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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후회의 대가
늦은 후회의 대가
Author: 이리

제1화

Author: 이리
강새롬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것이 정략결혼의 대가라고... 서해진은 원래부터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다행인 것은 이 남자가 다른 사람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 차갑고 절망적인 감정에 거의 익숙해질 무렵, 그들 사이에 갑자기 놀라운 소식이 터져 나왔다.

여자에게 일절 관심이 없고 오직 일만 하던 서해진이 애인을 한 명 곁에 두고 있으며 보배처럼 보살피면서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그 여자와 알프스에 스키를 타러 가기 위해 체결 직전인 조원의 프로젝트를 그냥 버렸다고 했다.

또한 일주일 동안의 모든 회의를 취소하고 그 여자와 함께 아픈 고양이 한 마리를 돌봤다고 했다.

그 여자가 아주 비싼 서해진의 계약서에 낙서하는 것을 묵인했고 그녀가 ‘재미없어’라는 한 마디에 임원들과의 미팅까지 중단했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순간 강새롬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

‘말이 돼? 서해진이 그럴 리가! 시간을 목숨보다 더 아끼는 남자가, 뜨거운 피가 몸속에 흐르는 게 의문일 정도로 이성적인 서해진이!’

여기까지 생각한 강새롬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자신이 가진 모든 인맥과 적금을 사용해 몰래 그 여자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해진이 그 여자를 철저히 보호하고 있는 탓에 강새롬은 엄청난 노력과 수많은 돈을 들인 끝에야 겨우 흐릿한 여자 옆모습의 사진을 한 장 몰래 손에 넣었다.

사진 속 여자는 아주 젊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서해진은 그녀를 소중한 보물 다루듯 품에 안고 있었다. 한 여자를 이토록 보호하는 모습을 지난 결혼 생활 5년 동안 강새롬은 한 번도 느껴본 적도, 받아본 적도 없었다.

이 사진을 손에 넣은 그날 오후, 강새롬은 불편한 마음으로 거리를 나섰다. 그런데 길가에 가자마자 검은 롤스로이스 한 대가 통제력을 잃은 듯 맹렬히 돌진해 왔다.

강새롬은 차 안의 사람이 누군지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몸이 허공으로 날아간 뒤, 땅바닥에 심하게 떨어짐과 동시에 순간적으로 전신을 휘감는 극한의 고통과 함께 의식이 빠른 속도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시 깨어났을 때 병원의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서해진 비서의 포커페이스이었다.

“사모님, 드디어 깨셨군요.”

비서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서 대표님께서 한 마디만 전하라고 했습니다. 상관없는 사람과 캐내지 말아야 할 일들은 조사하지 말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다음번에는 단순한 ‘사고’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요.”

눈이 휘둥그레진 강새롬은 가슴 속의 고통이 질식할 듯 목을 조여 왔다.

‘서해진이 그런 말을 했다고? 진짜로 서해진이?’

그 여자의 옆모습 사진 한 장을 손에 넣은 일, 고작 이 하나에 불만을 품고 경고하기 위해 교통사고를 낸 것이란 말인가!

엄청난 충격과 가슴을 저릴 듯한 아픔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했던 이 남자가, 항상 오로지 일에만 열정을 쏟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이토록 미친 듯하고 잔인한 짓까지 할 수 있다니!

믿기 어려웠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평생 그 여자의 진짜 얼굴을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일주일 후, 예상치 못한 전화 한 통이 강새롬에게 걸려왔다.

전화를 건 곳은 경찰서였다.

“서해진 씨의 가족이신가요? 고소장이 접수됐는데요... 누군가 서해진 씨를 성매매 혐의로 신고했습니다. 경찰서에 한 번 와주시겠습니까...”

강새롬은 순간 귓가에 윙 하는 소리가 났다. 머릿속도 새하얗게 변했다.

‘성매매? 서해진이?’

본능적으로 경찰서로 달려갔다.

들어서자마자 정교한 원피스를 입은, 아주 어려 보이는 한 여자가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버릇없는 말투로 불평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경찰분들, 아직도 그 사람 안 부르고 뭐 하고 있는 거죠? 저 지금 그 사람을 성매매 혐의로 고소한다고 했잖아요. 못 알아들었어요? 아니면 세계 최고 재벌이라서 경찰에서도 못 잡는 건가요?”

주변 경찰들이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식은땀을 흘리며 계속 설명했다.

“저기...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서해진 씨는...”

“오해는 무슨 오해요? 오해 같은 거 없어요!”

젊은 여자는 발을 구르며 불만을 터뜨렸다.

“경찰들이 못 잡겠다면 다른 경찰서에 가서 고소할 거예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경찰서 밖에서 급제동 소리가 울렸다.

검은색 승용차가 한 대가 멈춰서더니 서해진이 몸에 꼭 맞는 블랙 슈트를 입고 냉철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 누구와도 비할 데 없는 준수한 얼굴과 엄청난 카리스마에 경찰서 로비 전체가 조용해졌다.

서해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강새롬이었다. 즉시 미간을 찌푸리더니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네가 여기 왜 있어?”

목이 멘 강새롬은 마른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경찰이... 전화를 해서.”

표정이 더욱 차가워진 서해진은 반박할 수 없는 어조로 단호하게 말했다.

“여기 일은 너와 상관없으니까 먼저 돌아가 있어.”

강새롬에게서 시선을 거둔 뒤 말썽을 부리는 그 여자에게로 곧장 걸어갔다.

강새롬은 순간 벼락을 맞은 듯, 온몸에 흐르는 피마저 순간적으로 얼어붙는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항상 높은 자리에서 주위를 압도할 듯한 기세로 냉철함을 유지하던 서해진이 자세를 낮춰 그 여자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하는 모습...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어조에는 강새롬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다정함과 애정에 넘쳐흘렀다. 심지어 조심스럽게 아첨하는 듯한 기색마저 담겨 있었다.

“자기야, 또 누가 우리 자기 화나게 한 거야?”

윤가연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입을 삐죽 내밀더니 당연하다는 듯 토라져 말했다.

“너 때문이잖아! 네가 3초 안에 내 메시지에 답장을 안 했으니까! 너무 화가 나서 경찰서에 온 거야. 너를 성매매 혐의로 고소하려고!”

터무니없는 이유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그런데 서해진은 그 말을 듣고도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낮은 소리로 부드럽게 웃었다. 손을 내밀어 윤가연의 볼을 쓰다듬더니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그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래그래, 내가 잘못했어. 네가 성매매 혐의로 나를 경찰에 고발하려고 했으니 진짜로 좀 갇혀 있으면 네 마음이 좀 풀릴까?”

말을 한 뒤 진짜로 곁에 있던 경찰에게 손을 내밀어 수갑을 채우라는 시늉을 했다. 옆에 있던 경찰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곁에 있던 비서가 급히 달려와 설명했다.

“가연 씨, 오해예요! 서 대표님께서 오늘 오전에 약간의 사고를 당하셔서 팔에 부상을 입으셨어요. 병원에서 상처 치료를 받고 계셨는데 핸드폰 배터리가 다 나가서 제때 답장을 드리지 못한 거예요. 그러니까 화내지 마세요!”

그 말을 들은 윤가연은 그제야 비로소 다급히 서해진의 손을 붙잡았다. 잡고 나서 보니 슈트 소매 아래로 흰 붕대가 감겨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다쳤어? 왜 진작 말 안 한 거야!”

서해진은 그저 다정하게 윤가연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네 메시지에 답장은 꼭 바로바로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어쨌든 못 지킨 건 내 잘못이 맞아. 그러니까 벌 받아 마땅해.”

윤가연은 더욱 세차게 울면서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거야...”

그녀를 품에 안은 서해진은 꿀을 발라 놓은 듯한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널 사랑하니까. 내가 잘못한 게 맞으니까. 우리 자기, 어떻게 벌 줄 거야?”

울음을 그친 윤가연은 큰 눈을 깜빡이더니 입을 내밀며 바닥을 가리켰다.

“그럼 나 여기서 말타기 할래!”

순간 표정이 굳은 비서가 앞으로 나서서 말리려 했다. 하지만 서해진이 손짓으로 제지했다.

서해진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윤가연을 바라봤다.

“꼭 여기서 해야 해?”

“응! 꼭 여기서 할 거야!”

“알았어.”

서해진은 망설임 없이, 정말로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몸을 낮춰 바닥에 엎드렸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 올라와.”

환하게 웃음을 터뜨린 윤가연은 익숙하게 서해진의 등에 올라탔다. 마치 자랑스러운 공주님처럼...

글로벌 경제 뉴스에서 늘 위압적인 모습만 보여주던 서해진, 말 한마디가 천금보다 더 귀한 비즈니스계의 황제가 지금 이 순간 그의 ‘공주님’을 업은 채 경찰서 바닥을 기고 있었다. 얼굴에는 일말의 조바심도 없이, 너그러움과 애정만 넘쳐날 정도로 가득했다.

경찰서 전체가 깊은 침묵에 빠졌다. 모두가 숨소리를 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고 있었다.

한편 옆에 있는 강새롬은 입을 꽉 틀어막은 채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참고 또 참아도 눈물샘은 마치 무너진 둑처럼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절대 믿지 못했을 것이다. 냉철하고 무정하며 오직 일만 하던 서해진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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