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여기까지 오면?”지혁의 목소리가 가까운 거리에서 떨어졌다.주아는 대답 대신 맞잡힌 손에 힘을 줬다. 소파 등받이에 닿은 어깨는 더 물러날 데가 없었다. 지혁은 그녀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몸을 기울인 채 기다릴 뿐이었다.늘 무심하게 마주치던 눈이 오늘은 끈질겼다. 주아가 고개를 돌리면 따라올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한 치도 더 다가오지 않았다.“왜 대답 안 해.”“생각 중이잖아.”“소개팅 자리에서도 그렇게 오래 생각하게?”“야, 그때는 네가 아니니까…….”말이 끊겼다.그때는 네가 아니니까 무엇이 다르다는 건지, 주아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민석이라면 덜 긴장할 거라는 뜻인지, 지금 이 거리가 이상한 건 지혁이라서인지.지혁의 시선이 그녀의 입술에 머물렀다가 다시 올라왔다.“피하고 싶으면 피해.”농담기가 전혀 없는 말이었다.“지금 네가 고개 돌리면 여기서 끝낼게.”주아는 그제야 지혁이 기다리는 것이 대답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라는 걸 알아들었다. 친구끼리 하는 연습이라는 말로 덮기에는 둘 사이가 너무 가까웠다. 입술이 닿으면 아무 일 없던 때로 돌아가기 어려울지도 몰랐다.그런데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지혁이 재촉하지 않는 동안 주아는 맞잡은 손을 내려다봤다. 긴 손가락이 제 손을 감싸고 있었다. 경기 전이면 차갑게 식고, 수영을 끝낸 뒤에는 늘 뜨거웠던 손. 15년 동안 수없이 붙잡았던 손인데 오늘은 손가락 사이가 맞닿은 자리까지 선명했다.주아가 고개를 들었다.“안 피할게.”지혁의 턱이 아주 조금 굳었다.“무슨 뜻인지 알고 말해.”“알아.”이번에는 주아가 먼저 거리를 줄였다. 크지 않은 움직임이었지만 충분한 대답이었다.지혁의 입술이 닿았다.처음은 확인에 가까웠다. 짧게 닿았다가 떨어진 입술이 다시 내려오기 전까지, 지혁은 주아의 표정을 살폈다. 주아는 눈을 뜬 채 그를 봤다. 당황해서 밀어내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너무 빨리 끝났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스스로도 놀랐다.그녀가 잡힌 손을 빼는 대신 지혁의 손가락
Last Updated : 2026-08-14 Read more