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늦은 후회의 대가: Kapitel 1 – Kapitel 10

21 Kapitel

제1화

강새롬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것이 정략결혼의 대가라고... 서해진은 원래부터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다행인 것은 이 남자가 다른 사람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그러나 그 차갑고 절망적인 감정에 거의 익숙해질 무렵, 그들 사이에 갑자기 놀라운 소식이 터져 나왔다.여자에게 일절 관심이 없고 오직 일만 하던 서해진이 애인을 한 명 곁에 두고 있으며 보배처럼 보살피면서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소문에 따르면 그 여자와 알프스에 스키를 타러 가기 위해 체결 직전인 조원의 프로젝트를 그냥 버렸다고 했다.또한 일주일 동안의 모든 회의를 취소하고 그 여자와 함께 아픈 고양이 한 마리를 돌봤다고 했다.그 여자가 아주 비싼 서해진의 계약서에 낙서하는 것을 묵인했고 그녀가 ‘재미없어’라는 한 마디에 임원들과의 미팅까지 중단했다고 했다...이 말을 들은 순간 강새롬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말이 돼? 서해진이 그럴 리가! 시간을 목숨보다 더 아끼는 남자가, 뜨거운 피가 몸속에 흐르는 게 의문일 정도로 이성적인 서해진이!’여기까지 생각한 강새롬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자신이 가진 모든 인맥과 적금을 사용해 몰래 그 여자를 조사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서해진이 그 여자를 철저히 보호하고 있는 탓에 강새롬은 엄청난 노력과 수많은 돈을 들인 끝에야 겨우 흐릿한 여자 옆모습의 사진을 한 장 몰래 손에 넣었다.사진 속 여자는 아주 젊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서해진은 그녀를 소중한 보물 다루듯 품에 안고 있었다. 한 여자를 이토록 보호하는 모습을 지난 결혼 생활 5년 동안 강새롬은 한 번도 느껴본 적도, 받아본 적도 없었다.이 사진을 손에 넣은 그날 오후, 강새롬은 불편한 마음으로 거리를 나섰다. 그런데 길가에 가자마자 검은 롤스로이스 한 대가 통제력을 잃은 듯 맹렬히 돌진해 왔다.강새롬은 차 안의 사람이 누군지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몸이 허공으로 날아간 뒤, 땅바닥에 심하게 떨어짐과 동시에 순간적으로 전신을 휘감는 극한의 고통과 함께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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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옛날 기억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질식할 듯한 쓰라림을 안고...서해진과 결혼하기 전부터 강새롬은 ‘서해진’이라는 이름을 익히 들었기에 이 남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언론은 온갖 아름다운 수식어를 쏟아내며 서해진의 준수한 외모, 능력, 비즈니스 수완을 극찬했다. 가장 완벽한 후계자로 회사를 인수한 지 1년 만에 서강 그룹을 포브스 최정상에 올려놓았다.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 마치 일을 위해 태어난 기계와 같다는 점이었다.하지만 연회장에서 서해진을 우연히 만났을 때 차가우면서도 우아한 기품과 남다른 자태에 강새롬은 이 남자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마음속에 더 이상 다른 사람이 들어설 자리가 없게 되었다.그래서 가문에서 정략결혼을 제안했을 때 미친 듯이 기뻐하며 승낙했다.그때 절친도 강새롬을 말렸다.“서해진이 좋은 건 알겠어. 하지만 감정이 없이 일하는 기계야. 그런 사람과 결혼하면 절대 행복하지 못할 거야.”그러나 그때의 강새롬은 순진하기 짝이 없었다. 본인에게 충분히 자신이 있었고 이 남자를 한껏 사랑해 주면 언젠가는 얼어붙었던 서해진의 마음을 녹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결과는...신혼 첫날밤, 의무처럼 첫날밤을 치른 서해진은 아무런 감정 없이 차갑게 말했다.“나는 사랑 따위 관심 없어. 너와 결혼한 건 단지 사업상 필요하기 때문이야. 네가 분수를 잘 지키고 있으면 나는 부부로서의 의무를 다할 것이고 평생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서의 영광도 누릴 수 있게 해줄게. 그 외에 더는 바라지 마.”그래서 결혼한 후, 서해진이 여러 번 일 때문에 그녀를 무시하고 버려도 강새롬은 꾹 참았다.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 남자가 비록 그녀를 사랑하지 않지만 다른 여자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그런데 오늘, 강새롬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녀가 아닌 다른 여자, 윤가연을 불면 날아갈까, 잡으면 부서질까 애지중지하는 모습, 늘 거만하기만 했던 이 남자가 고개를 숙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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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자, 서명 다 했어.”서류를 강새롬의 손에 도로 쥐여 준 윤가연은 뭔가 자기가 큰 도움을 준 것처럼 도도한 표정을 짓더니 경고하는 어조로 말했다.“해진이한테 들었는데 너희 그냥 정략결혼이라며? 그렇다면 네 분수를 지켜야지. 부동산이나 인테리어하는 데 살 가구 같은 계약은 앞으로 그냥 내게 줘, 내가 서명해 줄게. 특별한 일 없으면 해진이한테 오지 마. 해진이도 너 보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서류 위에 선명하게 찍힌, 서해진의 권위를 상징하는 도장을 바라본 강새롬은 이 순간 스스로가 너무 우습게 느껴졌다.부동산 아파트 매매 계약이 아니라 이혼 서류라고 말하기 위해 입을 떼려는 찰나...갑자기 경매장 안에 귀에 거슬리는 화재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불이야! 빨리 도망쳐!”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치자 엄청난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은 미친 듯이 출구로 몰려들었다.강새롬과 윤가연은 안쪽에 서 있는 데다 두 사람 모두 체구가 왜소한 편이었기 때문에 순식간에 혼란에 빠진 사람들에게 부딪히면서 바닥에 넘어졌다.“악!”“밟지 마!”수많은 사람들의 발이 그녀들의 몸을 밟고 지나갔다. 극심한 고통이 밀려오자 강새롬은 뼈가 으스러질 것 같았다. 필사적으로 일어나려고 했지만 전혀 힘을 쓸 수 없었다.“해진아! 해진아, 나 좀 살려줘!”윤가연은 겁에 질려 울부짖었다.“자기야!”서해진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새롬은 조금 전 자리를 떴던 서해진이 사람들을 필사적으로 헤치고 그들에게 오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자 마음 깊은 곳에 왠지 모르게 작은 희망이 생겼다.그러나 달려온 서해진은 윤가연에게 시선이 고정돼 있었다. 망설임 없이 허리를 굽혀 윤가연을 와락 안아 품속에 보호하더니 몸을 돌려 밖으로 뛰쳐나갔다.처음부터 끝까지, 바닥에 쓰러진 강새롬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서해진! 서해진!”강새롬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서해진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요란한 비명과 울부짖음에 묻혀버렸다.‘서해진이 정말 못 들었을까?’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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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고개를 든 강새롬은 서해진이 병상에 앉아 조심스럽게 윤가연에게 물을 먹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윤가연은 약간 놀란 것 외에 찰과상만 있을 뿐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다.서해진은 피투성이가 되어 초라하게 쓰러져 있는 강새롬을 보았지만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눈빛에는 차가운 무심함만이 남아 있었다.천천히 입을 연 서해진은 목소리가 얼음장보다도 더 차가웠다.“가연이가 팥떡을 먹고 싶대. 네가 잘 만들잖아. 지금 당장 병원 주방에 가서 하나 만들어 와.”강새롬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온몸이 피투성이인데 서해진은 그런 그녀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윤가연이 송편을 먹고 싶다는 한마디에 사람을 시켜 그녀를 수술대에서 끌어내리라고 한 것인가?몇 년간 쌓여온 억울함, 고통, 절망이 이 순간 마침내 완전히 터져 나왔다.간신히 일어나 앉은 뒤 쉰 목소리로 피를 토할 듯 질문을 내뱉었다.“서해진! 너무한 거 아니야? 경매장에서 나 사람들에게 밟혀 죽을 뻔했어. 그런데 그때 너는 어디 있었는데? 네 눈에는 저 여자밖에 안 보이지? 나 지금 몸 상태가 말이 아니야! 여기저기 심하게 다쳐서 수술이 시급하다고! 그런데 고작 저 여자 한마디에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와?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네게 대체 뭐였어? 네 법적 와이프는 나라고! 나야말로 네 아내인데 왜 이렇게 내 자존심까지 짓밟는 건데!”목청껏 울분을 토해냈다. 흘러내린 눈물이 얼굴의 핏자국과 섞여 더욱 초라하고도 처참해 보였다.그러나 서해진은 표정이 한 번도 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눈빛조차 흔들리지 않았다.서해진의 품에 안겨있던 윤가연이 오히려 귀찮다는 듯 귀를 막으며 애교 섞인 어조로 투정을 부렸다.“해진아, 너무 시끄러워... 저 여자가 너무 소리를 쳐서 머리가 아파...”그러자 서해진은 즉시 윤가연을 꼭 끌어안더니 손으로 귀를 막아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우리 자기, 착하지, 무서워하지 마.”마음이 무너져 내린 강새롬에게 시선을 돌린 서해진은 눈빛이 순간적으로 차갑고 날카롭게 변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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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수술 후의 나날은 긴 고통의 연속이었다.혼자 병상에 누워 있는 강새롬은 링거가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져 혈관으로 스며드는 것을 멍하니 바라봤다. 상처에서 나오는 둔탁한 통증이 온몸에 퍼졌다.상처의 거즈를 갈 때마다 고문을 당하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간호사가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였지만 눈빛으로 생생히 전해지는 동정 어린 시선이 상처보다 더 그녀를 괴롭혔다.“조금만 참으세요. 곧 나을 거예요.”간호사가 낮은 소리로 말한 뒤 문밖으로 나갔다. 이내 문밖에서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정말 불쌍해요... 저렇게 크게 다쳤는데 가족들이 한 번도 찾아오지 않고... 수술 동의서도 본인이 억지로 겨우 썼다던데...”“맞아요. 옆 동 VIP실에 있는 윤가연 씨는 그냥 피부가 살짝 까진 것뿐인데 서 대표님이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지키시잖아요. 나도 들은 건데 환자 곁에 있으려고 조원짜리 큰 프로젝트 몇 개나 미뤘대요...”“사람 팔자가 어쩌면 이렇게 천차만별일 수 있는지 참...”이런 말들이 작은 바늘처럼 강새롬의 마음을 촘촘히 찔렀다.하지만 감각은 이미 마비된 듯했다. 그저 눈을 감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 채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했다.퇴원하는 날, 하늘은 강새롬의 마음을 대변하듯 아주 칙칙했다.퇴원 절차를 마치고 병원 정문을 나서자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친구들이 차를 몰고 와 기다리고 있었다.“새롬아! 여기야!”따뜻하게 반기는 익숙한 친구들의 얼굴을 보자 강새롬의 얼어붙었던 마음에도 조금이나마 온기가 돌았다.저녁이 되자 그들은 강새롬을 자주 가던 라운지바로 데려갔다. ‘고통의 나라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은 것’을 축하한다고 했다.“이혼 잘했어! 서해진 그 녀석은 애초에 너랑 안 맞아!”“맞아! 우리 새롬이는 얼굴도 몸매도 집안도 다 갖췄으니 충분히 아주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어. 서해진 그놈 떠났으니 이제 너한테 고백할 사람들이 여기서부터 유럽까지는 줄을 설 거야!”“그래! 내일 내가 몇 명 소개시켜 줄게.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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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서해진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차가운 시선으로 강새롬을 바라봤다. 강새롬 뒤에 있는 용모와 기품이 범상치 않은 남자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얼굴이 순식간에 극도로 어두워졌다.“강새롬, 내가 경고했지. 가연이에게 나쁜 마음 같은 건 절대 품지 말라고. 너 하나로도 모자라서 네 친구들까지 시켜 가연이를 꼬시는 거야?”강새롬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꼬셨다고?’“서해진, 눈멀었어? 이거 안 보여? 윤가연이 내 친구들을 괴롭히는 중이잖아!”서해진이 뭐라고 더 말하려 했다. 그러자 이 남자가 바로 자신을 달래주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난 윤가연은 발을 구르며 몸을 돌려 밖으로 뛰쳐나갔다.“윤가연!”즉시 뒤쫓아간 서해진은 목소리가 순식간에 애간장이 타들어갈 정도로 애정 어린 어조로 변했다.“그래, 알았어. 가연아, 화내지 마,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는 절대 다른 여자랑 단둘이서 계약하는 일 없도록 할게, 응?”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경호원들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지시했다.“이 남자들, 방금 어느 손으로 가연이 만졌는지 알지? 그 손 모조리 부러뜨려.”말을 마친 뒤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윤가연을 쫓아 뛰쳐나갔다.경호원들이 즉시 앞으로 나서서 행동에 옮기려 했다.강새롬은 상황이 이렇게 흘러간다는 자체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친구들 앞을 가로막으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감히 손대기만 해봐 어디! 눈 크게 뜨고 똑똑히 봐! 누가 먼저 손을 댔는데? 윤가연이 먼저 내 친구들을 괴롭힌 거잖아! 얘네들, 내 친구들이야. 밖에 나가면 전부 이름을 내로라하는 사람들이라고. 너희들, 함부로 손대기만 해봐!”자리에 멈춰 선 경호원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강새롬 씨, 저희도 난처합니다. 친구분이 꽤 괜찮은 집안의 자제이기는 합니다만 서 대표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서 대표님 한마디면 이 사람들 집안, 이 집안사람들의 친척까지 모두 망하게 하는 건 식은 죽 먹기니까요. 저희도 일 마치고 서 대표님께 보고는 드려야죠.”강새롬은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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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서해진의 차가 쏜살같이 사라지는 모습을 본 강새롬의 친구들은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지만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일단은 먼저 중상을 입은 강새롬을 병원으로 데려가야 했다.병원에서 다시 의식을 되찾았을 때 강새롬 곁에는 간호사뿐이었다.“강새롬 씨, 드디어 정신이 드셨군요? 다행히 친구분들이 일찍 데려와 주셔서... 그런데 그분들도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먼저 가셨어요. 깨시면 알려 달라고 하셨는데...”“괜찮아요.”강새롬은 쉰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바쁜 사람들이니까 귀찮게 하지 마세요.”강새롬을 바라본 간호사는 동정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런데 옆에 돌볼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저 혼자 할 수 있어요.”강새롬은 혹시나 눈빛에서라도 나약한 자기 모습이 비칠까 봐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 후로 길고도 외로운, 상처를 치유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혼자 밥을 먹고 스스로 약을 갈며 외로이 자신을 돌보았다.퇴원하는 날, 혼자 퇴원 절차를 밟고 별장으로 돌아왔다.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성을 다해 골랐지만 서해진이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선물들, 옷들, 심지어 몰래 샀던 커플 용품들까지 모두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지친 몸을 이끌고 마지막 짐들을 정리하고 있을 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다.서해진이 윤가연의 허리를 감싸 안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그런데 물건을 버리고 있는 강새롬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곁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정부에게 직접 지시를 내렸다.“가연이가 요즘 조용히 몸조리를 해야 해서 한동안 집에서 지낼 거야. 빛이 가장 잘 드는 안방 정리해 놓고 그 안에 있던 물건들은 모두 새것으로 교체해, 가연이 취향에 맞춰서. 가연이가 핑크색을 좋아해. 침구는 실크로 하고 커튼은 빛 차단이 제일 잘 되는 걸로 해. 방 안에 매일 신선한 흰 장미를 갖다 놓는 것도 잊지 말고. 그리고 가연이가 먹을 것은...”세세한 것 하나까지 빠뜨리지 않고 지시하는 서해진은 진지한 어조로 아주 집중해서 말했다.계단 입구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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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 후 며칠 동안, 강새롬은 서해진이 한 사람을 마음껏 사랑하는 데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지 두 눈으로 목격했다.윤가연이 벚꽃 젤리를 먹고 싶다고 하면 새벽에 해외를 오가는 비행기를 전세 내 운반하게 했다.밤에 어두워서 무서워 잠이 안 온다고 하면 하고 있던 모든 일을 내려놓고 밤새도록 윤가연을 껴안고 달랬다.한밤중에 별똥별이 보고 싶다고 하면 전용기를 동원해 별을 보기 가장 좋은 산 정상으로 갔다.집 안 가정부들 사이에서는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서 대표님, 윤가연 씨를 정말 하늘 높이 띄워 주시네...”“맞아, 서 대표님이 저렇게까지 할 줄은 정말 몰랐어. 저런 모습 처음이야. 사람이 완전히 바뀐 것 같아...”“서 대표님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인가 봐. 그런데 저분은... 아휴...”강새롬은 이런 말들을 들으면 심장이 칼로 도려내는 듯 아팠지만 자신의 작업실에 조용히 숨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이곳은 강새롬의 유일한 피난처였다.그날, 윤가연이 작업실 구경을 왔다가 벽에 걸린 유화 한 점을 단번에 눈여겨보았다.“이 그림 꽤 괜찮네? 내 방에 걸어둘래.”윤가연이 그림을 가리키며 당연한 듯한 어조로 말하자 강새롬은 즉시 거절했다.“안 돼. 이건 우리 선생님의 유작이야.”윤가연이 입을 삐죽 내밀며 애교 부리기 시작했다.“아잉, 나한테 줘. 응? 정말 마음에 든다니까...”“방금 말했잖아, 안 된다고.”강새롬은 단호한 태도로 거절했다.“나는 서해진이 아니야. 애교를 천만번 부려도 나한테는 통하지 않아. 이 그림은 누구한테도 안 줄 거야.”강새롬과 말이 통하지 않자 윤가연은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내가 돈 주고 살게. 얼마면 돼?”“안 팔아. 나 바빠, 이만 나가.”강새롬은 잔뜩 굳은 얼굴로 윤가연에게 작업실에서 나가라고 했다.화가 난 윤가연은 손을 홱 뻗더니 강새롬을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네가 뭔데! 안 주겠다는 거야!”강새롬은 본능적으로 윤가연의 손을 뿌리쳤다. 중심을 제대로 못 잡은 윤가연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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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강새롬은 고통에 거의 죽을 뻔했다. 마지막에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개인 주치의가 제때 강력한 진통제와 소염제를 투여하고 등 상처를 조심스럽게 처리해 주었다.“그나마 상처를 제때 처리해서 다행이에요. 제일 좋은 약을 써서 흉터는 남지 않겠지만 당분간은 절대 물에 닿지 않도록 몸조리 잘해야 해요.”의사가 당부했다.침대에 엎드려 있는 강새롬은 눈물이 다 말라 나오지도 않았다.몸의 상처는 나을지 몰라도 마음의 상처는 이미 곪아서 완전히 썩어버렸다.그 후 며칠 동안, 방 안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마치 껍질 속에 숨은 달팽이처럼 더는 밖으로 나가 가슴 아픈 현실과 마주하지 않으려는 듯이...그러던 어느 날, 아래층에서 큰 소란과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그제야 오늘이 윤가연의 생일이라는 것이 떠올랐다.서해진이 집에서 그녀를 위해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연 것이었다.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 2층 난간에 서서 외톨이처럼 술잔이 오가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서해진이라는 남자가 얼마나 다정하게 윤가연을 대하는지 두 눈 똑똑히 보면서 한 여자에게 이토록 인내심 있는 남자였는지 처음 알게 됐다.윤가연은 케이크 모양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거나 손님들의 시선이 이상하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하면서 온갖 방법으로 트집을 잡았다. 서해진은 예상대로 모두 다 받아주면서 애정 어린 눈빛으로 윤가연을 바라봤다. 심지어 직접 몸을 낮춰 그녀의 치맛자락을 정리해 주기까지 했다.누군가가 실수로 위층에 있는 강새롬을 보고 무의식중에 한마디 했다.“사모님...”이 한마디에 윤가연은 순식간에 폭발했다.갑자기 술잔을 바닥에 내던지더니 서해진을 향해 울부짖었다.“서해진, 네가 한 말 잊었어? 나랑 비록 혼인 신고는 안 했지만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라고! 서씨 가문 사모님은 영원히 나뿐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사람들이 왜 아직도 저 여자를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거야!”서해진은 즉시 윤가연을 달랬다.“그만해, 우리 자기, 착하지. 그냥 호칭일 뿐이야...”“싫어! 너 나 속였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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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순식간에 잠기운이 싹 사라진 서해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이혼 통보? 시내 대형 전광판 스크린에 올렸다고?’즉시 번호를 눌러 얼어붙을 듯 차가운 목소리로 지시했다.“당장 시내 모든 대형 전광판 운영사 대표들 연결해! 3분 안에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알아내!”그러나 서해진이 지시를 마저 내리기도 전에 침실 벽에 내장된 스마트TV 스크린이 자동으로 켜졌다. 방영 중인 아침 뉴스 화면 아래에 그와 강새롬의 이혼 소식을 알리는 ‘공식 발표’가 선명히 떠 있었다.[공식 발표. 서해진과 강새롬은 오늘부로 혼인 관계를 정식으로 종료하였습니다. 이 시각 이후로 양측은 각자의 인생을 살며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또한 강새롬은 현재 법적으로 미혼 상태로 돌아왔으며 관심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구애를 환영합니다.]모든 글자 하나하나가 마치 따귀를 때리는 매운 손처럼 서해진의 얼굴을 거세게 내리쳤다.분노가 순식간에 정수리까지 치밀어 오른 서해진은 얼굴이 섬뜩할 정도로 어두워졌다. 손에 있는 휴대폰을 어찌나 힘주어 쥐었는지 당장이라도 으스러뜨릴 기세였다.‘강새롬이 감히! 무슨 배짱으로 공개적으로 내 얼굴에 먹칠을 하는데! 이혼? 내 서명 없이 어떻게 이혼 수속을 마칠 수 있었지?’“조사해! 당장 해! 대체 어떻게 이혼이 된 건지 알아내!”소식을 듣고 달려온 비서에게 포효했다. 이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가정 법원 쪽도 확인해 봐! 강새롬이 함부로 위법 행위 저지르는 거 누가 눈감아 줬는지!”무서울 정도로 분노하는 서해진의 모습에 비서는 숨소리조차 겨우 내며 급히 고개 숙여 응답한 뒤 재빨리 조사에 나섰다.서해진은 성가신 듯 잠옷 깃을 확 젖혔다. 마음속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분노 외에도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아주 미세한 당혹감이 섞여 있었다.마치 무언가가 완전히 그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는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조사 결과가 바로 나왔다.비서가 전전긍긍하며 보고했다.“대표님... 알, 알아냈습니다... 이혼 수속은... 합, 합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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