다.“아서 남작 부인!”셀레나가 식사를 내려놓고 브리짓에게 다가갔다. 화장을 지운 브리짓의 얼굴 곳곳에 아직 다 낫지 않은 멍자국과 창백한 낯빛이 보였다.“브리짓!”놀란 셀레나가 복도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녀는 루시아에게 가려했다. 그때 작은 목소리가 자신을 불렀다.“이리와.”셀레나는 설마 했다. 브리짓이었다. 의식을 거의 잃기 직전이었는데도 그녀가 손을 뻗으며 자신을 찾았다. 셀레나는 루시아에게 듣기는 했지만 이정도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어떻게, 어떻게.”그렇게 아름다운 소녀였던 브리짓을 기억한다. 이렇게 메말라가며 피부가 짓무르고 그런 얼굴도 몸도 아니었다.“동정하지마. 셀레나......너도 내가 안쓰럽다고 할 게 아니라면, 입다물어.”밭은 숨을 몰아쉬며 셀레나에게 브리짓이 말했다. 그녀는 다만 힘겹게 일어나 그녀가 갖다준 식사를 억지로 다 먹었다. 결국 토악질을 한다고 해도 적어도 여기서, 하우젠 령에서 죽어 괜히 자신의 갈까마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죄라면 충분히 지었다.셀레나는 차마 어떤 말도 못하고, 브리짓의 곁에 앉아 손수건을 물에 적셔와 그녀의 뺨 곳곳을 닦아주었다. 아무도 브리짓의 곁을 지키지 않는 게 어쩌면 병때문이었나보다.브리짓이 원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우젠 대공, 루시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셀레나는 브리짓의 고집이 안타까웠다. 어릴 때부터 내내 그렇게 자존심을 부려가며 악다구니를 써서 살다가 결국 꺾인 사교계의 꽃이었다. 이제는 죽음을 목전에 둔 병자가 되었다.“하지만, 남작 부인.”“하, 그 호칭 집어치워. 너도 나 이름으로 불러와놓고 이제와서 지위 찾아 뭐해.”루시아에게 제 험담을 늘어놓을 때면 ‘브리짓이, 브리짓때문에!’ 라며 자주 울분
Read more

76화 처형이 준다고 하니.

“......루시아.”구할 방법은 없다. 현재 최신 의학으로도 민간 요법으로도 그토록 학문이 발전한 나스에서도 방법은 찾지 못했다. 루시아는 이미 여러 번 관련된 전문가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지만 실패였다.“구할 수 없었어. 셀리.”루시아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셀레나는 그런 루시아를 볼 때면 그녀가 여름에 떠난 아기의 죽음을 생각하는지, 혹은 곧 다가올 이복 언니의 죽음을 생각하는지 헷갈렸다.어둠에 침잠하는 루시아의 모습은 여전히 에이든에게는 보이지 못한 것이라고도 그녀가 언급한 일이 있었다.“잘 대해주자. 나도 그러려고 해.”셀레나가 먼저 그녀에게 제안했다. 루시아는 그게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많은 추억을 만들자고. 최대한, 즐거운 이야기를 하자고. 그렇게 행복한 일을 같이 해주자고.“루시아, 일어났구나.”그러나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도, 다음날 브리짓은 멀쩡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앞에는 에이든이 앉아있었다.“디디? 언니?”루시아는 양옆을 살피다가 일단 자연스럽게 에이든의 곁에 앉았다.아무리 그래도 부부니까 그게 맞는 듯 했다. 그런데 브리짓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왜 그의 곁에 가니? 나는 얼마 전에 남편을 보냈는데...서운하구나. 루시아.”직접적인 언사에 사용인들이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토록 솔직한 나스 사람들에게도 브리짓의 말투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들리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루시아가 슬그머니 에이든을 올려다보니 그의 미간에 못마땅한 주름이 잡혀 있었다.“루시아는 제 부인입니다. 아서 남작부인.”“브리짓이라고 불러요, 하우젠 대공 전하.”브리짓은 아마 아서 남작부인이라는 호칭이 싫을 거고, 에이든은 그냥 브리짓이 싫은 모양이었다. 나름 사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는데도 별로 통한 것같진 않았다.“루시아, 언니가 슬프구나.”루시아는 제 손을 급하게 잡는 에이든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양해를 구하듯 미안한 미소를 짓고 슬그머니 손을 뺐다. 충격에 빠진 에이든
Read more

77화 진통제

브리짓은 셀레나가 돌아가고 나면 루시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부 다 늘어놓을 것을 알았다. 애초에 그렇게 앵무새처럼 떠들어대기만 하는 아이였으니, 그렇게 하겠지. 하지만 그게 제 동생에게는 좋은 시녀를 둔 셈이니 더 낫긴 했다. 정작 바보같은 자신의 동생은 셀레나를 두고 친구라고 말하겠지만. 그 점이 자신과 루시아가 다른 점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자신이 어둠 속에 있어도 저를 구하러 와줄 하우젠 대공 같은 백마탄 왕자나 셀레나 같은 사람이 없는 거겠지. 하물며 레이루나같은 어머니조차도.문득 그 사실이 서러워 눈물이 흘렀다. 루시아가 자신을 동정했다는 사실보다 그저, 스스로가 비참해 무너지기도 했다.그러던 그녀에게 찾아온 이는 다름 아닌 하우젠 대공이었다. 그는 지독한 수면초 향에 눈살을 찌푸리며 들어왔다.“이정도일 거라고는 몰랐습니다만. 황후도 참 지독한 여자군요.”이미 공공연하게 귀족 사회에 아서 남작부인의 질병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 있을 텐데도 일부러 그녀를 보낸 마리아 지젤이라는 여자는 그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 악질인 것이 분명했다.“그런 걸 말하려고 온 건 아닐텐데요. 대공.”“의사를 불렀습니다.”저택의 주치의를 동반하고 나타난 그가 그녀가 진찰을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하지만 의사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이미 손 쓸 단계를 지났다고 했잖아요.”브리짓이 이것 보라는 듯 팔을 들어 짓무른 피부를 보여주었다.면보를 쓴 에이든이 브리짓에게 물었다.“그렇다면 적어도 마지막으로 멀쩡하게 동생과 추억을 쌓고 싶지는 않으십니까?”그가 듣기로는 내내 서로 반목하느라 제대로된 추억 하나 쌓지 못한 자매 사이라고 들었다. 루시아는 그걸 내내 아쉬워했고, 브리짓도 아마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라도 루시아를 보려고 그래야 안심이 되어서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해줄 수 있는 일도 있다면 나름 있었다.“젠슨, 그녀가 하우젠 령에 머물 동안 통증을 줄일 방법이 있나.”주치의에게 물으니 그가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짓다가 조심스레 말했다.“아
Read more

78화 대학에 가기로 했어.

“생활은 어떠니? 사람들은 잘해주고?”“아, 언니. 음......”브리짓이 어떻게 생각할까, 순간적으로 루시아는 망설였다. 귀족으로 평생을 살아온 브리짓이 야간대학에 대해 어떻게 바라볼지 모르지만, 그녀는 그래도 좋은 소식이니까 브리짓에게도 전하고 싶었다.“나, 야간 대학에 다니기로 했어. 오는 봄에.”야간 대학? 브리짓이 귀를 의심했다. 그렇다면 공부를 이어서 하겠다는 뜻인가? 아니 애초에 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니 이어서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은.“그렇구나. 드디어, 할 수 있게 됐구나.”브리짓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평생 자신으로 인해 스스로를 하자품처럼 여기기만 했을 아이가 우뚝선 나무처럼 듬직하게 자라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갔다. 그녀의 곁에는 이제 그녀만의 사람들이 있었다. 더는 벨루아에서처럼 그녀가 자신같아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었다.“무슨 공부가 하고 싶니?”고작 야간 대학에 다니겠다는 말 한다미에 이렇게 오열을 할줄은 몰랐던 루시아가 브리짓을 가만히 보다가 말했다.“사회사업. 여성들을 위한 사회사업을 공부해보려 해.”훗날 사회복지가 되는 분야의 그 이전 이름이었다. 루시아의 말에 브리짓이 그것 또한 그녀 답다며 방긋 웃었다. 하우젠 령에 온 뒤로 아니 어쩌면 그녀가 올해에 가장 환하게 웃는 걸지도 몰랐다. 진심으로.루시아는 고작 자신이 대학에 간다는 이야기에 그토록 우는 브리짓을 보며 복잡다단한 심정으로 침실에 왔다. 이미 다 씻고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에이든이 어느새 지나간 사흘 동안의 이야기를 물었다.일부러 언니와 시간을 보내라며 한발짝 뒤로 물러나 있던 그였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그가 밤에도 조용했던 것은 아니었다. 부족하다고 하는 만큼 루시아가 채워줘야 했다.“어땠어, 루시?”그가 새하얀 베개를 베고 루시아에게 팔을 내어준 채로 물었다.“음, 어떤 게 궁금한데?”루시아가 물으니 그가 조심스레 덧붙였다.“......싸우거나 괴롭히지는 않아?”브리짓이 아직도 그런 인상으로 남았나. 처형이라고 부를 땐 언제
Read more

79화. 브리

61화사흗날 아침이 밝았다. 브리짓은 지난 이틀 내내 그랬던 것처럼 아주 편안하고 말간 낯으로 루시아의 앞에 섰다.“루시.”그 사이 두 사람은 이름을 부르는 사이가 되었다.“응, 언니.”“잘 지내.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조카의 출생 과정을 볼 수는 없을 것을 알았기에 브리짓은 다만 그저 건강하라고 했다.루시도 그걸 알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슬퍼서 눈물이 쏟아질 것같았지만 티내지 않기로 했다. 아주 편안하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헤어지고, 언젠가 된다면 그녀의 장례식에 참여해 그렇게 그녀를 보내줘야지.루시는 문득 생각난 것을 말하듯 브리짓에게 덧붙였다.“언니, 그때 나더러 왜 아버지 앞을 막아섰냐고 했잖아.”브리짓이 첫날의 기억이 생각이 난 듯 표정이 살짝 흐려졌다.우울한 기억이었다. 그녀가 저를 동정했다고 하는 것은. 그런데 루시아가 덧붙인 말은 놀라웠다.“나같아서 그랬어. 고작 이 좁은 새장에 갇혀 내내 남자들 때문에 삶이 휘둘리는 게 나 같아서. 그렇게 예쁘고 똑똑한 사람인데, 브리짓 언니는. ”브리짓이 또 울기 시작했다. 또르륵 흐르던 눈물이 어느새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루시아는 당황하여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정작 건넨 것이 아이를 위해 만들어둔 가제 수건이라 그녀가 수를 놓은 것이었다. 실력은 형편없었지만.“아, 그건 아이 때문에 만든 건데.”루시아가 부연설명을 하려고 하자 브리짓이 아주 환하게 웃으며 루시아에게 말했다.“내가 가져도 되겠니, 이것?”수많은 구혼자에게 어떤 금은 보화를 받았을 때에도 저런 표정은 아니었다. 루시아는 문득 브리짓의 저런 환한 미소를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고작 그걸로 되겠어?”못생긴 꽃 한 송이를 수놓은 손수건이었다. 그런데도 브리짓이 그걸 양손으로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이 꼭 껴안고 있어서 루시아는 어쩐지 부끄러웠다.“그렇게 대단한 물건도 아니고.”브리짓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너무 기뻐.”순수하게 그
Read more
PREV
1
...
345678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