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는 1년이나 육아휴직을 하며 집에 붙어 있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을 모르듯, 뒤늦게 깨달은 시아라는 사랑 때문에 세상 모든 것이 바뀐 서우. 서우의 세계는 시아와 아이들을 중심으로 돌고 있었다.서우가 둘째 서아의 첫 번째 생일을 준비하는 동안기태주 회장과 서연, 서안은 두 사람의 제대로 된 걀혼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해, 가을은 여름보다 아름답게, 그 어느때보다 눈부셨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의 중심에 서 있던 서우와 시아는, 오늘은 전혀 다른 온도와 색깔로 물들어 있었다. 냉기어린 차가운 공간을 가득 채운 것은 복수나 음모가 아닌, 은은하게 퍼지는 백합과 자스민의 향취였다. “새언니, 정말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 신부 대기실의 문이 열리며, 서안이 자기보다 어린 신부를 보며 눈가를 붉힌 채 걸어 들어왔다. 평소 제멋대로에 철부지 같던 시누이가, 오늘을 위해 몇 날 며칠을 밤새우며 식장을 꾸몄다. 날카로운 칼날 같던 시아의 지난 삶에 위로를 건네듯, 그녀가 고른 꽃들은 전부 시아가 가장 좋아하는 온화한 빛깔들이었다. 서안은 시아의 손을 꼭 쥐며, 손수 고른 순백의 면사포를 조심스레 내려주었다. 과거, 오직 생존과 복수만을 위해 체결했던 ‘계약 결혼’ 때 입었던 딱딱하고 어두운 예복과는 완전히 다른, 눈부신 드레스였다.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요. 이제 우리 가족과 함께, 오빠랑... 정말 행복해지기만 해요.” 그 진심 어린 눈물에 시아의 가슴 한구석이 찌르르하게 울려왔다. 예식장의 문이 열리고,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음악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식장 내부로 발을 내딛자, 서연이 시아를 에스코트 하려고 듬직하게 서 있었다. ‘당신을 해칠 수 있는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버진 로드 양쪽으로 서있는 경호원들이 들고 있는 검마다 그 맹세가 온몸으로 전해졌다. 버진로드의 입구에 이르렀을 때, 언제나 엄격하고 무뚝뚝했던 그녀의 시아버지, 기태주 회장님이 걸어 나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6-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