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교환

남편교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0
By:  도수정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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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홀대받는 공작부인 루시아, 그런 그녀에게 찾아온 과거에 구해줬던 소년 디디라고 칭하며 자신을 구해주겠다는 겨울의 왕, 하우젠 대공 에이든. 전남편 데미안 벨루아. 세 사람의 삼각관계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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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화

그녀는 자주 지쳤다는 말로 모든 걸 대신했다. 원망스럽거나 상대가 실망스러울 때, 그에게서 받은 상처가 너무나도 커져서 가끔 그녀의 사랑을 역전해버릴 때. 그러니까 그녀가 겪어야 했던 모든 일들, 당했던 것들을 모두 감당할 수가 없을 때. 마치 노인 같은 거울 속의 제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도망가고 싶다느니, 지쳤다느니 하는 말로 제 속을 표현하곤 했다.

지쳤다는 말은 쉬고 나면, 잠시 어딘가로 도망가고 나면, 그러다 그 자리로 돌아오면 모든 게 괜찮아질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어찌되었거나 제 자리는 그의 곁이었으므로. 루시아 아르테미스 벨루아는 데미안 벨루아의 아내요, 제국의 단 둘뿐인 공작가의 공작 부인이었다. 비록 결혼 전에 데미안이 얼마나 지금의 황후인 마리아를 사랑했는지 전제국민이 다 알고 있고 모든 신문에 그 모습이 영원히 박제되었다고 해도, 가문에서 루시아를 팔아치우듯 공작가에 넘겼다는 것도 공작저의 사용인 중 누구도 그녀를 진정한 공작가의 안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나가던 개가 알았다고 해도.

***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의 문턱에 닿을 무렵이었다. 나무는 여전히 녹음으로 푸르렀지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진 바람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루시아는 사계절 중 가을을 가장 좋아했다. 데미안이 태어났고, 그들이 결혼한 시기였다. 그래서 풀벌레가 우는 저녁이면, 고요하게 앉아 테라스에서 밖을 바라보며 행복하다고 중얼거리곤 했다. 그녀의 곁에 그의 마음은 없었으나 그의 곁을 차지하고 있을 수 있어서 그 답답한 집을 떠나 공작부인이라는 조금 더 넓고 반짝이는 새장에 올 수 있어서. 아마 그녀에게 이보다 나은 선택지는 없었으리라.

짧은 머리를 동경했고, 꾸미는 것보단 자연스러운 게 좋았다. 이를테면 나무 그늘 아래 흙바닥에 주저앉아 드레스가 엉망이 되어도, 머리가 바람결에 망가져도 신경쓰지 않는 쪽이 루시아다웠다.

유별난 아이라고들 했다. 어머니인 레이루나와도 다르고, 여느 귀족가의 영애들하고도 달라서. 그건 어떨 땐 저가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있으면 되니 아주 쉬운 일이었다가 더러는 어려운 일이 되었다.

특히 제 모습이 원인이 되어 가족들로 하여금 수치심을 안겨줬을 땐 스스로가 하자품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레이루나는 그녀를 지극히 사랑했지만 둘은 다른 사람이었으므로 때로 그 사랑은 이유를 알 수 없게 루시아의 목을 죄었다.

도망갈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혼사를 치르던 중 혹은 그 전에 사고로 위장해 죽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도 있었다.

구애를 하던 수많은 영식들 중엔

기사들도 있었으므로 그들을 따라 남자의 낯선 고향에 자리잡아 은거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다만 루시아가 그런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은 젋은 황제와 황제파 귀족들의 득세로 세가 약해진 귀족파의 대표격인 아르테미스 백작가의 상황과, 밤에 잠못이루고 한숨짓는 레이루나의 눈가에 생긴 잔주름.

제 아버지나 오라비 제레미의 모진 말들 때문이기도 했고, 절반은 데미안 때문이었다. 현재의 황후를 사랑하여 예전 황태자와 삼각관계에서 사랑싸움을 하다가 끝내 패배한 남자. 돌이 굴러가듯 그 자리에 빠르게 박혀서는 손톱만한 관심 아니 적어도 존중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면 결혼한 지도 3년이 넘은 지금은 자연스럽게 감히라는 말이 생각났다. 감히, 제 아이도 잡아먹은 주제에. 거북하게 치른 관계속에 태어난 아이는 유달리 루시아를 고생시키다가 열흘 정도 살다가 세상을 등졌다. 이름도 없이, 제 아비의 품에 안기는 일도 없이. 그마저도 루시아가 사경을 헤맸기에 의식을 찾고 깨어났을 땐 모든 게 끝난 후였다.

아이의 관은 참나무로 되었는데 그녀의 품에 들어올 만큼 작으면서도 유난히 차가웠다. 그녀에게 있어 행복은 마땅히 주어진 할 일을 해낸 자의 보상이었기에 차마 루시아 자신에게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누구에게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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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그녀는 자주 지쳤다는 말로 모든 걸 대신했다. 원망스럽거나 상대가 실망스러울 때, 그에게서 받은 상처가 너무나도 커져서 가끔 그녀의 사랑을 역전해버릴 때. 그러니까 그녀가 겪어야 했던 모든 일들, 당했던 것들을 모두 감당할 수가 없을 때. 마치 노인 같은 거울 속의 제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도망가고 싶다느니, 지쳤다느니 하는 말로 제 속을 표현하곤 했다.지쳤다는 말은 쉬고 나면, 잠시 어딘가로 도망가고 나면, 그러다 그 자리로 돌아오면 모든 게 괜찮아질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어찌되었거나 제 자리는 그의 곁이었으므로. 루시아 아르테미스 벨루아는 데미안 벨루아의 아내요, 제국의 단 둘뿐인 공작가의 공작 부인이었다. 비록 결혼 전에 데미안이 얼마나 지금의 황후인 마리아를 사랑했는지 전제국민이 다 알고 있고 모든 신문에 그 모습이 영원히 박제되었다고 해도, 가문에서 루시아를 팔아치우듯 공작가에 넘겼다는 것도 공작저의 사용인 중 누구도 그녀를 진정한 공작가의 안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나가던 개가 알았다고 해도.***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의 문턱에 닿을 무렵이었다. 나무는 여전히 녹음으로 푸르렀지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진 바람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루시아는 사계절 중 가을을 가장 좋아했다. 데미안이 태어났고, 그들이 결혼한 시기였다. 그래서 풀벌레가 우는 저녁이면, 고요하게 앉아 테라스에서 밖을 바라보며 행복하다고 중얼거리곤 했다. 그녀의 곁에 그의 마음은 없었으나 그의 곁을 차지하고 있을 수 있어서 그 답답한 집을 떠나 공작부인이라는 조금 더 넓고 반짝이는 새장에 올 수 있어서. 아마 그녀에게 이보다 나은 선택지는 없었으리라.짧은 머리를 동경했고, 꾸미는 것보단 자연스러운 게 좋았다. 이를테면 나무 그늘 아래 흙바닥에 주저앉아 드레스가 엉망이 되어도, 머리가 바람결에 망가져도 신경쓰지 않는 쪽이 루시아다웠다.유별난 아이라고들 했다. 어머니인 레이루나와도 다르고, 여느 귀족가의 영애들하고도 달라서. 그건 어떨 땐 저가 가장 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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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언제나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온 어머니, 레이루나가 부채로 제 표정을 능숙하게 가리며 물었다."루시, 아이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니?"그녀가 아주 걱정스럽단 듯이, 루시아의 손을 애절하게 잡으며 말했다. 어릴 적 그녀가 꾸미지 않을 거라고 했을 때, 코르셋 때문에 숨쉬기가 힘들다고 했을 때. 레이루나는 젊었을 적 꾸미지 않으면 언젠가 루시아가 후회할 거라고 했다. 아마도 백작부인으로서의 경험에 비롯하여 조언을 해준 것같았으나 루시아를 위한 말은 아니었다.루시아 아르테미스, 언젠가 팔아치울 백작가의 귀한 상품을 위한 말이었다.인형같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루시아가 말했다. 어머니와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그이가 워낙 바빠서요. 어머니. 둘 사이의 일이니 너무 심려치 마시어요."루시아는 제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필사적으로 떠올리려고 했다. 아버지인 아르테미스 백작은 주사가 있었다. 여자도 밝혔다. 정부를 들이는 일이 잦았다. 그럼에도 레이루나는 아이들, 루시아와 아들 제레미를 위해 참고 버텼다. 불면증도 그때 생겼다.어딘가 의문스러운 마차사고로 아버지가 죽고, 제레미가 백작위를 이었다. 그 뒤로 레이루나의 삶은 전보다 자유로웠다. 백작인 아들. 공작부인인 딸. 선대백작부인인 저의 신분, 넘지는 재산. 남편에게 얽메이지 않는 삶. 그건 사실 이 제국의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결말이었다.때때로 루시아는 어렴풋이 레이루나의 삶이 부럽다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루시아가 데미안의 죽음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그가 행복했으면 했다. 매일 황궁으로 출근하는 그가 황후의 정원이 있는 방향으로 몇 분간 시선을 준다는 것은 이미 사교생활이 전무한 그녀의 귀에도 들어올법한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예전이라면 질투라도 났겠으나 오르지 못할 나무인걸 너무도 잘 알게된 지금은, 오히려 그가 그걸로 위로를 받는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이름도 없는 아이는 언젠가부터 제 속에 생긴 자그마한 폐허에 묻어두고 늘 그래왔듯 루시아 혼자 기도를 올리고 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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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루시아는 벨루아 특유의 웅장한 저택을 좋아하지 않았으나 제국에서도 손꼽힐만한 명작을 갖춘 저택의 미술관이나 도서관을 무척 좋아했다. 하루 종일 식사를 않고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내기도 했다. 최근, 자꾸 새벽에 깨어나 잠이 부족했던 건지 루시아는 도서관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한쪽 턱을 괴고, 눈을 감은 채 새소리와 창 밖으로 웅웅대는 바람 소리를 들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누군가 제 어깨 위에 겉옷을 얹어주는 게 느껴졌다. 셀레나인가. 무어라 말도 건넨 것같았는데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대답하지 못했다. 무척이나 반가워하고 다정한 음성이라는 것만 기억했다.눈을 떴을 때 마주한 건 마지막으로 저를 아주 못마땅해 했던 자안이었다."루시아."그가 드물게 제 이름을 불렀다."손님이 왔소. 저녁 정찬을 함께 해야해."또 코르셋을 입어야겠군. 저절로 싫다고 생각해서 약하게 한숨을 쉬었다. 루시아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데미안은 어깨를 으쓱하며 그녀를 두고 나가버렸다. 루시아가 의자에서 일어나자 어깨를 둘러싼 털망토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제국의 양식은 아니었다. 금장이 박힌 것으로 보아 무척 신분이 높은 자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2화이걸 보고도 데미안은.거기까지 미치려 드는 생각을 도중에 끊어 냈다. 루시아는 적어도 스스로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지지는 말자고 자주 되뇌었다. 양뺨을 힘껏 두드린 그녀가 다시 복도를 걸었다. 위태로운 듯 정확한 걸음으로.저택의 대부분 사람들이 루시아의 편이 아니었으나 아르테미스 백작저에서 함께 나고 자란 유모의 딸이자 유일한 친구, 셀레나는 변치 않는 루시아의 편이었다. 가을 호밀을 닮은 갈색 머리. 에메랄드를 닮은 초록눈. 이따금, 루시아는 셀레나가 남자였다면 단연코 데미안이 아닌 그녀와 사랑에 빠졌을 거라고 생각하곤 했다."또 이상한 생각하고 있죠, 부인"셀레나가 머리를 만져주며 물었다. 루시아는 역시 그녀를 못속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푸시시 새어나가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셀레나 앞에서라면 그래도 된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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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그것마저 귀여워 디디가 푸흐흐 웃자 루시도 같이 웃었다. 셀레나는 곁에서 미소지으며 둘을 지켜봤다. 루시가 저렇게 마음 편하게 웃는 걸 언제 보았나. 친구로서 디디라는 소년이 너무 고마웠다.그는, 점점 돌아가지 않을 생각도 했다. 제국으로의 망명을 생각했다. 루시의 곁에 남아 그녀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를 따르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가 두고온 이들은 살아있을까? 고작 열 살짜리 소년을 믿고 목숨을, 충성을 바치던 어리석은 그의 사람들은.루시는 종종 그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걸 알았다. 배우지 않아도 보았다. 원체 영특한 아이였다. 디디는 루시를 오래 속일 수 없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꼭 오늘같은 가을이었다.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여름날 소년이 흘린 구슬땀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던 루시가 이제는 그의 곁에서 숄을 걸치고 앉아있었다."디디, 가야 해?"망설이다가 물은 물음이었다. 반년 가량 숨어지냈다. 그를 찾는 이들도 그의 생사를 더이상 확신하지 못할 시간. 추적자들이 방심한 시간. 이때에 돌아가야 했다."......"하지만, 루시가 남아달라고만 한다면. 그는 남을 작정이었다. 그의 의미는 모두 그녀의 옆에서 생겨났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얻은 두번째 생은 모조리 그녀의 것이었다. 하지만 루시가 쓸쓸하게 웃었고, 마침내 그에게 이별을 고했을 때 디디는, 아니 에이든은 둘 사이의 추억을 가슴속에 품고 조국으로 떠났다.그 뒤로는 모두가 살아돌아온 소년이 어딘가 미쳤다고 부르는 나날이었다. 혁명군을 지원하고, 반란을 도모했다. 그러나 그는 황좌를 원하지 않았다. 그가 바라는 것은 공화정이었다. 그의 사람들조차 반대했던 것. 이 사회를 완전히 뒤바꾸는 것. 하지만 루시가 그랬다."옛날 고대사회에는 공화정이라는 게 있어서 광장에서 사람들이 토론하면서 나라의 문제를 결정했대.""그렇구나."아고라의 이야기구나. 황제학 수업 때 지겹게 들었던 디디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는데 어쩐지 시무룩한 루시가 덧붙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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